인생 베스트 텐
가쿠타 미츠요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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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베스트 텐’은 동명의 제목을 포함한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별 무리 없이 편하게 읽힌다. 일본의 소설들이 한국 소설보다 쉽게 읽히는 것은 분량도 많지 않고 약간은 가벼운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뭐 그런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소설이 한글을 잘 활용하여 빠져들면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지만 어떤 경우는 그 서술과 묘사가 너무 난해하거나 과장된 느낌이 나 읽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인 소설집 한권을 읽기가 힘겨워 며칠이나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전엔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빈번하다. 그들의 묘사한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 오는듯한 느낌 때문일까?


이 소설집에 실린 6편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 나온 ‘바닥 밑의 일상’과 이 소설집의 제목인 ‘인생 베스트 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자들은 대부분이 30대다. 그들이 느끼는 사랑과 삶과 갈등이 묘사되는데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삶이 무겁기 때문이다.

‘바닥 밑의 일상’은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인데 예상외의 재미를 주었다. 초보 도배자인 화자가 겪는 두 층의 여자들과 자신의 삶을 그린 것인데 일상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잘 포착한 것 같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누수가 되어 아래 위 두 집을 수선하면서 윗집여자의 이기적이면서 일시적 처방만을 원하는 모습이나 피해자이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시간을 버려야하고 일상의 고독을 느끼는 여자가 젊은 청년의 두 눈에 묘한 대칭과 여운을 주는 것이다.

‘인생 베스트 텐’의 경우 자신의 인생에서 1,2위가 연애와 실연인 곧 40이 되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 1.2위가 25년 전의 일이고 다른 것들도 뭐 특별한 것이 없는 직장여성이다. 이런 그녀에게 중학교 동창모임을 통해 자신의 베스트 텐이 바뀌는 과정을 과거의 회상과 더불어 진행되는데 우스운 것은 가짜에게 속은 자신과 속아 산 물건으로 자신의 삶이 바뀐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에 매달려 살다 가짜에 의해 자신의 삶이 변화하는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면서 재미있다.


그 외에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여자나 결정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나오는데 이런 모습은 가끔 나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그 순간의 감정을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묘사하다보니 즐거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상황이 잘 드러나면서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이 작가의 작품이 몇 권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것도 장편으로, 조금 기대하게 되는 것은 역시 이 소설집이 나에게 전해준 매력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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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제로 1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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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현재의 나와 충돌하면서 책에 대해 비판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크라임 제로’가 그렇다. 뭐 어쩌면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왠지 취향에 맞지 않다. 아니 설정 자체가 나와 충돌을 하는 것이다. 폭력, 살인, 강간 등의 반사회적 행위가 유전자 치료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는 설정과 대부분의 범죄 행위가 남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통계의 이용과 이라크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그런 충돌을 불러오는 것이다.


책의 출간 연도를 확인하니 1999년이다. 작가의 전작인 ‘신의 유전자’에서도 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소설은 더 앞으로 나아간다. 전작이 예수의 유전자로 사람을 치료하는데 사용한다면 이번엔 유전자 조작을 거친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가진 폭력성을 거세하겠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본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것이지만 나치를 비롯한 많은 우월론자들이 주창한 것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유전자 속에서 분비되는 한 물질과 연결하여 폭력성을 거세한다는 것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던 나쁜 본성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결정론적인 세계와 연결된다면 우리의 존재와 기존의 가치를 뒤집게 하는 것이다. 작가가 중간에 나치 등의 학자와 다름을 설명하지만 그 부분의 언급이 미흡하고 결말에 가서 이상적인 미래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신의 유전자’에서처럼 이번에도 악역을 맡는 것은 여자라는 것이다. 남성의 폭력성을 제거하기 위해 크라임제로 바이러스를 만들어내어 수많은 남성을 죽게 만들지만 소설 속에서 정작 악역은 여자가 맡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후천적 요인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장치를 만들었다면 충분히 이해를 하겠지만 역시 결말의 장면과 연결하여 생각한다면 어색한 부분이 많이 있다. 무기가 사라지고 유전자적으로 폭력성이 제거된 미래사회가 너무 황당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한 미국이 백신을 개발하여 뿌린 것으로 폭력이 사라진 미래를 초래하였다는 전개 방식과 미 대통령의 엄격한 윤리정신과 너무나도 많이 보아온 정부조직의 부패한 일부가 꾸민 음모가 연결되면서 진부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현재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모습을 보지 못한 시점에 쓴 소설이라 이해는 하지만 이라크에 생화학무기가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점과 이라크 국민을 가장 폭력성이 강한 국민으로 규정하는 문장들은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국가의 국민이 할 이야기가 아닌 듯하여 더 기분이 상하였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쉽게 집중하지 못한 것이 내 몸의 상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작가의 설정과 전개가 나의 감성과 이성과 충돌하면서 생긴 듯하다. 사이언스 스릴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유전자에 대한 작가의 과도한 기대와 이해는 분명 현실성을 떨어트린다. 뭐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여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만 현 시점에서 이 소설이 주장하는 내용들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현재까지는 나의 취향에 분명히 제동이 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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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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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마지막 반전이나 황량한 느낌에 놀라기도 한다. 도시적 삶을 표현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약간은 밋밋하게 약간은 알송달송하게 묘사한 글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이번 소설 두 편을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 청춘 소설의 그 떨림과 열정을 잘 나타낸다는 것이다.


소설 ‘워터’는 고등학교 수영부 소년들의 이야기다. 현 대회에서 우승하여 전국대회에 나가고 싶은 소년들의 열망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경기를 위해 금욕적인 생활을 하면서 기록 단축에 매달린다. 소설 속 화자 료우운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형의 뒤를 이어 수영부의 캡틴이 되고, 그 사고의 여파로 정신에 문제가 생긴 어머니를 위해 고교 졸업 후 아버지를 도와 술 배달 일을 할 생각을 한다. 여기에 그의 친구들 세이치로, 고스케, 다쿠지의 이야기가 엮여가면서 일시적인 흔들림이 있지만 그들의 목표가 사라지거나 흔들린 적은 없다.

이 중편 분량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즐거움과 그들이 전하는 열기로 나도 흥분하게 된다. 자신들을 흔드는 일이 있고 다양한 고민들이 늘려있지만 마지막 경기장의 모습은 스포츠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즐거움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간결하게 처리되어 아쉬움이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이야기하면서 장편으로 늘린다면 재미있고 좋은 청춘 소설이 한 편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음과 스포츠의 열기에 젖어있는 나에게 다음 소설 ‘최후의 아들’은 약간은 기분이 가라앉게 만들었다. 앞의 소설이 쉽고 즐겁고 경쾌하게 읽힌 반면에 이것은 약간은 무겁고 생각할 꺼리를 많이 제공하기 때문이다.

처음은 일기에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는 호모다. 이야기의 화자도 호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 정체성을 찾는 양성애자다. 그는 엠마라는 동성애자와 함께 살고 있다. 그에게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테이프가 있고 이것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시간의 흐름대로 가는 소설이 아니라 의도된 연출에 의해 공간과 시간이 바뀐다. 그가 호모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모른다. 속이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동성애자 친구 우곤의 영향을 받은 그는 도시를 방황하기도 한다. 이런 그에게 엠마는 하나의 안식처이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이다. 자신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의 모습은 분명 우리들의 방황을 나타낸다. 비록 호모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숨겨진 삶과 현실에서 도망가지도 나타내지도 못하는 그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다른 두 편의 소설이 주는 다른 느낌이 너무나도 달라서 취향을 많이 타지만 분명 즐겁고 무거운 이 두 소설이 그의 다른 소설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황량한 풍경이나 삶에서 조그마한 안식처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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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의 기적
아사쿠라 다쿠야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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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대상 수상작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다른 사람들이 느낀 것처럼 미스터리가 어디에 있나? 하는 것이다. 4일간 벌어지는 사건이 이 소설의 미스터리라면 너무나도 쉽게 출판사에서 노출한 것이 아닌가?


처음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녀의 피아노 연주에서 시작하여, 주인공 기사라기가 오스트리아에서 소녀와의 만남과 피아니스트로서 손가락을 잃은 절망을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다. 소녀의 연주 여행 중 두 사람이 뇌 과학 연구센터로 오면서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기대하게 한다. 이 센터는 자치적으로 자율적으로 집단공동체를 이루면서 운영되는 곳이다. 그들을 초대한 마리코라는 영양사가 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센터의 한명이 소녀 치오리에 대한 호기심을 보여 과거로 인한 미스터리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책 소개 글에 나온 것처럼 4일간의 기적이 벌어지면서 미스터리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변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영화로도 만들어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비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어 생기는 일들과 마지막 반전이 생각나는 것이다. 이 소설 속의 4일간의 기적이란 것이 타인의 영혼에 들어가면서 생기는 사건이다. 미스터리를 굳이 찾자면 못 찾을 것도 없지만 강하게 부각되는 것은 없다. 인생 그 자체가 미스터리라면 더 좋을까나?

서번트 증후군과 관련된 미스터리라면 슈도 우리오의 ‘뇌남’이 떠오른데 이 소설을 더 추천하고 싶다. 뭐 이 소설도 첫 장면의 강렬함이 중반으로 가면서 약간은 약해지는 느낌이 있지만.

그리고 ‘4일간의 기적’ 또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언제 시간나면 볼 예정이다.


이 소설은 다른 일본 소설처럼 쉽게 읽힌다. 그리고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장면이 나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무난한 진행과 뇌에 관련된 지식이 판타지 같은 사건과 결부하면서 상실과 자신과의 대면을 보여주는 장면은 분명 재미가 있다. 허나 너무 간결하여 오히려 그 의미가 희석되어진 느낌이다.

마지막 마무리도 역시 희망과 너무 결합하여 보는 동안 즐거움과 기쁨을 주지만 완성도라는 면을 생각한다면 무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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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 조각상의 그림자 - 상 - 로마의 명탐정 팔코 2 밀리언셀러 클럽 23
린지 데이비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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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실버피그의 후속편이다. 소설의 초반부터 전편에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일이 연속되고 새로운 사건도 동시에 발생한다. 그 범죄의 스케일이 전편보다 약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을 본다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인공의 로맨스가 더욱 강해졌다.

브리타니아에 잠입하여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 전작에 비해 이번에는 유들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가 강한 모습보다 상황에 따라 도망 다니고 겁을 먹지만 임기응변과 행운의 도움 받으면서 살아남고 사건을 해결한다.

역사 소설이지만 시대를 설명하는 몇 몇을 제외하고 조연이나 다른 것을 보다보면 현대의 직업과 단어와 묘사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앞의 작품에서는 이런 것들이 조금은 적지 않았나 생각한다. 의식적인 것이거나 무의식적인 것이나 약간은 신경이 쓰이지만 무시하고 본다면 팔코 시리즈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형태의 역사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트릭이 주는 재미나 현대물의 속도감을 주지 못하지만 느긋하게 과거의 삶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들에 몰입하여 읽는다면 충분한 재미를 있다.

역시 이 소설 최고의 적은 어려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속도를 방해하며 집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름과 시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것도 하나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시간을 조금 더 들여 앞뒤를 연결하여 본다면 나름의 재미가 발견된다.

초반과 중반까지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후반에 붙는 속도감은 익숙해진 이름과 시대의 모습에 적응하고 이 소설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팔코와 헬레나의 로맨스는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새로운 경지에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된다. 시리즈의 매력이다. 첫 편과 두 번째 편이 재미가 없거나 사람들의 평이 나빴다면 결코 시간을 들여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읽게 하는 것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와 팔코의 관계와 팔코와 헬레나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 나아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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