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 매킨타이어 지음, 노윤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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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넘치는 한국판 제목만큼 책이 재미있지는 않다. 내용이 늘어지고 신념, 믿음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이 대량으로 출몰하는 탓이다. (원제는 "과학부정론자들과 대화하는 법"이다. ) 읽다보면, 비단 과학부정론자 뿐만 아니라 정치적 당파와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 (태극기 부대 vs 촛불집회? 같은 느낌이다. )   일단 플랫어스주의자들에게 과학적 증거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그들의 믿음 내지 신념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정확한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사실이 제시되는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맥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끝까지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면서 신뢰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ps. 내용 중에 "황금쌀"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과학부정론의 하나로 GMO 반대론을 들고 있다.  GMO 로 탄생한 황금쌀은 -GMO가 위험ㅁ하다는 편견에 물든- 그린피스의 반대로 아프리카에서 도입이 중지되어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많은 아사자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저자는 계속 "수십만명의 어린이가 굶어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GMO반대론자를 압박한다. 나는 여기서 충돌을 느꼈다. 아프리카의 빈곤은 황금쌀부족이 아니라 남아도는 식량과 분배의 문제아니었던가?. 반다나 시바는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책과 함께) 황금쌀에 비판을 가한다. 이미 죽은 노벨상수상자의 서명을 도용해 과학적 증거를 위장하고, 빌게이츠가 이윤을 목적으로 산업농업을 인도에 퍼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적 태도를 가지고 미신과 싸워온 마이클 셔머같은 느낌의 사람인데 여기서 뜬금없이 많이 비약하자면 이데올로기로 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과학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과학만능주의"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맥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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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이, 당신 자신이 되세요 - 민감한 영혼 ‘엠패스’를 위한 풍요와 건강, 사랑에 관한 안내서
아니타 무르자니 지음, 황근하 옮김 / 샨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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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소심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쭉 있어왔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자기계발서 플러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식의)는 담론의 뉴에이지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자는 임사체험 경험자인데 그 경험에 근거한 세계관이 이 책의 논거가 된다. 임사체험 중 저자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주와 우리의 본질이 사랑으로 가득찬 신성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이 이야기는 다른 책으로 나와 있다. 이런 세계관이 힌두교의 세계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유사함이 임사체험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타깃이 될 것이다.)   

 저자는 먼저 '소심하고 자기주장을 못하는 사람들'을 "엠패스"라고 다시 라벨링한다. 이들은 지나치게 민감하고 직관이 발달했으며 주위의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자기와 타인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타인의 인정과 비판에 취약하며 -저자의 표현을 쓴다면- 자신의 소명을 찾지 못한다. (여기에는 '비전퀘스트'같은 관점도 녹아 있다.) 보통 영적 전통에서 에고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반면 저자는 이런 엠패스들은 이미 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에 에고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일반적인 영적전통에서는 에고를 버리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우리의 본질은 신성이기 때문에 엠패스에게 에고는 자신의 소명을 찾게 해 주는 수단이다. 때문에 저자에게 중요한 것은 내면의 목소리, 직관을 듣고 그것을 따르는 것이다. 우리가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두려움 때문이니 저자는 신성의 본질이 사랑이라는 것,두려움에 근거한 하위의 자아가 아니라, 사랑에 근거한 상위의 자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라고 충고한다. 자신에겐  더 높은 소명이 있고, 자신의 본질은 신성이니 두려움없이 자기를 표현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각 장마다 자기계발서답게 자신의 직관을 향상시키는 법, 자신의 에고를 강화시키는 법 등을 소개하는데, 명상을 시각화하는 티벳불교 명상법과 비슷한 것 같다.  이런 담론을 굳이 신비주의적인 덧칠을 해서 말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힐링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당신을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당신의 본질을 사랑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푸근해지지 않겠는가.("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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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의식 - 환각과 우연을 넘어서 초월의식 1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지음, 유기천 옮김 / 정신세계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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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셔머가 저자를 에설렌 연구소를 거쳐간 석학 중 하나로 꼽는 것을 보면 분명 사이비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이 분의 요지를 현재 한국을 살아가는 상식인(?)이 처음 접한다면 황당해 할지도 모른다. 체코 출신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lsd나 메스칼린 같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금기 시 되는 환각제를 이용해 영성을 추구하고, 정신치료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얼핏 드는 생각은 중독문제인데 저자는 lsd가 오점을 뒤집어썼다고 표현하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보인다. (내용 중에서도 저자가 영적인 장소-예를 들어 마야 유적지나 에어즈 록-을 방문해 환각제를 음용하고 신비체험을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환각제가 금기시되자 저자는 '홀로트로픽 요법'이라는 호흡을 이용한 대체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책에서 일종의 홍보효과도 노린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한국에도 센터가 있다.) 

 수많은 임상체험과 관찰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현대를 지배하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은 틀린 것이며, 오히려 올더스 헉슬리의 <영원의 철학>에 가까운 세계관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즉, -꼭 신이 아니더라도- 우주에는 우주적 지성이 존재하며 정신과 물질의 영역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이런 주제들과 관련한 저자의 임상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먼저 융이 말하는 "동시성의 원칙"부터 시작하는데 본인이 겪은 사례들을 수록하며 이렇게 낮은 확률의 일치가 우연일리 없다고 단정한다.(물론 셔머라면 "대수의 법칙"을 거론하며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로는 전생부터 출산기 기억, 초상현상 등 주제와 관련되어 저자가 경험한 사례를 서술한다. (물론 셔머는 이것도 환각내지는 착각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애초 그런 실험 자원하는 사람 자체가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고, 자기암시효과도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처음에는 흥미있게 전개되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해지는 것이 흠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금도 고전 취급을 받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과 칼 세이건을 비판하는 일화다. 이 일화에서 <악령..>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으로 보여진 칼 세이건이 증거를 외면하고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과학만능주의자"로 묘사된다.(영화에서 주로 빌런으로 나오는 역할이다.)  유에프오가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존맥이 <악령..>에서는 자기를 기만하고, 객관성을 잃은 과학자처럼 묘사되는데 반해 이 책에서 저자는 존맥을 친한 친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봐서 두 저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강이 있다. 또 하나 눈 여겨볼 것은 저자의 여정 자체인데, 저자는 체코에서 공산주의를 피해 미국으로 온 후 에설렌 연구소와 연을 맺으며(심지어 설립자가 친구였다!) 미국에서 묵타난다를 비롯 여러 구루와 명상가, 요기 등 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6,70년대 서구에서는 뉴에이지풍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갔었던 것이다.  이 책을 중심으로 저자와 연을 맺은 여러 능력자(?)들로 뻗어 나간다면 , 그런 면에서 그 시대의 단면을 조망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단, 수정 크리스탈 해골과 유리겔라는 언급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을.  2006년도 이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세계관은 어떤 영항력을 끼쳤을 까?  십수년이 지난 물질주의는 오히려 더 강해진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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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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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your bliss" 사방이 벽으로 막힌 것 같은 직장생활 중 조셉캡벨의 이  경구가 얼마나 해방감을 안겨 주었던지. 듣기로는 조셉켐벨의 "영웅신화"가 지금은 골동품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불쉿잡>(데이비드 그레이버)) 자신만의 신화를 찾아서 스스로 길을 찾는 삶을 몸으로 표현한 조셉캠벨의 이야기는 여전히 설렘을 안겨준다. 마치 여행 전날 짐을 싸며 느끼던 두근거림같은 것이다. 이 책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조셉 캠벨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라며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라고 격려한다. 약간 신비주의같은 느낌도 나는 명제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민담과 옛 이야기들을 분석하며 집을 떠나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길을 떠나는 사람은 고독과 결단력,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과 담대함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타인과 타자를 수용하고 먼저 귀 기울이는 태도, 이는 기득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다.  아직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은 책이다. 예전같았으면 이 책에 완전히 빠졌을 텐데 나도 나이가 든 건지, 자칫 이런 담론이 자기계발 같이 흐르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까짓거 죽기야 하겠나, 하는 생각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겠다고 나서면, 정말 죽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와 조건들 아닐까. 그런 조건과 구조에 대한 고민없이 막연히 "우주가 도울 것"이라는 식의 태도로 나서는 것도 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이 책도 창문을 열어놓은 것 같은 시원함을 안겨준다. 11쇄인데 더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아우름 인문교양시리즈'라는데 우치다 타츠루부터 백승영,히사이시 조까지 흥미로운 저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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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워크 - 242억 켤레의 욕망과 그 뒤에 숨겨진 것들
탠시 E. 호스킨스 지음, 김지선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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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한켤레를 생산하는데 들어간 착취구조를 파헤친 책.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사무직에서 일하는 나는 접해보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세계를 보는 창이다. 결국 문제는 "자본주의"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소수가 단기적인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환경과 인간을 파괴하고 있다. 빨갱이라고?  그런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책에도 영화처럼 연출력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면, 이 책의 연출력 역시 뛰어나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문장에 다큐를 보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단 기승전결의 클라이맥스 구조는 아니라서 약간 밋밋하긴 하다. 

결국- 적어도 나는- 자유롭지 않다. 강신주의 말을 빌리면 '소비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세계는 철저히 위계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굳이 신발공장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네가 죽든 그건 알 바 아니고 내일 아침까지 끝내 놔"같은 태도는 한국의 노동현장에서 누구든 접해보지 않았을까. 예전 지하철역에서 노동자가 죽은 것처럼, 이번에 SPC 노동자가 죽은 것처럼.  옮긴이는 무기력을 벗어나라고 후기에서 썼지만, 무기력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신발은 어디서 사야 되는 거지?  파리바게트말고 뚜레쥬르 가면 마음이 편해질까? 중요한 건 구조와 형식이라고, 역시 강신주의 말.


ps 잔인한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나도 그랬지만, 지금부터 노력하면-세상의 스펙을 맞추면-나는 살아남을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세상은 어차피 짱들의 지배하에 있다"는 잭 블랙의 대사(스쿨오브락)는 여전히 유효하다. 스펙을 갖추면 세상이 사랑해 줄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유란 건 요원하다. 스크럼을 짠 소수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건 다같이 그런 잔인한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이었다. 스펙이나 기준 따윈 니들 사정이라고, 그런건 신발 밑창정도로 여기는 막가파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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