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1 - Novel Engine
정진교 지음, 라티세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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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에 대해 처음 제목을 보면 내가 아니면 누구를 지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도대체 나라는 존재가 아니면 누가 대신 그 일을 대체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에서 다시 표지를 보면 알 수 있을만한 정보가 있다. 일러스트 표지에 긴 생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미소녀가 상당히 도발적이면서도 강압적인 자세로 한 남학생의 허리를 의자로 삼아 앉고 있다. 문제는 여학생을 받치고 있는 남학생의 표정은 매우 곤란하고, 게다가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는 점이다. 결국 일러스트 표지에 나오는 남학생은 여학생에게 잡혀 사는 이른바 호구 인생을 증명하는 셈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주민수과 윤무예, 무예는 일본의 한 라이트노벨인 <인류는 쇠퇴했습니다>와 달리 오히려 <인류는 진화했습니다>라고 할 정도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8대 신인류 중에 가장 힘이 세고 강력한 베히모스라는 자질을 부여받은 사람이었다. 일러스트로 봐서는 혹은 작품 내의 쓰리 사이즈로 봐서는 보통 아이돌스타와 맞먹을 정도의 외모와 스타일이나 몸무게는 보통 그 나이의 키에 3배 정도 무거웠다. 약 120㎏, 몸무게 무거운 경우 보통 신체적 능력에서 민첩함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나 오히려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스피드가 올라가고 운동 역시 보통 운동선수보다 월등했다.

 

그런 그녀는 언제나 주민수를 부려먹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먹이 배에 들어가거나 손등이 이마나 정수리에 꽂히고, 주로 등 쪽으로 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항상 주민수 옆에서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그녀에서 9년 지기 소꿉친구, 아니 문루고등학교에 가면서 10년 지기 소꿉친구는 여전히 주민수로 하여금 친구인지 아니면 노예인지 알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만든다. 모든 발단은 민수의 아버지 주경민, 그의 발 빠른 대응으로 아들이 집에 가니 집은 텅 비어있고, 아버지는 이미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것은 지나가는 차를 들어가 날려버리는 괴력의 소꿉친구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전학을 같이 가기보단 무예 혼자 가길 바란 민수이나, 그것은 비참하게도 깨져버린 희망이었고, 무예에 의해 전학가게 된다. 전학 첫날부터 신인류를 위한 학교라고 가보니 어느 평범한 학교에 최고층 5층 구석이고, 안에 들어다보니 학생은 3명만 있었다. 모든 감각이 발달한 키메라 채휘정, 인간의 감정을 읽고 조절할 수 있는 하메룬 이신아, 먹지도 않고 오로지 물과 햇빛으로 살 수 있는 위그드라실 소청연이 있었다. 담임은 이제 막 교사자격을 받은 강명훈이란 방임주의자이니 구인류인 민수로서는 사면초가가 따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인류는 구인류에 대한 반발심과 더불어 자신들의 우월심에 민수에게 좋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 그러나 주민수란 이름을 무예가 부르면 민수는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여 저절로 서비스해준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문제가 민수를 하여금 신인류학급에 남게 해줄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연재를 할지 아니면 안 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단권으로 끝내기에는 에피소드가 아쉽게 끝이 나지만, 작품의 의도는 바로 구인류와 신인류의 벽이란 점이다.

 

인간에게 누구나 평범한 존재 이상으로 특별하다고 여긴다. 즉 인간이란 자신의 존재가 소중하고 특별하기에, 그리고 그런 마음이 있기에 보편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그 보편성을 깨는 존재가 나타나면 인간들은 혼돈이 오게 마련이다. 신인류의 존재는 구인류에게 의문, 호기심, 두려움, 혐오라는 감정을 가진다고 작품에서 하메룬 이신아는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 대상에 대해 인간이라면 분명히 그런 감정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알 수 없는 것은 특별한 존재이기에 평범한 인간은 자신들이 특별한 존재를 망각과 동시에 보통사람이라는 것은 강조한다.

 

그렇기에 배타적인 표현 내지 호기심에 가득하여 마치 구경거리로 보거나,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려움을 가지고, 만약 어느 계기가 불리한 쪽으로 진행되면 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키메라 채휘정의 경우 그런 혐오의 대상이 되었기에 구인류인 민수에게 반발심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신 무예의 경우 민수가 10년 동안 옆에서 친구로 있었으므로 그녀가 일반 사람들에게 특별한 위협적 존재가 되지 않음을 증명하여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 많은 남자들이 고백을 해왔고, 그에 따라 딱지를 놓아 주었으니 무예의 소꿉친구인 민수에게 화풀이가 돌아가는 것은 인간의 심리현상 중에 하나이다.

 

그런 것을 두고 보상심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신이 특별함에서 그 특별함은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기에 그 특별함을 부정하는 것은 평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해체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신인류는 매우 난처한 존재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인류를 위해 만든 학급에 민수를 보낸 점은 물론 민수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업무의 연장선에 민수가 있었다는 점과 동시에 무예의 부탁이었다. 무예의 입장에서 자신의 친구는 민수만 있었다. 대부분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에서 여자주인공이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남자는 대개 평범한 학생으로 많이 나온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그 여자 주인공에게 항상 휘두름을 당하고, 그 여자 주인공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란 그 남자 주인공이라는 공식이 존재한다. 이런 것을 두고 cliche적 요소로 볼 수 있겠으나,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서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그러하다. 의지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역시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구인류는 대다수이고, 신인류는 극히 소수이다. 게다가 신인류 학생은 10~18세 안이고, 그나마 작품 설정에서 2명이 빠져 4명만 학급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존재란 정말 특별하기에 특별대우보다는 그저 구별하는 설정이 더욱 가깝다. 보통 학교에 낡은 교실 한편에 학급기자재를 보면 그들이 특별한 것보다 그저 구별에 가깝다는 점이다. 대신 기숙사는 그들만 생활할 수 있도록 방이 4개인 기숙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학교 안의 공간은 차별적이고, 학교 밖의 공간은 특별한 점에서 학교와 사회의 분리된 처우를 볼 수 있다. 물론 학교 내의 수영장이 신인류를 위해 만들어져도 4인의 소녀가 수영장은 항상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일반학생에게도 더 많은 시간이 부여된다. 체육시간도 5명에서 운동장을 사용할 때 다른 일반학생과의 격리는 오히려 특별한 대우보단 구별을 넘은 차별적 대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작품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으나 이런 설정이 있기에 이야기가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영장도 단지 노비로 지정된 민수를 두고 무예와 신아가 대결하기 위해 사용한 것부터 시작하여 학교 인근 수목원 역시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것도 그렇다. 단지 수목원은 학교라는 좁은 공간의 통제권 대신 공공기관에 속하므로 다른 방문자들과 마주칠 기회가 있다는 점이다. 예쁜 꽃잎을 뜯어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으려는 어린아이에게 분노하여 달려드는 청연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그들은 일상적으로 노출된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다고 하여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고, 그 특별하다고 여긴 것을 지나 특이한 존재라고 하여도 결국 인간이란 범주에 들어간다. 구인류에서 민수의 역할은 바로 특이한 존재인 그들에게 생물학적으로 인간보단 사회적 교우관계에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이 작품의 결론이다. 처음 무예를 만날 적에 민수는 무예에게 베히모스가 괴물같이 세다는 말을 하여 전치4주의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그런 부상을 뒤로 한 채 오히려 무예를 안심시키려 했고, 아버지 경민을 설득하게 하여 무예의 마음을 열어 주게 한다.

 

인간은 타인과 정말 친해지기 위해서는 한 번 싸워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싸움보단 일방적인 폭력이었으나, 무예에겐 그것은 육체적 폭력을 넘어 정신적, 심리적 싸움이었다. 무예의 표정이 항상 굳어있고 표현력이 부족한 여자아이가 되어버린 이유는 자신의 힘이 세진 것에 대해 주변이 두려워하고 있으나, 그 이상으로 자신 역시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특이한 인간이란 이유로 고립되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이란 사실이다. 민수의 전학을 억지로 가게 만든 것은 아버지의 계략보단 무예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어린 시절 무예가 1주일 동안 연구소에 가고 없을 때, 처음에는 좋아한 민수나 점점 불안해지고 걱정하는 무예의 친구였다. 단지 특이하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작품에서도 신아는 인간의 감정을 모두 조절이 가능하나 유독 민수만이 감정이 이성으로서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다. 단지 무예의 손과 발이 날라올 정도로 신아가 귀엽거나 예쁘다는 말을 하지만 말이다. 또한 소청연을 생각하면, 그녀는 위그드라실이라고 하여 자연환경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학생이다.

 

지구가 너무 심하게 파괴되어 환경오염으로 인해 점점 사막화되어가는 지표면과 대기권의 탄소증가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공장과 자동차에서 뿜어나오는 매연은 산성비나 스모그현상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보면 위그드라실과 같이 머리카락으로 광합성을 하는 존재로서는 구인류나 신인류 모두 적대적인 관계다. 하지만 그들도 언제나 혼자일 수만은 없다. 민수는 난초와 작은 선인장을 키우는 것은 취미로 하고, 식물원에 갈 때 청연의 돌발행위를 슬기롭게 막을 수 있었다.

 

특이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그들도 특이한 것은 자신의 고유성이지 인간적 관계에서 특이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작품의 마지막에 가면 4명의 신인류가 구인류인 민수를 두고 얼마나 마음이 맞는지 퀴즈쇼가 열린다. 그 퀴즈쇼에서 키메라, 위그드라실, 하메룬은 자신의 특이함에 대해 구인류인 민수가 맞춰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 10문제에서 9문제는 맞춘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맞추지 못하는데, 그것은 서로 입장을 맞추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민수가 무예와 퀴즈문제를 풀어나갈 때 9문제 모두 엇갈리고, 마지막 문제만 맞춘 이유는 한 쪽만 일방적으로 맞추기를 바란 게 아니라 서로 상대방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신인류에 비해 오랜 유대감이 존재한다고 했으나,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보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다. 물론 신인류 쪽에 대해 맞춰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대다수가 아니라 극소수이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억지로 맞춰가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정의 손을 건네준다면 물론 특이한 사람들도 일반적인 사람들과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의 퀴즈는 그렇다. 그것은 자신과 상대방이 어떤 존재라고 인식하고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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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4 - 아스카 오다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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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주인공을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메인 주인공과 서브 주인공으로 말이다. 메인 주인공으로 본다면 신지, 레이, 그리고 아스카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4권은 메인 주인공이면서 히로인 중에 하나인 아스카가 등장하는 편이다. 만화책 1권당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 2편 분량과 맞먹는 것을 생각하면 아스카의 등장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를 감상하면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 이후에 아스카가 등장한 점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등장할 모든 주역이 모인 셈이다.

 

 

먼저 메인 주인공인 아스카의 등장했다면 서브 주인공은 누구로 하는 것이 적당한지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신지의 아버지인 이카리 사령관, 신지와 같이 동거하는 사회적 어머니인 미사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메인 주인공 3명과 서브 주인공 3명에서 애니메이션에서 서브 주인공 3번째는 리츠코 쪽이 강하다면, 만화책에서는 카지 쪽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은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의 <애니메이션 서사 구조와 전략>을 참고하면 서브 주인공을 이카리 사령관, 미사토, 리츠코로 결정하였고, 나 역시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화책에서는 카지 쪽이 훨씬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를 보면 카지의 역할은 기존의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비해 매우 약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사토가 제레의 정체와 더불어 에바의 정체와 네르프 이카리 사령관이 무엇을 꾸미는지 알아가는 것은 추적이란 플롯에 중요한 위치를 맡기 때문이다. 그런 미사토가 추적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카지와의 교류다. 카지는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이중 스파이노릇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스카의 등장은 곧 카지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점에서 그의 역할이 미사토와 아스카의 갈등에서 중요한 입장인 것을 알 수 있다.

 

 

TVA나 만화책이나 비교해보면 아스카가 카지를 좋아하는 모습이 나온다. 남들보다 예쁘고, 키도 클 정도로 성숙하며, 머리까지 좋아 14세에 이미 대학교를 졸업하고, 네르프에서 대위라는 계급으로 통해 에바2호기를 조종하는 아스카에게 보통 남자들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카지에게 이끌리는 모습이 나온다. 카지는 본래 대학교 시절 미사토와 애인이었고, 어떤 이유로 2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네르프 본부에서 2사람은 만나고, 그 인연의 고리가 아스카에게 미사토에 대해 갈등관계를 일으키는 요소로 나온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그 갈등관계는 매우 강했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에서는 그런 관계는 아예 제외했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TVA보다 약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스카의 등장과 카지의 등장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인간관계 갈등과 내면적인 고통을 강조하는 하나의 계기로 볼 수 있다. 아스카라는 인물이 그런 우월주의적 인물로 나오나, 한편으로 억지로 무리하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부터 바다에서 나온 제6사도를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로 절단하여 격퇴하는 모습은 에바 조종을 신지나 레이보다 훨씬 잘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 성격인 만큼 그녀의 첫 등장은 사고뭉치였다. 길거리에서 인형 잡는 기계를 하다가 잘 되지 않자 발로 차거나 신지 일행에게 막무가내로 돈을 내라고 하거나 옆 사람과 시비 붙어 싸움까지 한다.

 

 

게다가 신지와 다시 네르프에서 조우할 때 억지로 가면을 쓰고, 카지에게 마치 착한 미소녀인 것처럼 행동한다. 엄청난 내숭의 소유와 동시에 그 내숭 안에 가려진 난폭함은 신지로 하여금 질리도록 한다. 아스카는 다른 것은 모르나 자신에 대해 무시하는 것을 절대로 참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스카는 평소 신지가 인간관계가 어리숙하다 보니 자긱 기분에 내키는 대로 행동하나, 레이처럼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 없거나 왠지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들면 매우 짜증을 낸다. 자기편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 아스카의 결점이다. 자기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이 결국 심리적 공허감에 의해 생긴다는 점이다.

 

 

아스카는 레이와 말다툼하던 중에 레이에게 뺨 한 대를 치려고 했으나, 신지가 말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아스카는 도망가듯이 그 자리에 벗어난다. 그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그 누구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싫어하는 아스카이기에 제7사도가 등장할 때, 아스카가 먼저 공격하여 두 쪽으로 내지만, 그 사도는 코어가 2개라 그 코어를 분리하여 동시에 파괴하여야 격퇴가 가능했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 일방적인 자신의 행동에 작전이 실패하자 신지에게 그 실패를 떠넘긴다. 아스카는 그 붉은색 에바2호기처럼 불타는 성격으로 타인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신지는 타인과 불필요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성향이기에 서로 지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도 사도에게 패한 것에 대한 분함과 그것을 만전하기 위해 특별훈련에서 아스카는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신지를 구박한다. 이와 다르게 신지의 연습하는 곳에 온 레이는 한 번도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신지와 바로 윤무를 잘 맞출 수 있었다. shell we dance?의 의미는 단순히 춤이라는 것이 테크닉이나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한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상대방과 얼마나 잘 호흡이 맞는지 조율해 가는 과정이다. 아스카가 며칠이나 연습해도 제대로 되지 않던 신지였으나, 레이와 단 1번으로 성공하자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고, 그 화가 자신의 반성보단 타인에 대한 공격 내지 회피로 되는 것이다.

 

 

티격태격하면서 신지가 이카리 사령관의 아들이나 아버지와 잘 지내지 못한 것을 두고 파파보이라고 놀리나, 사실 같이 연습하며 잠들었을 때, 아스카는 엄마를 찾으면 왜 먼저 죽었냐고 혼자 울면서 잠꼬대를 한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무의식중에 화장실에 다녀온 아스카가 신지가 자고 있는 곳에 와서 잠이 든다. 신지는 아스카의 얼굴을 보며, 그 입술에 키스하려 하나, 아스카가 울면서 엄마라고 하자 “자기도 애인 주제에”라고 중얼거리며 잠이 든다. 아스카의 정신적 부담에는 어머니의 죽음이 각인되어 있기에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그런 도중에 아버지도 실제로 존재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정자은행에서 우수한 유전자를 골라 어머니의 난자와 교배한 시험관아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아스카에게 친아버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런 와중에 카지를 만난 것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아이로서 육체적으로나 혹은 심리적으로나 카지에게 귀여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자기 자신도 애인 주제에 어른처럼 행동하는 소년이나 소녀들은 제법 있다. 그런 방법이 엄청나게 어른인 척하나, 어른은 아랫사람을 내려 보기보단 그들을 포용해주는 것이다.

 

 

아스카의 성인여성이기를 바라는 방법들은 그저 투정을 부리는 여자아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자신을 거부하는 대상에 대해 반발하는 행동 자체가 도리어 그 사람과 똑같이 되어버리는 점에서 신지가 애라고 생각하는 아스카야 말로 진짜 애였던 것이다. 어떻게 어른 같은 애는 신지에 가깝다. 회피하는 방법은 젊은 학생에게 있어서 별로 좋지 못하다. 그런 아스카가 신지하고 같이 사도를 격퇴하는 것은 에바 조종사를 떠나 자신의 프라이드가 걸려 있었다. 출전 하루 전날에 감시카메라를 부수고, 신지와 아침까지 연습한 아스카는 결국 신지와 함께 사도를 격퇴한다.

 

 

어떻게 보면 평소 마음을 열지 않은 아스카에게 그나마 마음을 열어 보인 사람은 카지와 신지였을 것이다. 사도 격퇴 후에 마무리 착지가 엉성하여 아스카가 신지에게 구박을 주나, 신지가 너무 피곤하다는 말을 하자 아스카가 “너 같이 아둔한 애가 이렇게까지... 정말 잘했어.”라고 한다. 신지도 “네 입에서 날 칭찬하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라고 대답한다. 사실 아스카가 진짜 인정받으려면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정답이나, 아스카는 인정해주는 것을 매우 꺼리는 타입이다. 하지만 아스카가 제일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본인이란 점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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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신세기 에반게리온 03 신세기 에반게리온 3
GAINAX / 대원씨아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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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인상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뽑으라고 한다면 그 중에 하나가 나는 야시마 작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인상이 남는 이유는 그만큼 슬프고 기쁘고 여러 가지 감정을 나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뷰 하는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은 바로 그 야시마 작전이 나온 단행본이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5화와 6화, 그리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것 역시 야시마 작전이다. 그 정도로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야시마 작전은 백미 중에 백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저 1990년대 일본 도쿄에 아키하바라 하는 장소가 있다. 각종 전자제품을 파는 번화가로서 이른바 오타쿠 문화에서 아키바계가 탄생할 정도로 소비주의 아키바계 현상은 기존의 오타쿠 문화가 소비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customer였다면, 아키바계 유형의 인간은 오로지 소비지향의 물신주의적으로 변모했다. 그것은 긍정적 요소로 본다면 서브컬쳐의 시장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나, 반대로 말하자면 서브컬처에서 새로운 문화적 토대로 생기는 것이 힘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해 생각해보면 애니메이션 감독인 안노 하데아키나 만화작가인 사다모토 요시유키는 기본적으로 오타쿠 문화에서 소비를 지나 생산자적인 요소를 지녔다.

 

특히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애니메이터에서 지나 실사영화를 제작하고 실제로 나올 정도로 그의 역량은 이미 단순한 애니메이션업계의 인물을 지나 대중문화를 지나 (실사)영화예술까지 넘보게 되었다. 그런 오타쿠에서 아키바 위주의 문화로 넘어갈 무렵, 아키하바라에서는 3대 여신이 있었다. 그 인물은 바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서의 나디아, <기동전함 나데시코>에 등장하는 호시노 루리,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아야나미 레이였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히로인으로 레이 이외에 아스카나 미사토도 존재하나 왜 레이였는가? 라는 의문에서 바로 이 야시마 작전이 큰 변수라는 점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중에서 역대 사도 중에 강력한 사도를 뽑으라면 바로 제5사도도 포함 될 것이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며, 주변에 포착하는 방해물에 대해 강력한 레이저로 융해시키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보더라도 신지가 탑승한 초호기가 지하기지에서 나와 지상으로 나오는 순간 제5사도는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한다. TVA에서 신지가 적의 공격에 괴로워하며 절규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항상 내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 도와줘요! 죽고 싶지 않아요!”라는 그 비명은 너무 처량하고 안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에서도 역시 신지의 괴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제5사도의 공격을 받고, 의식을 잃은 신지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꿈의 세계에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추억한다. 아버지는 자신을 내버리고, 어머니가 없었던 그 시절, 신지는 자신에게 자전거가 있었으면 하지만, 경찰이 오해로 신지를 자전거 도둑으로 착각하고 파출서로 데려간다. 이때 친척들이 와서 돈이 충분히 보내오니 왜 사달란 말을 하지 않았냐고 하나, 사실 신지는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고 관심이 필요했다. 그에게 항상 꼬리 붙어 달린 외로움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고뇌였다. 그 아픈 기억을 꿈에서 보던 신지가 병원에서 깨어나니 옆에 레이가 있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신지만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사실 신지는 이때 레이가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우연히 레이의 신분증 카드 유효기간 완료되어 갱신시키기 위해 레이의 집에 갔을 때, 레이의 방에 놓인 이카리 사령관의 안경을 신지가 만지고 만 것이다. 그 안경은 레이가 0호기 테스트 중에 폭주를 일으켜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카리 사령관이 맨손으로 레이를 구하려다가 손에 화상을 입어 안경이 떨어진 것을 레이가 주은 것이다. 이카리 사령관의 그 모든 것은 레이의 모든 것이었고, 그런 레이에 대해 신지는 항상 레이가 궁금했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야기나 친절을 베풀지 않은 절대적으로 작전만 우선하는 아버지가 레이의 목숨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에 의아한 것이다. 그런 아버지였기에 신지는 아버지의 사랑도 받고 싶었으나, 레이가 왜 아버지에게 사랑받는지 궁금했다. 안경을 집은 이유도 자신도 안경을 착용함으로서 아버지와 동일시하려고 하는 욕망이었다. 단지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에서는 신지가 직접 안경을 끼는 모습이 나오나 만화책에서는 끼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권위를 자신에게 부여하려는 욕망이 만화책에서 약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사다모토 요시유키 작가가 느끼는 신지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애니메이션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에게는 다른 입장이었다. 레이는 오로지 이카리 사령관이 전부였다. 이카리 사령관만이 레이에게 믿을 수 있는 그 모든 것이었다. 야시마 작전에서 왜 레이가 히로인으로 등급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에 레이가 믿는 사람이 이카리 사령관만이 아니라 이카리 신지군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제5사도를 격퇴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 2사람은 생사를 넘나들고, 그 결과 제5사도를 격퇴하나, 0호기로 방패막이를 하던 레이는 부상을 입게 된다.

 

이때 신지가 0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를 꺼내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엔트리 플러그의 문을 열고 레이를 구출한다. 이때 레이는 의식이 흐릿하였으나, 순간 신지의 모습을 이카리 사령관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엔트리 플러그를 개봉한 사람이 신지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신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분명히 출동 전에 병원에서 아픈 기억이 떠올라서 눈물 흘린 신지가 또 눈물을 흘리자 레이는 순간 당황했다. 그 눈물의 의미는 슬픈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라고 신지가 말해준다.

 

인간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너무 슬픈 것이라는 아픔과 동시에 너무 기쁘다는 행복에서 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그 누구에게 미소를 보여준 적이 없는 레이, 레이가 신지의 눈물을 보며 당황하자 이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그때 신지는 레이에게 그저 웃으면 된다고 했다. 이때 보여준 레이의 미소는 살짝 빙긋 웃는 모습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강한 충격이 되었다. 인간의 감정이란 그렇게 서로 상대방과의 교감으로 통해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 그 레이의 미소는 에반게리온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아키하바라 3대 여신으로 올라간 이유도 그런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연출에서 시작하여 사다모토 요시유키 작가 역시 깊이 생각한 점이다. 단지 차이점은 레이가 신지에게 “사요나라(안녕).”이란 슬픈 인사를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에서 병실에 신지가 누워있을 때와 야시마 작전 전에 했다면, 만화책에서는 야시마 작전 전에 했다는 점이다. 신지가 레이의 생존을 기뻐한 이유는 마치 죽을 것을 대비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레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확인이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아무 것도 없다고 여긴 신지였으나, 자신보다 더 없다고 생각하는 레이에 대한 강한 연대의식일 것이다. 마지막에 살아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살아있길 잘했다고 느낄 날이 올 것이라는 말하는 신지에서 평소 부정적인 말과 행동만 보이던 신지가 긍정적인 말을 한 것은 매우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아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길이라도 둘이서 가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어두운 하늘에 뜨는 달처럼..”이란 독백은 자신의 비관적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헤쳐 나가려는 신지의 의지가 보인 점이다.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을 다 본 후에 조금 생각이 남는 부분은 이번 단행본은 신지와 레이의 중심으로 많이 전개된 점이다. 사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序)>를 보면 신지의 역할과 레이의 히로인적인 요소도 중요하나, 미사토가 보여준 작전 전략 역시 잊을 수 없는 묘미다. 일본의 전 지역의 전기를 모아 쓴 것과 어렵게 양전자포를 발사하는 총을 입수하는 과정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쓸데없이 무기를 소비해야 만족하는 군사조직이란 점에서 오타쿠 문화 중에도 밀리터리 오타쿠가 있듯이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전쟁 및 폭발장면을 잘 연출해도 막상 작품을 보면 전쟁이란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야시마 작전을 이끌어내는 미사토의 역할이 조금 아쉬운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 3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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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에반게리온 2 - 나이프와 소년
GAINAX 지음, 사다모토 요시유키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보인 신지의 모습은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자신을 숨기고 나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만화책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신지의 모습은 마치 한참 사춘기 청소년이 어른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가진 아이였다. 오히려 TVA의 신지 더 어른다웠다. 아이가 아이답지 못함에 따라 왠지 모르게 카메라의 시점에서 본다면 “짜증이 밀려오는 녀석” 같았다.

 

그런 요소에서 TVA에선 왠지 회피하는 신지라면 만화책에서는 회피보단 그저 반항을 하는 것이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본래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반항하는 아이들은 반항의 수단으로서 일탈과 탈선, 지시에 어긋나는 행동 그리고 침묵과 회피 등이 있다. TVA에서는 신지는 일탈하는 모습을 보여주나 그런다고 그 자신이 일탈에 대해 반항으로서 의미보단 차라리 회피로서 가까운 모습이다. 이른바 도망치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에서 말이다. 만화책에서 보이는 신지는 왜 이리 도망친다는 느낌보다 반항하는 이미지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원작인 애니메이션과 달리 만화책에서는 작가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관념이 강하게 들어간 것이 분명하다. 나중에 <신세기 에반게리온> 만화책 단행본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작가인 사다모토 요시유키에게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어린 자신을 남겨놓은 채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신지가 느끼고 있는 강한 억압감이 작가에게 크게 다르게 느끼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래도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같이 스토리를 전개하므로 두 가지 연계성을 가지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작가가 주인공에게 가지는 입장 차이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알 수 있다.

 

이야기 주요 내용은 신지가 중학교에 전학하여 처음 전학생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그가 에바 초호기 조종사란 것이 학교 내에서 알려지면서다. 제3사도를 무찌르면서 초호기가 도시를 파괴했는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생겼고, 그 부상자가 같은 반의 토우지의 여동생이었다. 여기서는 주호라고 되어 있으나 토우지는 교복 대신 츄리링을 읽고 다니며 사투리를 사용하고 다소 말을 거칠게 하는 소년이다. 하지만 여동생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좋은 오빠였다. 집에 가도 부모님이 계시지 않기에 홀로 남은 여동생을 보살피는 도중 지난 전투에서 일어난 충격으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이다.

 

신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당연히 고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신지에게 주먹을 휘둘렸으나, 문제는 신지의 태도다. 보통 동급생에게 한 대 맞으면 저항하여 같이 주먹다짐을 할 것이나, 신지는 오히려 토우지보고 옥상 위에서 자기를 떨어뜨리고 싶으면 하라고 한다. 신지는 토우지에 대하여 진심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그저 피상적인 관계로 대할 뿐이다. 인간관계에서 특히 동급생 관계에서 다툼이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분명하다. 친구관계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옆에 있다가 친해지는 경우가 있으나 가끔 서로 주먹다짐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한 번 상대방과 마음을 진심으로 내놓을 수 있을 때 본심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지는 그런 것을 거부한 점에서 너무 아이 같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회피하는 방법은 어른들의 세계에 흔히 있는 일이다. 피곤하고 복잡한 일에 귀찮게 되지 않도록 그저 슬쩍 발을 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동급생에게 그런 신지였으나 막상 위에 어른들에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반항하고 신경질적으로 대할 뿐이다. 신지가 미사토의 집에 기거하게 되면서 미사토의 방에 들어가게 되고, 그때 우연히 미사토가 기록한 신지의 기록물이 있었다. 신지는 그것을 미사토가 자신에 대해 인간관계가 아니라 그저 도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화가 났다.

 

그래서인지 이번 단행본에서는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반항적 태도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사실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신지는 미사토에게 그렇게 엄마처럼 해달라는 응석을 부리지 않았다. 만화책에서 가능한 이유는 안노 히데아키와 달리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아버지 없이 어머니 아래서 힘들게 성장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사다모토 요시유키 나름 이카리 신지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TVA <신세이 에반게리온>에 대해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등장하는 인물 모두 자신을 투영했다고 한다.

 

이카리 사령관이나 신지나, 레이, 그리고 아스카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만화책은 신지와 이카리 사령관 쪽으로 더 치중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레이 역시 중요한 인물이다. 어째든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가족과 친구 등의 인간관계 전반적이라면 사다모도 요시유키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가족 중심적인 갈등이 강하게 그린 점은 분명하다. 토우지의 분노가 강렬한 이유 역시 여동생 사쿠라(<신극장판 에반게리온 Q>에 등장하는 의무담당관)의 부상이었다.

 

신지에게 여동생의 부상으로 자신을 때린 토우지, 자신을 그저 도구로 보고 있다고 생각되던 미사토에 대해 반항적 요소가 제4사도 격퇴에서 나온다. TVA에서 켄스케와 토우지의 탑승은 미사토의 명령에 의해 실행되었으나, 만화책에서는 신지 스스로 의지에 의해서였다. 게다가 사도에 대해 신지가 달려드는 이유는 신지가 사도격퇴라는 어른사회의 강압적인 명분에서 생겨난 강박관념이라면, 만화책에서는 미사토에 대한 반항의식이었다. 신지는 사실 미사토가 자신의 집에 살자고 했을 때,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 기록물을 보고 나서 상심했다는 점이다. 그런 신지가 네르프에서 나가려고 했을 때, 미사토는 오히려 신지에 대해 책망하기보단 신지가 그런 마음에 에바에 타는 것은 바르지 못한 것이며, 다시 시골로 돌아가는 것이 신지에게 좋겠다고 한다. 신지는 그때 비로소 미사토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깨달았으나 상황이 너무 늦었으며, 미사토가 왜 신지가 반항적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찾아온 토우지와 켄스케에 의해 그 의미를 알았고, 신지를 찾아간다.

 

신지에게 찾아간 미사토가 신지를 다시 위로하고 안정하게 해준 것은 펜펜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펜펜을 데리고 온 것과 신지를 데리고 온 것은 “줄곧 혼자서 생활했었어.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지쳐서 돌아왔을 때, 날 반겨주는 누군가가...가족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와 함께 신지에게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신지는 원래 자신이 오던 곳에 가기 싫다고 한다. 신지가 원래 있던 외갓집, 그곳은 신지에게 좋은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신지가 아무리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일만 한다고 해서 저 정도로 비뚤어진 이유는 그쪽 시골 가족들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신지의 성격이 저렇게 소극적이면서도 반항적인 아이로 된 이유는 제대로 된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신지가 다시 시골로 돌아가더라도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네르프에 있는 것보다 더 괴로울 수도 있다. 신지가 네르프에서 초호기를 타는 것이 괴로워도 견딜 수 있는 것은 바로 미사토의 진정한 고백이었다. 가족처럼 같이 살아보자는 의미, 그리고 혼자인 것은 신지만이 아니라 집에 돌아와 아무도 없이 지쳐 있는 미사토 역시 그렇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고, 가족이 필요한 이유도 역시 그렇다. 토우지 역시 가족이 소중하기에 신지에게 그런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면 가족이란 것은 혈연적인 관계보다 더 소중한 가족관계가 바로 유대감이란 것이다. 유대감 요소에서 신지와 미사토의 관계를 보면 서로에 대해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혈연관계가 더욱 진한 유대의식을 가지겠지만, 아들인 신지를 멀리 친척집에 맡기고 네르프에만 빠져있는 이카리 사령관을 보면 반드시 혈연관계라고 해서 가족이 유대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유대의식은 혈연이든 아니든 서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목적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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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소년 4
임진주 지음, 임애주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금지소년 4권을 받아보는 순간 나는 다시 내 눈에 비추어진 일러스트를 보면서 환호했다. 그것은 포푸리 소녀를 리본 끈으로 묶는 신류아의 모습이었다. 검은 긴 흑발을 가란이 늘어뜨린 것에서 왼쪽 머리에 왕관을 쓰고, 하얀색 속옷을 입으며 마치 포루리 소녀를 가지고 노는 여왕의 모습이었다. 딱히 나는 사디즘이나 마조히즘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나, 다소의 페티시즘의 경향이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여자의 특정 신체 내지 혹은 의상, 또는 특정 부위나 행동에 집착하게 되는 마련이다.

 

하얀 장갑과 하얀 스타킹, 그리고 코르셋 세트는 매우 매혹적인 일러스트였다. 게다가 여성작가이기에 해부학적 구조에서 골반이 매우 넓게 그려 넣은 것이다. 다행히 이번 일러스트에서 포루리 소녀의 허벅지 위쪽은 신류아처럼 굵지 않고 약간 가늘게 그려졌다. 남자는 다리가 일자형이라 골반이 넓지 않기에 그렇다. 신류아의 골반은 스타킹이 허벅지 아래쪽까지 올라가서 그 허벅지의 맨살이 코르셋의 아래에서 허리와 히프의 라인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매혹적인 여성을 일러스트에 남겨놓은 것이다. 작품 일러스트 표지에서 보인 것처럼 항상 신류아가 포푸리 소녀 즉 나운이에 대해 리드하는 것에 반해 내용은 조금 반대로 되어 간다. 단순히 가지고 장난치면서 즐기기 위한 포박보단, 진짜 상대방을 원하는 점에서 리본을 포푸리 소녀에게 돌린 것이다. 물론 포푸리 소녀의 의상도 주목해야 한다. 전형적인 하얀 앞치마에 메이드의상이 중요하며, 신류아가 묶은 리본 끝이 포푸리 소녀의 이마에 장식처럼 되어 있는 셈이다.

 

상대방을 붙잡는 리본이 상대방을 괴롭히는 의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귀엽고 소중하다는 의미가 여실히 잘 보인다. 포루리 소녀의 디자인에서 가장 잘 봐야하는 점은 마법의 봉이다. 지금 포푸리 소녀 즉 나운이가 아닌 여자의 모습으로 변형된 점에서 신류아는 나운이란 남성적 요소보단 나운이의 여성적 요소에서 많이 이끌린다는 점이다. 그것은 4권에서 잘 나온다. 나운이가 운 좋게 받은 놀이공원 티켓을 들고 신류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신류아가 허락하자는 모습이 나온다.

 

보통 사람과 달리 나운이는 솔이야, 오빠가 해냈어!”라고 외친다. 이를 들은 신류아는 나 참, 데이트 신청해 놓고 바로 동생을 찾다니.. 멋없긴..”이라고 생각한다. 나운이가 옥상에서 환호의 외침을 옥상 문 뒤편에서 모두 듣고 있었다. 오로지 동생만 바라보는 나운이기에 이때까지 신류아의 무서운 숙제를 모두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양날의 검처럼 데이트 신청을 받는 여성이라면 그 신청하는 남자에 대해 시스터콤플렉스라고 여길 것이나, 처음부터 생계의 부담으로 시작된 일인 만큼 나운이의 약점을 알기에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금지소년 4권의 전반적 내용은 3권에서 지수와의 수영경기에서 지수의 수영복이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경기가 중단되려고 했으나, 포푸리 소녀가 지수의 몸을 가려준 채 수영장 골인까지 같이 인도해준다. 나름 3권에서 보이던 긴장되는 요소를 더 이끌어가기보단 포푸리 소녀의 상대방 끌어안아주는 방법으로 조용히 승리를 거둔다. 이때 지수의 동생은 포푸리 소녀의 헌신적 모습을 보고, 또한 예전에 자신에게 매우 헌신적인 누나를 생각하며 성장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단지 나운이는 여자이면서 여자를 사귀는 지수에게 키스를 당해 생애 첫 키스를 빼앗기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결말로 이어진다. 결국 남자인 나운이라는 소년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계속 변장한 포루리 소녀의 모습으로 해결한다. 포푸리 소녀의 모습은 3권처럼 마치 엄마와 같은 마음이다. 그런 포푸리 소녀의 입술을 지수가 빼앗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보면서 놀라고, 특히 옆에 있던 신류아도 매우 놀라는 표정이다.

 

나운이가 남성, 즉 이성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신류아도 은근히 신경쓰게 되는 것이고, 데이트 신청 때의 그 아쉬움 역시 나운이를 어느 정도 남성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데이트가 신류아는 기대되었다. 도도한 재벌의 아가씨, 모든 외모와 지식을 넘어 공주이던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즐기지 못한 과거에 있기에 비뚤어진 인격을 가진 장면이 나온다. 또한 그녀는 어린 시절 유원지에 갔다가 납치당한 적이 있어서 이때가지 제대로 외출하지를 못했으며, 여러 가지 신분적 상황과 가족의 내력에 의해 상당히 압박을 받는 생활을 한다.

 

인간이 가해자로서 되는 이유는 그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쌓여 있는 불만과 억압 그리고 그것을 내색하지 못하는 자신의 가면 속에서 본인의 감정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나운이었다. 남자로서 사랑스럽지는 못하나 후배로서는 매우 편하면서 즐거운 존재, 그렇기에 놀이공원의 데이트는 신류아가 기존에 보통 사람이라면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등장하는 법이다. 도대남과 우연히 만남 포푸리 소녀는 그동안 도대담이 자신을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같이 데이트를 하자고 하여 처음에 주말 중 토요일은 도대남, 일요일은 신류아로 계획했으나, 알고 보니 일자 모두 같은 날이었다. 본래 이 만화책의 장르가 학원러브코믹이란 점에서 더블데이트는 하나의 플롯에 가깝다. 나운이에서는 신류아, 포푸리 소녀에서는 도대남, 아슬아슬한 더블데이트만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나, 작품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작품을 보면 새로운 캐릭터인 신수라가 나오는데, 신류아에 대한 강력한 불만과 증오가 살아있는 점에서 그는 아마 신류아와 더불어 신성그룹 후계자 문제가 걸려있을 확률이 높다. 4권에서는 배경적 요소가 학교와 가게를 지나 신류아의 본가와 놀이공원 범주가 확대되었다. 학교에서의 학생과 가게에서 점원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 더 넓은 사건과 배경을 열어주는 셈이다. 만약 포푸리 소녀가 계속 신류아에 의해 휘둘리게 된다면, 그 최종적인 보스는 신류아의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그 열쇠는 신수라에게 잡혀있는 신류아의 구출이다.

 

신수라는 분명 신성그룹의 후계자 관계에서 신류아에게 큰 원한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납치의 이유는 후계자로 통해 현금을 바라는 것과 또는 권력다툼의 원인이 크다. 위험에 빠진 신류아를 위해 나운이는 이때까지 포푸리 소녀로 더블데이트를 하던 도대남에게 찾아가 신류아를 구해달라고 한다. 아직 포푸리 소녀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가장 포푸리 소녀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도대남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혀지면 엄청나게 곤란한 나운이지만 신류아를 위해 달려간다.

 

평소 성격 좋고 시원한 스타일인 도대남은 만능 운동가이나 평소와 달리 이번만은 달랐다. 그의 속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포푸리 소녀의 변신은 나운이의 여장도 있으나, 중요한 것은 안경이란 점이다. 안경의 매개로 나운이와 포푸리 소녀의 모습이 달라지고, 일러스트 표지에서도 나운이와 포푸리 소녀가 두 손을 마주잡는 포즈 역시 안경의 착용에 있다. 도대남의 그런 속성적 변신요소는 머리스타일이었다. 앞머리를 항상 뒤로 넘기던 그의 헤어스타일이 납치범에 의해 앞으로 넘어오자 그의 두 눈에서는 매우 강한 분노를 보인다.

 

아마 5권을 보게 된다면 도대남이 날뛰는 모습과 신류아를 납치한 신수라의 음모가 밝혀질 것이다. 단지 조금 걱정되는 것은 여자의 얼굴과 머리카락은 매우 소중한 것인데, 나운이의 얼굴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는 것이다. 얼굴에 상처 입은 포푸리 소녀에게 가게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렇게 완독 후에 스토리작가가 그린 CROSS WORLD에서 여전히 신류아의 대담한 여왕근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남체화된 신류아가 원래 신류아에게 맞게 되자 나운이를 평소 때리고 괴롭히고 울리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 그러자 원래의 신류아는 갑자기 각성하면서 나운이를 혼내는 상상을 하면서 흥분해 한다. 물론 나운이는 조금 걱정되면서도 은근히 즐기는 상상을 하게 된다. 항상 이 후기에 나오는 만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작가 분도 금기에 대한 도전의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그것을 더욱 실감나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블로그에서 아오이 계통인 <리미티드-다섯번의 금기>를 연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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