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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드레날린(ADRENALIN) 04 ㅣ 아드레날린(ADRENALIN) 4
이정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평점 :
4권을 보면 조금 이상하게 시작한다. 3권에서 희용이가 렌에게 납치된 점과 아델리아가 강력한 뱀파이어의 힘을 보여준 이유는 바로 희용이의 피라는 점에서 뱀파이어 엘프인 렌은 희용이의 피를 시험 삼아 마셔본다. 그러나 강력한 뱀파이어 엘프는 오히려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갑자기 소환되어 버린다. 소환된 곳은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엘프나 정령 그리고 요물들이 사는 환상의 세계, 이른바 웰치아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때까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던 랄프도 이상한 악마의 모습으로 보인다.
여기는 모든 존재가 원래 모습으로 드러나는 곳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란 일행들이 모두 정신적으로 충격에 빠질 때 갑자기 생각난 인물이 있었다. 아델리아의 심복인 로이스가 여기 세계에 존재할 것이란 점이다. 희용이의 피를 조사하기 위해 먼저 이세계에 간 것으로 되어 있기에 충분히 구출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희용이었다. 희용이는 혼자 낯선 곳에 떨어지다가 우연히 만난 수인 소녀에게 안경을 빼앗긴 채 방황하다가 수인소녀의 오빠의 도움으로 구출을 받는다.
도착한 곳은 수인들의 마을, 촌장은 인간의 얼굴 대신 완전히 개와 비슷한 얼굴을 가져서 희용이는 촌장의 얼굴에 가면을 쓴 줄 알고 얼굴을 위로 당기는 것과 운 좋게 찾아온 란도 역시 촌장을 보면서 머리를 한 대 쥐어박는다. 그리고 희용에게 하는 소리가 “괴물은 물리쳤으니까 그만 가자.”라고 한다. 희용이가 맞는 것에 아무리 익숙해도 주먹 한 대에 촌장을 기절시킨 란의 주먹 힘이 너무 강한지 란의 일행은 모두 감옥에 갇힌다. 1권에도 재혁이가 란을 함부로 건들면 안된다는 말을 했는데, 그 위력이 4권에서 확실히 나온다. 아니 중간마다 싸움을 하는 모습에서 나온다. 뱀파이어에 물린 인간은 보통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체력을 가진다는 점이 특이했다.
대신 분명 여자로 태어나서 본능적 기질에서 여자로 보이나 말투는 여전히 험악하고, 그 말투에 실망한 일행들은 란의 머리를 발로 차서 쇠창살에 볼이 엉망이 되도록 밟는 장면은 역시 작가가 미소녀 망가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어째든 란 일행이 웰치아에 온 이유는 렌의 신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촌장이 알게 되자, 뭔가 짚이는 얼굴을 보이며, 상황은 렌이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1권과 2권에서 분명 랄프와 로이스가 대립하는 장면이 나오나, 4권에서는 싸우기 보단 그저 방목하는 태도를 보인다.
뱀파이어 엘프인 렌이 아델리아의 의식을 방해하는 이유는 단순히 적을 제거하는 것보다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랄프가 뱀파이어 일족에서 렌의 신변을 보는 것을 거부당할 때 이 역시 작가의 오류가 등장한다. 악마 중에서 인큐버스와 서큐버스 차이가 있는데, 인큐버스는 남자고, 서큐버스는 여자이다. 랄프는 남자이기 때문에 인큐버스이지 서큐버스가 아니란 점이다. 1권에서 예선이 15세에 차를 몰아대는 설정 역시 이치에 어긋난 부분에서 작가의 세심한 연출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그렇게 랄프와 로이스의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희용이의 피가 어떤 것인지 나오는데, 여기서 아델리아에 대한 비밀까지 나온다. “완벽한 악을 지니고 태어나는 뱀파이어 황족의 혈통과는 틀리게 아델리아님은 불완전 악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이 소년의 혈액은 아델리아 님의 그 불완전한 악을 완벽하게 맞춰주는 나머지 조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완벽한 악을 지니고 있는 순수혈통, 혹은 수수혈통이 아닌 불순 뱀파이어들에겐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라는 비밀이 풀린다.
뱀파이어 엘프인 렌에게 치명적인 독이고, 소멸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렌의 죽음에서 다소 신화학적인 요소가 드러나는데, 웰치아는 이른바 아귀계, 괴물들이 존재하는 곳이고, 인간계와 아귀계는 분리된 공간이다. 차원의 벽이 가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을 연결하는 것이 요정계라는 점에서 요정이란 존재는 인간의 자연적인 신앙요소에서 애니미즘 내지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정령적 존재이기에 인간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많다. 진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요정 내지 정령이란 존재는 인간의 고대의 주술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점이다.
신이의 요소에서 제일 가까운 존재가 엘프다. 엘프와 관련하여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법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문학 등에서 보이는 것도 다 그런 연유다. 그런데 요정이 웰치아 주민에게 포획당해 멸종위기에 처하고, 그 요정이 없다면 웰치아의 주인이면서도 인간의 피를 양식으로 하는 뱀파이어에겐 치명적인 위험이었다, 그래서 엘프 왕족을 영원불멸한 뱀파이어로 변신시켜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뱀파이어 황족인 아델리아가 인간세계에 눌러 있는 점에서 그녀는 인간을 공격하면서 피를 마시고 싶지 않은 것은 절대적 악이 아닌 불완전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희용이가 <아드레날린>에서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단 하나의 사건의 열쇠라고 보는 것이 좋은 부분이 이 장면이었다. 약간의 사연을 지닌 촌장과 렌, 지난 과거보단 렌의 상황에 집중한 촌장은 어떤 물건을 란에게 주고, 뱀파이어의 성에 향하게 한다. 그리고 1시간이 걸린 주문으로 통해 인간계에 돌아온 일행들은 아델리아에게 보고하자, 아델리아 스스로 웰치아로 가게 된다. 아델리아는 인간계에서 웰치아로 가게 돼서 뱀파이어 엘프인 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100번째 희생인 희용이를 제물이 되지 않게 되는 점은 남자인 그녀들이 원상복구 되는 것이 불가능한 점이다. 아델리아의 의식을 하지 않아 모두 남자로 갈 수 없는 점이다. 이때 1주일간은 모두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고, 희용이는 아르바이트를 구해 마음 편하게 지낸다. 이때 란이 모두에게 여자로 사는 것에서 문제 있냐 말에 모두 곰곰이 생각하더니 없다고 한다. 인간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인가? 샤론은 5년이나 되었고, 예선과 메이는 이미 스타모델이기에 아쉬울 부분도 없었다.
그리고 마리는 이미 그래 살기로 결심했기에 문제없다. 란은 혼자 상념에 빠진다. 란이 처음에 희용이를 내쫓으려고 하는 이유는 마지막에 나온다. 어린 시절 부모님도 모르고, 할머니 밑에 자라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친척집에 몸을 맡기게 된다. 문제는 그 친척이 장례식에서 큰 소리로 “우리가 왜 저 애를 맡아야 해요! 어차피 입양해서 키운 아이였잖아요! 근본도 모르는 애를 키워야 해요!” 라는 부분이다. 집에 오면 작은 엄마는 란을 차갑게 아주 잔인하게 대했다. 성적표가 모두 수인데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1권에서도 별로 좋은 학교도 아닌데도, 란은 전국 1등이었다.
회상하면서 남자로서 “다시 작은 아버지 댁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게 나을지 몰라.”라고 생각한다. 장면에서 예선과의 앙숙이라는 것에서 예선의 모습이 나오지 않고, 마리, 메이, 샤론만 나오고 희용이는 꼽사리로 나온다. 역시 연애 장르와 전혀 상관없이 마무리를 짓는다. 어차피 희용이는 제물대상이란 점에서 별 의미 없이 끝난다. 작품을 보면 처음에 희용이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 주인공은 란이었다는 점이다.
작품 마지막을 보면 아델리아가 다시 복귀하고, 그 후에 렌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렌이 돌아온 이유는 아델리아의 복수를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작품을 전반적으로 보면 렌은 아델리아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아델리아가 뱀파이어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덕분에 란은 ‘ 밥 맛 없는 가시나!’란 표정으로 렌을 가리킨다. 작품 끝까지 보면서 이야기 구조가 엉성하여 딱히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단지 소년챔프라는 만화잡지에서 남자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까지 즐기는 만화책에 여성작가가 캐릭터의 그림체를 조금 퀄리티를 높인 점과 다소 페티시즘적인 요소를 그린 점에서 조금 새롭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내가 재밌게 보고 있는 <금지소년>과 같이 여성작가가 그리고, 다소 TS적인 장르에서 남자의 시선을 자극하는 그림체를 연출한 점에서 조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에 만화라는 것은 남자아이의 전유물이고, 대부분 작가가 남자였으나, 최근에는 여자들도 많이 보고 여자작가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남자가 보는 관점과 여자가 보는 관점에서 만화가 다른 재미를 볼 수 있다. 남자가 알 수 없는 그런다고 여자도 알 수 없는 그 뭔가의 상황연출과 표현연출이 가능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