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드레날린(ADRENALIN) 04 아드레날린(ADRENALIN) 4
이정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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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을 보면 조금 이상하게 시작한다. 3권에서 희용이가 렌에게 납치된 점과 아델리아가 강력한 뱀파이어의 힘을 보여준 이유는 바로 희용이의 피라는 점에서 뱀파이어 엘프인 렌은 희용이의 피를 시험 삼아 마셔본다. 그러나 강력한 뱀파이어 엘프는 오히려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갑자기 소환되어 버린다. 소환된 곳은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엘프나 정령 그리고 요물들이 사는 환상의 세계, 이른바 웰치아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때까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던 랄프도 이상한 악마의 모습으로 보인다.

 

여기는 모든 존재가 원래 모습으로 드러나는 곳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란 일행들이 모두 정신적으로 충격에 빠질 때 갑자기 생각난 인물이 있었다. 아델리아의 심복인 로이스가 여기 세계에 존재할 것이란 점이다. 희용이의 피를 조사하기 위해 먼저 이세계에 간 것으로 되어 있기에 충분히 구출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희용이었다. 희용이는 혼자 낯선 곳에 떨어지다가 우연히 만난 수인 소녀에게 안경을 빼앗긴 채 방황하다가 수인소녀의 오빠의 도움으로 구출을 받는다.

 

도착한 곳은 수인들의 마을, 촌장은 인간의 얼굴 대신 완전히 개와 비슷한 얼굴을 가져서 희용이는 촌장의 얼굴에 가면을 쓴 줄 알고 얼굴을 위로 당기는 것과 운 좋게 찾아온 란도 역시 촌장을 보면서 머리를 한 대 쥐어박는다. 그리고 희용에게 하는 소리가 “괴물은 물리쳤으니까 그만 가자.”라고 한다. 희용이가 맞는 것에 아무리 익숙해도 주먹 한 대에 촌장을 기절시킨 란의 주먹 힘이 너무 강한지 란의 일행은 모두 감옥에 갇힌다. 1권에도 재혁이가 란을 함부로 건들면 안된다는 말을 했는데, 그 위력이 4권에서 확실히 나온다. 아니 중간마다 싸움을 하는 모습에서 나온다. 뱀파이어에 물린 인간은 보통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체력을 가진다는 점이 특이했다.

 

대신 분명 여자로 태어나서 본능적 기질에서 여자로 보이나 말투는 여전히 험악하고, 그 말투에 실망한 일행들은 란의 머리를 발로 차서 쇠창살에 볼이 엉망이 되도록 밟는 장면은 역시 작가가 미소녀 망가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어째든 란 일행이 웰치아에 온 이유는 렌의 신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촌장이 알게 되자, 뭔가 짚이는 얼굴을 보이며, 상황은 렌이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1권과 2권에서 분명 랄프와 로이스가 대립하는 장면이 나오나, 4권에서는 싸우기 보단 그저 방목하는 태도를 보인다.

 

뱀파이어 엘프인 렌이 아델리아의 의식을 방해하는 이유는 단순히 적을 제거하는 것보다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으로 보였다. 여기서 랄프가 뱀파이어 일족에서 렌의 신변을 보는 것을 거부당할 때 이 역시 작가의 오류가 등장한다. 악마 중에서 인큐버스와 서큐버스 차이가 있는데, 인큐버스는 남자고, 서큐버스는 여자이다. 랄프는 남자이기 때문에 인큐버스이지 서큐버스가 아니란 점이다. 1권에서 예선이 15세에 차를 몰아대는 설정 역시 이치에 어긋난 부분에서 작가의 세심한 연출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

 

그렇게 랄프와 로이스의 대화를 나누는 부분에서 희용이의 피가 어떤 것인지 나오는데, 여기서 아델리아에 대한 비밀까지 나온다. “완벽한 악을 지니고 태어나는 뱀파이어 황족의 혈통과는 틀리게 아델리아님은 불완전 악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이 소년의 혈액은 아델리아 님의 그 불완전한 악을 완벽하게 맞춰주는 나머지 조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완벽한 악을 지니고 있는 순수혈통, 혹은 수수혈통이 아닌 불순 뱀파이어들에겐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라는 비밀이 풀린다.

 

뱀파이어 엘프인 렌에게 치명적인 독이고, 소멸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렌의 죽음에서 다소 신화학적인 요소가 드러나는데, 웰치아는 이른바 아귀계, 괴물들이 존재하는 곳이고, 인간계와 아귀계는 분리된 공간이다. 차원의 벽이 가려져 있다. 그러나 그것을 연결하는 것이 요정계라는 점에서 요정이란 존재는 인간의 자연적인 신앙요소에서 애니미즘 내지 샤머니즘적인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정령적 존재이기에 인간생활과 밀접한 부분이 많다. 진짜 존재하는 것인가 아닌가의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요정 내지 정령이란 존재는 인간의 고대의 주술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점이다.

 

신이의 요소에서 제일 가까운 존재가 엘프다. 엘프와 관련하여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가 제법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문학 등에서 보이는 것도 다 그런 연유다. 그런데 요정이 웰치아 주민에게 포획당해 멸종위기에 처하고, 그 요정이 없다면 웰치아의 주인이면서도 인간의 피를 양식으로 하는 뱀파이어에겐 치명적인 위험이었다, 그래서 엘프 왕족을 영원불멸한 뱀파이어로 변신시켜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다. 뱀파이어 황족인 아델리아가 인간세계에 눌러 있는 점에서 그녀는 인간을 공격하면서 피를 마시고 싶지 않은 것은 절대적 악이 아닌 불완전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희용이가 <아드레날린>에서 주인공이라고 하기보단 하나의 사건의 열쇠라고 보는 것이 좋은 부분이 이 장면이었다. 약간의 사연을 지닌 촌장과 렌, 지난 과거보단 렌의 상황에 집중한 촌장은 어떤 물건을 란에게 주고, 뱀파이어의 성에 향하게 한다. 그리고 1시간이 걸린 주문으로 통해 인간계에 돌아온 일행들은 아델리아에게 보고하자, 아델리아 스스로 웰치아로 가게 된다. 아델리아는 인간계에서 웰치아로 가게 돼서 뱀파이어 엘프인 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100번째 희생인 희용이를 제물이 되지 않게 되는 점은 남자인 그녀들이 원상복구 되는 것이 불가능한 점이다. 아델리아의 의식을 하지 않아 모두 남자로 갈 수 없는 점이다. 이때 1주일간은 모두 정신이 나간 상태가 되고, 희용이는 아르바이트를 구해 마음 편하게 지낸다. 이때 란이 모두에게 여자로 사는 것에서 문제 있냐 말에 모두 곰곰이 생각하더니 없다고 한다. 인간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인가? 샤론은 5년이나 되었고, 예선과 메이는 이미 스타모델이기에 아쉬울 부분도 없었다.

 

그리고 마리는 이미 그래 살기로 결심했기에 문제없다. 란은 혼자 상념에 빠진다. 란이 처음에 희용이를 내쫓으려고 하는 이유는 마지막에 나온다. 어린 시절 부모님도 모르고, 할머니 밑에 자라다가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친척집에 몸을 맡기게 된다. 문제는 그 친척이 장례식에서 큰 소리로 “우리가 왜 저 애를 맡아야 해요! 어차피 입양해서 키운 아이였잖아요! 근본도 모르는 애를 키워야 해요!” 라는 부분이다. 집에 오면 작은 엄마는 란을 차갑게 아주 잔인하게 대했다. 성적표가 모두 수인데도 보려고 하지 않았다. 1권에서도 별로 좋은 학교도 아닌데도, 란은 전국 1등이었다.

 

회상하면서 남자로서 “다시 작은 아버지 댁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여기서 이렇게 사는 게 나을지 몰라.”라고 생각한다. 장면에서 예선과의 앙숙이라는 것에서 예선의 모습이 나오지 않고, 마리, 메이, 샤론만 나오고 희용이는 꼽사리로 나온다. 역시 연애 장르와 전혀 상관없이 마무리를 짓는다. 어차피 희용이는 제물대상이란 점에서 별 의미 없이 끝난다. 작품을 보면 처음에 희용이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 주인공은 란이었다는 점이다.

 

작품 마지막을 보면 아델리아가 다시 복귀하고, 그 후에 렌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렌이 돌아온 이유는 아델리아의 복수를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작품을 전반적으로 보면 렌은 아델리아를 미워한 것이 아니라 아델리아가 뱀파이어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덕분에 란은 ‘ 밥 맛 없는 가시나!’란 표정으로 렌을 가리킨다. 작품 끝까지 보면서 이야기 구조가 엉성하여 딱히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단지 소년챔프라는 만화잡지에서 남자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심지어 대학생까지 즐기는 만화책에 여성작가가 캐릭터의 그림체를 조금 퀄리티를 높인 점과 다소 페티시즘적인 요소를 그린 점에서 조금 새롭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내가 재밌게 보고 있는 <금지소년>과 같이 여성작가가 그리고, 다소 TS적인 장르에서 남자의 시선을 자극하는 그림체를 연출한 점에서 조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에 만화라는 것은 남자아이의 전유물이고, 대부분 작가가 남자였으나, 최근에는 여자들도 많이 보고 여자작가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남자가 보는 관점과 여자가 보는 관점에서 만화가 다른 재미를 볼 수 있다. 남자가 알 수 없는 그런다고 여자도 알 수 없는 그 뭔가의 상황연출과 표현연출이 가능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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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드레날린(ADRENALIN) 03 아드레날린(ADRENALIN) 3
이정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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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재혁이란 학교의 짱으로부터 시작이다. 뱀파이어에게 1번 물리면 바로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한 부분이나, 재혁이는 뱀파이어 엘프에게 물린 덕분에 몸에 이상이 생기고, 게다가 렌의 정체를 본 이유로 랄프에게 살해당할 위기에 놓인다. 운 좋게 도망을 치나,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란에게 가고, 그때 아델리아가 아무 생각도 없이 재혁의 목을 물면서 피를 흡혈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재혁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독은 독으로 해결하는 극단의 처방이라는 점이다.

 

아델리아는 배고 고파서 마셨다고 하나 피를 흡혈당한 재혁이에겐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본래 아델리아는 뱀파이어이면서 마성이 덜 들어간 뱀파이어이기 때문에 악의 없이 철부지 아이처럼 구는 것이다. 재혁이의 피를 마시고 “맛있다.”라고 말하는 부분은 정말 백치미의 극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델리아의 집에 사는 5명의 여자 모두 흡혈당한 이유로 남자에서 여자로 되었다. 본래 흡혈귀에 물리면 흡혈귀로 되는 것인데, 인간인 것이 더 좋은 것일까? 아무래도 괴물보단 인간인 여자가 좋은 것 같다.

 

재혁이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란은 재혁이를 데리고 사라지고, 남은 예선이가 희용이를 데리고, 이래저래 끌고 다닌다. 이때 분명 남자이나 쇼핑에 대한 본능적인 소비욕구에서 예선은 정신적 상태가 남자보다 여자에 가까워진다. 다소 관념론적 부분과 유물론적 부분이 서로 오고가는 점에서 약간 관념보다 신체적 조건에 가까운 형태가 후반에 가면 두드러지게 나온다. 그것은 희용이가 쇼핑에서 짐꾼 역할을 맡은 점과 햄버거가게에 들어가서 “햄버거 쪼가리 먹는 거보다 집에 가서 마리가 해 준 밥 먹는 게 훨 낫다아이가.”라는 점에서 원래 남자인 2명이라면 아마 동의했을 것이다.

 

햄버거 가게에서 보인 장면은 너무 억지스러운 연출이 흠인데, 미스터리 솔루션 닷 컴이라고 자칭 해결사들이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장면이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예선의 행동은 너무 부드럽지 못한 서사구조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들을 부르고 난 뒤에 그다지 스토리 전개에서 비중을 주지 못하고 개그요소만 부각한 점이 아쉬웠다. 예선이가 호출하여 학교에 나올 때 해결사보다는 엉뚱한 콤비로만 부각시켰고, 특히 안경 낀 여자는 희용이를 보면서 반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랄프를 보고 반했다고 한다.

 

해결사가 말하기에는 너무 설정이 어긋나 있는 것이 3권의 최악이라고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흡혈되는 사람들에 대한 사연이다. 희용이가 제물이 되어야 하는 점이 너무 심한 처사라는 것이다. 아델리아가 흡혈하지 않고 살기 위해 의식을 치루는데, 만월의 날에 100번째 의식에서 희생양의 피를 마셔야 한다. 이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물리면 모두 여자로 살아갈 뿐 죽지는 않으나, 그 100번째는 생명을 마리의 슬픈 얼굴에서 나온 것처럼 “의식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그 생을 마감할 지어다 되어 있습니다.”

 

아델리아에게 물린 후에 재혁이는 미소녀가 아니라 근육질에 무서운 인상을 가진 여자로 되자,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 받으나, 의식의 끝난 후에 원래대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했지만, 그 대가가 바로 재혁이의 죽음이란 말에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학교에서 소문난 악질 싸움꾼이 여자로 다시 변하면서 눈물을 흘린 점에서 이 작품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감수성의 차이를 구별하는 느낌이 들었다. 딱히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런 연고지도 없고 힘든 삶을 살아온 희용이에게 동정심을 가져주는 란의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타인에게 무관심한 것에 지나 괴롭히는 감정 없는 인간보다 더 좋다는 점이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어느 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별이 바뀌어버려 그것을 인식하는 그 느낌은 어떠할까? 예선이의 계략에 의해 란이 처음 여자로 될 때, 마리를 보면서 귀엽다고 여기고, 미소녀 모습에 옆집 아저씨처럼 걸으면서 허리를 긁어댄다. 화장실에서 자신이 여자로 바뀐 지도 모르고 꿈으로 여기고, 거울 앞에 미소녀가 보인데다 심지어 볼륨까지 좋자, 남자의 관념으로 자신의 가슴을 마구 만지는 모습은 과연 남자라면 저렇게 하겠구나. 라고 공감하는 부분이 좋은 듯하다. 특히 자신의 가슴을 보면서 코피를 흘리는 장면은 기가 막힌 부분이다. 15세에 물려 2년 동안 란은 적응이 덜 된 상태로 나온다. 제2차 성징기를 거친 후에 한참 성적 호기심이 강한 남자아이에서 여자아이로 된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 아닐까 싶다.

 

예선의 이야기에서 란은 “뭐, 그 뒤에도 가끔 샤워하기 전, 자기 몸매 감상하면서 헤헤 거리기도 했지만..”라는 점에서 관념적 부분과 유물적 부분의 뒤틀림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이 중에서 여자가 된 것을 후회하는 자만 있는 게 아니다. 마리의 경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새어머니를 모시게 되나,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일을 못하게 되고 그 이후 새어머니에 의해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이때 아버지는 마리를 겨울철 추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옷을 모두 덮어주고 대신 자신은 죽는다.

 

이때 아델리아를 만나고, 지난날의 모든 아픔을 버릴 수 없으나, 그것으로부터 초월을 위해 아델리아를 따르고, 흡혈당한 후에 여자아이로 살아간다. 가장 얌전하고 성격이 온순한 인물 역시 마리다. 여기서도 재혁이, 예선이, 란 모두 마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는 모습이 나온다. 약간 작품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점이고, 그 부분에서 가족에 대한 부분이 강하다. 1권에서도 희용이는 부모 없이 할머니 홀로 밑에 살아온 것과 재혁이도 이혼한 어머니가 실성하여 자기 눈앞에서 사고로 죽는 것을 봤다는 점이다.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집 쓰레기통에서 자기를 안고 있는 여자가 길가에서 죽은 실성한 여자란 점과 아버지가 방 혼자서 울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사연은 있고, 고통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아무리 타인이라 하여도 그냥 지나갈 수 있으나, 그것이 얼굴도 모르는 것도 아닌 바로 옆에 있는 타인일 경우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최종적으로 심적인 고통을 주는 이는 희용이다. 랄프와 렌은 희용이의 피에 비밀이 있다는 점을 감지하고 희용이를 납치한다. 납치당한 희용이를 구하러 가면서 3권은 끝이 나는데, 전반적으로 매우 서사전개가 불안정하고 어지러웠다. 캐릭터 설정까지 좋으나 해결사의 등장은 희용이가 납치당해 추적하는 일 외엔 아무런 중요한 역할이 되지 못함이 아쉬운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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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드레날린(ADRENALIN) 02 아드레날린(ADRENALIN) 2
이정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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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레날린> 2권을 보면 딱 한 번 제목과 어울리는 장면이 나온다. 본래 뱀파이어로서 란과 그 일행의 주인인 아델리아가 희용이의 피를 우연히 마시면서 발생한 일이다. 희용이의 피를 한 번도 마시지 않고, 그 동안 수혈된 피를 마신 아델리아가 이번에는 마시지 않아 렌에게 습격당한다. 그러나 위방에서 자고 있던 희용이가 밑으로 떨어지면서 아델리아의 몸에 닿였고, 우연히 로이스가 마법을 쓰는 악마로 변신하는 바람에 루이스는 희용이의 머리에 돌 파편을 날려 기절시킨다. 이때 희용이의 이마에서 나온 혈액이 아델리아의 얼굴에 떨어져 아델라는 희용이의 피를 마시게 된다.

 

평소 멍하니 가만히 있고, 바보처럼 있는 아델리아는 50년 동안 기다리온 어떤 의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의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에 렌이 방해한 것이다. 특별한 이유는 모른 채 급습을 당하자, 1권에서는 그저 여자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고, 희용이는 그저 바보같은 모습만 보이다가 2세력의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서사 전개로 보면 발단에서 전개로 넘어가는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희용이의 피를 마시자 아델리아는 매우 강력한 뱀파이어가 된다. 성격도 술이 들어가지 않은 이상 온순하나, 술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희용이의 피를 마시면서 마성이 깃들어 버린다. 순간적으로 렌과 그녀의 부하 랄프를 손쉽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희용이의 피가 이 작품의 키워드 중의 하나가 된다. 희용이의 피에 비밀이 있는 것을 알게 된 로이스와 렌은 희용이를 두고 2세력간 갈등이 시작된다.

 

그런다고 미소녀들이 나온다고 하여 하렘물이나 연애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희용이는 여전히 경상도남자의 특유의 사투리를 쓰며 순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작가가 여성이란 점에서 의아한 부분이 바로 다소의 서비스 장면이다. 흑백 일러스트 중간부분에서 란이 짧은 치마를 입으나 팬티부분이 보이거나 렌이 공격하는 장면에서 니삭스 위의 짧은 치마 아래로 팬티가 보인다. 전형적인 일본 모에요소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장면을 각도에 맞추어 정면과 로우앵글에서 잡았다는 것이 의아한 부분이었다.

 

렌이 도주하고, 집이 무너진 상태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에도 란은 희용이 옆에서 잠을 잔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 방이 3개 남은 상태에서 머리를 다친 희용이의 머리를 치료하고 간호하다가 희용이 옆에 자게 된 것이다. 문제는 17세의 소녀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발육상태이다. 희용이는 처음에 일어나자 란이 옆에서 자는 것이 놀라고, 일어난 란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윗부분을 본 것에 더욱 놀란다. 순박한 경상도 소년인 만큼 란을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샤론은 코웃음을 친다.

 

여기서 연애관계가 있을까라는 생각하지만, 결코 아니다. 작품을 보면 원래 란은 남자였고, 남자에서 여자로 변한지 2년이었다. 1권부터 여자지만 여자라고 인식하는 것이 불편한 소녀로 나온다. 단지 이상하게 인간은 정신적으로 본래 남자라고 육체적으로 여자로 되면 호르몬이나 무의식적 반응에서 남자 아닌 여자로서의 반응이 나온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권에서 희용이가 엄청나게 구타를 당할 때 도와주러 온 란은 분명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바로 여의고 할머니 밑에 자란데다가 왕따에 가난에 시달린 불쌍한 소년을 보면서 굳이 눈물까지 흘릴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또한 렌의 부하인 랄프가 악마남성인데, 란과 란의 앙숙인 예선이가 랄프를 보면서 반한 모습이 나온다. 분명 남자에서 여자로 다시 태어난 점에서 일상적으로 남자를 봐도 별 감정을 느끼지 않을 그(녀)들의 입장을 보면, 조금 작가의 개그설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라면 Anima라고 남성성 안의 여성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여자다운 여자는 최고의 미녀가 아니라 남자가 여성으로 변장하여 흉내 내는 남자이다. 그것은 남자가 가장 원하는 여성에 대해 상상 속에 존재를 현실적으로 모방하기 때문이다(장 보드리야르의 유혹에 대하여 인용문 참고).

 

이런 란 일행과 렌 일행의 전투가 끝난 후의 다음날, 란과 희용이가 학교를 가니 이상한 미소녀가 전학 오는데, 어제 온 그 뱀파이어 엘프와 닮았다. 하지만 키와 몸 사이즈가 달랐다는 점에서 의아함을 느끼나 알고 보니 희용이에게 접근하기 위해 온 것이다. 희용이의 피 속에 비밀이 있음을 알고, 미인계로 희용이에게 접근하나 막상 희용이는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렌이 처음 전학오자말자 돈으로 학교 이사장부터 시작하여 교사, 심지어 학생까지 모두 돈의 노예로 만들어버리자, 란은 무척이나 기분나빠한다. 게다가 희용이가 순진해서 렌에게 넘어갈듯 보이자, 란은 희용이를 발로 차버린다.

 

아무리 봐도 미소녀적인 모습이 아닐 뿐만 아니라, 게다가 남녀 사이의 질투심보단 자기 집에 쳐들어와 쑥대밭을 만든 것도 모자라 학교의 모든 사람들을 돈으로 포섭하여 교실 내에서 고립시킨 부분이 괘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희용이마저 옆에서 농락당하니 속에서 울화통이 터져 “아예 살림을 차려라”라는 말과 함께 킥을 날리는 란의 모습은 보통 만화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1권에 비해 다소 내용전개성이 잘 맞는 점에서 이 부분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그리고 란의 분노가 희용이보단 렌이란 사실은 샤론이 학교에서 권고휴직을 받고, 그 대신 예선이가 가면서이다. 예선이는 TV 아이돌이나 막상 학교에 가니 왕따가 되었다는 점과 그 원흉이 렌이란 사실에서 시비가 일어나자 역시 반 아이들에게 집단으로 왕따를 당한다. 그래도 역시 란의 분노는 치밀어 오른다. 어제 렌에게 희용이가 들은 말을 해보란 말에 희용이가 “하숙비 안 받을 거니까 자기네 집에서 살라 켔어예”라고 하자 란은 “가, 이 자식아!!” 하면서 희용이의 턱을 발로 찬다.

 

예선이가 희용이가 그렇게 맞는 것을 본 후에 “너 근데 정말 저 여자애 집에 가서 살 생각 있어?”라고 묻자 희용이는 “아? 아이라예. 지한테는 같이 살고 있는 분들이 지 가족이나 마찬가지라예. 그칸데 가족들을 놔두고 어케 떠나겠어예.”라고 대답한다. 희용이는 결국 그저 가족일뿐이란 사실에 <아드레날린>에서 희용이는 그저 맞거나 희생당하는 불쌍한 캐릭터로 나온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이 너무 순박한 인간이라 인간의 양심을 찔리게 하는 존재다. 처음 란이 희용이보고 집에서 나가라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학교에서 그렇게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이상하게 학교의 짱인 재혁이가 나오지 않는다. 재혁이가 학교에서 엄청나게 난폭해지는데, 그 이유는 뱀파이어 엘프인 렌에게 흡혈을 당했기 때문이다. 2권 마지막을 보면 흡혈당해 신체와 정신에 문제가 생긴 재혁이에게 랄프가 오는 것으로 끝난다. 아드레날린 성분이 분출되면 사람이 흥분하게 되면서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변한다. 1권에 비해 2권은 제목과의 일치성이 보이는 것이 특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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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드레날린(ADRENALIN) 01 아드레날린(ADRENALIN) 1
이정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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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보면서 미소녀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미소녀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한 재미가 있다. 그 재미라는 것은 아름답게 그려진 소녀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나 대사, 그리고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남자보다 더 끈질기게 싸우고, 성질도 더럽다는 점에서 말이다. 보통 만화책에서 미소녀들도 전사로서 나오는 장르가 나오는 것은 분명하나,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 전반에서 보이는 상황이란 점이다.

 

 

그런 스토리가 원래 남자인 인간이 여자로 나온다면 어떤 것인가? 한국에서 이른바 TS 장르 즉 trans sexuality라는 성전환이 소재로 된 만화는 그다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번에 내가 리뷰할 <아드레날린>이란 만화책은 바로 TS물에 대한 만화책이다. 아드레날린이란 것은 명사로는 척추동물의 부신 수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란 것이다. 인간에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 인간의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동공이 확장되는 경우가 있다. 흔히 신경가스를 마시거나 혹은 갑자기 놀라면 교감신경의 반응에 의해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촉진된다. 제목이 아드레날린이라고 하나 딱히 그 제목과 작품의 전개는 어울리지 않은 게 흠이다. 인간의 신경을 자극할 만큼 잔혹하거나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 섹시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망가지면서도 개그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작품의 초반은 부산 내지 경남지역에서 올라온 ‘선우희용’이란 남자아이로부터이다.

 

 

이름이 특이하여 주변에서 ‘성희롱’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남에게 미움 받는데 익숙하고, 게다가 순진하여 서울에서 눈뜨고도 코를 베어가는 세상에 딱 걸린다. 나이 17에 서울에 온 것은 지독한 가난이었다. 집에 할머니가 계시고, 그 밑에 자란 소년이 희망이 자신의 집에 없다는 것을 알고 서울로 왔으나, 소매치기로 오해받아 모든 돈을 다 털린다. 조금 상황설정이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전개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조금 기대되는 것은 월 2만원의 하숙집이다.

 

 

집이 상당히 고급인데, 모두 미녀만 있다는 것이고, 한 달에 피 2번을 수혈해주는 조건이다. 모두 환영하나 이상하다는 의심조차 하지 않은 희용, 게다가 우연히 화장실에 가니 엄청난 미소녀가 속옷차람에 자신의 가슴을 만지면서 이상한 행동을 한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도망치나 잡히고, 그 화장실의 미소녀가 란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도망치다가 우연히 문이 열리자 거기에 부딪히고 기절하고 만다. 기절하면서 할머니에 대한 꿈을 꾸자, 란이란 소녀는 희용이를 차마 이 집에 들이는 것은 내키지 않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모두 희용이가 집에 묵는 것은 바란다. 엄청난 미녀와 미소녀들이 왜 희용이를 집에 묵는 것을 바라고, 란이 희용이를 내쫓는 것을 방해한다. 작품의 의문은 바로 여기서 부터이다. 하숙생을 고급스러운 집에 월 2만을 그것도 시기는 2003년이라고 해도 당연히 의문이다. 오는 날부터 환영식에 말이다. 그런 의문 속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으려하나 큰 언니인 샤론에 의해 학교에 가는 희용이, 거기서부터 희용은 운이 없다. 가장 문제아 반에 가서 첫날부터 심하게 맞는다.

 

 

그래서 작품을 보면 거의 희용이의 수난시대로 보일까 싶으나, 중간마다 들어가는 란과 샤론, 그리고 터프한 모습을 상상을 초월한다. 희용이가 7반에서 맞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란이 학교의 짱에게 바로 주먹을 날리거나, 길거리에 어떤 남자가 치마를 올리자 실컷 때린 후에 밧줄을 온몸을 묶은 후에 발로 밟아 꼼짝하지 못하게 모습도 나오고, 후반에 등장한 안예선이란 아이돌 스타가 나오자말자 주먹다짐을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2000년대 초반부에 미소녀가 예쁘게 나오면서도 주먹질을 나누거나 욕을 험하게 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없는 점이다.

 

 

게다가 학교 싸움 1등도 옆에서 숨어볼 정도로 강력한 이 미소녀들의 행패에 우연히 이상한 꼬맹이가 들어온다. 이름은 ‘렌’, 귀를 보면 인간이 아니라 엘프처럼 생겼다. 란과 란 일행의 주인님이라 불리는 아델리아에게 불만이 있어 찾아왔기에 작품은 갑자기 희용이의 암울한 일상에서 전투모드로 변모한다. 작품의 서사를 전반적으로 보면 일관적인 흐름보단 갑자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작가가 여성이란 점에서 캐릭터들을 보면 다소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생기거나 의상도 그러하다.

 

 

특히 란이 남자일 때 우연히 아델리아에게 흡혈당해 여자로 변신할 때 상황에서 안예선의 모습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조금 의문이 드는 것은 외국 고급스포츠카를 타는 것은 좋으나 15살에 차를 몬다는 설정에서 약간의 상황적 리얼리티 부족은 피해갈 수 없는 한계점이었다. 작품은 현실적인 상황과 환타지의 세계를 다루기 때문에 아무리 환타지가 들어가도 현실의 설정만큼은 고려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캐릭터 설정에서 눈매와 얼굴표정, 게다가 의상은 보통 만화책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잘 설정했다. 그렇지만 캐릭터를 미디엄샷이나 클로즈업이 아닌 단순히 풀샷이나 롱샷의 경우에는 조금 대충 그렸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일일이 세세한 표현까지 할 이유는 없겠으나, 조금 그런 부분을 유념했으면 좋았는지 모른다. 작품 중간의 흑백 일러스트들을 봐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문제는 역시 박기수 교수님(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의 <애니메이션 서사구조와 전략>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사성이다. 이야기의 전개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에는 스토리작가와 작화작가가 같이 공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 보완작용을 하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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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아리 폴만 감독이 제작한 <바시르와 왈츠를>이란 영화를 보았다. 애니메이션 영상과 동시에 후에 실사영상으로 1982년 레바논에서 학살된 팔레스타인들을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화면 위로 나타났다. 인간이란 언제까지 이런 비극적 학살과 파괴를 멈추지 않은 것인가? 1982년 레바논 학살에서 이슬라엘 과격단체들은 이미 국제조약에는 안중도 없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길에 늙은 할머니는 울면서 통곡하고, 어린 아이들은 시체가 되어 주변에 파리만 맴돌고 있다. 제노사이드, 피를 말려가면서 한 종족을 말살시키는 극단적 행위에서 인류는 여전히 20세기의 극단의 시대를 거치어 21세기에도 폭력의 시대로 넘어가는가? 에릭 홉스봄의 <폭력의 시대>에서 20세기 후반의 미국과 소련의 냉소 이데올로기는 마무리되고 새로운 폭력이 등장한다. 차라리 냉전 이데올로기가 끝났다고 보는 것에서 탈(脫)이데올로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더 견고하고 탄탄한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것이다.

 

제3국에 해당되는 팔레스타인은 냉전주의 시대에서 미국과 소련 어느 쪽에도 가입하지 않은 이슬람 문

화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라고 하여 결코 냉전주의는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유대인들이 다시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기존에 팔레스타인들이 거주하는 구역이 혼란의 시기가 왔다. 본래 팔레스타인 사람이나 유대인이나 이스라엘 이전에 서로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존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보면 1948년 그 때의 혼란이 오기 전에 어느 노인은 당시 젊은 시절 유대인과 매우 친했다고 한다.

 

같이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고 집에도 놀러갈 정도라면 거의 친구가 아닌가? 그러나 왜 이들을 이렇게 분리해야 하는가? 냉전주의는 강대국들에게 약소국이란 하나의 전략적 도구가 된다. 1979년 소비에트 연방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를 도탄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에 소비에트 연방만 아니라 다른 강대국도 개입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쟁 후에도 내전이란 문제도 야기했다.

 

20세기의 약소국이란 강대국의 전쟁터였다. 혹은 그 강대국의 지배 권력을 위한 헤게모니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절대적인 악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좋은 하나의 수단임을 마키아벨리주의적인 정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 그런가? 마키아 벨리가 군주론을 적으면서 그에게 정치에 대한 수단을 알게 해준 것은 체자레 보르지아의 정치적 방법이었다. 전에 하워드 진의 <전쟁에 반대한다>에서 체자레 보르지아의 정치적 방법을 읽었는데, 참으로 기가 막힌다.

 

점령한 부지에 대한 주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처음에 매우 잔혹한 군인을 보냈다고 한다. 하도 잔혹하여 주민들은 자신을 점령한 세력이 아니라 어느 개인에게 불만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군인은 어느 날 몸이 두 동강이 난 채로 죽어 저잣거리에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의 문제도 그렇다. 테러가 일어나면 누가 했는지 왜 하였는지에 대해 조사를 한다. 그리고 테러집단의 대한 제압과 파괴는 반 테러리즘의 기본 목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 테러리즘 역시 테러리즘이다. 파시즘에 대항하는 안티 파시즘조차도 파시즘을 되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역사>에서 언급한 템페스트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템페스트는 어느 인물이 반란의 폭력을 피해 낯선 땅으로 가나, 그곳에서 그들은 오히려 그 곳 원주민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폭력에 의해 상처받은 이들이 다시 상처를 주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받은 피해의식은 각인되어 있으나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는 정당화한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숭고한 것으로 여긴다. 오죽하면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직도 구현되는 공시적인 신화의 세계에 있는가? 과학기술은 전투기가 계속 이륙하고, 초소형 무인항공기가 테러집단의 지도자를 폭사하는 기술에 이르렀는데도 말이다. 결국 인간들이란 자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적을 만드는 순간에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다. <팔레스타인>에서 놀라운 장면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비가 매몰차게 내리는 날에 어느 팔레스타인 소년을 발견한다.

 

소년에게 옷을 벗으라고 하면서 비를 맞도록 한다. 그것도 인상은 아주 험악하게 또한 비웃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 그 소년은 어느 기분이 들고 무슨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테러리스트의 탄생은 매우 간단한 공식이다. 테러리스트로 될 사람을 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다시 복수를 하기 위해 극단적 수단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존 사코가 보는 팔레스타인 세계란 그렇다.

그도 팔레스타인의 과격파에 대해 다소 위험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느낀 그곳 생활을 보면 왜 그렇게 되는지 구조적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조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보기보단 어느 일정한 시야로 보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보통 우리에게 적용된다. 존 사코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을 돌며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고 거기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본다.

 

교황이 나와 세계 평화를 외치고 있으나, 정작 평화는 자신 안의 평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줘야 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나 혹은 프랑스대혁명에서 폭력정치로 일삼아도 결국은 프랑스대혁명의 지도자인 로베스피에르를 생각해보자. 그는 자유라는 것은 자신들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의 배만 아니라 타인의 배도 같이 채워야 한다고 했다. 결국 자유는 타인과 조화가 필요하고, 인간의 최소한의 생존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그 세계는 평화롭지 못하다.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보면 생존문제가 심각하고, 조 사코 역시 화장실에 가는데, 추운 날에 그것도 비가 내리는데도 빗물을 맞으면서 대변보는 모습이 나온다. 그림에서 보이는 표현주의적 흑백들은 조 사코가 느낀 불편하면서도 참담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대부분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만나면 가족들의 비극사만 전해준다. 총에 맞아 죽거나 다치거나 혹은 불구자가 된다. 안타까운 부분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공격하는데, 최루탄 발사에 문 밖에 나온 아이에게 총을 쏘았는데, 그 총알이 아이의 머리에 맞았다.

 

어디에도 가도 치료받을 공간이 없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가야 의료장비가 있지만 몇 시간이 겨우 지난 후에야 병원에 갔고, 그나마 의사조차 오지 않아 결국 숨을 거두었다. 죽은 아이를 비오는 밤에 매장해야 하는 가족의 심정에서 그들은 복수 이외의 생각은 없다. 매장하면서 비참한 우울에 빠진 그들에게 비웃음을 날리는 군인들의 처사에 테러리스트는 처음부터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로 만들어지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조 사코가 주인공이 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한 본인의 모습에서 조 사코의 모습은 안경을 끼고 짧은 머리에 코가 매우 길고 입술이 두껍다. 마치 미지의 세계에 흘러온 천덕꾸러기처럼 묘사했다. 과연 그가 처음 올 때의 팔레스타인은 오해와 왜곡만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생각과는 다르다. 그것은 언론과 방송이란 미디어가 편집과 영상조합으로 충분히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 빌딩 테러사건으로 죽은 사람들의 입장을 비추어보면 분명 그것은 잘못 되었다. 하지만 민간인 마을에 떨어뜨린 폭탄과 군인들의 폭격은 그것 이상으로 나쁘다. 우리는 언제나 왜 이런 문제에 생겼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돌아와 유대인 여자친구 2명과 만난 조 사코는 이런저런 이슬람문화와 이스라엘에 대해 이야기하나, 그녀들은 평화를 원하고 좋아하나 다른 곳에 대한 평화와 관용은 부정한다. 보통 사람들이 이럴 정도이니 극단주의자에 대한 폭력성은 말하기가 곤란한 정도다.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고, 폭력과 억압의 역사다. 거대한 문명사회에 보이는 위대한 업적은 그만큼의 희생이 있었다. 영웅이 존재하면 영웅을 만들게 해준 희생자가 필요했다. 우리는 아직도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서 신화의 세계와 단절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차라리 원래의 신화가 존재하던 곳은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보나 지금은 파괴와 은폐의 조작을 위한 신화다. 조 사코는 그런 신화적 은폐에 숨겨진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암울한 색채로 자신은 풍자적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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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03-1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토박이시군요 !!!! 몰랐네요..ㅎㅎ

만화애니비평 2013-03-19 22:28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