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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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청년 조지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싱글이다. 변변한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직장 내에서도 딱히 친한 동료가 없으며 퇴근 후에도 만나는 친구가 있다거나 하진 않는다. 게다가 외모도 별볼일 없고 키도 작다. 그런 그가 카페의 여급 '나오미'를 알게 된다. 15세 소녀인 나오미는 카페 여급으로 일해야 할 정도로 집이 부유하지 않았고 배움도 짧았다. 그는 나오미가 예쁘게 자랄 것을 알아보았고 기대했고 그래서 자신이 잘만 서포트 해주면 하이칼라 예쁜 여성이 될거라 생각해서 그녀를 자신의 아내 삼을 생각을 한다. 조지는 나오미에게 이런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나오미도 좋다하고 나오미의 가족도 오케이해서 조지는 나오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나오미가 열다섯살 일때부터 둘이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성관계를 바로 한 건 아니지만 그 때부터 나오미의 목욕은 조지가 시켜준다. 그리고 2년후였나 같이 자고. 후.. 나오미에게 선생님을 붙여 영어도 가르친다. 나오미는 조지의 아내가 되었고 조지와 함께 자고 조지의 집에서 먹고 산다. 그러니까 조지가 없었다면 나오미는 교육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며 노동하지 않는한 먹고 사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오미는 조지가 바란대로 지적인 여성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육체적 아름다움만큼 대단한 여성이 되어서 트로피 아내를 간절히 원했던 조지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내가 나오미를 데리고 외출하면 다들 나를 부러워하겠지? 그러나 나오미는 자라면서 조지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는 조지에게 무조건 요구하고 조지는 결국 고향에 계신 (무조건 자신을 믿고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는)어머님께 돈을 달라고 하기에 이른다. 나오미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성적으로도 문란해진다. 조지외에도 여러 남자들과 잔다. 어린 시절에는 '나가' 라는 것이 나오미에게 협박이 되었지만 이제는 '나가' 라고 하면 '나갈게!'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는 나오미가 되었다. 문란한 나오미, 사치스런 나오미가 싫지만, 그런 나오미가 다시 나타나 맨 살을 힐끗 보여주면 또 부르르 떨면서 조지는 그 육체를 원하게 되고 그 앞에 무릎 끓고 우리 다시 부부가 되자고 애원하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의 뒷면에는 여러 매체의 추천사가 실려있는데 그 중 <타임스>지는 이 책에 대해 '여성에게 굴복하며 기쁨을 얻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성(性)과 결혼 문제를 이야기한 '동양의 D.H. 로런스' 라고 했더라. 이 책의 저자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탐미주의 소설가로 알려져있고, 이 책 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표현한다고도 한다. 그래, 다 알겠고, 다 틀리지 않다. 28세 직장인 남성 조지와 15세 가난한 소녀 나오미의 관계가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권력이 조지에게 있었고, 그래서 조지는 나오미를 협박할 수 있는 위치에도 있었다. 그러나 소녀 나오미가 성인 여성이 되어 육체적 아름다움을 갖게 되자, 조지는 엎드린 자세로 그녀를 말태우듯 태우게 해달라고 애원해야 하고 다른 남자들과의 성관계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를 원하는등, 그 관계에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와 헤어지지 않으려 하며, 상대적 약자의 입장이 된다. 권력은 어느 순간 나오미에게로 이동한다. 성적 매력이 가득한 나오미는 다른 남성들에게 언제든 이동할 수 있고 이제는 조지가 어떤 식으로든 붙잡기가 틀려버린 것이다. 조지의 약자화는 누가 부여한 것이 아닌 스스로 부여한 것이다. 나오미의 맨발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것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조지는 나오미 앞에 약자가 되지 않았을텐데, 약자가 되면서도 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그걸 인지하면서도 그 자리에 있고자 하는 그의 약자성은, 그의 다소간의 이상 성욕으로 인한 그 스스로가 부여한 약자성인 거다. 그 둘의 관계에서 어느 순간 권력은 나오미에게 생겼지만, 그러나 그 권력을 나오미에게 준 것은 세상이 아니라 조지인 것이다. 그 육체에 돌아버리는 조지. 여성의 육체에 대해 예찬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이 소설은 그러니 이 책의 뒷면에 실린 추천사들대로 피학적인 관계성을 말하거나 성과 결혼에 대해 얘기한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 틀리지 않다는 거다. 그래, 알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처음 읽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 책은 내게 '한없이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열등감 극복 실패기'로 읽힌다. 자, 보자.



이 책은 1925년에 일본에서 발표되었다.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192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이 소설을 탐미 어쩌고와 굴복 기쁨..이라는 평이 나오게 했을테지만, 나는 이 소설을 필연적으로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연결지을 수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내내 롤리타 생각이 났다. 게다가 롤리타와 흐름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롤리타가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보코프는 잊을만하면 '미성년자의 성착취는 어른의 보호가 없을 때 일어난다'는 것을 언급하기 때문이며, '그런 성착취가 없었다면 그 미성년자에게 완전히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조지는 사회적인 관계가 거의 전멸한 성인 남성이었다. 외모에도 자신이 없었고 친구도 없었고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회사에 출근해 월급을 받고 있지만 딱히 교류하는 인간이 없으니 돈도 차곡차곡 잘도 모았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싶어지고 마땅한 상대를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그 대상은 지독히 자연스럽게도


1. 나이가 훨씬 어렸고(심지어 15세)

2. 가난했고

3. 배움이 짧았고

4. 돌봐주는 어른이 없었다.


위의 네가지는 롤리타에게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돌봐주는 어른이 없을 때, 그 아이는 착취의 가장 우선순위가 된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조지는 제가 원한대로 나오미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목욕을 시켜가면서 밥도 먹이고 공부를 하게 해주고 그리고 섹스를 한다. 물론 '내가 나오미를 잘 키워서 내 신부로 삼고자 한다' 라고 했을 때, 나오미도 그리고 나오미의 가족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오미에게 이 일은 구원처럼 느껴진다. 나오미가 조지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조지가 '나가!'라고 하면 나오미는 잘못했다고 빌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집을 나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은 다시 카페의 여급으로 일하다가 성을 파는 일을 하게될지도 모르고 배움도 없을 것이며, 먹고 사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지는 그녀를 어린 신부로 삼을 수 있었고, 그런 모든걸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가!'를 협박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거다. 조지가 정상적인, 보통의, 건강한 성인 남성이었다면, '굳이' 어린 여자에게 '굳이'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애에게 구애를 할 필요가 없다. 조지가 자신의 '잘남', 자신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예쁜 하이칼라 여성'이 필요했는데, 지금 현재 자신의 상태로는 예쁜 하이칼라 성인 여성에게 말도 붙일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예쁜 하이칼라 성인 여성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가난하고 배움이 짧고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어린 여성이었던 거다.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 너무 찌질하고, 치졸하고, 열등감으로 들어찬 남성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어른이라고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소름이 끼친다. 단순히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여학생에게 접근하는 성인 남성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기사들을 보게 되는가. 1925년에 소설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인거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 성인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성인여성에게 매력을 어필해가며 애를 쓰고 마음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게 아니라, 가장 약자인 상태의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와야만 가능해지는 거다. 나도 '결혼했고', '아내가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 그는 동년배의 여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게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이미 가능해지는, '내게 이미 있는 자원(돈, 사회적 위치, 나이)'으로 충분히 조종할 수 있는 약자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 찌질한 조지가 꿈꾸는 미래라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나오미를 트로피처럼 옆에 대동하고 세상을 활보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쑥쑥 자란 나오미가 조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은 조지의 열등감 극복 '실패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애초에 보통의, 건강한, 상식적인 성인 남성이었다면, 물론 애초부터 이 관계가 시작되지 않았겠지만, 이 관계가 진행됨에 있어서도 이제 자란 나오미에게 속절없이 끌려가지 않을 수 잇었을 것이다. 나를 버리지 말라고, 지금처럼 다른 남자들을 만나도 괜찮다고, 이제 어른이 된 여성에게 굴복하는 찌질함, 그 찌질함을 결코 조지는 버릴 수 없고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이다. 조지가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을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가 자신보다 아주아주 약자일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대가 약자였을 경우에만 그녀의 육체를 탐할 수도 있고 협박이 먹힐 수도 있다. 상대가 이제 조금이라도 자원을 갖는 순간, 조지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세상 머저리 등신 쪼다 개멍충이 똥멍충이 조지로 돌아온다. 그의 열등감은 극복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자신을 좀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거나 성장시켜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고를 하지 못한채, 그저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해보고자 한다. 그러니 될 리가 없다. 가진 자원이 내내 그대로 일 수는 없다. 이미 가진 자원은 언제고 바닥나기 마련이고, 그런 상태로 자신의 열등감 그리고 찌질함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도대체 어떤 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다른 어린 여성을 찾는것? 그러기엔 고향 집 어머니 재산까지 다 털어버렸다. 이제 그는 개털이고 쓰레기이며 발전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는 세상 쓸모없는 성인 남성이 되어있다. 그는 그대로 멸망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조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년배에게 접근할만큼 자신을 당당하게 만들거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의지가 전혀 없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필히 멸망할 것이다. 찌질함과 열등감을 가지고 나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를 찾아 힘을 쓰려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필히 멸망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나에게는 이 소설이 그렇게 읽혔다.

탐미? 사디즘? 마조히즘? 후훗. 아니야.

찌질한 놈이 열등감 극복에 실패해 필히 멸망하는 이야기.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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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13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열등감 극복 실패기‘ 이 책의 에센스네요. ㅎㅎㅎ
그러고 보면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롤리타>가 너무 잘 쓴 작품이긴 해요....

다락방 2022-09-13 11:21   좋아요 2 | URL
제가 조지한테 ‘병신‘이라고 하고 싶은데 이걸 다른 어떤 욕으로 대체할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욕을 이것저것 다 섞어야 했어요. 너무 찌질하고 멍청하고 열등감 덩어리에 모자란 놈이에요. 어휴..

롤리타는 너무 잘 쓴 작품인데 저는 평론가들이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운운하면서 똥칠한 것 같아요. -.-

잠자냥 2022-09-13 17:15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조지였군요. 머저리로는 약하네요. 약해….

다락방 2022-09-13 17:20   좋아요 0 | URL
네, 한참 약하죠. 그런데 다른 적절한 욕을 찾을 수가 없네요 ㅠㅠ

공쟝쟝 2022-09-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열등감.............. 와.. 열등감 없는 인간이 어딨겠나, 그런데 남자들의 열등감은 왜 더 낮은 여자의 성착취로 이어지는 가. 그것의 변화가 왜 굴복의 기쁨이 되는가. 결국 내면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람이 추해지는 군요. 그렇다면 오늘 제가 본 기사와도 일맥상통하네요.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이승만 찬양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우파의 길을 갈 것 ㅋㅋㅋㅋㅋ 자수성가한 독서가는 강남 좌파 운동권에 대한 열등감으로 돌아버린 것인...

단발머리 2022-09-13 11:50   좋아요 1 | URL
와... 진짜 왜 책이름이 ‘꿈꾸는 다락방‘일까요? 우리한테 소중한 이름이잖아요, 다락방....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인데... 하필.... 와, 진짜 열받네요!!!

다락방 2022-09-13 12:01   좋아요 1 | URL
책 읽는다고 다 훌륭한 사람 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책을 읽어도 역시 감상은 다양하게 뻗어가는 것인데, 그렇다는 걸 잊고 살다가 이렇게 또 각성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저 어제 정희진 쌤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읽는데 거기에 그런 구절 나오더라고요. 영화 전체가 아니라 어떤 한 장면이 나한테 꽂히고, 그게 나를 말해주는 거라고요. 아마도 이지성이 그동안 읽은 책에서(그런데 정말 많이 읽긴 한걸까요?) 발견한 건, 그게 뭐가 됐든 우리가 본 것과는 다른것인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수성가한 독서가...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지만 그를 지칭하는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네요. 뭔가, 싫다... 자수성가한 독서가.... 징그럽네요.

이지성은 꿈꾸는 다락방을 썼고 다락방은 이지성을 싫어하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13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비대칭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안 나오고요.
쟝쟝님 말대로 열등감 없는 사람, 성격적 결함 없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근데 그거를 이런 식으로 ‘메꿔‘ 나간다는 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네요. 세 줄 읽고 작가 이름 다시 봤거든요. 다니자키 준이치로네요. 이런순.

그나저나, 욕하기 위해서라도 <롤리타> 읽어야하는데... 저에게는 큰 숙제인 것으로서. 가능할까요, 롤리타 읽기요?

다락방 2022-09-13 12:06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열등감 극복은 나를 높임으로써 시도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낮춤으로써 시도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상대란 내가 낮춘다고 낮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건 필히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소설 속에서도 어린 소녀는 자라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녀가 가진 권력이라봤자 조지에게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육체적 매력이 전부였고, 그것은 사실 권력이랄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단발머리 님 말씀대로 가장 약해져있는 상대에게 먹힐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 그게 너무 화가 나고, 그들이 가진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거 그게 빡이 칩니다...


저는 아주아주 꼬꼬마때 롤리타 읽고서는 제대로 기억도 못하다가 몇년전에 다시 읽은건데요, 제가 들어왔던 그래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정말 충격이었어요. 저는 그 책을 읽은 평론가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요, 평론가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책을 써낸 나보코프에게도 잘못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는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일테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데, 보고싶은 것만 보는 자들이 롤리타 컴플렉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그 점이 나보코프의 치명적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mini74 2022-09-1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보단 트로피를 드는게 더 쉽다고 착각하는걸까요. 지금도 보면 띠동갑를 두세바퀴 도는걸 능력이라 포장하죠. 부러워하고 ㅠㅠ 넘 싫어요.

다락방 2022-09-13 12:3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띠동갑에 나이차이 많이 나면 날수록 그것이 남자의 능력을 증명하는게 되잖아요. 너무 싫고 징그럽고 끔찍해요 ㅠㅠ

건수하 2022-09-13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태우듯 태워달라고 애원...
여기서부터 바로 롤리타랑 연결했어요.
저 내용에 어디 탐미적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건지...

한편으로는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도 그게 정말 사랑인가... 전 좀 혼란스럽더라고요.
나이 많고 돈 많은 남자의 어린 백인 여성에 대한 욕망, 가족들이 밀어붙이는 관계, 그러나 둘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

다락방 2022-09-13 17:03   좋아요 3 | URL
남자가 엎드리고 여자가 그 위에 타는 걸 열다섯살 때 데려와서부터 했고 그래서 자라서도 그걸 (남자가)하고 싶어해요. 15살짜리를 아내 삼겠다고 데려와서 목욕시켜주는 것도 정말 토할것 같잖아요. 저는 롤리타도 그렇고 이 소설도 그렇고 이걸 읽고난 후의 남자 평론가들이 자신의 잣대로 평가를 하고 그리고 그 후에 독서가들은 비평가들의 평대로 그걸 읽어가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는 고정되거나 잘못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합니다. 탐미적이라는 것은 그녀의 육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가 자꾸 묘사하며 반하기 때문에, 또 다른 남자 등장인물들도 그녀의 육체에 반하기 때문에 표현된 것 같은데요, 열다섯살짜리 데려와서 그녀의 육체적 매력에 굴복한다.. 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중심일까 하면, 저는 그렇게 읽게 되질 않는거죠.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뒤라스에 대해서도 되게 복잡한 감정이고요. 여튼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2022-09-1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사IN(시사인) 제782호, 제783호 : 2022.09.20 - 한가위 합병호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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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흉년에 재개된 '아가씨' 선발대회>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소식을 알려준다.오도창 영양군수와 내빈들이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참석한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려있는데 와 너무 징그럽고 끔찍하다. 영양 고추를 널리 알리는 행사에 참가하게 될 아가씨들을 뽑는다는데, '만18세 이상 24세 이하 미혼 여성'만 지원할 수 있댄다. ㅋㅋㅋ 고추 판매하는데 삼십대도 안되고 남자도 안돼 ㅋㅋ 아 너무 징그럽다. 이럴 때 쓰는 더 적합한 단어가 없을까? 누가누가 더 예쁜가 대회 열어놓고 거기 참석해서 박수치고 구경하고 이러는 관객들 보고 있노라니 정말 징그러워. 님들하, 아가씨 선발대회 같은거.. 진작 없어진 거 아니었어? 세상에 고추'아가씨' 라니.. ㅠㅠ


<세상에 이런 법이> 에서는 임금을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다. 받지 못한 임금이 밀려 외국인 노동자가 신고하면, 그들을 고용한 사람은 벌금을 내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계속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남게 된다고. 그러다 포기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단다. 

사실 내가 시사인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이런 기사를 보기 위함이다.

내가 전시회를 가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대부분 내 관심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시사인을 넘기다보면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이 기사의 말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일제강점기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이해 조선일을 일본 기업 공장에 강제동원하여 종사하게 한 일을 우리는 '강제징용'이라 부른다. 한국 농장과 공장의 노동력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16개국 외국 청년들을 한국 농장과 공장에서 일하게 하는 제도를 우리는 '고용허가제'라고 부른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직접 알선하여 일하게 한 농장과 공장에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출국하는 외국 청년들은 이 제도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일본의 강제징용을 비판하는 우리가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 외국 청년들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56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은 어떻게 기억될까? 낯선 나라에까지 찾아와 일했는데, 그 시간동안 겪어야 했던 것들이 수두룩할테고, 거기에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들까지 포함될텐데, 그런데 일하고 돈 못받아 돈달라고 싸우다가 그렇게 빈 손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한가휘 합병호라 그런지 어쩐일로 정보라의 단편 소설 <상어>가 실려있어 재미있게 읽었고, 손석희 인터뷰도 읽었다. 무엇보다, 정서경 작가의 인터뷰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서,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여러분, 이번 한가위 합병호 시사인 구매하고 읽어보세요! 말이 길었습니다.


이만 총총.



탕웨이 배우와 서래 사이에 공통점이 있나? 서래를 '정확하게' 완성시켰다.


탕웨이 배우는 상자 같다.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자. 모든 걸 받아들여 꾹꾹 눌러 담는 상자. 그런데 사실 탕웨이 배우는 여왕이다(웃음). 뚜벅뚜벅 걸어와서 척, 하고 악수를 청하는데 그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 시력이 5.0은 돼서 넓은 평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사람. 처음 탕웨이 배우를 캐스팅하고 나서, '너무 기뻐서 15년 충무로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안아주더라. 근데 보통은 자기가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 아닌가? 포옹을 하사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에게 축복 같은 포옹을 주리라(웃음).'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겸손하게 포옹을 당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다. -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72 (정서경 작가 인터뷰 中)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인간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우리 뇌가 여러 가지 생각들을 내보낸다. 어제 만난 그 사람은 성격이 왜 그럴까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때 일, 내가 왜 그때 그 음식을 좋아했을까 이런 것까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떠오르면 '안 돼, 집중해서 일하자' 이런다. 그게 안 되면 '나는 망했어, 나는 게을러' 이러면서 좌절한다. 근데 그냥 이런 생각들이 다 지나가야 한다. 건물로 따지자면 제일 밑에 있는 지하실이거나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다락방까지 가야 글을 쓸 수 있는 거다. 대문을 넘어 추억의 방, 분노의 방, 걱정의 방을 다 지나야 한다. 주로 오전에 하는 게 이런 일인 것 같고 오후에는 그 방을 다 지났기 때문에 쓸 수밖에 없다. 캐릭터와 나 자신만 있는 그 방에 들어가면 글이 시작된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74 (정서경 작가 인터뷰 中)


중년의 나이에 미래를 약속할 때는 머지않은 앞날에 노화와 질병과 고통과 돌봄과,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찾아올 상실의 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언젠가‘가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적어도 지금은 아닐 것이라 부정하며 새로운 삶에 발을 디뎠다. 시사인782·783 한가위 합병호, p.60 (정보라, <상어> 中)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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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08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물로 따지자면 제일 밑에 있는 지하실이거나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다락방까지 가야 글을 쓸 수 있는 거˝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네요. 아, 다락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0:51   좋아요 3 | URL
저는 여기 탕웨이 묘사한 부분이요. ‘그랬더니 가까이 오라고 하고는 안아주더라. 근데 보통은 자기가 다가와서 안아주는 거 아닌가? 포옹을 하사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너에게 축복 같은 포옹을 주리라(웃음).‘ 그러면 우리는 또 너무 겸손하게 포옹을 당하는 거다. 그런 사람이다. ‘ 여기 읽고 탕웨이에 빙의했네요. 이리 오라고 해서 안아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09-08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0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9-08 1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우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참 부끄럽습니다. 비교 내용이 적절하네요. 과거를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데 말이죠.
다락방님.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다락방 2022-09-08 11:21   좋아요 2 | URL
네, 거리의화가 님. 저 기사 읽는데 너무 화가 나고 부끄럽고 .. 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저런 짓을 하는걸까요? ㅠㅠ

거리의화가 님도 명절 잘 보내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많이 드세요!!

미미 2022-09-08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서경작가 인터뷰 좋은데요?!!
다락방님 좋아하실수밖에 없었네요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따라 계속 사고있는 시사IN(이번에도 역시 독자를 세심히 배려해 이장님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캬👍)탕웨이가 부르면 저도 가서 안겨보고 싶어요*^^*

다락방 2022-09-08 11:22   좋아요 4 | URL
정서경 작가 인터뷰 너무 좋더라고요. 저 글쓰는 것에 대해서도 좋았고 헤어질 결심의 첫번째 살인이 산이었고 그러니 두번째는 바다여야 했다는 것도 너무 좋더라고요. 대체 그게 왜 좋은건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
탕웨이 너무 멋지죠! 사람을 내게 오게 해서 안아주다니.. 너무나 멋짐 ㅠㅠ

얄라알라 2022-09-08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추 흉년에 재개된 ‘아가씨‘ 선발대회˝기사 제목만 봤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

다락방 2022-09-08 14:07   좋아요 1 | URL
‘아가씨‘는 너무 징그러운 단어예요.. 우......... ㅠㅠㅠ

단발머리 2022-09-08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헤어질 결심 1회 감상하고 나서 영화시사회, 인터뷰 이런 거 찾아봤거든요. (유투브 애청자) 정서경 작가 넘 좋더라구요. 정서경 작가랑 박찬욱 감독이랑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서래랑 해준 이야기 하면서 그 감정, 느낌을 서로 이야기 하는데, 그게 참 허황되면서 넘 고차원적인거에요. 문학이란 이런 거지. 영화란 이런거야. 삶을 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혼자 감탄하면서 박수 치고 ㅋㅋㅋㅋㅋ

탕웨이가 안아주면 나 살포시 안길거에요. 제게도 포옹을 하사하소서.
다락방님, 저보고 이리 좀 와보라고 해보세요. 제가 그 쪽으로 가서 살포시 안겨볼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14:10   좋아요 4 | URL
정서경 작가 인터뷰 너무 좋더라고요? 시사인 인터뷰 너무 짧았어요. 뭔가 아주 긴 인터뷰 실린 잡지 있다면 사서 읽어볼 의향이 있습니다! 으하하하하. 그 왜 인터뷰 ‘영상‘이 있는것 같더라고요? 트윗 보면 사람들이 거기서 막 짤 가져와서 올리고 그러는데, 저는 왜 영상은 안볼까요? 영상은 볼 생각이 1도 없고, 그런데 잡지에 실린다면 사서 읽겠다... 이러는 것은.. 왜때문일까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저도 영상을 좀 봐야될텐데... 저는 영상을 가까이 하지 못하겠네요. 아 넘나 꼰대스러워... 하아-


탕웨이 진짜 너무 멋지지 않아요? 이리 좀 와봐, 이러고 안아준대. 크- 너무 멋지다.
단발님 다음에 만나면 제가 이리 좀 와보라고 할게요. 그러면 저한테 폭 안기세요~ 라고 하고 싶지만 단발님이 나보다 키가 훨씬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8:04   좋아요 3 | URL
저는 방구석 일열에서 정서경작가랑 박찬욱감독이랑 둘이 같이 대본쓰는거 보고 진짜 경악했거든요. 모니터 각자의 모니터.... 각자의 키보드.. 로 연결해서 실시간으로 같이 쓴대요. 쓰는게 보여지는 거죠. 그리고 바로 바로 지워서 고치고.... 그러니까 뇌가 함께 동기화되는 거잖아요. 그것도 여남이. 그것도. 각자 다들 부인 남편있고요.... 일단 그 둘의 관계도 부럽지만 그것이 오해없이 이해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좋았고... 암튼... 좋은 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2-09-08 18:36   좋아요 4 | URL
제가 다락방님한테는 한 번 이야기한거 같은데요. 두 분이 인터뷰 하다가... 뭐, 그 부분을 네가 썼냐, 내가 썼냐, 그 이야기 하던 중이었는데 정서경 작가가 그 부분 감독님이 쓰셨다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박감독이 ˝그게 그랬던 거, 자기는 어떻게 알아?˝ 그러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 친한 친구한테 ‘자기‘라고 하잖아요. 한단 말이에요. (그런 사람 없으면 나한테 하고요) 근데 박감독이 정서경 작가한테 그러니까.... 우아... 두 사람은 진짜 남녀 사이에 애정 아닌 관계의 전형이다, 이런 생각 했거든요.
<랩 걸>의 작가와 같이 일하는 연구원, 이름이 빌이었던가요? 아무튼 그 두 사람도 생각났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관계가.... 혹은 생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해물에도 불구하고 남녀 사이에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는.... 그런 불가능의 가능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08 19:07   좋아요 3 | URL
소통을 잘하고 여성을 인간으로 대하는 남자 옆에는 무조건 소통을 잘하게 교육시킨 여자가 (아내, 엄마, 누나, 연인, 딸, 여동생)있습니다. 이번에 박찬욱 에세이 읽으면서 백프로 확신했습니다. 박찬욱도 처음엔 한남이었다. 그리고 그가 괜찮아진 것은 주변의 괜찮은 여성들 덕분이다!!

책읽는나무 2022-09-08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탕웨이는 역시 멋진 여성!!!
늘 배우가 아닌 여성으로 보입니다.
그 문명특급 때도 박해일 그동안 찍었던 프로필 설명할 때도 포즈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상대배우에게 무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하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여배우들 도도하게 앉아만 있던데~~
좀 해탈한 큰?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자존감도 높으면서 배려심도 있고..자존감과 배려심을 다 갖춘 연예인들 좀 드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암튼 정서경 작가 인터뷰도 있다 하니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어디서 봤는지? 예전에 정서경 작가 영상을 하나 봤는데 정작가님도 완전 노력파였더군요. 그래서 더 멋있더라는~^^
명절 잘 보내시구요♡

공쟝쟝 2022-09-08 18:05   좋아요 4 | URL
후후 그런 탕웨이가 나 와이파이 허가 해줬는데~ 책나무님~ 나 탕웨이 실물봤어요~

책읽는나무 2022-09-08 22:22   좋아요 1 | URL
실물이요???
와~ 최고로 부럽다!!!
예뻤겠군요??
생각할 수록 부럽군요🤤🤤

다락방 2022-09-13 11:13   좋아요 2 | URL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이 있잖아요. 우아하려고 노력해도 잘 안되는 사람이 있고요. 탕웨이는 태생적으로 우아한 사람인 것 같아요. 뭘 하든 우아한 사람이요. 저는... 노력해도 우아해지지 못하는 사람... 아하하하하.

명절은 끝났습니다, 책나무 님 ㅠㅠ

mini74 2022-09-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서경작가님 인터뷰 넘 재미있네요. 포옹이란 축복 너무너무 받고싶습니다 ㅎㅎ ~ 다락방님도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

다락방 2022-09-13 11:14   좋아요 1 | URL
정서경 작가님 인터뷰 좋아서 정서경 작가님의 에세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서 읽으렵니다. 후훗.

독서괭 2022-09-14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시사인을 읽으시는군요. 다락방님,
있잖아요, 괴테가 파우스트에게 부여한 중요한 특성이 ˝인식했으면, 무엇이 세계를 그 가장 깊은 내면에서 지탱하고 있는지˝라는 아름다운 지식욕이라고 합니다(<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참조). 다락방님 글 읽으니 갑자기 생각나네요?
다락방=괴테=파우스트설?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락방 2022-09-15 09:30   좋아요 1 | URL
저는 항상 제가 가진게 지적 허영심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독서괭님은 그걸 아름다운 지식욕이라 포장해주셨네요. 흑흑. 친절하고 다정하셔라 ㅠㅠ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 박수영은 2006년에 스웨덴으로 역사학 공부를 하러 가서 2009년에 논문 발표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3년을 스웨덴에서 있었던건데 스웨덴에서도 스톡홀름 대학이 아닌 웁살라 대학에 있었다고 한다. 저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웁살라대학교는 영어로 개설된 과목이 다른 어느 대학보다 많고, 그래서 세계 각지에서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도 많다는 거다. 박수영도 공부하러 가서 같은 클래스의 터키, 이란, 미국.. 또 어디더라. 여하튼 글로벌 프렌십을 갖게 되는데, 그 친구들의 나이는 대부분 이십대 초반이었던 반면 그곳에 갈 때 박수영의 나이는 마흔즈음이었다. 이십년이나 나이 차이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게다가 그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생각을 교환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이건 어떻게 상상해볼 수 있을까, 하다가 내 대학교 4학년 때를 떠올렸다.


1학년때 학사경고를 받고 그 다음학기에는 간신히 학사경고를 면하고, 그 다음학기에도 F 가 빵빵 터져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남들이 쉬면서 어쩌다 학교 다니는 4학년 때,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매일 있어야 했다. 1학년 그리고 2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들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맨 뒤에 앉아있곤 했다. 1,2학년 때 학교 툭하면 빠지고 만화방가서 라면 먹고 있고 그랬는데, 4학년 때 그렇게 애긔들하고 수업 들을 때는 빠지니까 참 난처했다. 전 주에 혹시 숙제를 내줬는지 그렇다면 그게 뭔지.. 부끄러워 애긔들한테 물어볼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한 번은 수업 끝나자마자 번개같이 뛰어가서 교수님께 제가 지난 주에 결석했는데 과제가 뭐였나요, 물어봤더랬다. 인생이여...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나의 대학생활...


애긔들하고 수업 듣는 건 부끄럽지..라고 생각하다가, 아 그런데 나의 이 경험은 박수영의 것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걸 이내 깨닫는다. 박수영은 원래 공부 잘했던 사람이(서울대 철학과 졸업) 어디 더 배워볼까? 하고 슝- 스웨덴으로 날아간거고, 나는 어떻게든 졸업을 해야 해서 그런거고..이건 경우가 달라도 아주 다르지, 달라.. 나도 안다.


나 대학 졸업식때 학사모 쓰고 있을 때 우리 과 애들이 와서 '너가 어떻게 제 때 졸업하냐'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너 빽있냐? 아버지가 학교 관련자분이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노력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애긔들하고 수업 들었어.. 그래서 어쨌든 학사경고에 F 를 절친 삼아 학교 다녔던 나는, 조교 언니가 찾아와서 '너 계절학기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니?' 걱정해줬던 나는, 계절 학기 한 번도 없이, 그리고 휴학도 없이, 그렇게 제 때 졸업한 것이다. 물론 졸업당시 학점 평균은 2.0 으로 마감... 아, 힘들었다. 이거 만드느라고.. 이것도 다 막판에 학점이 잘나와서(라고 했지만 3점 넘어본 적 없는 사람) 2.0 됐지, 안그러면 .... 아무튼 딱 4년 다니고 제 때 졸업한 사람이다. 애가 참 망가져서 엉망진창으로 공부도 못하고 학교도 제대로 안다녔지만, 그래도 어떻게 또 제 때 졸업하게끔 지가 그렇게 해... 애가 결국은 참 바른 길로 간다. 참 인간이야. 트루 휴먼..


아무튼, 박수영은 나의 경우와 다르고 그렇게 역사 공부 하러 갔는데, 박수영이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로 역사 공부를 하러 갔기 때문에 내가 알게된 사실은, 스웨덴이 복지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아니, 대학등록금 까지 공짜인것입니다. .. 네? 세상에 그런 일이. 나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등록금 인상한다고 하면 막 학생들이 시위하고 그랬는데(안그래도 개비싼데..) 스웨덴은 대학까지 등록금이 다 무료이고 이건 외국인 학생한테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박수영이 다닐 때는 그래서 공짜로 다녔는데, 박수영이 공부를 마칠 때쯤 스웨덴에서 '외국인 학생에게는 유료로 하겠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2022년 현재 웁살라대학교에서 공부하려면 외국인 학생에게는 돈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그리고, 웁살라 대학교에, 젊은이들만 있는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수강생들도 있는데, 그들은 꼭 졸업해 학위를 따는게 목적이 아니라,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그것만 듣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다. 세상에.. 내가 바라던 바로 그것이네?


내가 뉴욕대를 가고 싶다고 해도 거기 등록금 너무 비싸고 공부 하려면 거기서 거주해야 하는데 생활비도 너무 비싸고.. 그러니까 아마도 꿀 수 있는 꿈이라는 건 뉴욕대에 가서 강의 하나 들어보고 오기.. 정도가 다가 아닐까, 내심 생각했단 말이다. 그런데 웁살라대학교는 등록금이 공짜이며 게다가 듣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그냥 들어도 된대. 세상.. 개꿀.. 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며, 듣는 수강생들의 나이나 국적도 다양하니, 내가 거기에 가있다 한들 뭐가 이상하리요? 만세만세만만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박수영이 공부하면서 사귄 학생들은 박수영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러다보면 아시아, 한국, 남한에 대한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국주의나 민족주의 등에 대한 의견을 묻거나 모르는 점에 대해 외국인 학생들이 물으면 박수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다 답해준다. 그 질문이나 답을 읽노라니, 와 거기가서 공부한 게 박수영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역사 1도 몰라서 대답해줄 수 있는게 없는데.. 어휴.. 공부 잘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역시 공부를 잘하는게 답인가.. 어쨌든 나도 배우고 싶어서 웁살라대학교에 가도록 해보겠다! 그나저나, 그렇다면 영어 공부가 먼저겠구나... 영어.. 스웨덴은 영어를 다들 너무 잘한다고 하니, 스웨덴어까지 욕심내지는 말고 일단 영어 완전정복을 꿈꾸자. 


Hal Su It Da!!


웁살라대학교가 그리고 스웨덴이 너무 궁금해져서 스웨덴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세상에, 대학 등록금이 공짜이며 누구나 공부하러 갈 수 있다는 거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누구나 공부하게 문을 열어둔다면, 공부하게 되는 더 많은 사람이 생기는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나 매력적인 스웨덴을 알게된 건 이 책을 읽은 커다란 수확이지만,

그러나 에세이로서의 이 책을 말하자면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

에세이라는 특성 답게 글쓴이의 생각이나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데, 간혹 어떤 생각들에 동의하지 못해 불편해지는 거다. 이를테면 처음 만난 그 학교의 학생들-나중까지 친구로 지내는-에 대한 외모 묘사가 좀 거슬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사생활을 이렇게 공개한다고? 거기에서 작가가 이들에게 허락은 받은건가 싶었다. 그들은 알고 있을까? 웁살라대학교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가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어로 자기들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그 이야기들 속에는 어떤 여학생이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것도 나오고(그래서 저자는 그 사랑을 그만두라 조언한다), 허영심에 가득찬 베트남출신 미국인에 대한 뒷담화도 나온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싫어하는 건 살면서 무수히 일어나는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걸 이렇게 책으로 쓴다고? 독자가 그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까 괜찮은걸까? 무엇보다 미국에 사는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한국인들이 자기 뒷담화 읽고 있는걸? 설마, 이름은 다 가명이겠지? 읽으면서 내내 찜찜한 부분이었다.



자 그러면 미래 설계를 해보자.

몰타가서 어학연수 한 다음에 갈고 닦은 영어 실력으로 웁살라대학교 가서 공부해야지. 그런데 웁살라 대학교에 가면 뭘 한담? 여성학? 스웨덴은 그나마 성평등한 국가라니 여성학 있지 않을까? 후훗.



Hal Su It 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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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07 08: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웁살라! 드림스 컴 트루~! 아니 근데 그나저나 평점이 2.0이요???? *동공지진*

다락방 2022-09-07 09:02   좋아요 5 | URL
4학년때 미친듯이 노력해서 최상으로 나온게 2.8 인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2점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왜, 내가 부끄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07 10:15   좋아요 5 | URL
다부장님 역시 낙하산이었어.... 그 학점으로 기업 들어가고, 부장자리까지 오르다니... 역시..............빡세게 일하고 돈 모아서 해외 가는 척하는 것도 어른들이 시킨 거죠? 사실은 경영 공부하고 오는 거면서......쳇. 이제 대표 취임만 남은 겁니까! ㅋㅋㅋㅋㅋㅋ

베트남도 네덜란드에서도 산다는 거 슬슬 밑밥 까는 거죠? 거기 다 다부장님 기업 있으면서... ㅠㅠ

다락방 2022-09-07 10:25   좋아요 5 | URL
아 역시..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더니 제가 보기엔 부유함도 숨길 수가 없나보네요. 다 티났어요?
제가 편의점 알바하던 대학시절부터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다 얘기했었어요. 나 사실 서민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알바하는거지, 재벌의 딸이야, 라고.. 아무도 믿어주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결국은 들통나네요.
그래도 절 미워하지 않으실거죠? 전 서민들의 편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소문 내지는 말아주세요.

잠자냥 2022-09-07 10:39   좋아요 5 | URL
휴... 어쩐지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위가 작아서라기보다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1끼 2메뉴 못 먹거든요... 부장님은 막 스타벅스에서도 2가지 메뉴 사 먹고, 매끼 두 가지 메뉴 먹잖아요. 막 남기고 그러잖아요. 역시.... 재벌2세....

급 멀어지는 느낌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0:48   좋아요 5 | URL
뭘 잘못 알고 계신것 같은데, 저 안남기는 편...........

미미 2022-09-07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ㅋㅋ이 책 빌리길 잘했다.Jal het da?
독일만 공짜가 아니네요?게다가 나이 제한도 없는 것 같으니...허허
영어와 체류비만 어떻게 마련하면! 일단 다락방님 먼저 고고씽!!^^*

다락방 2022-09-07 09:11   좋아요 4 | URL
백자평은 짧고 저 다섯줄 짜리 리뷰 쓰려고 창 열었는데 도대체 이거 무슨 일이에요? 수다 포텐 터져버렸네요. 에휴..
스웨덴 너무 가보고 싶어요, 미미 님! 저 다음 여행지는 스웨덴으로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 번 가서 보고 와야겠어요. 앞으로 내가 공부할 나라가 어떤지 보자는 심정으로 ㅋㅋㅋ 답사 답사 ㅋㅋㅋㅋ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으쌰으쌰 합니다! 미미 님, 저랑 웁살라 대학교 동기가 됩시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07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l Su It Da!!를 마음에 새기고 시작하는 아침입니다. 만화방에서의 과거마저도 다락방님의 시간이라면 참 귀여웠을 거 같다는 예감이 ㅋㅋㅋㅋㅋㅋ 웁살라 가려면 제일 먼저 뭐 하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09:36   좋아요 3 | URL
어휴 과거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후회뿐입니다. 왜그렇게 공부를 안했는지. 아니 대학이란 공간이 얼마나 공부하기 좋은 곳입니까. 도서관에 가면 책이 많고 모르는게 있다면 물어볼 교수님도 계시고. 그렇게 공부하기 최적의 환경인 곳을 4년간 곁에 두고서도 만화방가서 라면이나 먹고 술이나 퍼마시고 인생 왜그렇게 산건지 원.. ㅠㅠ
웁살라 대학교에 가서 제대로 만회하겠어요! 일단 그 전에는 영어공부를!! 아 힘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9-07 0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l Su It Da!!!
ㅋㅋㅋㅋ
아주 고무적인 이야기입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유급된 동기오빠가 한 명 있었는데 엄청 부끄러워 하면서 교실에 앉아 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근데 부끄러운만큼 적극적으로? 공부하더니 결국 1등도 하고~^^
암튼 군대 다녀온 예비역들 그리고 나이 많으셨던 언니들도 몇 분 있었는데 그분들이 다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야~를 보여줬던 게 아녔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들 하셨었죠. 몇 년 전 그 언니를 한 번 만났었는데 언니는 지금 50 중후반쯤 되셨을텐데...아, 아직도 공부를 하고 시험도 치고...대단하시다고 했더니 ˝할만 해!! 니네들은 더 젊은데 뭐하고 있노???˝ ㅋㅋㅋ
그래서 요즘 생각해보면 공부는 나이 들어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노화된 뇌가 좀 문제이긴한데...ㅜㅜ
암튼 몰타 어학연수 그 뒤의 대학공부 그리고 그후엔 작업실에서 글 쓰고 계신 모습 상상해 봅니다. 상상하니 갑자기 제가 막 기분이 좋네요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1:35   좋아요 2 | URL
공부는 계속 하는게 맞는것 같아요. 공부는 그만두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일전에 정희진 선생님 강연 갔을 때 선생님이 그러셨거든요. 사람은 계속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제자리에 있는게 아니라 퇴화하는 거다, 라고요. 저는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젊어서도 해야하고 나이 들어서도 해야하는것 같아요. 그리고 해도해도 여전히 모르는게, 모르는걸 많다는 걸 알게 되는게 공부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책나무 님, 우리 열심히 책 읽고 생각하고 쓰고 의견을 나눕시다!!

그렇지만 노화된 뇌도 문제고 노안도 문제긴 합니다 ㅠㅠㅠㅠㅠ
저는 언제 몰타에 가고 언제 웁살라 대학교를 가고 언제 작업실을 마련해서 글을 쓰게 될까요... 인생, 어떻게 펼쳐질까요? 아무쪼록 아름답고 화려하고 보람차기를 바랍니다. 후훗.

거리의화가 2022-09-07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al Su It Da!가 뭔가 했어요ㅋㅋㅋㅋㅋ
대학생 때 에피소드 재밌었네요^^ㅎㅎㅎ 저는 2년만에 졸업해야해서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때 추억이 많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저도 등록금 공짜인 학교로 고고씽하고 싶습니다! 나이 불문하고 배우려는 의지가 있다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22-09-07 11:38   좋아요 2 | URL
거리의화가 님, 할수있다는 이 명품 칼럼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얼마전에 장안의 화제였던 칼럼이죠.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056213.html#cb

저는 사람이 참 고집스러워서 공부가 중요하다는 말을 듣는 척도 안하다가 이 나이 되어서 아아 과거의 내가 왜그랬을까 바보 똥꼬 멍충이다 ㅠㅠ 이러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젊은이들에게 공부가 중요하다, 열심히 해라 전하고 싶어도 그러나 그들의 귀에는 꼰대의 잔소리로 들리겠죠. 인간은 어느 한 때 어리석은 순간을 거쳐가는 것 같아요. 저는 젊은 시절 정말 어리석었습니다. 후회후회... ㅠㅠ

맞아요, 거리의화가 님. 직업이 뭐든, 나이가 어떻든,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언제나 열려있는 배움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면 좋겠어요. 저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겠습니다. 빠샤!!

건수하 2022-09-07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학창시절 이야기도 듣고 재밌네요.
이제 너무 옛날 일이라 학점이 얼마였는지 기억도 안나요 ㅎㅎ

저는 웁살라나 몰타까진 안 가도 괜찮고 모 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이런 거 듣고 싶은데
(소박한 꿈)
마음의 여유가 없네요 휴.. 사람이 대범해야 하는데.

다락방 2022-09-07 11:40   좋아요 3 | URL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점을 기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유는 학점이.. 너무 똥망.. 남들이 받지 않는 학점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수하 님이 저같은 학점을 받으셨다면 저처럼 기억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학점을 기억못하는 자신을 많이 예뻐해주세요. 으하하하.

저도 얼마전에 지방에 여성학과정 있다는 거 알고 오옷 하고 혹했었는데, 그렇게 공부해도 좋을것 같아요. 다만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그렇게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가 망설여지더라고요. 체력 어쩔거냐며.. ㅠㅠ
그런데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저는 이미 대학원을 다닌다거나 여하튼 뭔가를 하고 있겠죠? 흐음. 역시 그만큼의 의지는 없는 것인가..........

바람돌이 2022-09-07 11: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얼레리 꼴레리 학점 2.0... 제가 이겼어요. 저는 졸업 평균학점 2.1
강조하건대 우리과 꼴찌 절대 아니었음. 내 뒤에 사랑하는 친구 1명 더 있었어요. ㅎㅎ
아 근데 좀 안타까운건 전 계절학기도 하고, 결국 제 때 졸업 못해서 1학기 더 했다는.....ㅠ.ㅠ 그럼 다락방님이 이긴건가요????

스웨덴은 대학 학비가 공짜일뿐 아니라 학기초면 책도 사고 준비물도 사라고 학생들한테 생활비도 지급하는걸로 알아요. 그리고 대학들어가기가 워낙에 쉬워서 그냥 나 대학 입학하고 싶어 하면 다 해주는, 대신에 졸업은 진자 빡세게 공부해야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다락방님은 이제 공부천재로 거듭나셨으니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응원 응원합니다. 저는 스웨덴 대학 말고 오로라 보러 놀로가고 싶습니다. ^^

얄라알라 2022-09-07 11:31   좋아요 3 | URL
화려한 입담에 넋을 놓게 되는 여기는 다락방님 서재 ㅋㅋ

ㅋㅋ화려한 마무리는 바람돌이님께서 공부천재 다락방님 응원차 스웨덴 ˝놀로가시˝는 미래형으로^^

책읽는나무님 말씀처럼 노화된 뇌가 장애물이긴 하지만, 10대 때의 공부와는 어른 되어 하는 게 차원이 다른 거 같아요. 욕구 솟는 페이퍼였습니다!!!!!

잠자냥 2022-09-07 11:33   좋아요 2 | URL
아니, 바람과 돌이 님 바람이하고 돌이가 1.05씩 받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1:43   좋아요 6 | URL
세상에, 바람돌이 님, 공부 잘하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계절학기까지 들으셨기 때문에 저보다 더 높은 점수로 졸업하실 수 있었던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런데 평소의 바람돌이 님 생각하면 의외의 점수기는 하네요. 대학때 공부 안하셨네요? 저 첫직장 합격했는데 성적증명서를 나중에 추가로 요구해서 가져다주니까, 면접관이었던 분이 당황하시면서

˝공부를.... 안하셨네요?˝

이러면서 천장을 자꾸 보시더라고요. 이미 합격은 시켜놨는데 이걸 어쩌나.. 하셨던 듯.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방황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인간.. 참 잘 살고 있다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웨덴에 제가 학교 다니면 숙소도 마련해야 할터이니, 그러면 오세요, 바람돌이 님. 오로라 보러! 오로라 보는 건 저의 소원이기도 합니다. 후훗.


얄라알라 님, 우리 계속 공부합시다. 빠샤!! 공부하는 사람들로 늙어갑시다!!


잠자냥 님, 2점을 초과하는 학점은 역시 혼자서는 불가한것이었군요....

책읽는나무 2022-09-07 12:07   좋아요 5 | URL
제 답글 읽다가...왜 이렇게 대댓글이 많지? 하며 읽다가....ㅋㅋㅋ
우리 알라딘 더 오래 하다간...ㅋㅋㅋ
본인의 모든 것이 탈탈탈 다 털리겠어요.ㅋㅋㅋ
그런데 사생활을 듣고 나면 왜 애정이 더 생기는 거죠??? ㅋㅋㅋ
점심 먹으면서 계속 웃겠습니다ㅋㅋ
다들 맛난 점심시간 되시길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09-07 12:50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의 ˝방황했습니다˝에 박수!!!! 우와 멋짐 터집니다. ^^

공쟝쟝 2022-09-07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 웁살라 대학 뒤메질 옹이 꽂아줘서 푸코가 열심히 강의하던 그 대학인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푸하하하 ㅋㅋㅋㅋ (혼자 푸코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다락방 2022-09-08 08:36   좋아요 1 | URL
그 대학 맞아요! 그래서 책 읽다 보면 푸코가 언급됩니다. 작가가 엄청 똑똑한 분이시더라고요...

mini74 2022-09-07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희 조카가 1학년 1학기애 좀 논다고 학고맞아서 지도 교수님 전화왔는데 울 언니 ….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대요 ㅎㅎㅎ

다락방 2022-09-08 08:37   좋아요 2 | URL
학사경고는 놀랍게도 아버지 이름으로 오거든요. ㅋㅋㅋ 저희 대학교 소인인데 아버지 이름으로 와서 ㅋㅋ 엄마가 뜯어보지도 않으시고 왜 니네 학교에서 아빠한테 오냐? 이래서 제가 뜯었더니 학사경고가 똭-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별 거아니야 나한테 온거야 이러고 얼버무렸는데 남동생이 그걸 알고는 ˝누나 학고는 좀 심한거 아니냐? 부모님이 힘들게 돈벌어서 200만원이나 등록금 내는건데 그건 진짜 아닌것 같다˝ 이래서... 당시 남동생 중학생이고.. 전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mini74 2022-09-08 08:39   좋아요 1 | URL
ㅎㅎ 저희조카는 탑으로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지도교수님이 혹 집안에 우환이 있냐고 ㅎㅎㅎ 질문도 보이스피싱같았다고 ㅠㅠ4년장학금 날리고 군대갔습니다. 오면 노가다 보내서 메꾼답니다 언니가 ㅎㅎ

다락방 2022-09-08 08:41   좋아요 1 | URL
아니, 탑으로 들어갔다가 학고라니요!!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뭔가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는 처음 수업 제끼기 시작한게 좀 일이 있었던거긴 하거든요. 교수님한테 연락올만 했네요 진짜 ㅠㅠ

alummii 2022-09-08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F밍아웃!! ㅋㅋㅋㅋ 😆다락방님 좀 놀던 분이군요...의외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제때 졸업은 훈훈한 마무리입니다 👏👏 (참고로 저는 1년더다님 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8 08:39   좋아요 2 | URL
좀 놀던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뭐 그렇다고 제가 뭐 특별히 기억에 남게 잘 놀거나 한 것도 아니고요 진짜 말그대로 방황이었어요. 만화방에 가거나 술 뽀지게 마시거나 그런것 밖에 없어요. 그러게요. 제때 졸업은 정말 칭찬합니다. 그렇지만 그 당시의 제가 어리석었다고 생각하고 후회는 수시로 해요 ㅠㅠ 그리고 그 때 내가 왜그런걸까에 대해서도 간혹 생각해본답니다.... 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은빛 2022-09-08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사경고와 F학점. ㅎㅎㅎㅎ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 드네요.
1학년 때는 강의실이 아닌 거리에서 시위하느라 학점이 엉망이었고,
군대 다녀와서 복학한 뒤로는 그래도 학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는데,
국문과 복수전공 하려고 멀리 떨어진 다른 캠퍼스(차로 약 30분 거리)에 혼자 다녔는데,
(국문과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때 국문과 과목 대다수가 학점이 엉망이었지요.
두 과목 F를 받아 학사경고도 그때 받았구요.

결국 4학년 때 친한 후배가 조교가 된 후 복수전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졸업 못 한다고 조언해서
무조건 그 후배가 시키는 대로 해서 어떻게든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엔 운동하다가 학사경고 받은 것이 아니라,
아는 애들 하나 없는 국문과 수업 받느라 학사경고 받았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대학 다니면서 학사경고 한번도 안 받은 것 보다는
한번쯤 받아본 경험을 했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 받아봤으면 그거 받을 때 어떤 기분인지 평생 모를 거 아니예요? ㅎㅎㅎㅎ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
필리스 체슬러 지음, 박경선 옮김 / 바다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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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는 정체성은 완벽한 인간의 다른 말이 아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성별로 일어나는 불평등을 고쳐나가길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래, '사람'이다. 사람이어서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며 실수도 저지른다. 성차별주의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다른 모든 인간들이 그러는것처럼. '페미니스트라면서 왜 그런 말을 해?' 혹은 '페미니스트라면서 왜 그런 행동을 해?' 라는 물음들에는 '인간이라서' 그러니까 우리는 부조리하고 불완전한 인간이라서, 모순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라서, 라는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페미니스트가 완벽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다, 알지만, 아는데,


그래도, 자신의 어떤 뜻을 위해서, 그러니까 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취지로, 이편이 결국 더 옳다는 취지로, 그리고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으로, 그동안 옳은 행동을 했다는 자신의 앎으로, 하다못해 내가 사랑했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숱한 이유들로 '어떤' 강간 피해자들 여성의 편에 서지 않는것, 애써 피해자의 증언을 무시하는 것, 가해자의 편에 서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이해하려고 해보지만 받아들여지질 않는다. 어떤 대의가 한 여성의 강간피해보다 우선될 수 있다는 것인지, 정말 나는 모르겠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야속함의 크기는 작아지질 않는다. 우선순위가 다르다고 내가 나 자신을 설득해보지만, 내 설득에 내가 잘 넘어가지질 않는다. 나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강간 피해자 여성의 말을 못들은 척 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때로는 가해자의 편에 서는걸까. 왜 어떤 여성들은 어떤 남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추앙할까? 그 남자의 폭행이 드러나도, 왜? 아무리 불완전한게 인간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고 자꾸만 아프다. 그래서,


나는 내 남은 삶이 앞으로 대단히 외로울 것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단단히 각오하고 있다, 그 외로움에 대해서는.



난 외로울 것이다. 




인권운동을 하던 알린은 민주사회학생연합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납치를 당하여 남자 두 명에게 잔혹한 강간을 당한 뒤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헌신이 우선순위가 됐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내 다리 사이에 보지가 있는 한 그것은 억압당할 유일한 필요조건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다른 누구와 다를 바 없이 취약했고 그 사실은 내게 충격이었다." - P432

스웨덴 정부가 후원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스톡홀름에 간 적 있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만한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루스 이리가레(<반사경으로 들여다본 여성이라는 타자Speculum of the Other Woman><하나이지 않은 성This Sex Which Is Not One>의 저자)를 만났다. - P401

결국 나는 일본인 여성 딱 한 명과 함께 그곳(홍등가)으로 갔다. 그곳의 지저분하고 처찬한 광경에 가슴이 무너졌다. 큰 광고판의 성매매 광고에 아동들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처에서는 포르노 만화책을 팔고 있었다. 만화책에 묘사된 장면드마다 가학적이었고 아동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 P400

좋은 엄마였던 샤론 머피는 발언 참여를 위해 멀리서 왔는데, 콘퍼런스 장소를 나서면서 곧바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내가 샤론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샤론의 시어머니인 작가 마야 안젤루는 며느리와 손자를 보호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하는 자기 아들을 보호하고 나섰다. 샤론이 더 이상의 폭력을 견딜 수 없어 자기 아들(마야의 손자)을 데리고 관할구역을 빠져나가자 마야는 사람을 고용해 샤론을 뒤쫓아 체포한 뒤 납치 죄목으로 구속했던 것이다. - P355

여기 또 한 가지 알아 두면 좋을 관점이 있다. 동등한 고용권을 얻기 위해서 혹은 불합리한 노동 환경에 항의하기 위해서 15년 동안이나 소송을 진행하고, 그 사이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혀 해고당한 뒤 어디에도 채용되지 못한 페미니스트는, 기자회견에서 일회성으로 그런 여성의 권리를 차지한(나 같은)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여러 해 동안 성희롱 방지법안을 도입하려 애쓰고 이를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는 페미니스트는 단순히 언론에서 그런 법안 도입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두 번 한 사람과는 다르다.
매 맞는 여성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50여 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며 마치 자신이 수녀라도 되는 듯 가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사는 페미니스트는 그런 쉼터를 위해 일회성으로 기금 마련을 하는 나 같은 페미니스트와는 다르다. - P337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을 때, 우리는 낯선 이들에게 배신당했을 때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를 입는다.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고 선언하는 자매들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피해자를 믿어 주고 성폭력에 맞서겠다는, 그리하여 전폭적인 지지와 선망을 끄러낸 운동에 참여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데 당신의 페미니스트 동지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마치 정치인들처럼 다른 것(낙태를 합법으로 유지할 특정 남성 또는 정당)을 얻기 위해 한 가지 원칙(자신이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여성을 믿음)을 희생시킬 사람들임을 깨닫게 됐다고 상상해 보라. - P315

나는 광기가 실제로 존대한다고 믿는다. 조증, 우울증, 조현병, 침습적 회상 같은 증상이 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또 그것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징벌 수준으로 병을 진단받고 나긴찍히고 학대당한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나는 우울을 낭만화하거나 그것을 일종의 예술로 보려는 이들에 반대한다. 그리고 이런 증상들은 정치적 혁명이 치유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P242

"오늘 밤에 클럽 갈래요?"
"말도 안 돼요."
예전에도 우리는 밤의 유흥에 대해 여러 번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다. 길고 고된 하루의 긑에 그 화려한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술을 마신다는 생각 자체가 내게는 공포였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 P240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여성 대상 폭력을 유발하고 사람들을 그런 폭력에 군감하도록 길들이는 혐오물로 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 주장은 그 자리에 있던, 수정헌법 제1조를 지지하던 변호사들을 자극했다. 앤드리아와 매키넌은 그들에게 "포르노그래피를 상대로 십자군 전쟁을 벌인다"며 조롱받았다.
우리는 무엇을 성취했나? 별로 없었다. 섹스를 통해 짓밟히는 여성의 이미지는 한층 더 선정적으로 변했고, 이제는 도처에 널린 만큼 흔해졌다. 이웃집에서 자신들의 섹스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고, ISIS 등 무장단체가 여자아이들을 납치해 극도로 가학적인 포르노그래피 장면을 연출했으며, 따르지 않으면 죽이는 시대가 됐다. - P232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토착 원주민 및 백인 청년 활동가들은 민권, 언론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쟁취해 나가는 구심점이 됐다. 미국의 청년들은 각종 선언, 콘퍼런스, 토론회에에서 베트남전, 자본주의, 인종차별에도 반기를 들었다. 대부분 남성이었던 지도부는 사회주의 대 공산주의, 전체주의 대 민주사회주의, 그리고 냉전 및 핵무기경쟁의 책임은 소련과 미국 중 어느쪽에 더 있는가를 두고 싸웠다. 하지만 걸핏하면 싸우는 남성 사회주의자들, 블랙 파워, 토착 원주민 및 라틴계 활동가들은 이런 논쟁 속에서 대다수 여성은 배제시켰다. 1965년과 1966년 당시 운동권의 남성 지도자들은 여성이 자신들에게 커피를 타 주고, 문서 복사를 해 주고, 섹스를 해 주는 존재라 생각했다. - P209

앤드리아는 케이트 밀릿과 슐리 파이어스톤처럼 천재였다. 또 그들과 마찬가지로 열정적이었고, 편집증과 자기 파괴의 성향도 있었다.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두려움과 경멸과 오해-그러면서도 동시에 진심 어린 존경과 열정적인 사랑-의 대상이기도 했다. 앤드리는 페미니즘을 설파하기 위해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같았고, 여성 성폭력에 반기를 든 기수 같았다. - P204

사실 나는 그를(케이트 밀릿) 사랑했다. 성적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었을 뿐이다. 나는 그의 생각들과 그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를 사랑했다. 나는 극히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자들에게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다. 반짝이는 대화를 위해서라면 그들의 싫은 면도 참곤 했다. - P186

한 달쯤 지날 무렵, <여성과 광기>에 대한 에이드리언 리치의 극찬이 담긴 긴 서평이 <뉴욕 타임스 북 리뷰>표지에 실렸다. 내 세대에 그토록 화려한 칭찬을 받은 페미니즘 작품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판매 부수가 급증했고 담당 편집자는 승리의 냄새를 맡았다. 그렇다. 신문 하나가 그 정도의 결정권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에이드리언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에이드리언, 당신이 어디에 있는, 나는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삶이 변화된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그렇듯이요. 당신이 쓴 서평 덕분에 그들은 내 책을 읽게 됐을 테니까요.
그로부터 20년 뒤 <뉴욕 타임스 북 리뷰>지면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트라우마>를 소개하면서 나는 마음의 빚을 갚았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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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9-04 21: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복잡한 마음… 이해합니다.
제가 다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 마음 이해합니다.

다락방 2022-09-05 08:23   좋아요 2 | URL
저는 어제 이 책의 책장을 덮고 아 외롭다, 했습니다. 외롭다, 나는 평생 외로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감당해야 한다... 저는 앞으로 계속 외로울 예정입니다. 하아-

건수하 2022-09-04 22: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었음에도 마야 안젤루의 일화는 잠시 잊고 있었어요. 다시 충격..

저자의 일은 <여자의 적은 여자다>에도 간접적으로 언급이 되어있어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해서 참 용기있다고 생각했어요. 관련자들의 실명을 밝힌 것도요.

다락방님께서 저번에 타협에 대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타협을 일단 하기로 마음 먹으면 할수 있는 것의 정도를 정하기는 더 어려운 거라… 제가 그렇게 썼던 것에 대해 마음이 좀 무거워지네요. 역시 이론은 쉽고 실천은 어려운 것..

다락방 2022-09-05 08:27   좋아요 4 | URL
저는 필리스 체슬러의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나란 인간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안되겠다, 설사 대의를 이루지 못해도 나는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쪽에 설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옳은가? 더 나은가? 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책을 다 읽고나서는 되게 외롭더라고요. 저는 음.. 숙명적으로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게될 것 같아요. 필리스 체슬러도 외로웠을 것 같아요. 물론, 수시로 기쁘고 행복하지만요.

건수하 2022-09-05 08:56   좋아요 1 | URL
외로운 건.. 그들도 다 외로울 거예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하는 일을 하며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지 생각하면서도 자기처럼 그러는 건지 모르겠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얼마나 괴롭겠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기가 만족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알라딘 서재에 그런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좋고요.

다락방 2022-09-05 09:18   좋아요 2 | URL
맞아요, 수하 님. 다들 외로울 거예요. 인간은 누구나 다 외롭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외로운 존재라는 걸 인지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다들 개인으로 놓고 보면 자기만의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무언가를 하고 그러기 때문에 삶은 지속되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9-04 22: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전에 민주노총 내에서 여성 노조원 성추행문제가 드러났던 적이 있었어요. 왜 없었겠어요.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고, 온갖 인간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인데..... 그런데 그 때 제가 존경하던 많은 선배운동가분들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덮고 넘어가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여성노조원을 오히려 비난하는 분위기였었죠. 그 때 저 진짜 전교조고 민주노총이고 다 탈퇴하고 싶었어요. 그게 말이 되냐고 말이에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어떤 노선을 취하든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선이 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지키지 않는건 진보/보수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선인거죠.

다락방 2022-09-05 08:46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 님, 맞습니다. 정말 그래요. 저는 대의 때문에 어떤 여성의 강간 피해를 못본척 못들은척 한다는게 아무리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가 안돼요. 그런데 그렇게 못보고 못들은척 하는게 비단 남자들만은 아니거든요. 필리스 체슬러의 책에서도 이름난 유명한 페미니스트들도 그래요. 평소에 그렇게 연대를 주장하던 페미니스트들이요.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가 성폭력을 저지르는 건 더 쉽겠구나, 그리고 사라지지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은 뒤로 미뤄지니까요. 세상이 얼마나 만만할까요. 저는 막 미치겠어요, 바람돌이 님 ㅠㅠ

바람돌이 2022-09-05 08:40   좋아요 1 | URL
그들이 가짜였던게 판명나는거죠. 사실은 대의가 아니라 이익이죠. 금전이든 명예든 자신의 지위든..... 사람 하나가 우주 전체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 한사람을 품지 못하는 대의를 가진 조직??? 그거 뭐에 갇다쓸까요? 그냥 코풀고 팽 버리는게 낫지 않을까요? 세상에는 그래도 이런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 세상 유지되는거겠죠. 우 너무 우울해하지 말고 힘내요. ^^

다락방 2022-09-05 08:4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여기에서 오는 외로움을 숙명으로 끌어안고 단단하게 살아보겠다고 결심했어요!!

공쟝쟝 2022-09-0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인간 참 외로움 참 진심 다락방….
다락방님 저는 이미 외롭게 사는 중입니다… 트루 외롭… ㅋㅋㅋㅋ 외롭게 살겠다고 큰 마음먹지 않으셔도 되요 ㅋㅋㅋ 이미 외로움을 감당해왔으므로 ㅋㅋㅋㅋ!! 외로움 보다 강한 자! 유! 바로 당쉰 ㅋㅋㅋ!!
근데 이 책 진짜 유명인사들 다 나오네요? 개 흥미진진..😫

다락방 2022-09-05 10:49   좋아요 1 | URL
저도 무릇 인간이란 외로운 동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살고 있었는데, 이 책 읽고 나니까 뭔가 각오를 다지게 되더라고요. 그래, 나는 앞으로도 평생 외로울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자! 이렇게 말이지요.
유명인사들 다 나오는데 그들의 업적도 대단하지만 삐딱하기도 당연히 있어서 참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그렇습니다. 어휴... 그런데 읽다보니 필리스 체슬러가 저랑 비슷한 성향인 것 같아요. 필리스 체슬러 역시도 남자를 사랑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대리모 반대하고 포르노 반대하더라고요. 체슬러 좋습니다 ㅠㅠ

공쟝쟝 2022-09-05 10:59   좋아요 0 | URL
저도요, 남자 좋지만 남자 좋다고 여자를 죽이면 안되죠…. 저는 사실 네덜란드에서 스윗대디들 넘 많이 봐서 (거기는 여자보다 남자가 더 육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남자들이 잘생기기도… 푸핫ㅋㅋㅋㅋ) 잘 공존하면 참 좋을텐데. 이런 맘이었거든요. 그 나라도 한계가 있겠고 뭐 그렇지만요…. 역시 나라가 잘 살아야하는 건가…. 하하하하!!
무튼 이 책 저도 있어요…!! ㅠㅠㅠ
 
자유죽음 -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에 대하여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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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을 사랑한다.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사랑한다. 나는 더운 여름날을 사랑하고 빗소리에도 즐거움을 느끼고 커피향에도 행복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행복을 주는 것들이 많고 무엇보다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좋아서 나는 다시 태어나도 인간이고 싶다. 그런 한 편, 죽음이 두렵다. 내가 죽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것, 내가 '없음'이 된다는 것, 내가 '있지 않음'이 된다는 것을 상상하면 너무 두렵다. 매일밤 잠들기 전에 그 날의 후회나 기쁨들이 생각나곤 하지만, 아주 자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든다. 내가 언젠가 죽게 된다는 것은 내게 크나큰 두려움이다. 그렇게 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드는 밤이면 가만가만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괜찮아, 만약 정말 내게 죽음이 닥친다면, 그래서 정말 죽는다면, 나는 없음이고 내가 죽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해. 두려움 같은 것도 더이상 없어. 내가 없는데 무슨 두려움이야.


그렇다, 죽은 후에는 내가 '없음' 이라는 거, 아무것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무의 상태라는 것은, 내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이 살아가야겠다는 각오 혹은 두려움을 떨치겠다는 의지로 죽음에 대한 책들을 읽다 겨우 다다른 경지였다. 그나마 나를 다독일 수 있게 된 것은 죽음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죽음에 대한 책들을 부지런히 찾아 읽은 결과였다.


그러다 최근에야 나는 내가 삶에 열심인 태도로 임하는 것, 사소한 자연 현상에도 혹은 인간 관계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내가 삶의 유한함을 언제나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죽음이 나를 지배하는 것처럼 두려워한다고 나는 생각했는데, 나는 그 누구보다 삶은 유한하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죽음이 나를 잠식한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너무 잘 인지하고 있던 거였어. 그것이 나를 열심으로 살게 만들고 작은 목표들을 가지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눈 돌리는 곳마나 기쁨과 행복이 있게 했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움직이고 여행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틈틈이 웃고 즐거워하고 살아가는 것은 내가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간의 삶은 단 한 번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어!!


이제 삶의 유한함을 내가 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나는 계속 죽음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인간에게 죽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이상, 그것을 내가 좀더 잘 받아들이거나 혹은 좀 더 잘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간의 죽음에 대한 관심과 독서가 나를 이만큼까지 오게 했다면, 앞으로 더 알고자 하는 것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나는 장 아메리의 [자유죽음]을 읽으면서 내가 확실히 삶의 편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죽음과 나를 갈라두는 게 아니라 내가 이제 저쪽 편을 볼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확실히 이 편이었어, 저 편을 보려고조차 하지 않았지, 저 편은 이 편의 반대였고 이 편이 선이라면 저 편은 악이었어. 그러나 자유 죽음이라는 단어가('자살'이 아니다) 이 편에만 있고자 하는 내게 아니라고, 여기가 악인 것이 결코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그래, 나는 스스로 죽음을 향해 가는 이들을 향해 이 책에서 장 아메리가 지적한 것처럼 저잣거리의 교훈으로만 대하려고 했었던 거다. 살아야지, 어떻게든 살아야지! 그러나, 어떻게든 살아야만 하는가? 라고 장 아메리가 묻자마자, 나는 갑자기 혼란을 느낀다. 



그러게.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선인가?



'장 아메리'는 이 책에서 '에셰크'라는 단어를 소개한다. 그것은 옮긴이의 말을 빌자면,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체스를 둘 때 외통수에 걸린 것을 나타내는 단어.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하고 만 것을 적시하는 단어' 라고 한다. 내가 나의 실패에, 돌이킬 수 없는 것에 맞닥뜨렸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게 아니라 '이런 식은 아니다, 싫다'고 거부하며 죽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악이 아니라고, 그것이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구의? 오로지 자기 자신의 선택. 나의 주체는 나이고 나의 선택도 오로지 나여야 한다는 것. 여기에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장 아메리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학자들에 대해 언급하는데 그중 예로 드는게 '슈니츨러'의 <구스틀 소위> 이다. 소위의 명예를 잃게 되자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내용의 단편 소설을 예로 들면서 책 한 권에서 계속 주장한다. '그의 과거가 정말 치욕적이었을까? 그의 느낌 안에서는 분명 그랬으리라.(p.112)' 라고. 그러니까 타인이 '그정도의 것' 이라든가 '다른 식의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고 해도, 그것이 그 자신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느냐 하면, 그가 느낀 절망은 그 자신에게 너무나 강렬했다는 것.


너희에게는 별것 아닌 돌발 사건일 수 있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인생의 결정적 사건이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나머지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p.115)



장 아메리가 구스틀 소위를 데려와 '나에게 결정적 사건이므로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고 했을 때, 나는 '조조 모예스'의 소설 [미 비포 유]를 떠올렸다. 미 비포 유 속에서  '윌'은 열정적으로 살아가며 신체활동을 즐기는 남자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운동을 즐기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와 침대에서 꼼짝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런 그에게 '클라크'라는 여성이 개인 간호를 맡게 되고,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우정과 사랑이 싹튼다. 윌은 자신의 삶이 사고 이후로 우울하기만 했는데 클라크 덕에 더 밝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내일 아침 눈을 뜨는 이유도 오로지 클라크 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윌은 '장 아메리'의 표현을 빌자면, '자유죽음'을 택한다. 클라크는 자신의 사랑이,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윌의 마음이, 그리고 그들 사이의 이 감정이 자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만들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윌은 말한다. 아니라고, 그건 물론 충분히 좋고 긍정적인 감정이지만, 윌이 생각하는 윌의 인생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클라크가, 클라크의 사랑이 부족하다거나 하찮아서가 아니라, 윌이 생각하는 윌의 인생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는 그런 삶을 유지하느니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그 자신이 그의 주체가 되어서 자유 죽음을 택하는 거다.



"난 그걸로 안 돼요. 이, 내 세상은, 아무리 당신이 있더라도 모자라. 진심으로 말하지만, 클라크, 당신이 오고 나서 내 삶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건 충분하지 않아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제는 내가 물러설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면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알겠어요. 당신이 곁에 있다면, 어쩌면 썩 괜찮은 삶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내'인생이 아니에요. 당신이 얘기를 나누었던 그 사람들과 나는 달라요. 그건 내가 원하는 삶과 전혀 다르단 말입니다. 비슷한 구석도 없다고요."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p.471-472



아무리 윌을 사랑한다고 해도 윌에게 '아니야 네 인생은 충분히 빛난다' 고 말하면서 그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윌이 느끼는 윌 자신의 인생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으니까. 그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이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자유 죽음을 택하는 윌에게 아무리 클라크라고 해서, 그리고 윌의 가족이라고 해서 '그래도 살아가야지!' 라고 해도 되는걸까? 삶을 사랑했던, 그러니까 무조건 이 편이기만 했던 내가, 내가 삶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윌에게도 네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말해도 되는 걸까?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것에 대해 책을 읽고난 후 걸으면서 오래 생각했다. 

이 책의 저자 장 아메리는 유대인으로 태어나 박해를 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지만 마지막엔 자유 죽음을 택했다. 우리는 간혹 고통의 시간을 다 견뎌놓고서도 종국엔 자유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왜 그렇게 고통을 다 견뎠으면서도 자살햇을까?' 라고 의문을 갖고 '그것이 그사람을 지배한걸까?' 라고 자연스레 생각하지 않았었나. 나는 장 아메리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치 치하에서도 견뎌낸 삶은, 그것이야말로 그가 버티어낸 것이며,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유 죽음을 택한 것은, 그것이야말로 '내가 내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인 것을 이제는 알겠다. 너네가 죽인다고 내가 죽는 것이 아니야, 니네가 나를 죽이고 싶어해도 내가 죽는 것이 아니야, 내 죽음은, 내가 죽고 싶을 때 내가 결정하는 거야. 그야말로 자유 죽음, 자신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닌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에 대해서도 생각났다. 읽으면서 내가 몹시 혼란스러웠던 그리고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인데, 주인공 '메리앤'은 남자친구에게 섹스 도중에 자기를 때려달라고 말한다. 그것이 옳다 옳지 못하다와 별개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때리라'고 말하는 것은 그 사람 내면의 상처인가, 아버지와 오빠로부터 학대를 당해놓고 굳이 자기가 학대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아파하기만 햇었는데, 그 행위-나를 때려줘!-야말로 자신이 자기 자신의 주인임을 찾아가는 행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장 아메리의 이 책을 읽다가 들었다. 아빠오 오빠로부터 학대당한 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고 나에게 어쩔 수 없이 닥쳐온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너에게 나를 때려 달라고 말해서 가해지는 이 폭력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지금 맞기를 선택했다, 지금 이 순간 내 육체의 주인은 나이다, 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겠는 거다. 물론, 나는 메리앤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때리라고 말함으로써 주체적이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그런 시간도 벗어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떤 고통을 부러 당함으로써 내가 지금 이 시간 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 샐리 루니의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 가슴 아프기만 했는데, 장 아메리는 나로 하여금 샐리 루니의 글을 뒤늦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아, 여러분, 책 읽는 거 진짜 너무 좋지 않나요? ㅠㅠ 나는 너무 좋습니다.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한다. 여전히 삶의 편 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죽음의 반대지점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의 고통 혹은 치욕에 '왜 고작 그거 가지고'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걸 안다면, 결국 죽음을 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래도 살아야지!' 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나 자신의 주체가 되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은 '죽음은 두려운 것'으로부터 나를 조금 떼어놓는다. 밤에 잠들기 전에 또 죽음이 나에게 닥쳐올 것이고 내가 없음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워질라 치면, 이제 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어차피 없음이 되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더해, 이제는 '죽음 자체를 내가 선택할 수도 있다' 고 다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 아메리가 재차 중요하다고 말해왔던 것, 나는 나 자신에게 속해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속해있다는 것, 나의 주인은 나라는 것. 그것은 나를 단단히 서게 할 것이며, 죽음이란 두려움이 찾아들 때 나를 다독이게 해주기도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한다. 죽음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죽음을 선택하게 될지, 그것은 아직 나에게 먼 일 같고 내 일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 편의 맞은 편에 있는 것이 '선이 아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고 아마 앞으로도 삶을 사랑할 것이고, 나에게 어떤 치욕이 찾아들기를 바라지도 않지만, 선택이 최종적으로 나의 몫임을 인지한다. 그래, 죽음이야말로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장 아메리는 이 책을 통해 자살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의 치욕 자신의 고통 그리고 종국엔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결정앞에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비난하기를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내 기준이 나만의 것이듯 그의 선택은 그의 것이니까. 


유진목 시인은 이 책의 추천의 글에서 '단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덮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 호흡으로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는 사람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라고 했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는 사람이었다(사실 단숨은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자꾸만 곱씹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의 유한함에 대한 불안함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은 작은 다독임이 되어주었다. 밑줄을 아주 많이 그었다.



두비토(Dubito‘나는 의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적당한 때가 오면 반드시 자유죽음과 기독교를 더욱 자세히 이야기해야만 하겠다. 여기서 우선 말해두고 싶은 것은 진정 신앙심이 깊은 사람에게 뛰어내려야 할 상황은 생겨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자유죽음, 즉 ‘자살‘은 이런 맥락에서는 결국 죄악이라고 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은 위대하다. 주님의 자비는 끝을 모르므로 언젠가는 용서해주실 거다. 그래서 ‘신앙인‘은 죽음을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겨, 주님의 사랑으로 품어 안으리라. 그렇다면 모든 게 좋다. 삶과 죽음을 두고 벌이는 논리적인 혼란이라는 우리의 문제는 고작 쓸데없는 망상일 뿐이다. 아니다, 더욱 나쁘다. 이건은 불행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 혹은 원한다면 시대정신은 신앙과 거리가 멀기만 하다. 그토록 깊은 신앙은 극히 소수의 사람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P53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때 슈니츨러는 겸손하게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등장 인물들로 하여금 말하고 생각하게 한다. 위의 문제들을 놓고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지껄여 대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어보게 만든다. 슈니츨러는 문제에 직접 손을 대지는 않지만, 그게 우리에게 아주 절박한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 P56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다! 바이닝거는 유대인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이었다. 가정부는 가수의 관심을 절대 받지 못하는 무명의 인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수의 눈에 가정부는 이름 없는, 가난한 처녀일 뿐이었다. 그래서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은 실제로도 있어서는 안 되니까. 혐오스러운 유대인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유대인이 아닐 수 있는 현실의 길은 죽음이었다. 가정부도 마찬가지다. 가수의 눈길 한번 받을 수 없는 인생을 사느니, 그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부정의 길이 곧 자살이었다. 하지만, 이 길은 길이 아니다. 그 어디로도 이끌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바이닝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유대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개수대 앞에서 설거지하던 불쌍한 처녀가 죽었다고 가수의 품 안에 안길 수야 없지 않은가. 결국 자유죽음은 ‘무의미‘하다. 이 말은 모든 경우에 남김없이 적용될까? - P61

그러니까 가정부, 첼란, 클라이스트, 하젠클레버(Walter Hasenclever), 헤밍웨이 등은 그들의 어리석은 죽음으로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치명적인 증거를 내놓았다. 즉, 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최고로 가치 있는 자산‘이 아니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줬다.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다‘는 게 심오한 농담 그 이상이라는 것을! - P63

존재, 곧 ‘있음‘이라고 하는 것은 연구하기 아주 힘든 문법적 구문을 가지고 있다. ‘있음‘이라는 말은 그 모순, 즉 ‘있지 않음‘이라는,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를 모순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있지 않음‘, 곧 ‘없음‘이라는 말뿐인 불가능성을 강제로 이끌고 오는 사람은 무의미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무의미한 사람일 뿐, 망상과 광기에 사로잡힌 괴상하고 의심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자유죽음을 미친 짓으로만 몰아세우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 P68

여전히 사람들은 누군가 죽으면 그 죽은 사람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 "망자는 자신의 ‘평안‘을 찾았습니다!"하고 입에 발린 소리 하는 것을 들어야만 가까스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이때 죽은 육신, 곧 시체가 평안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완전한 해체로 이끄는 화학 과정이 시작된 시체가 무슨 평안을 느끼겠는가. - P81

학교 교육 덕분에 이제 인간은 죽음이 하나의 생명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들어선 어떤 과정의 종착점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세포들의 자기 재생 능력이 그 사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죽음이다. - P85

죽음이 아무리 자연적이라 한들 내 죽음은 나에게 최고로 반자연적이다. 이성을 마비시키며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게 내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멈출 수 없다. - P87

도대체 왜 무엇이어야만 하는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없음으로 돌아가면 왜 안 되는 것인가? - P98

나는 역사와 정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호감 가는 경우가, 드높은 용기로 성취해낸 정의가, 희망에 매달려서 이뤄졌다고 결코 믿지 않는다. 자신을 없음으로 던지는 행위, 이게 역사를 끌고 온 원동력이었다. - P106

그의 과거가 정말 치욕적이었을까? 그의 느낌 안에서는 분명 그랬으리라. - P112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자격이 있다. 너희에게는 별것 아닌 돌발 사건일 수 있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것은 인생의 결정적 사건이다. 너무나도 결정적인 나머지 나는 나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다.


이것은 자연적인 죽음이다. 이 죽음이 자연적인 이유는 내가 일상 언어가 자연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정신적으로 소화할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한 죽음은 나에게 있어 자연적이다. - P115

자연 죽음으로서의 자살이라는 게 정확하게 무엇일까? 존재를 강타하며 파괴하는 ‘에셰크(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체스를 둘 때 외통수에 걸린 것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한다. 돌이킬 수 없이 실패하고 만 것을 적시하는 단어다.)‘에 맞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게 자살이다. - P119

우울증 환자가 자신의 메말라버린 세계관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세계관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적어도 그에게 인정을 해줘야 한다. 그의 선택은 이성적인 것이었다고!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그에 맞게 행동한 것일 뿐이라고! "그래도 끝까지 살아야만 해." 저잣거리를 떠도는 세속의 지혜는 이렇게 꾸짖는다. 아니다.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살아야 하는 인생이라는 것은 없다. 어차피 반드시 찾아올 어느 날 더는 살 수가 없어서, 아니 살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저 꾹 참고 그날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P119

주체는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사회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과 결정은 오로지 당사자 개인의 문제다. 그는 자신의 독자성을 위해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의 고유한 것이지 않았던 생명이라는 고유 재산을 파괴한다. 손을 내려 놓는다. - P120

머리 때리는 것을 인간이 맛볼 수 있는 가장 치욕적인 굴욕으로 여기는 게 우연은 아니다(아이의 머리를 절대로 때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P130

나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내가 죽음에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의사가 자랑스러워한 구조 활동이라는 게 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 P150

나는 나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 P175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어떤 때 죽으며 무엇을 실현해야만 한다고 앞장서서 규정할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따위의 명령은 주제넘은 월권일 뿐이다. 그래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죽음과 관련해 종교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사회의 요구와 똑같은 특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사회든 종교든 인간에게 자신의 소유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결정할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사회와 종교는 인간에게 결정의 자유를 포기하도록 요구한다. 칸트도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의무라는 것을 범주적으로 생각해본 끝에 조그만 시골 교회 목사나 위대한 신학자들처럼 자유죽음을 비난했다. 말인즉 자유의지로 결정하지 말고, 신이 부여한 의무 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의무에 순종하라고 칸트는 타일렀다. 의무? 종교가 인간에게 간섭하며 요구하는 의무라는 것은 사회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 P175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존재다. 사회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물망을 뒤집어씌우지 않고 생각해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생물학적인 숙명이라는 것과 따로 떼어볼 때, 인간은 본질을 드러낸다. 살아야만 한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 P181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든 학문에서든 현실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단호하게 경쟁하는 적수가 자살자다. 그는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는 것을 안다. - P198

자살자는 고집 센 토론자가 아니다. 그는 언제나 ‘예‘하는 말을 하며, ‘아멘‘ 할 따름이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지극한 존엄함에게, 종족 보존을 위해 필요한 풍문으로 자살자를 심판하는 세상에게! 평온한 바다와도 같은 감정으로?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사면의 벽들에 머리를 사정없이 부딪치면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비유라고 하는 것은 겉보기에만 서로 배척할 뿐이다. 다만, 있지도 않은 저 하늘나라에 가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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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치욕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from 마지막 키스 2022-08-22 08:30 
    있어서 안 되는 것은 실제로 있을 수 없다! 바이닝거는 유대인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이었다. 가정부는 가수의 관심을 절대 받지 못하는 무명의 인물로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가수의 눈에 가정부는 이름 없는, 가난한 처녀일 뿐이었다. 그래서 탈출구는 죽음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은 실제로도 있어서는 안 되니까. 혐오스러운 유대인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유대인이 아닐 수 있는 현실의 길은 죽음이었다. 가정부도 마찬가지다. 가수의
 
 
공쟝쟝 2022-08-21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셰크. 피가되고 뼈가되는 아니 피가있고 뼈가 있고 살이 있다는 게 느껴지는 삶의 의지로 충만한 리뷰네요 ㅋㅋㅋ 이미, (또), 알고 있는 사람 다락방 ㅋㅋㅋㅋ 저는 다락방님이 글에서 어려운 말 안쓰면서 반복해서 곱씹으면서 주문 거는 거 좋아요 ㅋㅋㅋ
죽음에 대해 때때로 심각해지는 게 저잣거리나.. 고준담론은 정말 아닌데요… 너무 중요한 이야긴데… 사실 생각하길 미루죠. 좋은 책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삶의 편입니다. 만약에 태어나는 거 물어보면 안태어날꺼지만요 ㅋ

다락방 2022-08-22 09:12   좋아요 2 | URL
저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그보다 죽기 싫은게 더 크지만요. 죽기 싫다, 그러나 죽어야 한다면 다시 태어나고 싶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내가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까요? 그걸 알 수 있다면 더 잘 살 수 있을텐데 말예요.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ㅋㅋㅋㅋㅋ

죽음에 대한 책은 가끔 읽게 되더라고요. 제가 죽음을 두려워해서 더 그런것 같아요. 알고 싶고 어쨌든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아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쉽게 쓰는건, 제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어려운 거 쓰면 무슨 말인지 모르잖아요. 소통에의 욕망 같은 것이 아닐까. 하다가 아니면 .. 어려운 말은 내가 몰라서? 뭐, 그렇습니다.

단발머리 2022-08-21 1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의 의지가, 활력과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리뷰네요. 자살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다락방님 리뷰 읽고 나니 한 번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인거 같고요. <미 비포 유>의 ‘윌‘을 언급해주셔서 샘 클라플린 떠올리면서 읽으니 훨씬 더 좋았어요.
저도 죽음으로 ‘내‘가 없어진다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거기에서 말하는 ‘나‘란 내가 가진 의식을 말할텐데, 사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기는 하는데. 그래도 제가 자주 생각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잘 읽고 갑니다. 저는 물어보면 다시 또 태어나고 싶어요 ㅎㅎㅎ

공쟝쟝 2022-08-21 19:42   좋아요 1 | URL
단발님은 바보얏🤣🤣🤣

단발머리 2022-08-21 19:44   좋아요 1 | URL
싸우자! 😡😡😡

다락방 2022-08-22 09:15   좋아요 1 | URL
저자는 자살과 자유죽음을 구분하는 쪽이에요. 저자가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하는건 자유죽음이고요. 저는 죽음에 대한 책을 가끔 읽어줘야 겠더라고요. 저 자신을 위해서. 어떤 것인지 모르니까 자꾸 두려워하잖아요. 알면 알수록 두려움의 크기는 줄어들겠지, 하고 읽는 쪽인데 두려움의 크기가 줄어든다기 보다는 나를 다독이는 경우의 수가 더 늘어나게 되는것 같아요. 어쨌든 이것도 좋습니다. 저는 그저 죽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책이겠거니 했는데 뜻밖에 철학책이며 자신의 주체는 자신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어서 좋았어요. 아, 그래서 말인데요 단발머리 님, 다음 원서에 대해 제안을 제가 단톡방에 하겠습니다. ㅎㅎ

mini74 2022-08-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도 두렵지만 죽은 후 남게 되는 사랑하는 이들이 슬플까도 두려운데 그건 제 몫의 걱정이 아니겠죠 ㅎㅎ 다락방님이 삶을 사랑하는 이유들이 참 좋네요.

다락방 2022-08-22 09: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니 님.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죽음에 대한 결정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무조건 살라고 하는 이유는 사실 죽음을 결정한 자 보다 주변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아요. 남은 자들의 슬픔이 너무 클까봐서요. 제가 리뷰에도 썼지만 [미 비포 유]에서 윌이 죽음을 결심할 때 사랑하는 사람이 말리려고 하지만 그걸 말리는 것, 죽음을 미루거나 중단시키는 것은 누구를 위한것인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독서였어요.

그레이스 2022-08-21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어요
덕분에 내용을 조금 알고 가네요
미 비포 유 읽고도 생각이 많았어요

다락방 2022-08-22 09:41   좋아요 1 | URL
네, 미 비포 유는 뜻밖에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주져는 책이었어요. 로맨스인줄 알고 읽었다가 정말 생각이 많아졌고 그리고 이렇게 지금도 계속 생각나네요. 저는 윌이 죽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건 윌이 아닌 나의 생각이라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 책 덕분에 미 비포 유를 또 생각하게 됐어요.

바람돌이 2022-08-21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 중의 한분이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김학철선생님이거든요. 그 분이 85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 마지막 20일간을 곡기를 끊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조용히 준비하고 흐트러짐없이 죽음을 맞았다고 들었어요. 죽음조차도 그분답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죽음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네요.
저 역시 삶을 너무 너무 사랑하지만 죽음은 어쨌든 인간으로서의 나의 기본적인 존엄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항상 해요.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다는 것은 삶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다락방님 글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네요. ^^

다락방 2022-08-22 09:43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 님께서 언급하신 김학철선생님 이야말로 자유죽음을 선택하신 걸로 보여지네요. 내 죽음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준비한다는 태도랄까요. 내가 내 삶을 살았으니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내가 하겠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인것 같아요.

죽음이 두려워서 저는 자꾸 죽음에 대한 책을 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어서요.

책읽는나무 2022-08-21 2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가 없음‘의 무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생각을 하면 어릴 때만큼의 공포감은 좀 덜해졌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하면 그냥 서글퍼지게 되는 것 같아요.
경험이 있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없어진다는 건 나의 고통은 영원히 사라질 것 같아 좀 속 시원해질 것 같은데, 남겨진 나의 가족들과 나를 가깝게 기억하고 있는 이들의 슬픔과 고통이 눈에 밟혀 그게 서글프고 짠하게 느껴져...없어지고 싶지 않다는 미련이 남네요.
자유 죽음 제목이 참 의미심장 합니다.
저는 미련 때문에 아마도 죽음을 선택하게 되진 않을 것 같긴한데 말입니다. 죽음을 바라보게 되는 또 다른 관점은 될 듯 하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런 내용의 리뷰도 넘 좋네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도 다락방님만의 간결한 사유들이 전해져 오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22-08-22 09:4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책나무 님! 내가 ‘없음‘의 상태가 된다는 것, 그렇게 되면 나는 두려움도 안타까움도 아쉬움도 느껠 수 없다, 그러니 지금의 두려움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라고 하다가도 금세 철학적이 되어서, ‘그렇다면 없음이 될건데 나는 지금 왜 있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우리는 결국 ‘없음‘이 될건데 지금 왜 있는걸까요, 책나무 님? 제가 [자유죽음]을 읽으면서 이거 철학책이로구나, 했는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철학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현재 상태로는 제가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삶을 최대한 붙잡으려고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책을 읽는 건 너무 좋아요!! >.<

잠자냥 2022-08-22 12: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음 생에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다부장님은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고,
다음 생은 당연히 그 무엇으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잠자냥은 이 책을 나른하게 누워서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결론은 뜨거운 책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8-22 13:51   좋아요 4 | URL
네 이 책은 저에게 좋은 책이었어요.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입니다. 읽기를 잘한 책이에요. 특히 나는 나 자신에 속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반복해주는게 좋았어요!!

잠자냥 2022-08-22 14:12   좋아요 3 | URL
기대 이상으로 울림이 큰 책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사회나 종교가 한 개인을 자기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가의 그 ‘포효!‘가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의 삶도 그 자체로 이 세상에 지지않겠다던 으르렁거림 같았고요...

다락방 2022-08-22 14:16   좋아요 4 | URL
네 잠자냥 님, 저도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게 진짜 좋더라고요. 사회나 종교나 한 개인을 억압하는 건 같다고 하면서 재차 주장하잖아요.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속한다고요. 그래서 이 작가나 이 책이 비난을 들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잠자냥 2022-09-07 1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 이 <자유죽음>으로 3만원 벌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07 17:22   좋아요 3 | URL
네. 봤습니다. 알라딘도 제가 불쌍했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9-08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립니다 ~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thkang1001 2022-09-08 09: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9-08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축하드려요
다락방님!

책읽는나무 2022-09-10 0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