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규리 아포리즘 2
이규리 지음 / 난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단한 하루가 지나간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했지만 누구의 위로도 힘이 되지 않았다. 무엇도 규정할 수 없는 마음에 하루 하루가 생채기를 내며 지나갔다. 떠나려는 사람을 배웅하는 일은, 그것도 아픈 몸으로 영원히 떠나려는 당신을 놓는 일은 죄를 짓는 일인 것만 같아서. 이렇게 당신을 붙잡고 있는 일도 당신에게 죄를 짓는 일인 것 같아서. 나는 다만 당신을 붙잡고 죄인인 내가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모양새인가.
 
 괴로움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너무 재촉하지 말 것. -p.14

 누구의 위로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게
한 마디의 문장이
내가 물고 어쩌지 못하던 깊은 숨을
토해내게 했다.

 나의 괴로움은 세상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한다. 부모의 투병도, 죽음도 혼자만의 것이라는 걸 알았다. 결혼을 하고 또 다른 가족을 꾸렸지만 내 몫의 통증은 온전히 홀로 싸워 견뎌야하는 것이었다. 가족은 슬픔을 고백하는 곳이며 고민에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곳이다. 슬픔을 나눠가질 수는 없다. 각자의 몫으로 새롭게 태어날 뿐이다. 가족이 있어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 울지 못하는 것 뿐이다. 나는 지난 날 내가 누군가의 슬픔을 덜어줄 수 있을거라 믿었던 일들을 반성했다.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당신의 눈빛, 할말이 많은 눈빛. 마지막이라는 확률을 배제하지 않으므로 거기엔 간절함, 안타까움, 감사함, 서러움, 두려움 그리고 절박함이 혼재한다. 내가 본 모습 중 처음 유순하였다. -p.205

 눈 부시게 부서지는 봄 햇살에 눈물을 걸어 말리며 간다.
서럽고 두려운 삶의 한쪽에 지친 얼굴로 놓인 나의 아버지,
아버지에게 갈 때마다 이 책을 가져갔다. 누군가의 손을 잡듯,
 몇 장 읽지 못하고 덮어두던 페이지가 
시간을 따라 한 장 한 장 한 곳으로 쌓이는 사이 
내 안에서 부풀어오르는 삶의 페이지를 느꼈다.
흩날리는 어지러운 말들을 붙잡아 볼 용기가 생겼다.

 처음엔 무언가 거창한 말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쓰는 일이 나를 면죄하는 것 아닌가 싶은 좌절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기록하고 싶다. 아버지가 나에게 준 삶의 페이지들을. 안쓰럽고 안타깝고 억울하고 분한 당신의 모습을, 시간을, 울면서 끌어 안겠다고. 기억하겠다고. 
그렇게 나의 한 쪽에 지금을 위한 폴터를 연다. 

괴로움 안에 있는 사람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대 쓸쓸해 말아요 -p.69

 시간을 지나가다 만나면 그 때 그때 또 다른 말을 걸어올 것 같은 책.
 그리고 무언가를 적어보고 싶게 만들어 준 책.
 슬픔의 사이에도 삶의 설렘은 있구나 알게 해준 책.
 삶의 호흡이 가빠질 때 나를 멈춰 서게 할 책.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답장을 하고 싶었다. 
 내 어지러운 시간 속에 잠시 앉을 곳을 내준 위로와 희망에 대한 보답으로.

 살아서 건너오는 말보다 한 줄의 고요한 문장이 내겐 더 진실했다.
그 문장의 끝, 여백에 놓인 나의 글을 만나는 일은 설렜다.

 어느 날 이 책과 닮은 한 권의 책이 내 이름으로 남아 
오늘을 갚을 수 있다면,
 그런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면,

가여운 상대를 가만히 안아주는 행위, 잠시 토닥이던 손이 상대의 등에 나비를 그린다. 나비, 팔랑 나비. 손이 없어지고 등도 없어지고 그사이 고통은 나비 날개의 무늬를 가지고 날아갔다. -p.26

거기서부터 다시
일어나 걷기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올 해 5학년이 된 큰 아이와 문제가 있었다. 5년 가까이 해오던 학습지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에도 힘들다 한 적이 한 두 번 아니고 그 때마다 선생님과 상담하며 아이를 다독여 이끌어왔다. 학습 수준도 학년에 비해 높은 편이라 아이 스스로 뿌듯함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학습에 집중을 못하고 연신 하품을 하며 불편한 행동을 보였다. 선생님은 아이가 산만해진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사과를 드렸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과제가 선행이 되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질문을 했는데 선생님은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보기를 보고 그냥 풀면 된다 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왜 이렇게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냥 해야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수업 때마다 아이의 질문은 계속 되고 시간은 지체되다보니 선생님의 언성도 매번 높아졌다. 그렇게 아이도 나도 긴장감 속에 수업을 끝낸 어느 날,  답답해하는 아이가 안타까워 이해할 수 없다는 부분을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했다. EBS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고  아이에게 보여줬다. 서로 이해한 부분을 설명하고 함께 문제를 풀었다. 아이는 막혔던 것이 내려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리곤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엄마가 아니었으면 못했을 거라며. 

  고.맙.다. 

  그 말이 내게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로 들렸다. 
  왜 궁금해하면 안될까. 왜 글씨는 빨리 써야하는 걸까. 왜 수학 문제는 빨리 풀어야만 하는 걸까. 학교도 공부도 재미없고 안하고 싶고. 나는 뭘 잘할까요? 묻는 아들에게 그건 아들이 알지. 아들이 찾아야지. 노력하면 다 된다니까. 안하니까 안되는 거지. 말하는 못난 엄마. 그 일 후에 학습지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서도 아들이 많이 외로웠겠다, 쓸쓸했겠다, 싶은 마음에 며칠 밤을 뒤척였다.

  오늘 받아온 시험지엔 동그라미보다 비가 많다. 시간이 모자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그건 몰라서 못풀었다는 얘기고. 나는 하고 싶은 말들을 삼킨 채 수학이 어려웠냐고 물었다. 솔직히 말해도 되요?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제 머리가 나빠서, 지식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다며 나는 왜 이럴까요? 하는 아이. 엄마와 풀 때는 이해가 갔으니 좀더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알 수 없이 솟는 화를 누르며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문제집을 풀어보자 한 부분에서 벌써부터 입이 나온다. 
  사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공부를 안 했으니까 오답이 이렇게 많은 거지 하며 아이를 비난했을 것 같다. 게임이며 유투브며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찾아 할 때는 의욕 넘치게 자신을 밀어붙이면서 공부는 왜 그렇게하지 못하나, 답답하고 속상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마음이 아주 없다 할 순 없지만 아이가 스스로 실망하지 않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혼자서 못하겠으면 엄마랑 함께 해보자 싶은 맘.
  세상 좋아진 시대와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다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마음고생’이 왠 말인가, 더 살아봐라 그보다 어려운 일 정말 많다, 말이 절로 나오는- 나도 5학년 아들에게 그런 말들을 너무나 쉽게 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아이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이 바로 사회와 어른들로 인해 벌어진 일이며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사춘기가 온 것인지 아들은 요즘들어 비난과 체념이 섞인 말들을 자주 한다.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법을 누가 알려줬을까.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너 그렇게 해서는 소용없어. 죽을 각오로 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미 충분히 버거운 아이에게 이 말은 얼마나 모욕적으로 절망으로 느껴졌을까.
  가만히 다독여 주는 어른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설명해주는 어른도 없고, 너희가 힘들게 뭐가 있냐며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 꾸짖고 충고하는 어른만 많은 세상.
  세상은 분명 좋아졌고 달라졌지만 어른들은, 부모는 달라진 세상에 과거의 잣대로 아이들의 시간을 재단한다. 우리가 고생해 이만큼 지원하고 있으니 너희는 더 많은 노력과 더 나은 결과를 내야한다고 강요한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학원을 돌려 성적을 만든다. 고등학교에 가서 1,2등급에 들지 못하면 패배자가 되고, 그렇게 될 수 없을 바에야 ‘이번 생은 포기’를 외치고 마는 ‘이생망’의 아이들. 그 처절한 세계 속에 다른 대안은 없다. 오직 등수가 나일 뿐.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이 다가갈 수 있을까.
 대화도 이해도 없이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어른들의 포위 속에서 도망칠 수 없이 견뎌야만 했던 아이들. 그들이 살기 위해 선택한- 순응, 무기력, 자해, 중독, 은둔, 비행-의 방어기제를 우리는 복에 겨운 일탈이라 치부하고 비난하며 체벌하기에 급급했던 어른들. 
 부모는 아이를 포기하고 아이는 부모를 포기하면서. 소통과 이해, 응원이 사라진 자리엔 비난과 원망, 이별이 남았다. 서로의 필요가 끝나면 마침표가 되는 개인주의의 세상. 가족이라는 한 집에 있지만 우리는 각자의 생각 속에서 각자의 외로움을 견디며 산다. 이렇게 살기 위해 우리가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달려온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우리가 정말 바라보고 온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힘든 아이들에게 이번 생애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이미 망했으며 부담은 잔뜩 갖고 살아가는데 이해받지도 못하는 억울한 삶입니다. -p.134

  90년대 국민학교를 졸업한 어릴 적 나는 부모가 어렵고 무서워서 늘 속앳 얘기를 숨겼다.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부담이 될까봐 말을 못꺼냈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학원에 무료 입시 강좌만 들으러 가봤을 뿐 혼자 문제집을 풀고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성적은 맘처럼 나오지 않았다. 학원을 다녔다면, 우리집이 부유해서 엄마아빠가 좀더 신경을 써줬다면 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었다. 모두가 그런 비슷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내 아이만큼은 부족함 없이 잘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그 마음이 지나쳐 욕심이 되고 아이의 삶에 희망을 지우고 있다면, 내가 옳다는 마음을 멈추고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내내 붙들어온 마음 하나는 내 아이에게 이런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내 아이와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아이들의 아픈 마음이 시작된 곳을 알았다. 겉으론 쎈 척 하면서 얼마나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책은 끝났지만 마음에 남겨진 페이지들이 무겁다. 어른이란 이름으로 아이들 위에 군림한 시간을 과거로 보내고 이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차례인 것 같다. 그들이 견디는 무게 그대로 그들의 마음고생을 인정해주는 어른의 눈을 우리도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아이의 생각을 평가가 아닌 따뜻한 응원으로 지지해주는 것. 나는 내 삶을 아이는 아이의 삶을 온전히 사는 것. 다시 하고 싶을 때 서로의 돌아갈 곳이 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간절한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병적 자기애와 전능주의, 그리고 자녀에 대한 집착, 이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큰 숙제입니다. 건강한 자기애와 현실주의, 그리고 성숙한 독립과 상호 의존을 통해 ‘희생하는’삶이 아니라 ‘헌신하고 실현하는 삶’으로 나아가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현실에서의 따뜻한 돌봄을 준비해야 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삶이 필요하고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감정적 꼬임과 묶임의 무거운 실타래가 풀려 나가는 것, 그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도 희망의 한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독립시킬 수 있으니까요. -p.2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월,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방학이 겹치는 시기.

 나의 살림은 개학을 맞아 빡빡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느긋해진 시간만큼 핸드폰과 게임에 가까워지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함께 시간을 보내보려 1월 초, 구매한 책들을 소개해본다.

 

 

 

 올해 12살, 8살이 된 두 아이들이 퍼즐북에 호기심을 갖기까지 엄마의 인도가 필요했지만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풀면서 답을 찾아가자 무척 즐거워했다. 금방 다른 문제들을 스스로 풀어보려하고 책 내용을 복사해서 누가 먼저 해결하나 시합을 하기도 했다. 책이 온 첫 날, 엄마는 아이들과 오후 4시에 책을 보기 시작해 이 책의 피크로스, 브릿지, 특별문제 등을 새벽 1시까지 풀게 되었다는 사실! 날 말리지마~~~ 머리가 하얗게 어질어질 멀미가 날 지경에 이르자 아들은 뇌가 운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신나했다. 그 후에도 몇 페이지를 복사해 거실 책상에 두면 아이들이 풀어보고 해결되지 않으면 나에게 물어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좋았다. 8살 딸에겐 좀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피크로스와 미로를 꽤나 좋아했고 아들도 새로 접한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브릿지 등에 도전했다. 함께 받은 사은품 큐브도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요즘 아이들은 핸드폰의 영향인지 생각하는 일을 잘 하지 않으려한다. 금방 답을 알 수 없으면 모른다고 하고 고민해보려 하지 않는다. 우리 아들도 그렇다. 수학의 지문 문제를 읽고 단서를 잡아 유추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찾아가는 재미를 아이들이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찾아가기에 좋은 책이었다.

 

 

 

 올해 둘째가 1학년이 된다. ㅁ이나 ㄷ, ㅏ,ㅓ 등 글씨쓰기 순서가 서툴러 글씨 모양이 잘 잡히지 않아 연습을 위해 구매했다. 교과서 내용을 담아 연습 단어들이 전개되며 단어 하나에 따라쓰기를 위한 흐린 글자 칸, 점선이 그려진 스스로 써보는 글자 칸이 있어 가운데 쓰기와 글자 크기 조절 연습을 적절히 하고 있다. 아이는 스스로 학습지 숙제 후 반 장씩 쓰기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순서를 잘 맞게 써야 연습이 되는 건데...... 딸 혼자서 잘하고 있는 거지?^^

 맨 뒷장엔 학년에 맞는 받아쓰기 급수표가 있어 학교에서 있을 받아쓰기 연습도 필요시 참고하여 할 수 있다. 

 

 

 

 

 

  만화 읽기에 주력하고 있는 두 아이들이 글자책에 관심도 갖고 역사도 즐겁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처음 구입해 본 역사책이다. 그림과 글자 구성이 시각적이고 재미가 있다. 두 권으로 한국사 전체를 담아 지루하지 않게 중요한 부분만 언급하여 부담이 없다. 그런데 스스로 읽지를 않아서... 결국 엄마가 먼저 읽으면 아이들이 옆에 하나 둘 앉는다. 그러면 슬쩍 책을 넘기고 빠지기 ㅋㅋㅋ 중간 중간 숨은그림찾기와 십자말풀이 등 읽은 내용을 되새겨 볼 부분들이 있어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다.

 

 

 

 

 

 지문 문제를 유독 어려워하는 아들과 연습 겸 풀어보려 준비했다. 기초부터 탄탄히 채워가는 훈련으로 이 문제집을 추천받았다. 문제가 빽빽하지 않아 아이에게 부담이 없고 기본문제도 각 주제별로 자세하게 들어 있었다. 단원을 정리하며 강화문제와 단원평가가 간단히 들어있어 학기 중 시험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단, 아들이 처음엔 열심히 풀더니 점차 관심이 없어진다... 응? ㅡ.ㅡ

 

 

 

 

 

 

 

 

 

  이 방학, 치열해질 나를 위해 준비한 책!

아름다운 문장들이 엄마를 호랑이가 되지 않게 지켜줄거야~~

잠깐 잠깐씩 읽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평범한 단어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파장들이 좋아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과 같이 읽게 된다.

 

나는 이런 것들 앞에서 목이 멘다.  

 

 

 

 

 

 

 

 

함께 받은 #1월알라딘굿즈 #행잉백인백-로미오와줄리엣 은

캘리용품들을 정리하여 사용하고 있다.

가방 크기에 알맞은 박스를 넣어 공간을 나누고 재료들을 수납했다.

재질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고 벽 등에 걸어 고정할 수 있게 달려 있는 고리는 힘이 없어 잘 빠지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내부 공간과 주머니 등의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좋아 마음을 달래본다. 이제 요 가방 하나랑 종이만 있으면 캘리연습 준비 끝!

 

  

1월도 이렇게 지나간다.

매일매일을 온전히 감사하며.

 

2월도,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일명 서정시 창비시선 426
나희덕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무 살 즈음 『어두워진다는 것』으로 처음 만난 나희덕 시인은 새 시집이 출간될 때마다 반갑게 구입하는 시인 중 한 분이다. 따뜻한 슬픔. 어지러운 일들 속에 슬픔이 찾아와 아름다운 시가 된다면 그건 괜찮은 일 아닐까 생각하게 해준, 습작이 잘되지 않을 때면 펼쳐보고 위로받았던 시들. 나의 시간 속엔 시인의 시가 혈액처럼 흐르고 있다. 신작 시집 출간 소식을 듣고 시인의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찾아 펼쳤다. 나의 시선은 자주 머뭇거렸고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무엇을 찾고 싶었는지 알 수 없어 표지를 쓸어보았다. 다정한 마음이 일었다. 잊고 있었던, 시인의 시를 읽던 언젠가의 마음이 잠시 나를 찾아왔다.

오랫동안 시를 읽지 못했다. #문단내성폭력 이후부터였다. 시를 쓰고 싶었던 마음도 잃어버렸다. 시집을 사는 일은 동경하는 시인의 문장을 탐하는 일이었다. 다 읽지 못해도 손에 쥐는 것만으로 심장이 뛰던, 그런 시절 밖으로 나는 한순간에 던져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나와 같은 꿈을 꾸던 어린 친구들이 꿈으로 인해 많은 것을 참고 잃어버려야 했던 일은, 자신을 동경하는 습작생들을 시인이란 이름으로 유린해온 일은 지금도 여전히 시집으로 들어서는 나를 막아선다.

 

『파일명 서정시』는 나희덕 시인의 시집 제목이라기엔 너무나 낯설었다. 시들도 내가 기억하는 시인의 시들과 많이 달랐다. 무엇이 시인을 시인의 문장을 밖으로 몰아냈을까. 나를 분노하고 자포자기하게 만든 시간을 시인도 어느 길 위에서 걷고 있었겠지. 증언과 증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불안과 분노, 재난과 난파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시인은 더 이상 개인의 슬픔에 몰두할 문장을 가질 수 없는 듯 보였다.

 

 

이빨과 발톱이 삶을 할퀴고 지나갔다.

내 안에서도 이빨과 발톱을 지닌 말들이 돋아났다.

 

이 피 흘리는 말들을 어찌할 것인가. - 시인의 말 中

 

 

 

  그날은 돌이 지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작은 아이와 함께 있었다. 아이가 넘어질까 좁은 방엔 온통 이불이 깔려 있었고 곳곳엔 장난감이 어지러웠다. 그 위로 따뜻하고 노란 봄볕이 잠시 어른거렸던가. 잠이 와 칭얼거리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나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어떻게… 저렇게 큰 배가, 순식간에, 뒤집어져,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직 배 안에 있는데, 무언가가 나타나 배를 끌어올려 주면 안 되나, 어서 어떤 조치든 취해지기를, 구조자를 만나기를 내내 바라고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도 침몰해가는 배를 어찌하지 않았다. 뉴스는 에어포켓 가능성을 운운하며 생존자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루를 이틀을 믿고 매달렸던 그 말..., 그 말을 믿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죄스러워 TV를 볼 수 없었다. 생중계되는 사건과 사고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모든 국민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

    

우리는 그곳을 세계의 항문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부표 하나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라 앉은 자와 구조된 자 사이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과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 사이에서 -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中

    

   더 이상 받아 적을 수도 토해낼 수도 없는, 목에 걸린 말들 속에서

시인은 어지럽게 분노하는 것 같다.

 

손가락 사이로 힘없이 흘러내리는 말. 모래 한줌의 말. 혀끝에서 맴돌다 삼켜지는 말. 귓속에서 웅웅거리다 사라지는 말. 먹먹한 물속의 말. 해초와 물고기들의 말. 앞이 보이지 않는 말. 암초에 부딪히는 순간 산산조각 난 말. 깨진 유리창의 말. 찢긴 커튼의 말. 모음과 자음이 뒤엉켜버린 말. 발음하는 데 아주 오래 걸리는 말. 더듬거리는 혀의 말. 기억을 품은 채 물의 창고에서 썩어가는 말. 고름이 흘러내리는 말. 헬리콥터 소리 같은 말. 켜켜이 잘려나가는 말. 잘린 손과 발이 내지르는 말. 핏기가 가시지 않는 말. 시퍼렇게 멍든 말. 눌린 가슴 위로 내리치는 말. 땅.땅.땅.땅. 망치의 말. 뼛속 깊이 얼음이 박힌 말.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말. 감전된 말. 화상 입은 말. 타다 남은 말. 재의 말. 

  - 「문턱 저편의 말」 中

 

입을 막아선 손아귀에 괴로우면서도 시인은 끊임없이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고 말한다.

 

그래도 문은 열어두어야 한다

입은 열어두어야 한다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돌아올 수 있도록

 

   고를 수 없는 말들 속에서 시인들은 그저 '아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이란 말을 꺼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먹고살기 바쁜데, 정치인이 그렇지 뭐, 내가 뭐란다고 달라지겠어? 외면하며 지켜온 삶이 그들의 잘못된 행동과 결정에 동조한 일이 되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입술을 내어주고 먹구름 앞에 짧은 고요를 택했다.

  우리가 길을 잃은 시간 위에서 시인이 건져낸 서정시는, 너무나 슬프다.

  거친 언어들 속에서 '아버지, 당신의 틀니가 결국 당신보다 오래 살아남았어요' (「자기만의 틀니에 이르기까지」 中)하는 시인 본래의 서정에 가까스로 닿기까지, 그럼에도 머무르지 못하고 '살아있는 자, 씹고 씹고 또 씹어야 한다 씹어 삼켜야만 한다' 스스로를 재촉한다. 그 채찍질이 나에게도 아프게 묻는다. '당신은 도망치고 있습니까?' (「단식광대에게」 中)

   도망치려는 자신을 부여잡고 시인은 이 시들을 썼을 것이다.

   그런 시인의 모습을 붙잡고, 나도 시집의 마지막에 다다랐다.

 

  시는 나의 닻이고 돛이고 덫이다.

 

   '좋아요'와 '슬퍼요'에 감정을 다치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들에 생각을 조작당하며 '우리는 투명인간처럼 살지만'(「혈거인간」 中) 우리가 어렵게 뱉어낸 '나의 말' 은 살아남아 분명 무언가를 바꾼다. 시인에겐 시가 자신의 가장 센 무기이며 자신을 지키는 방패일 것이다. 거친 언어들을 지나 삼십 년 만의 고백이 든 「시인의 말」 앞에서 나는 시인이 두렵게 한 발 한 발 나아왔을 시간을 짐작해본다. 얼마나 어렵게 뱉어낸 시이며, 일궈낸 시집인지도. 그렇게 먼 둘래를 돌아 나희덕의 '서정'으로, 시인이 찍은 마지막 마침표에서 내가 기억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마음을 포개보는 일로 다 되었다. 이 시집이 품고 있는, 우리가 표류한 시간들이 부디 누군가를 일으키고 보호하며 '차마 사람으로 건널 수 없는 사람의 일들을 건너는' (박준 '추천사'中) 다리가 되길 바라본다. 오늘이 만날 수 있게 한 '우리가 처음 만나는 서정시' 속에서,

 

그러니 부디,

안전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마다 제주 -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그리워질 제주의 시간들
안솔 지음, 김영권 사진 / 인사이트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억겁의 시간이 쌓인 대자연 앞에 서면 나의 존재는 늘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런 순간들이 나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된다. 거대하게 느껴졌던 고민도 결국 아주 작은 점 하나일 뿐이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도 결국 찰나일 뿐이라고 자연은 말없이 나를 토닥여준다. 

 - 본문 중

 

 

 제주의 풍경을 종이 위에 따뜻하게 담아내는 안솔 작가님(@sol_ahn_)의 그림을 인스타그램에서 보아왔었는데 『날마다 제주』 다이어리북 출간소식을 듣고 구매하게 되었다. 기대만큼,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본 방식으로 활짝 펼쳐지고, 처음 펼쳤을 때 뽀드득뽀드득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너무 좋았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 없었어ㅎ

 

 

 구성은 작가님의 제주 그림과 이야기들,

그리고 열두 달 monthly와 weekly, bucket list, wish list로 되어 있다.

글과 그림을 보다보면 바쁘던 호흡은 느려지고 마음이 다정해진다.

가만히 이곳에 적을 이야기들을 생각하게 된다.

 

 

 

  메모 부분은 예판으로 받은 스케줄러에 있다. 함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론 따로도 충분히 예쁘다^^ 달력에 숫자가 없어 꼼꼼히 다이어리를 쓰는 편이 아닌 나에겐 여유가 된다. 내 속도로 적어나갈 수 있으니까. 한 해 뿐 아니라 몇 해가 담길지 알 수 없는. 일기장으로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따뜻한 풍경 그림과 문장들 곁엔 제주의 햇살들이 뭍어난다. 

 당분간은 눈이 호강하는 시간으로 보내겠지만,

 그 곁에 내가 적어갈 새날들이 벌써부터 설렌다.

 

  나에게 준 작은 선물 하나로,

 같은 이름의 계절은 저마다 특별해진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적은 이야기가 남은 이 책은 또 어떤 모습일까.

 

 

 

온세상이 얼어붙던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면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게.     

-산방산 유채꽃, 안솔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