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놀이 일력 365 (스프링)
김지영 지음 / 다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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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두 개가 만났다. 하나는 "문해력"이고, 하나는 일력이다. 올해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두어서 그런지 문해력이 하는 말도, 일력이라는 말도 낯설지가 않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초등수학은 계산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친구는 문장으로 된 초등수학 책을 구입해서 아이와 함께 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어렸을 때도 문장으로 된 수학 문제를 거의 풀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처럼 문해력을 강조하진 않았던 것 같다.

직업 교사는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초등학교 1~3학년을 가르쳐왔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적어도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공부와 관련된 학원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은 지금도 수시로 한다. 다행이라면 아이가 책을 싫어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책보다 핸드폰에 더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적어도 어린 시절같이 읽었던 책을 통한 문해력이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렇기에 기왕이면 "공부"에 대한 압박이 아닌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매일 아이와 함께 새로운 놀이를 하면서, 문해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는 놀이 책이다.




어른들보다 쉽게 싫증을 느끼는 아이들이기에 이 책 속의 매일의 놀이는 같은 방법이 연달아 나오지 않는다. 하루는 몸을 쓰는 놀이가, 하루는 생각을 해보는 놀이가, 하루는 도구가 필요한 놀이가, 하루는 말로 해내는 놀이가 나오는 식으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물론 오늘의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일력에서 설명하는 놀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장을 읽고 문장이 설명하는 바를 이해해야 한다. 바로 자연스럽게 문해력이 길러진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수준이라지만, 책 속 놀이는 다양하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저학년도, 고학년도 어우러져서 함께 놀이를 통해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 매일 한 가지의 놀이를 설명하고 있기에, 지루할 틈도 없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오늘의 놀이를 마치고 나면 또 내일의 놀이가 기대된다. 특히 놀이 방법에 따라 QR코드도 나와있기에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매일의 날짜에 맞춰서 오늘의 놀이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통해 아이와 함께 문해력도 키우고, 자녀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보도록 하자. 부모와의 친밀함 만큼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도 부쩍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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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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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싶은 사람'이 먼저고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조력자 같은 거지.

그 말이 난 되게 좋더라고.

제목부터 기대감이 컸다. 한참 인기 있는 힐링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읽을수록 헷갈리기도 했다. 우선 책 어디에도 소설이라는 말이 없었고, 주인공이 전직 소설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의 전개인지라, 마지막까지 혹시 저자의 커밍아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읽었는데 아쉽게도 작가의 말 자체가 없었다.

여우별 분식집의 사장 제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분식집을 운영 중이다. 매일 별다른 기대 없이 분식집을 열고, 기대감이 없기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기본적인 대응 정도만 하는 편이다. 떡볶이 맛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그저 시판 소스를 사서 그저 구색만 갖추는 편이다. 그 이유 중에는 자신이 진짜 사장이 아니라는 것도 작용할지 모른다. 사실 여우별 분식집의 진짜 사장은 친구인 진우다. 사장이라고 하지만 분식집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별다른 제재가 없기에 제호는 그저 평타 수준의 분식집 운영에 만족한다. 급여 역시 진우가 처음부터 월급제로 받을지, 아님 수익의 30%를 가져갈지를 물었을 때 후자를 선택했는데 전자여도 별반 차이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맛도 그저 그렇고, 특별한 게 없음에도 매일 수업이 마친 후 찾아오는 3인방을 비롯한 손님들을 보면서도 왜 그들이 가게를 찾는지 의아하지만 묻지 않는다. 제호에게 여우별 분식집은 그냥 당장의 밥벌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진우는 근처에 폐업하는 가게까지 인수해서 분식집을 확장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생 공고를 붙여두라는 말을 꺼낸다. 지금도 매출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왜 갑자기 그러는 건지 의아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사장이 시킨 일이니, 퇴근 전 급하게 써서 종이를 붙인다.

사실 제호는 얼마 전부터 아내와 별거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 딸 수미를 만나는 제호. 15년 전 제호가 쓴 소설이 장려상을 받으며 책으로 출판되었다. 조만간 후속작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제호의 책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매일 책상 앞에서 앉아도 늘 캔 맥주만 홀짝이다 노트북을 덮는 날도 상당하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분식집 일과 써지지 않는 글 속에서 제호는 끌어 오르는 화를 아내에게 풀었다. 인내심이 많은 아내는 어느 날, 제호에게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는 말을 하고 수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

제호가 대충 써서 붙인 공고를 보고 한 사람이 찾아온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20대 초반의 한세아. 밝고 상냥하고 큰 성량을 가진 그녀는 첫날부터 싹싹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사로잡는다. 제호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풍기는 세아는 가수를 꿈꾸는 실용음악과 학생이었는데, 집안 형편으로 1학년을 다니다가 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아는 여우별 분식집의 알바생이 된다. 그리고 여우별 분식집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세 가지 제안을 한다. 하나가 음악을 틀어보자는 것. 두 번째는 전단지 등을 통해 가게 홍보를 해보자는 것. 마지막으로 떡볶이의 맛을 업그레이드해보자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세아가 지각을 한 날. 그녀는 소스를 하나 들고 왔다. 퇴근 후 소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한 결과 최상의 소스 비율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제호가 먹기에도 소스는 아주 맛이 있었다. 그리고 세아의 소스는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세아의 소스로 떡볶이를 만든 지 일주일. 늘어나는 손님 덕분에 가게의 매출도 늘고, 제호 또한 재미를 붙일 즈음 갑자기 세아가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소스의 비법을 세아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급하게 시판 소스를 사용했지만, 이미 입맛이 높아진 손님들은 기존의 소스를 전보다 못하다 판단을 한다. 산 넘어 산이라고 아내가 제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데...

버라이어티하기 보다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주인공인 제호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어려움이 동시에 찾아온 것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갑작스러운 세아의 실종, 아내의 이혼 요구, 엄마의 병원 입원 등 매일 다른 일들이 제호를 힘들게 한다. 평소였다면 의욕 없이 있었겠지만, 이미 세아에게 영향을 받은 제호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다. 그리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장밋빛 꿈을 꾸었지만 한 사람은 꿈을 잃고 방황했고, 한 사람은 그럼에도 부단히 꿈을 좇아 살았다. 세아의 모습을 통해 제호는 과거의 꿈을 좇던 자신을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 세아의 모습이 제호에게 영향을 준 것이리라.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여우별 분식집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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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잡화점
이민혁 지음 / 뜰boo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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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훈, 진선규, 유지연 등 수많은 배우가 먼저 Pick 한 도서
대학로 인기 연극 <복길 잡화점> 원작 소설
울고 웃는 우리들의 로맨틱 코미디 소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본 기분이다. 실제 연극으로 먼저 만들어진 작품인지라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도 장면들이 자꾸 그려져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복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전원일기. 그만큼 복길이라는 이름은 세련되기보다는 투박하고 한편으로는 촌스럽기도 한 이름이다.



복길 잡화점의 주인인 해병대 출신 김경석(왕 사장)과 임연화 부부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옛날 그 시절부터 연애를 했던 김경석과 임연화. 입대하기 직전 연화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자신을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경석은 입대를 한다. 다시 돌아와 연화와 결혼을 하고 그들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잡화점을 차린다. 그리고 학수고대하는 아들 복길이 태어난다. 투박하지만 손님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알았던 복길 잡화점은 동네에서 입소문이 났고 결국 동네를 대표하는 가게가 된다. 츤데레지만 손님에게는 살뜰했던 경석과 나누어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의 연화는 환상의 커플이었다.



그리고 아들 복길.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딸 소리를 키우는 복길은 아버지가 키운 복길 마트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복길이 가게를 맞자마자 매출이 떨어진다. 근처에 큰 마트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게의 직원들은 이 모든 것이 복길 탓임을 안다. 가게 매출을 핑계로 오래 다닌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는 복길. 이제 복길 마트의 직원은 민정과 창남이 전부다. 매출이 저조하다는 핑계로 복길은 마트를 접고 카페를 열고자 아버지 눈치만 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상이 걸린다. 경석은 복길과 소리 등 가족들을 다 불러 모은다. 이유인즉, 연화가 끓인 국에서 리모컨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화의 병이 심상치 않긴 했지만, 치매가 이렇게 순식간의 중증이 될 줄이야...! 의사인 친구는 얼른 입원을 권유하지만, 경석은 연화를 떠나보낼 수가 없다. 평생을 함께한 연화를 어떻게 병원에 놓고 자기 혼자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경석은 아내인 연화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복길 잡화점을 다시 열기로 한다. 그녀가 기억하는 날. 바로 자신의 생일이자 가장 행복했던 그 날인 1978년 8월 8일로 그녀의 기억이 돌아간 것이다. 경석과 소리, 민정을 비롯한 과거 복길 마트의 직원들 그리고 복길은 연화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복길 잡화점은 물론 연화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서커스와 경양식 식당의 식사까지 준비하는데... 과연 이들의 노력은 빛을 발할 것인가?



사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근데,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울었다. 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 노부부의 사랑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평생을 함께했던 이들임에도, 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그리워했다. 아닌 척하지만 아버지를 사랑하면서 미워했던 아들 복길과 알지 못했던 손녀 소리의 상처들... 그리고 복길 마트 직원들의 이야기와 민정의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덜어낼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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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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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왔다. 요괴어사대의 활약기. 요괴어사2편의 부제는 각성이다. 1권에 비해 내용적으로 더 깊이가 있어졌고, 그만큼 더 흥미로워졌다. 1권을 안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1권부터 이어지는 내용이기에 차례대로 읽기를 권한다. 요괴어사대의 등장부터 그들의 활약 기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괴 어사대는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죽은 이를 보는 능력이 있었던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죽기 전 아들에게 특별한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의해 남편 사도세자의 편지는 아들 정조에게 전해진다. 아버지의 유언을 읽은 정조는 살아있는 백성도, 죽은 백성도 내 백성이라는 마음으로 죽은 이의 명복을 빌어주고, 그들이 생전 가진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어사대를 꾸린다. 그리고 어사대의 대장으로 죽은 이를 보는 벼리, 말보다 빠른 발을 가진 광탈, 각종 무기를 잘 다루는 백원, 미래를 보고 금계를 칠 줄 아는 무령이 어사대를 이룬다. 1권의 말미에 요괴 홍련이 복수를 위해 무령에게 요구했던 그림 연리도가 실제로 살인을 하는 장면이 그려졌는데, 그 일에 대한 해치의 재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괴의 복수를 위해 연리도를 그렸다는 사실은, 무령이 자신의 신비한 힘을 악용한 것으로 해치는 그에 대해 무령을 심판하고자 한다. 어사대장인 벼리는 무령을 변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한편,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정조는 신수인 해치의 재판장으로 오게 된다. 이승의 왕인 정조는 해치를 보자마자 두 손을 맞잡는다. 그리고 해치에게 한마디를 한다. "우리 모두 죄인이오."

적절한 때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난 정조 덕에 무령은 상황을 벗어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내용은 어사대들의 트라우마인 과거 이야기와 그를 극복해가는 모습이다.

재판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복 언니 서은지의 남편 이용태에게 성폭행을 당한 무령과 홍련의 복수로 사망한 이용태의 죽음 이후 소박을 맞고 친정으로 돌아오는 서은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하지만 은지의 어머니 박정임은 은지를 감싸기 보다 다시 시댁으로 돌아가라고 다그친다. 그러면서 딸인 은지에게 노리개가 달린 향낭을 준다. 향낭을 받아든 은지는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다. 마치 어머니 박정임의 모습이 옮겨간 것 같았다. 과연 이 향낭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한 광탈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도토리 두말에 팔렸다는 이야기에 큰 트라우마를 가진 광탈은 그날 이후로 도토리묵을 먹지 않는다. 자신을 팔고 받은 도토리로 묵을 쑤어먹는 부모에 대한 원한만 깊어질 뿐이다. 그런 광탈에게 붙어있는 송장벌레(넉점박이)는 과연 누구일까? 수라와의 싸움에서 뿔을 빼앗기고 힘을 잃은 신수 해치 등 2권에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 가지는 트라우마와 상처가 하나씩 나열된다. 강해 보이고 뛰어난 능력을 소유한 그들임에도 그들이 가진 상처는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들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그들 개인의 성장은 어사대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어사대의 성장만큼 요괴들 역시 악랄하고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데...

역사 속에 판타지가 가미되어 더욱 흥미를 자아내는 요괴어사의 다음 활약기는 계속 이어진다. 과연 이들은 정조와 함께 상처 입고 스러져간 백성들의 원한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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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자녀와 함께 성장한다 - 사춘기 소통 전문가가 알려주는 관계·성적 향상 시크릿
김유진 지음 / 디아스포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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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불량품으로 보이는가? 그러면 아이가 아닌 엄마의 눈을 고쳐야 한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본인의 기질 대로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아니라 엄마의 눈과 마음이 고장 난 것이다.

나의 불안과 욕심을 수리해 주자.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지지해 주면 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있다. 벌써 사춘기가 온 것은 아닐 텐데, 부쩍 짜증과 화도 많이 내고 덕분에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아니 8살에도 이런데, 성장기 때는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필요한 책이지만, 나 역시 부쩍 자란 아이와 의견 충돌을 빚고 있기에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예습 차원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이자, 기질 전문가로 20년 이상을 학급. 진로 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인 저자 역시 사춘기를 맞이한 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춘기 관련 책을 읽기도 하고, 여러모로 공부를 많이 하고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딸에게 다가갔지만 오히려 한걸음 뒤로 가는 딸을 보고 좌절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딸과의 관계의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 책 안에 자신의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녹여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나 역시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마음을 졸이다 큰 아이를 가졌다. 직업 교사는 아니었지만,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기에 솔직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만이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2시간 남짓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그것도 초등학생 아이들) 신생아를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말을 하지 못했을 때나,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린이가 된 후에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아이인데,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먼저 엄마(아빠)와 아이의 기질을 확인해 볼 것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을 성격과 달리 바꿀 수 없는 기품과 성질을 말한다. 그렇기에 기질은 좋고 나쁨이 아닌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부모와 자녀의 기질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를 바라볼 때 부딪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데, 그를 고치기 위한 행동이 자녀와의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자아가 생기고, 존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부모와 자녀의 충돌은 더 심해지고 이때 곪은 상처는 결국 훗날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책 속에는 아이의 강점을 키우는 방법을 마음과 학습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3부에서는 사춘기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설명한다. 또한 에필로그 이후에 사춘기 Q&A를 통해 각 상황에 맞는 팁을 제시해 준다. 엄마 역시 엄마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부족과 잘못을 자녀에게 솔직히 이야기하고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했던 행동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내용들도 담겨있다. 사춘기는 아이 입장에서는 알을 깨고 나오는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도 내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단계인 것 같다. 다행이라면, 사춘기가 되기 전에 이 책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내 아이를 내 관점에서 재단했었기에 아이의 행동을 이상행동으로 치부했던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연히 회사 대표님과 식사를 나누며 기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얼마 전 큰 사고(?)를 친 직원의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였으면 감정적으로 바로 처분을 했겠지만 요즘은 그 사람 역시 그가 타고난 생각과 상황이 그렇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걸, 이 책의 내용을 알고 나눈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놀라웠다. 기질을 알고 나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고, 화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책과 상통했기 때문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할 때 관계의 묶임은 풀릴 수 있다. 특히 내 사랑하는 자녀와의 관계 역시 꼭 풀어야 하지 않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존재 자체를 귀하게 바라보자. 처음 내 뱃속에서 나왔던 자녀는 지금도 그대로다. 단지 내 눈이 바뀌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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