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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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름의 식물들은 동물과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 주었다.

제주 사람들의 삶과 오름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오름에 의지해 살아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런 자연과 식물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언제부턴가 힐링과 걷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 모든 것의 시작인 제주의 둘레길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둘레길은 오름을 품고 있다. 제주도가 화산이 폭발한 화산지형임은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름 역시 화산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어승생오름이라는 이름은 많이 낯설었다. 제주도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한라산보다 어승생오름이 먼저 생긴 선배라는 사실에 놀랐는데, 어승생오름이 품고 있는 많은 생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참 많은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우선 오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자. 오름은 지질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수주에서 수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소규모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소화산체를 말한다. 제주에는 총 455개의 소화산체가 있는데, 오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약 360여 개 가량이 된다고 한다. 한라산의 북서쪽 방향에 있는 것으로 해발 1,169미터나 되는 높은 오름인 어승생오름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긴 걸까?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조선시대 어승마(조선시대 제주에서 진상된 말)을 키우던 곳이 어승생오름 아래라서 그런 말이 생겼다는 설과 물이 풍부한 어승생오름은 몽골어 어스새이(물이 좋다는 뜻)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저자는 상대적으로 두 번째 가설이 더 신뢰할 만 하다고 이야기한다.

어승생오름에는 수많은 동식물을 품고 있다. 표고버섯 재배의 자목으로 사용되는 서어나무, 느티나무, 고로쇠나무는 물론이고 습지에서 자라는 골풀, 제주조릿대나 참억새, 올벚나무와 참딸나무 등이 자란다. 습지로 유기물이 모이고, 동물들의 배설물이 한대 섞이며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렇기에 높은 고도에도 불구하고, 지형이 화산지형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굴뚝새, 직박구리 같은 새들은 물론이고 무당개구리와 노루 그리고 멧돼지까지 다양한 군의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특히 멧돼지는 상당히 공격적이고 위험한 동물이므로, 새끼가 보이면 꼭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 눈을 쳐다보면서 등을 보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오름 덕분에 생활의 지식 또한 알아간다.

오름과 둘레길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아쉬운 점이 생긴다. 인간의 손을 타는 순간 자연의 깨끗하던 환경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소중한 만큼 지키고 보전해야 할 의무 또한 우리에게 있다. 어승생 오름을 통해 오름 속의 살고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과 그들과의 공생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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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디네브 기념일 학교 - 할로윈 밤의 소원
최혜련 지음 / 푸른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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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실험해 보려 하지 않았지.

그래서 우리는 변장을 배우고 은밀하게 기념일의 기운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그 누구도, 심지어 가족들도 모르게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알겠나?

올랜디네브 기념일 학교에 입학하게 된 휴고 베드론 로윈드(휴). 그동안 들어왔던 학교에 드디어 입학하게 되어 기대가 가득하다. 우선 어떤 과를 가야 할까가 가장 큰 고민이다. 엄마 미나와 아빠 한스는 당연히 자신들이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된 발렌타인학과에 가기를 원하지만 글쎄... 낯선 곳에 혼자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친구인 데이브와 코네인 마을에서 함께 입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은 결국 할로윈 학과에 진학하기로 한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알아볼 수 없었던 일상 속 숨겨져있던 마법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올랜디네브까지 타고 갈 스쿨버스 세실호까지도 말이다. 사실 데이브와 휴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한 가지 큰 목표가 있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동아리 만우절 클럽에 꼭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온 학교에서 아무리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만우절 클럽에 가입하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실망한 휴와 데이브. 그저 수업에 들어가 신비한 마법을 배울 뿐이다. 그러던 중, 제이든 코넬수스 선생의 할로윈 귀신 수업에서 큰 실수를 하게 된 휴. 실수로 책을 잘못 열어서 스비쿱 속 유령이 밖으로 나간 것이다. 결국 코넬수스 선생은 휴에게 유령을 잡아서 다시 스비쿱 속으로 넣으라는 벌을 내린다. 유령은 학교 앞 호수 속에 있는데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괴물 네시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휴는 큰 걱정에 쌓인다. 다행이라면 베프 데이브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호수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휴는 요로나의 도움으로 유령을 스비쿱 속으로 넣는데 성공한다. 소문만 무성했던 요로나가 생각보다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는 만우절 클럽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만우절 클럽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은 바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큰 장난을 치는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퀴디치 경기처럼 올랜디네브에도 경기가 열린다. 바로 폽키초키대회다. 주어진 단어를 가지고 가장 멋진 문장을 만드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경기의 심사는 사회자가 보는데, 공정을 기하기 위해 본인 학과의 학생이 참가하는 경우, 해당 학과의 사회자는 빠지게 된다.

휴와 데이브 사이의 우정의 흠집이 생기는 상황이 펼쳐진다. 오해는 오해를 부르고, 평생의 우정을 약속한 둘 사이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과연 이들의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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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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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맞서는 거야."

토니가 노래하듯 말했어.

"바로 그거야."

토니는 힘내라는 듯 내 어깨를 툭 쳤지.

백발의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표지 가득 담겨있다. 아마도 그의 이름은 제목에 나와있듯이 모리스 씨 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털어놓는 이야기는 그의 일생, 그것도 눈부신 자신의 삶일 것이다.

시작 부분을 읽으며 좀 정신이 없었다.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두서없는 상황들이 계속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 장소도, 만나는 인물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장을 읽어나간 후에야 모리스 해리건씨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전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바로 아들 케빈이다. 그와 케빈의 관계는 생각보다 썩 친밀했던 것 같지는 않다. 친밀했다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겠지, 다른 뭔가를 남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소 역시 자신의 집이 아닌 호텔이다. 호텔 허니문 스위트. 이곳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알게 된다.

책에는 모리스씨의 일생에서 중요했던 5명이 등장한다. 토니, 몰리, 노린, 케빈, 세이디.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리스의 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케빈을 제외하고는 세상을 떠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토니는 모리스의 형이었고, 몰리는 뱃속에서 사산된 모리스의 첫 딸이었다. 노린은 처제, 케빈은 아들 그리고 세이디는 아내다. 이들은 모리스의 일생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5살 많은 토니는 모리스의 평생의 멘토였다. 형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을 때도 형은 늘 모리스를 다독여주었다. 평생을 함께하면 좋았을 형은 21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고 만다. 그의 죽음은 모리스 뿐 아니라 가족들(특히 엄마)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토니의 죽음 이후, 엄마는 늘 토니 이야기를 했다. 모리스가 결혼한 날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모리스 역시 토니와 평생을 함께 했다. 마치 죽은 딸, 함께 보낸 시간이 겨우 15분에 불과한 몰리처럼 말이다.

책 속에 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들 만큼이나 중요한 물건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금화다. 금화 때문에 모리스의 일생에도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난한 모리스의 가족은 부유한 돌러드가의 일을 도와주고 그 돈을 생활을 일구어갔다. 아쉽게도 돌러드가의 주인과 아들 토머스는 추잡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었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폭력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토머스는 분풀이 상대로 늘 모리스를 사용했다. 그날, 돌러드씨가 금화를 잃어버린 토머스에게 화를 내며 그를 집에서 내쫓고 상속권마저 빼앗은 날. 모리스는 그 금화를 찾았지만 돌려주지 않고 숨겨둔다. 그동안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해리건 가와 돌러드가의 상황은 역전되었다. 해리건 가는 낙농업과 각종 사업으로 돌러드가의 땅을 조금씩 사들였기 때문이다.

부유한 모리스씨의 삶에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오래 기다린 아이가 임신 8개월에 뱃속에서 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앞세우기도 한다.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 케빈과의 관계 역시 썩 좋지 않다. 가진 것은 많지만, 그의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 가진 것을 다 처분하고 이제 요양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모리스씨는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아들 케빈에게 무슨 이야기를 남겼을까?

자신과 관련된 가족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 역시 많은 후회를 한다. 그때 사업에 신경을 쓰기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병원을 일찍 찾았다면 몰리를 살아서 만날 수 있었을까? 세이디가 세상을 떠나기 전 허니문스위트에 같이 가자는 약속을 지켰다면 어땠을까 등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며 후회를 하기도 한다. 모리스씨의 이 기억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당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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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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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딸이 부검의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세현은 평생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용천에서 변사체가 발견된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손상이 되었고, 몸에도 심한 칼자국이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시신을 실로 꼬멘 자국이 있다는 것이다. 부검을 맡은 서울 과학수사연구소 법의 조사과 과장인 서세현은 시신에 남은 자국이 낯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걸까? 분명 그는 세현의 손에 이미 죽었는데 말이다.

용천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경위인 정정현에게 이 사건이 배당되었다. 선배로부터 실력 있는 법의관 세현을 소개받았던 터라, 정현은 그에게서 사건을 풀 열쇠가 될 단서를 찾고자 가까이 접근한다. 찬바람이 쌩쌩 불정 도로 날카로운 그녀지만 적어도 법의관으로써는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건의 피해자는 경찰시험을 준비 중인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가족도 없고, 휴학 중이라서 친하게 지낸 사람도 없기에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두 번째 시신이 발견된다. 여중 기간제 교사인 그녀와 첫 번째 피해자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쉽지 않다.

도대체 그가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의 솜씨가 맞는데 말이다. 바로 그는 세현의 아버지이자 연쇄살인마인 윤조균이었다. 세현은 조균의 조수로 그가 죽인 시신의 뒷수습을 맡았었다. 그런 세현은 사건이 일어난 날, 아버지를 차로 치고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 그의 시신을 분명히 봤다. 근데, 그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말인가? 세현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그가 잡힌다면, 자신의 정체가 세상에 탈로날 것이다.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성형수술도 하고, 이름도 바꾸었다. 그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바꾸었다. 소시오패스인 그녀는 누구보다 성공을 위해 달렸다. 남들이 피하는 시신 부검에 자원했고, 그렇게 그의 손을 통해 상당히 많은 사건이 풀려나갔다. 조균이 나타난다면, 그동안 세현이 쌓은 법의관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살아질 것이다. 정현보다 먼저 조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조균의 그림자가 조금씩 세현 주위에서 느껴지기 시작한다. 세현의 집 앞에서 두 번째 사건의 피해자 시신을 발견했기 때문에 더 불안하다. 그리고 그렇게 세현은 누군가의 습격을 당하게 되는데...

엘리트 코스를 밟고 형사가 된 정현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하나 있다. 아버지의 숨겨진 딸을 만났고, 아버지가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그 둘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뒤를 밟았다는 데 더 큰 화를 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그날 이후로 정현은 형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렇게 희생된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방법은 사건을 풀어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래서 능력 있는 법의관 세현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는 정현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줬다. 가령 과거 용천과 주변에서 벌어진 토막살인 미제 사건들을 살펴보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사건에 가까워질수록 세현에게서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는데 유독 이번 사건에 적극적인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품 속 주인공인 세현이 소시오패스로 그려지는데, 글쎄다. 연쇄살인마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용당한 것이지 소시오패스로 보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진범이 드러남과 동시에 세현의 과거 이야기 또한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얼마나 처절한 상황을 몸으로 받아냈는지 안타깝고 무서웠다. 조만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원작과 어떻게 다를지, 원작의 소름 끼치는 장면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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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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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사키는 또 다른 자신을 보는 동안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워짐을 느꼈다.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겉모습이 변하면서 내면도 변화해가는 느낌이었다.

 

 

요즘 "수상한"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에 눈이 간다. 바뀐 것은 수상한의 의미가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조금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에 갔다 오면 뭔가가 변하게 되는 곳. 이번에는 이발소다.

총 이발소에서 벌어지는 6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연작소설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르다. 공통점은 이발소를 찾은 손님이 변화의 대상이고, 그들은 이발소에서 나온 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드라마틱 하거나 판타지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소한 이야기가 결국은 삶을 바꾸니 그렇게 보자면 판타지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이발소를 가본 적이 없다. 늘 머리는 미용실. 그것도 10년 넘게 한곳만 다니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단골 미용실이니, 10년에 한 번씩 옮긴 것 같다. 머리 손질도 잘 못하고, 미적 감각도 없는 터라 어떤 머리를 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워낙 타고난 곱슬인지라 거의 하는 머리는 매직 하나뿐이다. 근데, 매번 똑같은 매직을 하지만 하고 나면 왠지 자신감이 뿜뿜 솟는다. 거울을 보며 곱슬곱슬 지저분한 머리가 한결 차분해지고, 눈썹도 손질을 받고 나면 관리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나처럼 매번 하는 머리에도 이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스타일로 변화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니 작품 속 주인공들의 변화는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다.

스가와 사키는 도시나미 학원 총무과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여성이다. 그녀는 많이 소심하다. 그래서 자신이 불리한 일을 겪어도 한마디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 역시 못하는 터라, 이래저래 피해를 본다. 우연히 들어간 이발소.(일본인들은 여성도 이발소를 찾는가 보다. 우린 남자들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주인과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잠에 빠진다. 몇 마디 말을 건넨 거 같은데,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흠칫 놀란다. 쎈 언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눈썹에서 걸크래시의 느낌이 줄줄 흐른다. 항의를 할 수 없는 성격인데다, 이발소 주인이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했기에 그냥 돈을 지불하고 나온다. 막상 거울 앞에 서니 눈썹에 맞는 화장을 해보고 싶어진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화장법을 바꿔본다. 그에 맞는 화장품도, 의상도 준비한다. 외모만 변했을 뿐인데, 그녀의 성격도 달라진다. 이사장이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서류 조작으로 자신의 입맛대로 일을 벌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얘기하지 못했던 그녀가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인물들은 사키처럼 이발소를 다녀온 후 성격이 바뀐다.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기억상실로 자신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이발소에 갔다가 조폭 머리가 돼서 나온다. 그 인상 덕분에 한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기억도 찾고, 멋진 복수를 이뤄낸다.

퇴직한 할아버지 이야기도 등장한다. 단골 이발소가 쉬는 관계로 수상한 이발소에 가게 된 할아버지는 스님과 같은 머리가 돼서 나온다. 그 머리에 맞는 사무에(스님들이 입던 일본식 작업복)를 손녀 치히로로 부터 선물 받은 할아버지. 그날 이후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한 할아버지는 동네를 바꾸는 기적을 이뤄낸다.

이발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같다. 이혼한 남편이 하던 이발소를 빼앗아서 경영하게 된 젊은 주인은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미용실보다 남성들이 대부분인 이발소가 편하다는 말을 하고, 안마를 해준다. 안마를 받은 손님들은 잠에 빠지고, 잠결에 주인의 말에 끄덕인다. 그러고 나서 깨면 예상치 못한 스타일로 변화되어 있다. 주인이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수상한 이발소의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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