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 불안, 걱정, 회피의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한 뇌 회복 훈련
샐리 M. 윈스턴.마틴 N. 세이프 지음, 박이봄 옮김 / 심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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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이다 보니 이게 원래 제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제목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는 제목은 하루에도 수 십, 수 백가지의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유명한 극작가이자소설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라는 묘비명이 널리 회자되는 것만 봐도 우물쭈물 망설이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추후에 이 번역이 오역이라고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오역이 유명세를 탄 건 그만큼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옷을 살까 말까, 아니면 옷 자체를 살까 말까라는 단순한 결정조차 쉽게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제목이 눈에 띄였다. 그리고 그런 성격을 고치고 싶어 이 책을 선택하게 됐는데 책은 단순히 망설이지 않고 빨리 결정내리는 방법(?) 같은 것보다는 좀 더 심도 깊고 근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특히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을 우스갯소리로 걱정인형이라고 부르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걱정이나 불안, 망설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40년 넘게 불안장애를 연구해온 심리학자인데 책에서는 불안의 다양한 종류와 유형을 분석하고 불안과 망설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불안에도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저자는 예기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tv에서 심리와 관련된 정보나 강연들을 많이 들을 수 있다보니 예기 불안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예기불안이란 '스스로를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건과 상황들을 예측하면서 경험하는 불안' 을 말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불안하거나 불편한 상황에 처하기도 전에 그 상황을 미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아마 불안을 잘 느끼고 걱정이 많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 예기불안 정도가 높을 것이다. 실제로 걱정과 불안은 예상하는 그 상황이 벌어지기 전이 가장 높다. 막상 걱정하던 그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걱정과 불안보다는 그 상황을 해결하는데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 서문에서부터 강조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성급한 마음에 근본적인 해결방법,혹은 치료법(?) 이 나와있는 마지막 부분부터 읽으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첫 장부터 차례로 읽을 것을 권장한다. 일단 불안이 일어나는 과정과 매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해야지만 불안을 대하는 자신의 근본적인 태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저자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마지막 챕터를 먼저 읽어보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ㅎㅎ. (아마 결론부터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게 뭐야, 결론이 너무 시시한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의 핵심은 해결방법보다는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불안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예기불안과 망설임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사소하게는 건강검진을 앞두고 암이 발견되는 상상을 하며 예기불안에 압도당해 결국 검사를 취소하고 즉각적인 안도감을 경험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기 몸에 암이 진행되고 있는데 검사를 받지 않아 모르고 있을 거라는 상상에 또 다시 예기불안에 휩싸이는 경우부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 발표를 시킬까봐 전전긍긍하며, 선생님이 자기를 부르고 모든 사람 앞에서 바보 같은 짓을 해서 굴욕을 느끼는 상상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례까지 이런 것도 예기 불안이었어라고 할 정도로 아주 광범위하고 다양했다.

그래서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예기불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그래서 이 불안을 잠재우려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는 결론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는 이런 다양한 예시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개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예기불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다양한 예시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 특히 관심이 있었던 챕터는 6번째 챕터인 완벽주의, 확실성에 대한 갈망, 후회에 대한 두려움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고 후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옷을 하나 사더라도 2가지 중에 한 가지를 골라야 할 때 이걸 선택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보니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하다 결정을 못내리고 그 옷을 입을 철이 지나버려 옷을 못 산 적도 있었다.

저자는 만성적인 망설임에는 예기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고, 만성적인 망설임은 완벽주의, 확실성에 대한 갈망, 후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화된다고 말한다.

완벽주의는 모 아니면 도, 옳거나 틀리거나, 잘하거나 못하거나와 같이 양극단만 인정하고 중간의 회색지대는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면 최선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막대한 부담감과 괴로움을 불러오게 만들고 결점과 실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실수할 여지가 있는 모든 선택과 결정에 극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도록 마비시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만든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정하는 것들이 충분히 확실하다고 느끼고 하나하나 점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망설이는 사람들의 경우 너무나 많은 의심이 들어 모든 것을 확실히 알려고 한다. 대부분의 의심은 감각을 이용해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지만 상상력은 자신의 감각으로 인지한 것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가스를 껐는지 확인하고 나왔지만 혹시나 내가 급하게 점검하면서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아침에 문을 닫힌 것을 보긴 했지만 혹시 제대로 끝까지 꽉 안 닫혔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사실을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는다. 수십, 수백 가지의 경우의 수는 언제든지 다시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무시무시한 상상이 사실 자기 마음의 산물임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이런 의심들을 무시하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후회에 대한 두려움은 나중에 후회할 어떤 일을 저지를까봐 불안해하는 마음이다. 큰 투자나 진로, 배우자 선택과 같은 중요한 문제 외에도 이 넥타이를 맬지,저 넥타이를 맬지, 버거를 먹을지 파스타를 먹을지와 같이 아주 사소하고 위험부담이 적은 상황에서도 선택하기를 어려워 할 수 있는데 이런 일은 전반적으로 어떤 감정을 털어내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성향을 가진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과거에 어떤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던 실수를 곱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동반사적으로 만약에... 라는 의심이 떠오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자동반사적인 의심과 맞서 싸우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 이후에는 의심이 떠오를 것이라고 내버려두고 어떤 의심들이 드는지 살펴보기만 하라고 한다.

7장 이후부터는 예기불안과 만성적인 망설임에 대처할 수 있는 사고방식의 전환 방법과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예기불안을 없애거나 불안에 대처하는 기술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런 기법들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법 자체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느낌과 감각, 그리고 생각에 반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시적으로 불안을 낮추는 강박행동인 '거짓 불안'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 이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발표를 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의 경우 거짓 위안은 '준비할 시간이 많아. 틀림없이 잘할거야.', ' 긴장을 풀고 발표에 대해 생각하지 마. 넷플릭스 코미디나 보면서 긴장을 푸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식으로 계속해서 위안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런 거짓 위안으로 얻은 안도감은 일시적일 뿐이며, 오히려 마음속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거짓 위안과 반대되는 대처 기술을 내놓으며 불안을 일으키는 사건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빠져들게 만든다고 한다.

저자의 관점은 불안에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지에 알려주던 기존의 심리서적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오히려 이런 불안과 상상력과의 싸움을 그만두고 불안한 감정을 받아들이고 애쓰는 것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불안해 하는 나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생각과 나를 분리시켜 한 걸음 물러나 관찰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만성적인 망설임과 불안감으로 힘든 사람들이라면 속는 셈치고 시도해보길 바란다. 회피와 불안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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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공간, 없는 공간
유정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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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비대면이 활성화 되면서 집 주변의 많은 상가들이 공실이 된 것을 보았다.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기존 가게가 빠지자마자 다른 가게가 들어왔던 자리인데도 공실이 한참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집 주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땅값 1위라는 명동도 마찬가지였다. 그 비싼 자리 조차도 공실이니 더 안 좋은 입지의 작은 상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어떤 가게가 들어온다고 하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해야 할 상황인데 임대한 가게가 장사도 잘 되고 심지어 핫 플레이스가 된다고 하면 임차인은 그야말로 귀인 중에 귀인이 되는 셈이다.

이런 귀인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바로 이 책을 쓴 저자 글로우서울의 유정수 대표이다. 글로우서울 이라는 이름은 낯설 수 있지만 글로우서울에서 만들어 낸 브랜드나 공간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알 것이다. 도넛정수, 청수당, 온천집, 송암여관 등이 있는 익선동 한옥거리 부터 시작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타임빌라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F&B 브랜딩에서부터 공간기획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핫플레이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우서울은 흔히 볼 수 없는 차별화된 F&B 브랜딩과 스타일리시한 공간 기획에 강점에 있는데 이 책에서는 브랜딩 보다는 공간 기획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같은 공간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몰려드는 핫플이 될 수도 있고 그저 그런 평범한 매장이 될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어떤 공간에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그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핫플을 만드는 공간 기획의 법칙을 총 6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1. 6대4의 법칙 2. 선택과 집중의 법칙 3. 차원 진화의 법칙 4. 최대 부피의 법칙, 5.경계 지우기의 법칙, 6.세계관 구현의 법칙 이다.

첫 번째 6대 4의 법칙은 영업 공간과 유휴 공간의 비율로 전체 면적 대비 유휴 공간의 면적을 최소 40%는 확보하고 그 유휴 공간이 고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 공간을 더 늘려야 매출이 오르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 온라인 쇼핑 시장보다 메리트가 없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일단 고객들이 일부러라도 찾아올만한 요소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기껏 40%나 확보한 유휴 공간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야 하는데 가장자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중앙에 두어 이용객들이 그 공간을 향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법칙에서는 힙플레이스에서 자주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가 왜 유행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실 노출 콘크리트는 단순히 힙해 보이려고 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영세한 자본을 가진 창업자들이 비용을 절약하고 낡은 외관과 어울리는 내부를 살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내부 마감에 아낀 비용을 콘텐츠에 투자하기 위해 비롯된 것인데 최근에는 무작정 노출 콘크리트면 힙하다는 인식에 마감도 제대로 하지 않아 먼지가 풀풀 날리는 매장들도 많아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공간의 어떤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잠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과 강남 '조선 팰리스'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실제 비용은 조선 팰리스가 소피텔보다 몇 배나 더 많이 들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의 만족도나 인기는 조선 팰리스나 소피텔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건 소피텔이 주 고객층의 욕구를 잘 파악해 비용을 적절한 부분에 잘 투자했기 때문인데 소피텔의 자세한 전략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세 번째 차원 진화의 법칙에서는 제일 처음 말한 40% 유휴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효과적인지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챕터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포토 스팟'과 '원더'인데 포토스팟은 특정 장소에 고정된 자리, 위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벽에 그려진 날개 모양인데 보통 그런 벽면이 있으면 사람들은 정확한 위치에 맞춰서 정면에서 사진을 찍곤 한다. 하지만 이 포토 스팟은 말 그대로 정면에 정해진 위치에서만 봐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그에 반해 원더는 뷰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어느 위치, 어느 각도에서 봐도 의미가 있고 그림이 된다. 그러기 위해선 후미진 벽면이나 가장자리가 아니라 중앙 위치로 나와야 한다. 첫 번째 챕터에서 유휴 공간을 중앙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이 나오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 번째 최대 부피의 법칙은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핫하다고 하는 장소가 대부분 대형공간인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챕터이다. '더티트렁크'나 '문지리 535' 등 요즘 인기 있는 빵집이나 커피숍 중에는 규모가 엄청나게 큰 곳이 많다. 옛날 공장이나 식물원과 같이 층고가 높고 면적이 넓은 장소들이 인기인데 아파트나 소형 주택에 사는 것이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넓은 시야가 확보되고 일시적이더라도 그 공간을 사용하는 동안은 내가 이 곳을 점유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공간이 인기인 것이다.

이 챕터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수직적, 수평적 공간을 인지하고 느끼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실제로는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면 사람들이 넓게 느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얻기에 좋았다.

다섯 번재 경계 지우기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선호하고 욕망하는지와 '자연스럽다'는 감각에 대해 설명한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나무, 바다, 산 등 자연 환경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이 튀거나 어색하지 않고 물 흐르듯이 매끄럽고 편안하다는 감각을 말하기도 한다. 한 동안 인공적이고 기계적인 구조물이 유행한 적도 있었지만 인공적인 생활환경에서 나고 자란 현대인들은 오히려 인공적인 공간이 자연과 흡사한 형태로 구현된 것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어항이나 수중 조경이 유행하거나 차박, 캠핑, 등산이 유행하는 것 또한 이런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잇다.

여섯 번째 세계관 구현의 법칙에서는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짧은 시간만 머무르는 상업공간의 특성상 컨셉을 극단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긴 시간을 머무는 주거 공간과 달리 1~2 시간의 짧은 시간만 머무르는 상업공간인 경우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주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성공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컨셉을 밀어붙이려고 할 경우 완성도 또한 높아야 눈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퀄리티를 높이려는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이제 더 이상 건물주가 갑인 시대는 지났다. 오히려 브랜딩과 공간 기획력만 있다면 건물주들이 무료로 임대할테니 우리 건물에 들어와 달라고 사정하는 것이 더 흔한 일이다. 건물주가 들어와 달라고 사정하는 임차인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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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해커스 전산세무 2급 이론+실무+최신기출문제 12회분 - 4주 합격|동영상강의 122강 무료|빈출분개+연말정산 미니북 제공|인강 할인쿠폰 수록 해커스 전산회계/세무
이남호 지음 / 해커스금융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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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5년 전이었던가 자기개발에 심취해 회계 공부를 시작했었다. 전산 회계 1급까지 무난히 취득하고 연이어 봤던 전산 세무 2급에서 쓰디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한동안 전산세무 2급 시험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우연찮은 기회로 해커스 전산세무 2급 문제집을 접하게 됐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려니 하고 시험일정을 보니 마침 2개월 뒤라 공부 기간도 적당하고 해서 8월 초에 전산세무 2급을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최근에 본 공부법 책 중에 풀 수 있든 없든 기출 문제나 연습 문제부터 먼저 여러차례 풀어보고 어떤 문제들이 나오는지 경향이 대충 파악이 되면 그 뒤에 이론으로 넘어가는게 좋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무작정 이론부터 공부하다가는 어떤게 중요한지도 파악하기 어렵고 쓸데없는 내용들까지 공부하게 되니 문제를 풀려면 어떤 내용을 알아야 하는지 파악한 뒤 필요한 것들만 공부하는게 수험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그렇게 해보리라 다짐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딱히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일단 이론 중에서도 시험에 출제된 것과 관련된 내용들만 추려져 있었고 해당 이론이 지금까지 총 몇 번이나 출제 됐었는지까지 따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론을 먼저 보더라도 출제 횟수가 높은 이론들을 중점적으로 볼 수가 있었고 출제 횟수가 낮은 이론들은 조금 덜 신경 쓰고 넘어갈 수 있었다.





이론 내용에도 총 몇 회 출제됐는지 표시


해커스라고 하면 토익이나 토플로 오랜 기간 동안 수업을 해봤던 교육기업인만큼 시험에 대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쌓인 상태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문제집 또한 수험생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부분이 많았다. 일단 책이 두꺼운 경우 가지고 다니니기가 불편하고 무겁기 때문에 여러 개로 분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아예 상, 하권, 최신기출문제, 빈출분개 총 4권으로 나눠져 있어 따로 분절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최신기출문제는 답안지만 따로 뺄 수 있게 되어 있어 문제를 풀고 일일이 맨 뒤로 가서 답을 확인해야하는 불편함이 없었고 나머지 상, 하권에 수록된 연습문제도 바로 아래에 답안이 기재되어 있어 답안 페이지를 따로 펼쳐보는 수고를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4주 합격, 6주 합격에 해당 하는 학습 플랜을 미리 세워놓았기 때문에 해당 진도대로만 따라간다면 굳이 별도로 스케줄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괜히 스케줄러 쓴다고 쓸데없이 시간 쓰지 말라는 저자 분의 배려가 아닐지 ㅋㅋ

또 원래는 해커스 금융에서 강의료를 내고 들어야하는 이론 + 실무 강의를 짧은 기간이나마 무료로 수강할 수 있어 책으로만 이해가 안가는 수험생들은 동영상 강의를 통해 보충할 수도 있었다.

물론 몇 개월간 무제한 수강은 아니고 수강신청 후 7일간만 수강이 가능하니 본인이 집중에서 여러 강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뒤에 빠르게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최신 기출에 대해서는 수강기간 제한없이 무료로 수강이 가능하니 이 최신 기출 강의만 보더라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출 강의는 2010년 기출 문제부터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몇 년전 전산세무 2급 시험에 탈락할 당시 수험서와 이번 해커스 책을 비교해 보니 괜히 해커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기초가 없는 수험생들도 6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저자의 자신감처럼 철저히 시험에 초점을 맞춘 구성으로 초보라도 책의 구성대로만 따라가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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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추월차선 위대한 탈출 - 경제적 자유를 앞당기는 120가지 원리와 전략
엠제이 드마코 지음, 이영래 옮김 / 토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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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재테크에 관심 좀 가진다 하는 사람이라면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은 읽어보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제목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부의 추월차선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 출간된지 10년째인 현재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책이다.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제목 때문에 재테크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재테크보다는 사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 아마존에서는 금융·사업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이기도 하다.

저자는 처음부터 근검,절약이나 꾸준한 적립식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는 재정적 자유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시작한다.

좋은 소식은 더 이상 "부자로 은퇴하려면 50년 동안 매달 100달러씩 저축하라" "대학 졸업장을 따서 좋은 직업을 얻어라" "창업은 대단히 위험하다" 등 쳇바퀴 유지를 위한 거짓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p.11

젊은 시절 몇 십년 동안 알뜰살뜰 모으고 모아 은퇴할 때 즈음 겨우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정도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살이라도 더 건강하고 즐길 수 있을 때 경제적 자유를 이뤄 쳇바퀴 같은 삶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주는 평범한 편안함에서 벗어나야 하고,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리라,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해봐야지라며 영원히 오지 않을 '언젠가'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당장 이 순간 시작해야 한다.

[편안한 고통의 원리]

평범한 편안함을 제공할 만큼의 보수를 주는, 그럭저럭 참을 만한 일자리를 주면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이 생긴다.

p.36

'언젠가'는 거짓말이며, '절대 오지 않을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외면하기 위한 정신의 변명' 이라는 저자의 말에 나 역시도 뜨끔했다. 항상 다음주, 혹은 내년, 혹은 언젠가 라는 핑계를 대며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미루기만 했는데 결국 이런 변명이 내 인생을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주문이라는 생각에 초반부터 뼈를 맞고(?) 책을 읽어 나갔다.

『부의 추월차선 위대한 탈출』 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작가의 전작이었던 『부의 추월차선』과 『언스크립티트』 와 궤를 같이 하는 시리즈이다. 그래서 전작들에서 저자가 했던 이야기들이 반복되기도 하는데 앞선 책들과의 차이점은 저자의 전략을 어떤 식으로 적용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스토리를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트로트만 부부가 등장하는데 남편인 제프는 제약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고, 아내인 사만다는 응급실 간호사이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해 쉬지 않고 일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항상 여윳돈 없이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근사한 집이 있고 최신형 자동차를 몰았지만 대출빚에 시달렸고, 임신한 아내가 일을 쉬게 되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게 뻔했다. 그러던 차에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설상가상 제프까지 직장을 잃게 되자 결국 살던 곳에서 나와 허름한 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딸까지 태어나 모든 비용을 줄여 알뜰하게 살아봤지만 티끌은 티끌일 뿐이었고 뻔한 끝이 훤히 보였다. 결국 그들은 죽을 때까지 똑같은 생활을 계속하며 고통받는 것에서 벗어나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기로 결심하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책은 크게 2개의 구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트로트만 부부가 어떻게 쳇바퀴에서 탈출하는지 그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부부의 사례를 통해 저자가 쳇바퀴 부수기 원리와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전작들에서는 저자가 말하는 원리와 전략이 이론으로만 설명되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트로트만 부부의 사례를 통해 원리와 전략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해야 되는지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부의 추월차선 전략이 120가지나 되다 보니 내용이 방대하다. (목차만 해도 6페이지이다 ㅎㄷㄷ)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놓칠 수도 있는데 각 전략의 마지막 페이지마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 개념을 한줄씩 정리해놓아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게 없었으면 뭔 내용이었더라 라며 돌아가서 다시 몇 번 읽을 뻔 했다ㅎ)

책에 등장하는 트로트만 부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처음으로 사업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초반에 몇 번의 시행과정을 거치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게 되는데, 만일 내가 이 상황이었다면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책 속에서는 비건인 사만다가 비건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홀릴만한 맛있는 스프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레시피를 통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맛있는 음식 하나, 혹은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재주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나라면 뭘 했을까라며 감정이입하며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트로트만 부부의 사례를 통해 작게 시작하는 사업이라도 모든 것을 본인 스스로 할 필요 없이 다른 경로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처음에 직장부터 덜컥 관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 충분히 확인된 뒤에 직장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저자의 전략을 본인에게 적용했을 때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다.

물론 실제 사례가 아닌 허구의 이야기이다 보니 주인공들이 큰 실패없이 바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동화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트로트만 부부의 사례만 보고 자신의 사업이 쉽게 성공하리라는 기대를 하는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사업을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템이 아무리 좋더라도 트로트만 부부처럼 바로 성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자의 120가지 전략을 모두 성실히 실천했다면 실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약간은 동화같은 성공스토리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저자의 120가지 원리와 전략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보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사업에 대한 계획이 없거나 혹은 저자의 전작들에 대해 이해가 깊다면 굳이 적용사례까지 읽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원리와 전략이 실제 내 사업에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막막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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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
야마노 히로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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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기도 한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으로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것'을 제시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고 공부를 위해선 독서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눈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고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고 책 속의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독서이고 공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저자 역시도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이 누적되고, 그 지식이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독의 결과로 자기 생각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이런 저자에게 독서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해 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철학자 쇼펜하우어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독서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독서는 말하자면 자기 머리가 아니라 남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독서를 계속하다 보면 어김없이 타인의 사상이 내 머리속으로 흘러든다. ~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가져오는 일이다. 책을 읽는 우리는 타인이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더듬어갈 뿐이다. ~ 하루 중 대부분을 다독으로 보내는 부지런한 사람은 차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간다.

p35~36

이 글은 저자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나에게도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석학들도 모두 독서의 중요성, 특히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오히려 독서가 내 생각을 잃어버리고 남의 생각을 주입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소극적인 읽기 행위만으로 기대만큼 사고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쇼펜하우어의 책을 접한 이후 저자는 다른 사람의 사색의 흔적을 탐닉하고 남의 생각을 따라가는 대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데는 아래의 다섯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1. 질문을 이끌어 내는 힘

  2. 분절하는 힘

  3. 요약하는 힘

  4. 논증하는 힘

  5. 이야기화하는 힘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질문을 이끌어 내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이 있어야만 좋은 답변이 있을 수 있고, 좋은 질문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고민과 풍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수업시간 마지막에 질문이 있냐고 물어볼 때 질문하는 아이들은 꼭 그 반의 우등생들이었다. 나는 질문을 하고 싶어도 딱히 질문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는데 그건 궁금한게 생길만큼 제대로 깊이 알지 못해서였다.

질문을 이끌어내는 힘은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첫 걸음인데 막상 제대로 질문을 하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될지조차 막막하다.

그래서 저자는 아래와 같이 사고의 출발점이 되는 아홉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p.57



아홉가지 이지만 크게는 판단의보편성, 구체성, 가치관 탐구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라도 적용되는 보편성이 있는가, 추상적이지 않고 장면을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가, 마지막으로 판단의 전제가 되는 가치관을 공감하거나, 혹은 공감할 수 없더라도 나의 가치관과 공존이 가능한가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했을 때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질문해야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이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절하는 힘과 요약하는 힘은 별도로 보기보다는 사실상 세트로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요약하기 위해선 먼저 분절하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자세히 어떻게 분절하고 요약하는지 다른 책의 지문을 실제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 책을 보다 보면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분절하고 요약하는 힘은 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웠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단을 끊고 중요한 내용이나 주제에 밑줄을 긋고 반대되는 내용에는 다른 색으로 표시하거나 핵심 키워드에는 동그라미나 네모를 치는 등 중고교 국어 시간에 했던 방식과 비슷했다.

우리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알게 모르게 자연스레 분절과 요약하는 힘을 훈련해 온 셈이다. 다만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더는 그런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 동안 잊었던 것 뿐이다.

수능과 같이 시험을 준비할 때 뿐만 아니라 평소 독서를 할 때도 수능 공부 하듯이 표시를 해가며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절하는 힘과 요약하는 힘이 정보의 덩어리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라면 논증하는 힘은 재구성된 정보로 논거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피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추론을 통하여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분절과 요약을 통해 타자의 관점을 뽑아내고,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논거를 정립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처음 살펴봤던 질문을 이끌어내는 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선 신뢰할만한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 자료의 정보를 요약하고 중요한 정보를 가려내야 하므로 분절력과 요약하는 힘이 또 다시 필요하게 된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다섯가지 힘은 어느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마지막, 이야기화하는 힘은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다. 어떤 중요한 이야기라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그리고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자신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만일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주제라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어딘가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진짜 이해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지식이라도 초등학생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을 쉽게 풀어내려면 일단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눈에 보이듯이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하므로 이번 장에서는 추상적인 주제를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크게 원리 편과 응용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까지가 원리 편이고, 이어서 응용 편에서는 원리 편에서 배웠던 다섯 가지 사고법을 응용해 타인과의 대화법을 세 단계로 나눠서 설명한다. 원리 편이 혼자서 연습과 노력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응용 편에서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터득해 나가야 한다. 앞선 내용들이 원리인 것은 다섯가지 사고법이 결국엔 모두 타인과의 대화를 제대로 하기 위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타인과의 대화가 왜 필요하냐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활자와의 소통만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독단적이고 편협한 사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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