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내내 어둡고, 불안한 어떤 마음과 쉽게 동화되어 울적해진다.
그런게 저자의 밤의 마음인가? 싶게.

용기와 위로의 말이 없지는 않았지만, 불안이 증폭되었다.

이 전의 책들에 비해 우울함에 기울어진 글들.

- 당신을 당신이게 하는 그 모퉁이를 양보하지 말고 더 단단해지세요. 나를 위해서. - 11

- 낙관의 마음을 놓아 버리면
내 손엔 정말 무엇도 남지 않는다. - 43

- 오늘도 ‘적당히’는 어렵다. 사실 세상에서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 73

- 불안이 간질간질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가슴으로 내려갔다가, 이내 배꼽 주위를 맴돈다.
그래, 이건 분명 전염된 거야. - 115

- 삶의 모든 순간에 쓸모 있는 인간일 필요는 없지. - 221

2023. dec.

#밤의마음 #임이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고양이 여정
오사 게렌발 지음, 미숙 스크리바 김 옮김 / 우리나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향해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젊은 시절을 지나
가족을 이루고 반려 고양이를 맞이하게 된 중년의 여성.

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아주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그려낸 만화.

동물이란 그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까웠다 멀어지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여기던 어린 시절은 아마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것이고, 저자의 다른 책들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냉소는 세상의 풍파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첫 반려 고양이 루비를 거쳐 펜리스를 만나고, 인간에게 마음을 망설이지 않고 주던 이 두 고양이 이후 젊은 시절의 나와 비슷하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오씨안을 만나게 된다.

오씨안이 집고양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고양이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는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양이들이 딱히 귀엽거나 예쁘게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정하고 위안을 주는 만화.

오사 게렌발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오씨안, 내 얘기 좀 들어봐.
나를 못 믿는데도 나는 이해할 거고,
나를 우습다 생각해도 상관없어.
나도 어렸을 땐 너랑 비슷했어. 너도 나처럼 그런 거야... 뭔가 기준이 되어 주는 좌표가 없달까? 네가 태어난 곳이 네 세상이지.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도 말이야. 선택권이 없으니 그냥 적응하는 거야. 그러다 좀 더 좋은 상황에 부딪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 다 이상하고, 나쁘고, 불편해 보였을 거야. 정말 너에게 필요한 곳이 거기라는 것도 모르고. - 86

- 그녀는 검은 세상 뒤에 숨어 두려움에 떨었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그 어떤 기준도 모른 채로 말이다. 나는 그녀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보같이 내린 섣부른 결정들, 화에 못 이겨 잘못 향했던 길들을 다 이해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좋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그녀는 몰랐다. 언젠가 그녀를 항상 내 옆에 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127

2023. dec.

#나의고양이여정 #오사게렌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물림 되는 능력.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꿈.
스스로 그 단 한 사람을 선택할 수도, 모든 꿈을 거부할 수도 없는 숙명을 짊어진 여러 세대의 여성들 이야기.

감당하기 어려운 능력을 지닌 인물들에 대해 생각하다 그 막막한 죽음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무척 우울해진다.

- 두 나무 근처까지 그들이 왔다. 두 나무는 기다렸다. 사람은 날카로운 도구로 한 나무의 줄기를 찍었다. 찍고 또 찍었다. 나무는 점점 기울었다. 나무는 나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무가 쓰러졌다. 강렬한 고통의 냄새가 나무를 에워쌌다. 사람들은 쓰러진 나무의 가지와 잎을 대충 잘라 낸 뒤 줄기를 수레에 싣고 떠났다.
홀로 남은 나무 주변을 뒹구는 푸른 이파리와 나뭇가지.
수수께끼처럼 남은 그루터기.
그와 같은 죽음은 처음이었다.
그처럼 강제적인 죽음은.
세월에 순응해 쓰러지거나 비바람에 뿌리째 뽑히거나 속부터 썩어 마침내 부러지는 나무는 숱했다. 쓰러지고 뽑힌 뒤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서 숲이 되었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줄기는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기괴한 죽음은 300년이 몇 번씩 거듭되는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숲에서 보고 들은 죽음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므로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이별 또한 아니었다. 훼손이었다. 파괴였다. 폭발이자 비극이었다. - 18

-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어째서 나는 살아 있지? 수많은 죽음 앞에서는 살아 있음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 65

- 미수는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천자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했다. 목화가 보기에 모두 감정이 섞인 해석이었다.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는 목화는 자기 역할을 중개인이라고 정의했다. 나무와 사람 사이의 중개. 나무가 사람을 살리려고 해도 목화 없이는 살릴 수 없다는 점이 중요했다. 목화는 자기 몫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건조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이었다. - 99

- 처음에는 목화가 직접 기록하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중개에서 깨자마자 기록할 힘이 없기도 했고, 말하는 것과 글자로 적는 것은 무척 달랐으니까. 글자는 확연했다. 기억을 선명하게 덧칠하고 감정을 증폭시켰다. 때로 목화는 “많이 죽었어”라는 말 외에는 꺼내지 못했다. 그럴 때 목수는 “한 명을 살렸다”라고 기록했다. - 100

- 중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뭔지 알아?
목수는 짐작하여 대답했다.
글쎄, 살려달라는 말?
목화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사랑한다는 말.
그날 목수는 그 말을 기록했다. - 104

2023. nov.

#단한사람 #최진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이미의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우연으로 조우하는 찰스 제이컵스.
목사로, 떠돌이 장사꾼으로, 사이비교주로, 미치광이 과학자로 존재하는 찰스.

인생의 여러가지 비극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찰스 제이컵스라는 광인이 어디까지 흘러갈지가 흥미진진하다.

- 우리의 인생을 집필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운명일까 우연일까? 나는 우연이라고 믿고 싶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싶다. - 12

- 나는 옛날 같았으면 우리가 걷는 길은 무작위로 선택하는 거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있고 나서 다른 일이, 그러고 나서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이제 나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세상에는 어떤 기운이 있다. - 130

- 호기심은 끔찍한 것이지만 인간적인 것이기도 하다.
너무나 인간적인 것이기도 하다. - 533

2023. dec.

#리바이벌 #스티븐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습관성 겨울 민음의 시 148
장승리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싶어 했을 때 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가신 후 보는 책 족족 밑줄을 그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내 온몸에 밑줄을 그어 주세요 그 계단을 밟고 내려와 내 손을 잡아 주세요 - 또, 봄입니다 중

- 거대한 꽃상여에 치여 죽고 싶어 하던 너, 떨어지는 나를 붙잡기 ㅟ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 있겠니 - 웃으면서 자는 죽음 중

- 살아 있는 것들의 들숨과 날숨으로
하늘은 저렇게 어두워지는데
숨의 총량은
어둠의 총량을
넘어서는 법이 없다 - 키스 중

- 우리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바다는 없다
눈먼 등대가 되어
더 밝은 어둠 속으로 그대를 몰아내는
내 눈동자의 침묵에 대답할 수 없다면
그대,
더 이상 그대 몸속에 그대 키 이상의 파도는 만들지 말기를 - 우리 중

- 난 지쳤어
더 이상 요동치지 않는 방의 심장에 돌을 던지자
잔물결이 밀려왔고
물결 하나를 관 뚜껑처럼 덮고
점점 더 방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난 한 마리의 하혈하는 파랑새가 되고 싶었어
하늘에 걸려 있는 교수대의 목줄을 향해 돌진하고 싶었지 - blue day중

- 가려워서 긁는다 긁다 보니 긁는다 가렵지 않아도 긁는다 눈보라처럼 버짐이 일어난다 창문을 긁고 가는 바람의 메마른 웃음을 분석하고 싶은 밤 네가 내 앞에 서 있다 거울을 통해 자기 등 뒤를 살피던 고양이의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너 네 앞에서 나는 왜 거울인가 - 습관성 겨울 중


2023. nov.

#습관성겨울 #장승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