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간 뮤지션들이 낸 에세이 많이도 읽었구나.

 

*

늦가을 10월의 마지막 날에 이용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게 새삼 참 그렇다.

라디오 관계자들도 이제 그 세대는 아닌데

아직도 라디오를 주로 듣는 층이 연령대가 많이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

 

늦가을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나를 울려요...오호호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몇번 듣고 나니 11월이 되었다.

 

11월에는 흔한 중년 어머님들이 그렇듯이 장성 백양사 단풍도 보고 <보헤미안 랩소디>도 봐주었다.

 

그러고 나서 어른의 수두,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중 ㅜ.ㅠ

 

역시 이제 하루에 두 탕은 무리인가보다.

 

 

 

 

 

 

 

 

 

 

 

 

 

이석원의 신간은 읽고 싶은데

<보통의 존재> 나오고 후속작이 그냥저냥이어서 망설이고 있다.

 

최근에는 백가영님의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을 정말 잘 읽었다.

옥상달빛, 가을방학, 안녕하신가영, 악동뮤지션 등을 올해는 일상 음악으로 자주 들어서 그런지 우연히 주말에 서가에서 제목만 보고도 손이 절로 갔다.

 

안녕하신가영의 백가영님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가사들이 탄생한 배경과 일상을 담담하게 기술하는 것이 좋았다.

이런저런 책도 많이 읽고 산책, 장보기도 즐기시는구나.

 

 

행복 : 현재 맛있는 걸 먹으면서 다음에 어떤 맛있는 걸 먹을지 고민하는 것

21쪽

 

요즘의 나도 그렇다. 20대에는 그냥 살기 위해 먹어두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오늘 나랑 아이들에게 무얼 먹일까를 고민하는 게 좋다.

 

 

얼굴

 

좋은 점, 나쁜 점, 따뜻한 점, 궁금한 점, 아쉬운 점, 부족한 점 등등 무수히 많은 점들이 지나가면서 하나의 선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선들은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넘을 때도 있고, 그대로 머물며 다른 선을 지나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이 잘 맞는 선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 크고 작은 각도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면이 생긴다.

사람의 얼굴은 어느 순간 변하고,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죽을 때까지 완성되는 것일까. 한 사람이 가지는 고유의 다각형을 잘 다듬고 다듬어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에 드는 얼굴로 작별했으면. 41쪽

 

사진을 보다보니 아이들 얼굴도 많이 변했지만 나도 참 많이 변해서 각진 얼굴이 점차 호호아줌마같이 변하고 있다. 과연 나도 마음에 드는 얼굴로 가족과 작별할 수 있을지.

 

 

아무리 평온하고 가지런해 보이는 인생에도 어딘가 반드시 커다란 파탄의 시절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인용)

 

쉽게 꺼내기 힘든 상처들을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꺼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한 사람과 거나하게 마시는 술자리에서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든 각자 자신만의 상처가 있을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조용히 간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상처의 날개가 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받은 상처에서 새로운 날개가 돋아 글 또는 말이 되어 날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다시 나에게로 날아와 또 다른 형태로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상처 없는 인생도 좋겠지만, 깊은 상처를 소중히 간직하는 인생도 멋질 것 같다.

 

145쪽

 

 

정말로 공감한다.

 

일상에서 상처나 비밀을 말하면 너무나 버거운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그런지 항상 아이들, 날씨, 티브이 프로그램 정도를 간단히 이야기하는 정도로 족하다.

 

 

가영님이 길거리 좌판 할머니에게 나물  몇 천원어치 사고 2,800원짜리 오렌지 주스를 사서 꼭 드리려 하는 것도 좋았다. 전에는 생각 복잡하게 머리 굴리고 이런 거 드리면 오히려 싫어하시진 않을지 했는데 이제 생각나면 뭐라도 바로 드리는 게 서로에게 남는거. 싫어하시면 누구 드려도 되고 그분 마음이고.

 

그래도 이게 생각만큼 잘 안 된다.

 

단지 앞에서 자주 야채랑 과일을 늘어두고 파는 아저씨 핫초코 드리고 싶었는데도 못하고 있다.

 

*

독립서점에 자주 보이는 소소한 에세이들도 보고 있다.

 

 

 

이기준 < 저, 죄송한데요 > 이분도 딱 나같다.

길가에서 누군가가 저 죄송한데요 하고 말걸기 좋게 생겼고 상황 파악이 늦다. 광주 이사 와서 신천지로 의심되는 동네 언니 덕분에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 아니지 엮인 기억이 난다.

 

 

소소한 에피소드가 다 내 이야기

취향을 따라잡긴 어렵겠다. 생소한 브랜드가 있는 걸 보니.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소심은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헷갈립니다. <저 죄송한데요, 118쪽)

 

 

내가 아마 그렇지 않을까.

 

소심해서 배려를 많이 하게 되는 건지 배려하다 보면 소심해지는 건지.

 

소심과 배려 사이 어딘가를 걷다가 결국 못하는 일이 많아진다.

 

 

 

 

 

 

 

 

 

 

 

 

 

 

 

 

 

 

올해는 이기호 작가님 책도 많이 샀구나.

신기하게 같은 지역 사는 게 뭐라고 그래도 우리 지역에 사는 ? 활동하시는 ? 신형철, 이기호, 나희덕, 정유정 님 책을 여기 살며 자주 보았다.

 

나도 증언록 식으로 감상을 적어볼까?

 

 

알라디너( 4 ? , 여성)

 

아니 욥기 43장이라니 이렇게 낚으셔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대상포진에 걸려 쿡쿡 쑤시고 아픈 중년 아줌마에게 이렇게 큰 시련을 주다니 ......욥의 친구들과 다를 바 없네요.

 

그러니까 방화 사건 전말기라면서 밝히신 건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고 저희더러 이리저리 조각난 조각보나 퍼즐 맞추듯이 큰 그림을 그려보라는 건가요?

 

또 인성으로서의 하느님을 느닷없이 소환해서는 큰 혼돈을 주시네요.

 

신자유주의, 물신주의 만연한 세상에서 최근직 장로와 주변부 이야기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분량이 짧다보니 욥의 고난에 대하는 자세, 인간이 근원적인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숙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앙인이라면 반발할 내용은 있지만 나는 엉터리 신자라 그런지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

보고 나니

대학 때 읽었던 <욥의 아내> 도 생각난다.

 

 

 

 

 

 

 

 

 

 

 

 

 

 

 

 

 

 

 

이기호 작가는 욥의 자녀들은 어떠했을까 를 상상하며 썼고

이분은 성경에 한 줄 나오는 욥의 아내에 대한 구절을 읽고 소설을 썼다.

 

욥기는 참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읽다보면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떤 위로를 받는 순간이 있는데

이건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영역이다.

 

 

 

*

 

심각해지는 게 싫어 월요일 병원에서의 일화

 

 

원래는 쓸리고 피부 속까지 진짜 아프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쓸린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선생님, 그러니까 목욕탕에서 때를 잘못 밀면 진짜 아프고 쓰라리고 하는 그런 느낌이요

 

빵 터지시는 걸 참으시고 그래도 일찍 오셨으니 그 정도일 거라고 하신다.

 

다행히 면적이 넓지 않고 수포가 크지 않을 때라 입원은 안 해도 된다.

 

검색하면 다 무시무시한 후기뿐이라

이 정도에서 더 진행되지 않기를......

 

이 글도 마지막 잎새 정신으로 쓰고 있어.

 

이걸 다 쓰고 나면 덜 아플 테지...

 

*

 

약 먹은지 3일차

가렵고 욱신욱신 쑤시는 건 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 가능해 이렇게 주절주절할 수 있고 하니

다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상포진에 걸릴 정도로 무리한 기억이 없는데

죄없는 배드민턴에 책임을 물어 체육관만 안 가고 있다.

 

사실 밤에 나가는 거 힘들었는데

 

이렇게라도 쉬니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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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1-1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대상포진때문에 고생하시는군요. 예전엔 이름도 모르던 병 이름이 이젠 이렇게 자주 접하는 병명이 되었어요. 그래도 입원안해도 되는 차원에서 치료하신다니 천만다행입니다. 가려운것도 참기 힘든데 가렵고 쑤시기까지 한다니, 약 열심히 드시고 얼른 나아지시기 바랍니다.

뚜유 2018-11-15 02:33   좋아요 0 | URL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그래도 생각보다는 참을 만하고 많이 쉬고 있으니 금방 나을 것 같습니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어제는 아침부터 일찍 옆동네로 산책을 나섰다. 

얼마 전부터 화요일을 일종의 나만의 휴무로 정해두고 꼭 집앞 카페라도 가려고 마음먹고 있다.

 

이강하 미술관에 딸아이 사생대회 상장이 있어 받으러 갔다가 전시도 보고 차도 마시고 일대를 산책하기로 작정했다.

 

양림동에는 여러 미술관이 있는데 작고 소소하게 잘 운영되는 듯하다. 비엔날레 전시 기간이라 연계 작품을 잘 보고 점찍어둔 카페로 갔다.

 

다형다방 자리에 육각커피라는 곳인데 코코넛커피와 게이샤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 20대 아가씨들 인스타에 많이 보이는 카페다.

 

 

들어가보니 타일, 테이블, 작은 소품 등등 죄다 육각이다.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 생각나는.....그리고 어딘가 일본풍 인테리어

 

아 그런데 거기서 멈춰야만 했어.

 

갑자기 뜬금없이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막혀>가 머릿속에서 끝없이 재생

 

검색하니 95년이네

 

중독성 강한 아주 오래된 수능금지송 되시겠다.

 

간만에 코트도 차려입고 뭔가 우아하게 책 좀 읽다가려 했는데 ㅜ.ㅠ 창가에서 실실

 

 

 햇살 좋은 창가 같지만 실은 눈이 부시고 책 오래 볼  환경이 아님

 

게다가 거의 공사장 뷰

 

 

양림동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빠르게 진행되어 오래된 가정집이 거의 식당, 카페로 변하는 중이라 늘 공사중이다.

 

한 달에 한번이나 자주 갈 때는 이주마다 가기도 하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데가 보인다.

 

 

 

 

 

나만의 단풍 명소

양림미술관 하고 사직공원 샛길

호남신학대에서 복음성가가 흐르는데 나같은 죄인 살리신....

어쩐지 오늘은 별로 거북하지 않다.

하늘도 그렇고 초록과 빨강이 섞인 잎들이 나를 관대하게 만들었다.

 

조금더 힘을 내서 사직 전망대에도 올라보았다. 아이들 없이 혼자 온 건 처음이다.

올라가보니 노부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고 할아버지 한 분과 어떤 한국말 잘하는 청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본인이 다녀온 나라들, 세계사에 대한 여러 지식을 이야기하는 중이셨다. 한국 패치 완료되어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이야기를 듣는 청년이 인상 깊었다. 얼핏 우크라이나계라고 들은 것 같다. 청년은 한국말이 정말 능숙했고 공손했다, 우왕. 어서와 한국은 자주 이러지.

 

 

내려와서 산책길로 접어든다.

가을의 남산길이 그리워서 이렇게라도 가을에 걸어본다.

 

아직 단풍이 온전히 다 들기 전 초록 잎과 붉은 잎이 섞인 이 시기도 참 좋다.

 

 

한예리의 <최악의 하루>를 떠올리며 은희라도 되는 냥 걸어본다. 이십대에는 나도 저렇게 하늘거리는 치마 입고 남산도 걷고 그랬지. 설레고 삐치고 별별 드라마 다 찍었지.

 

 

 

 

미스터 션샤인 이완익이 들으면 "개나발 퉁소부니? 내 하도 기가 막혀서리 이 욕을 삼십 년만에 다 해본다. 니는 면경도 아이 보니? 언제적 일패를 들이미니" 할 소리 ㅋ

 

양림동에 오면 항상 들르는 이장우 가옥

 

혼자 조용히 멍 때리며 하늘 구름 흘러가는 것 보고 대나무 흔들리는 소리 듣다가 다른 혼자 오신 분이 있어 고요히 즐기시라고 자리를 내어드렸다. 딱 봐도 멀리 서울에서 오신 것 같아서.

 

 

 

아이들 저녁 주고 운동가야 하지만 체육관 사정으로 쉬게 되어 영화를 봤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고 이제야 제대로 본다.

 

이삼십대에 봤다면 연애사에 감정이입해서 짜증이 났겠지만

서로 속고 속이고 아파하고 상처주고 하는 모습이 그냥 다 안쓰럽기만 하다.

 

은희는 하루동안 옛날에 만나던 남자, 지금 만나는 남자, 오늘 처음 본 낯선 남자들을 만난다.

 

 

 

남자들과 만날 때마다 은희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연예인병 걸린 현재의 남자친구에게는 질투도 하고 발랄하게 대하고 지지부진한 유부남인 전 남자친구와 우연히 만나서는 세상 제일 불행한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낯선 일본인에게 은희는 순수하고 친절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 말미에 다시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와 조우하여 밤길을 걸으며 은희가 춤사위를 펼칠 때 특히 정말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웠다. 한예리 씨 무용을 해서 그런지 참 선이 곱다. 진짜 그렇게 웃고 말하지 마요, 자꾸 반하니까. 

 

 

이와세 료의 연기도 자연스럽고 나지막하게 읊는 대사들, 어눌한 영어로 속삭이듯이 대화하는 장면들도 좋았다.

 

둘이 특별히 연인관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은희는 은희대로 배우로서, 료헤이도 그저 작가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영화 초반에 은희가 연습하는 대사들이 다 은희의 삶과 맞닿아 있는 게 인상 깊었고 배우들이 다 캐릭터에 꼭 맞게 그 상황을 잘 표현해서 진짜 순식간에 영화가 끝난듯이 느껴졌다.

 

N각관계에 얽힌 모두가 항상 서로의 진정성 운운하지만

진짜라는 게 뭘까요? 사실 다 솔직했는걸요, 라는 은희의 말과 같이

순간순간 각자의 감정에 따라 살아낼 뿐이다.

 

다른 리뷰를 보니 은희나 남자들(한남이라 하며) 행태에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약하고 모지리들이 만나는 게 세상사다.

 

그냥 남자들 찌질함이 한없이 웃겼다.

헤어진 은희를 스토킹해 남산까지 찾아와 절절하게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나는 행복해지지 않기로 했다며 부인과 재결합한다는 운철도 웃기고

데이트 중에 다른 여자 이름 부르고 딴눈도 팔았으면서 은희에게는 저주를 퍼붓는 현재의 남자친구 현오도 우습다.

 

그냥 대사 하나하나가 많이 웃겼다.

 

*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오전에 카페에서 볼 때 초반에는 전작과 별다를 바 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후반에 이르니 이 땅에서 결혼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고달픔에 대한 이야기,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결혼초부터 명절에 시댁에 안 간다고 이야기하고 불화 없이 잘 살아간다.

요즘 새댁들은 이렇게 주체적으로 잘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함부로 내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데.

시부모님을 '몰랐던 중년부모'라고 표현한 부분만 딱 떨어뜨려두어 욕도 많이 먹은 것 같은데 틀린 표현은 아니다. 잘 몰랐던 분들이니 잘 알아가야 하고 서로 맞춰가야 한다. 억지로 관계속에 끌어 맞추려하지 말고.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 포스팅.

 

그래도 책에서 본대로 나에게 다정했던 어떤 하루를 기억해둔다.

정말 힘들어질 앞으로의 어떤 날에 대비해 힘을 내려면

이런 풍경들 그때 그마음들 차곡차곡 저축해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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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나 2018-10-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에 양림동에 놀러 갔어요~ 좋았던 기억이 새록 나네요^^

뚜유 2018-11-01 06:24   좋아요 0 | URL
5월에도 참 좋았어요. 양림동.
옆 동네지만 여행가는 기분으로 종종 가요 ^^
 

 

 

 

 

 

 

 

 

 

 

 

 

 

 

 

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중년기의 한 현상인가보다.

 

대사량은 줄었는데 여전히 세 끼 꼬박 먹고 아이들 간식 챙기고 하다보니 몇 년 사이 전에 알던 사람들도 몰라보게 몸이 불고 있다.

 

사소한 스트레스에 탄수화물 중독으로 대처해서 그렇고

소소하게 마신 음료들 때문에 자꾸 살이 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탓이 크다.

 

여전히 안달내고 힘들어하고 있다.

 

어제는 나가는 학교의 공개수업 날이었는데 여러 가지가 꼬여서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유독 말썽인 아이가 있는데 점점 심해진다. 며칠 전에도 나와 다른 아이들에게 특히 나에게 불쾌한 언행을 자주 해서 상담도 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 어머니에게도 말을 해보았으나 훈육을 잘 할 타입이 아니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뭔가 말을 많이 하고 기발하게 하면 창의력이 있을 것이라 착각한다. 그 결과 수업시간에 저마다 맥락없이 말을 마구 뱉는다.

 

일단은 듣고 주어진 자료를 응시하고 해야 배움이 시작되는데 이해도 없이 표현만이 넘친다.

 

일단 교문을 나서면 생각을 하지 않는 쪽으로 해야 하는데 시간제 일에 너무 마음을 쏟고 있다.

 

그 아이 부모, 담임, 학원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내가 붙들고 있으면 무엇하겠는지.

 

그 시간의 일은 그 시간에 해결하고

더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주말에 아들 생일 기념으로 고흥에 다녀왔다.

 

아들 생일 기념이지만 아들이 원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요즘에 진짜 어디가 되었든 가려고 하지 않는 아들이라 이것도 나의 큰 고민 중 하나이다.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나로우주발사전망대, 분청문화박물관, 조정래 가족문학관을 돌아보았다.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가보고 싶은 데를 다 가다보니 차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거의 다 해안도로이고 날이 좋아서 바깥을 보기만 해도 좋았다.

 

우주센터는 원래 단체 위주의 곳인데 마침 당직자 분이 계셔서 체험을 몇 가지 도와주셨다. 문 워커라는 우주비행훈련하고 직접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4D가 인상 깊었다.

 

발사 전망대까지는 거리가 상당했지만 날이 좋아서 전망대는 가보고 싶었다. 360도로 바닥이 회전한다는 전망대는 관광지의 흔한 전망대.  

 

분청문화박물관에서부터 아들이 삐딱해서 딸하고만 둘러보고 조정래 가족박물관도 딸과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새로 생긴 곳들이라 시설이 깔끔하고 구성도 알찬 편이었다. 부여 때도 그렇고 거의 여행 막바지 문학관 방문 때는 부자는 쉬고 있고 딸하고만 보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부여 신동엽 문학관 때도 그렇게 잘봤는데 아쉽기는 하다.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이 또한 마음 비우고 욕심 내려두어야겠지.

 

풍경도 아름답고 일정이 순조롭고 도움 주신 분도 많은 감사한 여행이었는데 아들하고는 이제 다니기 힘들듯하다. 불평 듣고 맞추어주는 것이 이제는 참 싫다. 나와 맞추어주지 않는다고 미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냥 사춘기 남자아이가 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아겠지.

 

 

 

*

고흥이 아버지의 고향인데 작년에 유산 분쟁? 으로 친척과 문제가 있어 군청을 방문한 게 다여서 이번에야 제대로 관광을 해보았다.

 

아주 어릴 때 고흥에 1년 정도 살았다는데 기억에도 없는 곳이다.

 

국민학교 때 기차 타고 버스 타고 힘들게 찾아간 시골집에 대한 기억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고흥' 하면 아, 멀고 불편해 하는 기억뿐이었다.

 

이번 여행으로 고흥에 대해 다시 순한 마음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저 책은 안 보았지만

고흥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표현이 이 계절에는 꼭 들어맞는다.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섬, 유자, 하늘, 분청사기 조각, 운석이 있는 고흥

 

내 기억속 항상 어린, 영원히 늙지 않는 아버지의 고향 고흥에

이제는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다.

 

미움도, 원망도 다 털어버리고. 

 

다음에 고흥에 가게 되면 고흥 가고파그집에서 북스테이하며 쉬고 싶다.

 

 

 

사진은 즐건마암님 블로그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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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게도 최근에 다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미스터 션샤인.

나도 볼 줄이야.

 

응팔과 운빨로맨스를 끝으로 시간 아니 특히 감정을 너무 소모하는듯해서 드라마는 자제하고 있다가 수업 나가는 곳에서 애들이 본다 하여 보기 시작했다.

 

1-2회는 식민사관에 입각해 기술했나 싶을 정도로 조선 내부에 문제가 많아(신분제의 병폐. 세도정치, 친일파 득세 등) 일제 강점이 시작되었다는 시각 같아 불편했는데 전체를 보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 싶다. 내가 어릴 때 여명의 눈동자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을 애들이 맛보고 있는듯하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역사에 대해 많이 모른다. 그래도 방영 이후 정미칠적이라든가 여러 의병들 관련해 관심이 많아져 고무적인 변화이다.

 

드라마는 물론 완벽하게 판타지다.

 

비록 식민지 시기이지만 이런 고귀한 사람들도 있었다면 하는 바람들이 모인 것.

 

구한말 진짜 역사를 알고 싶으면 역사책을 읽거나 다큐를 봐야지.

 

양반의병장이 평민출신 의병이 예를 다하지 않는다 해서 처벌하기도 하고 삼년상을 치른다고 다 버려두고 고향에 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진 초이같이 조선 출신인 정의로운 미국인 따위는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너무 미국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다 보고 나니 제국주의 열강의 문제를 유진 초이 입으로 간간이 언급하는 부분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절반의 성공이다.

 

양반 출신의 고귀하고 정의로운 여성이 각계각층 남성의 두터운 신망과 보호 끝에 꿈을 이룬다는 판타지에 모두가 열광한듯하다. 세세하게 아재 개그라든가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들도 좋았다.

 

작가가 굉장히 대중의 욕구를 잘 파악했고 배우들이 노력을 엄청 한 듯하다. 김태리 한복, 양장과 그 화적떼 같은 옷에도 반했다. 보고나면 한동안 하오체를 달고 살게 된다. 옛날 사람이라 놀림받는 사십대 아예 구한말로 가버렷.

 

<단박에 한국사>는 우리나라 역사만이 아닌 주변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진단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국주의 열강 틈에서 이렇게 고통을 당했구나 싶고 고종이나 민비, 대신들이 다 원망스럽다. 어찌 그리 현실인식이 낮았는지.

 

그리고 일본을 막연하게 나쁘고 이전에 엄청 미개했던 나라로만 규정하지 말고 어떻게 먼저 아시아 최초로 근대국가가 되었고 어떤 전차를 밟았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사 배울 때도 그랬는데 여러 사건들 자체는 잘 아는데 전후 관계를 연결해 맥이 잘 닿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나와 와닿는 문제라 더 설명하기 어렵고 답답한 주제를 다룬 책들도 보았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은 학술서라기보다는 어쩐지 에세이 같았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닌 사회학자가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사회학을 빌려 기술했다.

패기있게 모든 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이십대 시절을 지나 늦은 연애,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며 내 계급적 한계를 더욱더 실감하게 되고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N포세대 전이라 결혼과 출산이라도 겪어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과연 다행일까?

 

양육과 노부모 부양에 대한 무게가 심각한 가운데 머리 식히려 읽은 <붉은 손가락>에서도 노부모 봉양과 자식 양육 모두에 실패한 가장이 나와 씁쓸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경제적 상층 전문직 부모가 일반의 사교육 행태를 비웃으며 사교육이 어리석고 나쁘다고 하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서민의 사교육은 어느 소설에도 나오듯이 보육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며 최고 상층은 교육을 통해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필요가 없기에 입시에 연연하지 않는다.

 

교육은 언제나 사회에 종속적이고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165쪽

 

우리가 과연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묻게 된다.

육아 역시 경쟁의 장이 되어 힐링육아서니 소박한 엄마표니 하지만 결국 육아계발서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 엄마들에게 편한 현실인가?

 

<네 이웃의 식탁>은 정말 마을이 아이를 키웠던 과거 공동체가 요즘에도 가능한지 묻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좋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지만, 산후조리라는 것도 없이 바로 밭매고 층층시하 관계에 시달리고 공동육아가 아닌 공동의 방치인 시절이 더 낫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전이 더 아이들 키우기 좋았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사는 집에서는 유모를 따로 두었을 정도로 육아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다. 가난한 집에서는 자녀를 많이 나아 그중 살아남은 아이들이 다시 가정의 노동력의 원천이 되었을 뿐이다.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는 삶을 살기보다 집단의 부속품으로 살다가는 것이 이전의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동주택에 입주한 네 가족은 공동으로 출자해서 돌아가며 아이들을 보고 함께하다 보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 여기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간다.

 

육아의 일상 풍경이나 육아로 얽힌 인간관계의 민낯이 내가 겪었던 것과 너무나 흡사해서 답답하기만 했다.

 

양육을 개인 혹은  무작위 집단의 선함에 맡기기보다 사회 제도적으로 시스템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합리적인 가격의 가사 서비스가 개개인의 짐을 덜 수 있을 뿐이다. 상업화한 비대한 키즈카페보다 공공 실내놀이터 시설이 더 많아진다면 부모의 부담을 덜 수 있을 터.

 

그런데 저출산 해소 정책에만 몰두하기에는 이미 비혼이나 일인가정도 많은 추세라 사회 모두가 이런 정책에 동의할지 미지수이고 모든 게 참 쉽지 않다.

 

혼자 세상 심각하다 읽은 이 책 <예의 없는 .....> 

 

제목도 저자 이름도 범상치 않다.

 

김불꽃 ㅋㅋㅋ

 

뭔가 확 타오르는  

 

아이 낳고 커뮤니티 중독이라 이미 읽은 내용이지만 또 빌려봤다.

 

정말 예전같이 가정의례준칙이라도 만들어 배포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예절이 각자의 개념, 각자의 감각에만 맡겨진 지 오래되었다.

 

결혼식, 돌잔치, 산후조리, 조문 등 일상에서 맞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볼 수 있는 진상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청학동 에미넴이라는 별칭에 맞게 적재적소에 거친 입담을 뽐낸다.

 

무개념들에게 가정교육 원격으로 받은 티, 이비에스로 받은 티내지 말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꼰대들에게는 그러다 단명하십니다, 라고 응수.

 

 

 

 

 

 

 

 

 

 

 

 

 

 

 

 

다 읽고 나니 생활예절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에서 각자가 품고 있는 감정의 온도를 가늠하지 못하고 혼자 정성 쏟고 상처 받는 사람들을 위한 소심한 속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정도로 개념(?)이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연을 맺는 사람들은 애초 이런 고민을 안하기 마련이므로.

 

미스터 션샤인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대로

그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거늘 네가 호구다. (네가 호구다, 호구다, 호구다가 에코로 계속 퍼져야 실감난다 ㅋ)

 

 

호구의 삶, 호구지책 속에서

 

유일한

숨구멍 틔우는 일.

 

그 일에 마음 쏟으며 또 이 계절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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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마음이 상하고 몸이 지치는 그런 연휴였다. 

 

명절 직후에 육아커뮤니티 들어가면 다들 시,시,시와 무심한 남편, 짜증내고 아픈 아이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나에게도 명절 직후면 펑 사연(답답해서 말할 곳이 없어 적었다가 부끄러워 나중에는 폭파하는 글) 가득이다. 특별히 막장이거나 나쁜? 시가와 식구들은 아니지만 명절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일단 명절 스트레스는 물리적으로는 먼거리 이동과 좁은 공간에서 여러 세대가 갑자기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 필요 이상의 무의미한 가사노동(무한 음식 공급)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당수가 감정 노동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시가와 시가 친척들이 밀집해 살고 나의 본가는 멀다는 이유로 항상 안 가게 된다. 이건 내가 배우자와 아이들 고생하는 게 싫어 내 스스로 명절에는 나만 가는 걸로 해두어 큰 불만은 없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는 미묘한 분위기 조성으로 일정 마치고도 다른 친척집 방문 코스가 하나 있어서 짜증이 났다. 나만 모르는 주제로 대화가 이어지고 시가 쪽 어른이 뭔가를 준비하고 내가 도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친하지도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여 어색한 대화가 이어진다. 몇 년만에 만나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함부로 묻고 재단하면 그게 반가울까. 맥락없이 결혼은, 취직은?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갑자기 본인 차만 따라오면 된다고 먼저 출발해버리는 데 어버버하다가 가게 되었는데 이게 나의 결정적 실수였다.

 

같은 지역인데 얼굴 비추는 게 뭐가 어렵냐고는 하지만 아이도 짜증이 나서 툴툴거리고 나도 화가 난 상태로 그쪽 분위기 맞추느라 결국 저녁에는 터졌다.

 

오래 대화를 나누어보니 결국 모두가 바라는 건 온전한 '쉼'이었다.

 

구습은 자꾸 폐지되어 김영란 법도 생긴 마당에 왜 명절은 없애지 않는 걸까.

 

대규모 이동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명절이나 여름휴가 집중을 없애고 연중 개인이 휴가를 자유로이 선택하게끔 바꾸면 명절 스트레스는 한결 덜할 텐데. 명절로 쉬는 날보다 두세 배쯤은 많은 개인 휴가를 자유로이 쓰게끔 하면 더 좋고.

 

내 얘기를 듣고 누군가는 노년층이 크게 반대할 것이라 한다.  

그나마 '명절'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어야 오지 명절을 없애면 아예 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자녀들이 찾아오고 싶지 않게 만든 역사가 있지 않을까.

의무만이 남은 관계.

할많하않

 

얘기하다보면

 

너도 늙어보라는 이야기만 들을듯

 

**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보면 양가 부모 도움으로 결혼한 경우 최대주주인 부모들이 여전히 결혼생활에 대해 지분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부분이 있다.

 

나의 경우는 어머님은 크게 지분을 행사하지 않는데 늘 지분을 행사하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가족, 친족의 의미가 핵가족과 양가 부모로 한정된 지 꽤 되었는데도 명절이면 여기저기 인사 가고 선물 돌리고 자신과 집안이 잘 되고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내가 불편해지는 지점에서 싸워야 하는데 오래도록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건 남이 좋은 거지 내가 좋은 게 아니었다.

 

우리집의 경우는 경제적 지분보다는 심리적인 죄책감을 자극하는 식으로 내 일상을 파고든다는 게 큰 문제다.

 

사회정의를 해치는 것도 아니고 나 좀 더 이기적이어도 된다.

 

그리고 내 아이는 누구의 아들, '장손'의 짐을 지고 무겁게 살지 말고 한 개인으로 시민으로 가볍고 행복하게 잘 커가면 좋겠다.

 

 

*

 

추석 전 주말에는 나의 본가인 경기도에 다녀오려고 기차를 타고 혼자 갔다. 가면서 <파과>를 읽었다. 노년에 이른 여성 청부살인업자 이야기라니 무슨 사연일까, 싶었는데 읽다보니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의지가지 없는 '조각'의 황폐한 삶,

조각은 나이와 성별로 인한 차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다 읽어낼 이동시간인데 이번에는 자리 운이 꽝이어서 다 못 봤다. 

옆에서는 어떤 여자애가 계속 통화하고 뒤에서는 아이가 패드를 보며 발로 차대는 통에 책도 못보고 잠도 못 잤다.

 

<파과> 진짜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ㅜ.ㅠ

 

낯선 단어도 꽤 보인다.

 

내가 모르는 건지 단어 하나하나 고르고 골라서 공들여 쓰신 것인지.

후훗.

후자쪽이라고 우기고 싶다.  

 

'조각'의 일상,

 

뭉그러질 대로 뭉그러진 조각의 삶은 냉장고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과육과도 닮아 있다. 언제 둔지도 모르고 방치했다가 못 쓰게 되어버린.

 

나도 내 자신을 방치하고 아무 데나 놓아두면 결국에 으스러질 것이다.

 

항상 내가 있을 곳을 스스로 정하고 그에 합당한 행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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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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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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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9 1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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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0 0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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