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0.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조국 글, 책세상, 2001.8.30.



해가 가만히 나온다. 구름이 옅게 끼지만 환하다. 두바퀴를 달려서 뽑기를 한다. 뽑을 사람이 없기에 뽑기종이에 “뽑을 사람 없음. 누가 맡더라도 똑바로 일하기 바람.”이라 적으려고 했는데, 그만 붓을 집에 놓고 왔다. 뭐, 어쩔 길이 없구나. 뽑기종이에 꽃을 찍어 놓는다. 어느 누구도 안 찍는, 부디 누구라도 ‘일꾼’ 노릇을 하기를 빌며, 온누리 모든 사람을 ‘꽃’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뜻을 그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들길을 살피니 흰민들레가 꽤 퍼졌다. 열 해 앞서까지만 해도 마을 할매가 죄다 파서 읍내에 내다팔았지만, 지난 열 해 사이에 천천히 씨앗을 날려서 조금조금 자리잡는다. 이제 시골에서 흰민들레를 캐서 읍내 저잣마당에 내다파는 할매는 사라졌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를 읽어 보았다. ‘양심’이란 뭘까? ‘사상’이란 뭔가? ‘자유’는 뭐지? 누구나 “말할 틈”을 누려야 하는데, 몇몇만 너무 오래 떠드는 듯싶다. ‘왼길·오른길’ 가운데 어느 길이든 나쁠 까닭이 없다. ‘가운길·새길’이나 ‘푸른길·시골길’이 있고, ‘숲길·어버이길’이 있으며 ‘아이와 어깨동무하는 어른길’이 있다. ‘양심·사상·자유’ 같은 ‘일본 한자말’을 붙잡는 분들은 외려 아이(미래)를 등지면서 안 착한 듯싶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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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9.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1》

 나루미 나루 글·그림/김시내 옮김, 파노라마엔터테인먼트, 2016.2.23.



해랑 구름이 갈마드는 하루이다. 작은아이하고 뒤꼍 모과나무 꽃망울을 훑는다. 사다리를 받쳐서 높다란 곳까지 살핀다. 마당 후박나무도 크게 자랐고, 뒤꼍 모과나무도 크게 벌어진다. 훑은 모과꽃은 햇볕에 말린다. 햇볕에 보름 남짓 말리는 모과꽃은 가을겨울을 지나 새봄에 이르도록 누리는 즐거운 꽃물(꽃차)이다. 늦은낮에는 읍내로 마늘을 장만하러 다녀온다.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는 튀김국수를 즐기는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물끄러미 보여준다. 즐기는 어느 한 가지를 놓고는 마음을 활짝 열고, 안 즐기는 모든 곳에는 마음을 꾹 닫는단다. 즐길 줄 아는 마음에는 웃음꽃이 핀다. 즐김길하고 먼 ‘좋다’일 적에는 ‘좁다’로 뻗는다. “마음에 드느냐 안 드느냐”가 아닌 “마음을 가꾸느냐 아니냐”를 볼 노릇이다. “마음에 차느냐 안 차느냐”가 아닌 “마음을 일구느냐 아니냐”를 살필 일이다. 하루하루 걸어가는 오늘이다. 언제나 스스럼없이 차곡차곡 여미는 살림이다. 물결이 오르내리듯, 가만히 내리다가 오르면서 너울너울 신나는 춤사위를 이루는 삶이다. 좋다고 웃을 일이 아닌, 즐겁게 하루를 지으면서 저절로 웃음이 샘솟는 일이다. 곰곰이 보면 오늘날 둘레에서 ‘좋다’하고 ‘즐기다’를 가려쓰는 사람이 참 드물다.


#ラ?メン大好き小泉さん #鳴見な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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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8.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엮음·스즈키 로쿠로 사진/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8.19.



구름이 짙은 하루이다. 소쩍새 노래로 밤과 새벽을 잇는 나날이다. 이제부터 여름까지 늘 소쩍새하고 하루를 보내겠구나. 이미 이 땅으로 깃든 여름새가 있고, 슬슬 건너오는 여름새가 있다. 다들 먼먼 하늘길을 누볐을 테지. 고흥으로 찾아온 이웃님하고 ‘책마루’를 이야기한다. 시골이건 서울이건, 앞으로 오래오래 이으면서 알뜰살뜰 살림을 가꿀 수 있으려면 ‘책’을 보아야 한다. 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돌아보고 살펴볼 눈을 틔워야 한다. 종이꾸러미에 담는 살림이 무엇인지 느껴야 하고, 아이들한테 아로새겨서 남기는 이야기를 어떻게 여미어 담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을 살피지 않으니 책을 안 읽는다. 종이책뿐 아니라 풀꽃과 바람과 해와 별과 들숲이라는 책을 안 읽지.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은 뜻있게 나온 책이기는 한데, 여러모로 아쉽다. ‘히로시마에서 사라진 한집안’을 너무 내세우는 바람에, 히로시마로 끌려가서 먼지나 이슬처럼 스러진 숱한 이웃나라 사람들은 아예 안 보인다. 히로시마에서 나고자란 수수한 사람도 ‘죽은이(피해자)’이기는 한데, 뜬금없이 히로시마로 끌려간 옆나라 수수한 사람도 ‘죽인이’이다. 두 얼굴을 나란히 밝히지 않는다면 자칫 ‘거짓탈’에 사로잡히고 만다.


#ヒロシマ消えたかぞく #指田和 #鈴木六郞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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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7.


《그리운 순난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홍재웅 옮김, 열린어린이, 2010.3.30.



조용하게 보내는 하루이다. 쉬엄쉬엄 흐른다. 구름이 짙어도 따뜻한 한봄을 느낀다. 미역국을 끓이고, 일하고 쉬고, 곁님이 들려주는 꾸중을 달게 듣고서 곰곰이 생각한다. 말소리에 담는 마음을 헤아린다면, 추킴말도 꾸지람도 없다. 오직 서로 흐르면서 이을 마음 하나가 있을 뿐이다. 서로 마음을 읽으면서 잇는다면, 한결 사근사근 말할는지 모르나, 말결은 안 대수롭다. 담은 속내가 빛나느냐 꾸밈말이냐 발림말이냐 사랑이냐를 살피면 된다. 사랑이 없이 발림말을 읊으면 서로 고단하다. 빛나는 넋은 없는데 꾸밈말만 이으면 지친다. 《그리운 순난앵》은 왜 일찌감치 판이 끊어져야 했을까. 아름책이라 해서 판이 안 끊어져야 하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외곬로 책이 읽힌다. 새뜸이 다루는 글부터 외곬이요, 누리책집에서 장사하려는 책도 외곬이며, 배움터 길잡이가 펴는 배움책도 외곬이다. 고루눈을 뜨면서 두루길을 밝히려는 어진 일꾼이 턱없이 모자라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면 길은 늘 하나이다. 스스로 살림하지 않고, 스스로 아이를 돌보지 않는데, “아이 곁에서 이 삶을 사랑하는 마음”하고 동떨어진 채 쏟아지는 글이란 허깨비일 뿐이다. 아이 곁에서 아이하고 함께 누리고 나눌 마음이라면 모두 아름답게 가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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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6.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

 고성국·지승호 글, 철수와영희, 2015.4.24.



작은아이랑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려는데 14:11에 부르릉 지나간다. 어, 오늘은 해날 아닌 흙날이로구나. 흙날에도 14시에 안 지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용케 지나간다. 옆마을에서 다음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빈 택시가 스르르 멈추고서 “읍내 가셔요?” 하고 묻는다. “버스 타는 삯만 내고 타셔요.” 하신다. 버스삯만 낼 수는 없어서 5000원을 얹어서 드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옆마을에서 내려 논둑길을 걷는다. 논둑길은 흙돌모래로 어지럽고, 새도 나비도 너무 적다. 너무 조용한 봄이다. 레이첼 카슨 님이 쓴 글이 아니어도 “조용한 봄”이고 “쥐죽은 봄”이요 “소리없는 봄”이다. 《중간층이 승부를 가른다》가 문득 떠올라서 다시 읽었다. 여러모로 새길 대목이 많되, 몇 가지를 좀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낀다. 먼저 ‘중간층’이 아니라 ‘가운데’이다.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가운데’를 지키는 사람이 가슴(심장) 노릇을 한다. 가운데·가슴인 사람들은 숨을 살릴 뿐, ‘이기거나 지는 굴레(승부)’하고 멀다. 이쪽저쪽으로 기운 분들은 자꾸 싸움을 부추기면서 “이겨야 좋다”는 틀을 씌우려 든다. 뽑기(선거)는 이기고 질 일이 아니라, 일꾼을 가릴 자리여야 올바르다. 밤에 고니자리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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