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4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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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14

『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

보리스 비앙 / 휴머니스트







성장하는 아이에게 가끔씩 해주는 말이 있다. 스스로의 자아 존중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나만의 해결책으로 무너진 자존감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일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실패는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기회이며 그것을 발판삼아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 화내고 타인의 탓을 하는 것은 자존심이지 결코 자존감의 훼손이 될 수 없으니, 어느날은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말이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인종차별에 대한 억압으로 한쪽으로 편중된 흑백논리의 오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억울함을 당했으니 당연히 복수를 할 것이며 영향력 있는 가문의 자식을 무참히 밟아버리겠다는 고전적 복수혈전이라고 할까? 차가운 육체관계였지만 데일만큼 뜨거웠고 처절한 복수가 목적이었지만 흐릿한 연민만이 남았던 이 책은 짜릿한 스릴러소설이었다.



중요한 건 오직 한 가지, 복수하는 것,

그것도 가장 완전한 방법으로 복수하는 것이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저자인 '보리스 비앙'이 프랑스어로 번역했고, 미국작가 이름인 '버넌 설리번'이 쓴 책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작품은 휴가를 떠난 뒤 단2주만에 완성했지만 초반엔 인기가 없었다. 

이 책이 이슈가 된 계기가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사회, 도덕 행동 연합'에서 비도덕적 문학이라며 작가를 고소했고, 얼마지나지 않아 지하철역 근처 싸구려 호텔방에서 자신의 애인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 중 바로 이 책!!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 당신은 잘해낼 거요.

호감을 주는 인상이니까.

당신에게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뭔가가 있어요.

목소리 말이오."

나는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이 사람은 예리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의 화자는 주인공 리 앤더슨으로 백인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동생의 복수를 다짐한다. 태생은 흑인이었지만 피부가 하얀탓에 겉으로 보면 전혀 알 수 없는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로 특유의 목소리만이 그를 드러낼뿐이었다. 그럼에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거... 

동생이 죽은 자리에 머물 수 없었던 리는 톰 형의 지인으로부터 벅턴의 서점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 약 2주가 지났을까? 서서히 따분해지기 시작한 리는 서점을 벗어나 주위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극도로 남성이 부족한 도시의 젊은 여성은 너무나 쉽게 그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육체적인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우연히 알게 된 덱스터... 고급 주택에 모든 걸 가진듯 했으나 건강이 좋지않았던 덱스터는 리와 금세 친해지게 된다.

이제 복수의 희생양을 물색할 차례다. 덱스터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리는 그곳에서 부유한 가문의 딸이었던 과 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다짐한 것처럼 완전한 복수를 실현시키는데 과연...



"당신은 참 별스러운 사람이군요. 난 흑인이 정말 싫어요." (p.111)

겉으로만 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없이 내뱉는 차별적인 발언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이슈화되는 문제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스릴있는 전개는 흥미를 유발했다. 부유한 가문의 자매를 유혹한 리의 심리적 갈등의 복선 그리고 마치 그녀들에게 기회를 주듯 흑인의 창조물을 착취하는 백인에 대한 언급... 하지만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복수의 도화선이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을 마주하지 않은 독자는 이미 결말을 예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누구에게 손가락질 할 것인가는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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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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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12

『 동 카즈무후 』

마샤두 지 아시스 / 휴머니스트







소설의 모티브가 된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는 외모가 아닌 가슴에 새겨진 오셀로의 사랑을 사랑했던 한 여인이 누군가의 새치혀로 비극을 맞이했던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대표작이 모티브가 되었다면 <동 카즈무후> 또한 그 끝은 비극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책의 제목을 풀이하자면 동(경) 카즈무후(무뚝뚝)로 '무뚝뚝 경' 혹은 '퉁명 공'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첫사랑이었던 아내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의심하며 그저 자신의 아들이 친구와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관계를 의심했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책의 페이지가 절반이 넘어가도록 첫사랑이었던 아내를 얻기 위한 그의 노력에 비하면 배신과 복수에 대한 언급이 너무나 부족하다는거... 정말이지 독자에게 더 기나긴 그의 이야기가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동 카즈무후>는 무뚝뚝한 심리책이었다. 그저 어른이 시키는대로 바른 성장을 했던 주인공 벤치뉴가 유일하게 자신의 바람대로 얻은 건 사랑하는 아내 카피투뿐이었다. 참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조금 늦었던 아이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긴 했지만 바라는 바 대로 아들을 얻었고, 그렇게 행복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학의 고전적 테마인 사랑과 복수... 사랑의 시작은 알겠는데 도대체 이들의 삶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던 독자는 하나의 결과를 찾게 된다. 




'비스듬히'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지만,

'은밀한'의 의미는 알고 있었고,

진짜 그런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원의원이었던 아버지와 최고의 어머니었던 글로리아 그리고 주인공 벤치뉴와 그가 사랑한 카피투... 그는 마타카발루스 거리에서 살던 때가 최고의 시간이었다.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그는 그녀에게 향하는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다리를 어찌할 줄 몰랐고 뒤뜰의 샛문은 마치 둘을 이어주는 비밀의 통로와도 같았다. 

이를 밀고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주제 지아스씨... 독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어머니가 첫아들을 사산하자 만약 둘째 아이가 사내라면 교회에 보내겠노라 약속기도를 드리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바로 주인공 벤치뉴였고 약속한 바를 지키기 위해 신학교에 가야 하지만 계집아이에게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으니 이를 주제 지아스가 밀고한 것이다. 그는 어머니께 거북이의 딸과 몰래 붙어다니는게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뒷담화를 늘어놓는다. 그 계집아이는 생각이 없는데다 그녀의 아비조차도 둘의 만남을 보고도 못 본 척한다고... 벤치뉴한테는 카피투가 은밀한 집시의 눈빛으로 그를 꼬여내려고 한다며 불편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불 붙은 사랑이 어디 그렇게 쉽게 식는가?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입맞춤으로 결혼약속까지 하게 되는 어린 연인은 결국 어머니가 맹세했던 신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잠시 이별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에스코바르와 절친한 사이가 된 벤치뉴... 신부의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닌 것 같다며 두 친구는 각자의 길에서 성공하여 돌아오게 된다. 벤치뉴는 카피투를 아내로... 친구 에스코바르는 아내의 친구 산샤와 결혼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로 친구가 죽음을 맞이하고 이상하게도 자신보다 친구의 모습을 닮아 성장하는 아들 에제키에우를 보며 배신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독자여, 모든 것은 끝난다.

'지속되는 모든 것이

다 오래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은 자명한 진리다.

이 서술부는 쉽게 인정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처음 접해보는 브라질 문학으로, 저자는 선천적 말더듬증과 간질병을 앓았고 혼혈아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까지 읽는 독자는 어쩌면 저자가 당했던 차별을 책 속의 주인공을 통해 복수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동 카즈무후>를 쓰고 있는 자신의 나이가 현재 쉰 살이며 책의 중간에 뜬금없이 독자를 찾아 자기변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끝까지 가시지 않는 의문이었다면 벤치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을 때, 카피투는 크게 변명하지 않았다는거... 믿지 못하면 헤어져야 할 것이고 그의 말대로 고분고분 따랐다는게 무척 의아했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 필요했다. 판단은 오직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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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의 모험 열린책들 세계문학 28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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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82

『 셜록 홈스의 모험 』

아서 코넌 도일 단편집 / 열린책들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하고자했던 원인과 이루고자했던 결과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어떤 결과를 얻었느냐에 따라 스스로의 만족감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원인에 의한 결과보다는 어떤 결과가 나왔던간에 목표를 향해 얼만큼 준비하고 노력을 했는지의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실패를 경험해야만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고 간절함으로 더욱 만족도가 크니까... 

어쨌든 이런 이야기들을 줄지어 얘기하는 이유는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만의 매력을 말하고 싶어서다.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범인이 누군지 빠르게 찾아내는 결론적인 방법이 아니라... 셜록 홈스는 느긋하게 벽난로 곁에 앉아 타인의 얘기를 들어가며 예리한 시선으로 증거를 하나씩 찾아 나열한다는거... 얼마전 아이와 에놀라 홈즈를 보며 그녀의 오빠인 셜록을 보면서 독자들이 셜록 홈스에 빠지는 이유를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파이프가 탐이 났던 건 나뿐이었을수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셜록 홈스 이야기의 정수를 담은 걸작



<셜록 홈스의 모험>은 아서 코넌 도일이 탄생시킨 셜록의 최고의 단편집을 모았다. 이미 만난 작품도 있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있었다는거... 게다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치통을 앓을 때 읽고 싶은 문학"이란 편지글 때문에 혼자 정신없이 웃어댔다. 

책은 읽지 않았어도 셜록 홈스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고전추리소설의 대표작이면서 셜록 홈스의 매력에 푹 빠질 시간... 바로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의 <셜록 홈스의 모험>을 만나본다.





나는 내가 주변 사람들보다 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홈스 앞에서는 늘 내가 바보 같다는 느낌에 주눅이 들곤 한다.

똑같은 것을 보고 들었지만,

홈스의 말로 미루어 보건대

그는 이미 일어났던 일뿐 아니라

곧 일어날 일까지도 꿰뚫어 봤음이 틀림없었다.



아서 코넌 도일이 선보이는 셜록 홈스의 12편의 단편선... <셜록 홈즈의 모험>은 그야말로 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이라 하겠다. 모든 작품을 써내려가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있었던 두 편을 소개하려 한다.

첫번째는 '빨강 머리 연맹'이다. 셜록 홈스의 화자는 그의 절친 왓슨으로 가을 어느날에 벌어진 사건이다. 제이비스 윌슨이란 빨강머리 신사와 이야기 중인 셜록...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에 셜록은 단번에 신사의 특징을 잡아낸다. 한 동안 육체노동을 했고 코담배를 피우며 중국에 간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어쨌든 이 빨강 머리 신사는 작은 전당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사업이 변변치않아 고심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빈센트 스폴딩이란 청년이 찾아와 급료의 반만받고 일하고 있으며 사진에 빠진 것 말고는 아주 성실했다. 어느날 빈센트는 빨강 머리 연맹에 대해 혹 할만한 이야기를 해줬고 가입하자마자 얼마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해체하게 됐다는거...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는 셜록 홈스를 찾았고 큰 판돈이 걸린 게임을 시작하는데... 기가막힌 타이밍과 해결책에 아마도 혀를 내두를지도 모른다.

또 다른 작품은 '녹주석 코로넷'이다. 밝고 쾌청한 2월이지만 슬픔과 절망 어린 표정으로 셜록 홈스를 찾은 한 남자... 알렉산더 홀더는 민간 은행의 은행장으로 담보가 확실한 곳에 대출을 해주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그러던 어느날... 누구나 알고 있는 지체 높은 분이 찾아와 급하게 5만 파운드가 필요하며 다음주에 바로 거액이 들어오니 확실한 담보를 잡히겠다며 내놓은 물건이 바로 녹주석 코로넷이었다. 부담스런 귀중한 물건을 담보로 받은 그는 분실에 대한 압박감으로 며칠간 가지고 다니기로 하는데, 녹주석에 박혀있던 보석을 도둑맞고 만다. 문제는 부스럭 소리에 눈을 떠보니 애물단지 아들 아서가 녹주석을 들고 있었고 조카 메리는 아서가 그럴 일 없다며 울고불고하는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장의 집을 찾은 셜록 홈스는 예리한 시선으로 증거를 찾기 시작한다.



본질을 찾고 흔적을 추적하는 고전 추리소설 <셜록 홈스의모험>!! 인간적 면모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변신의 시도가 더욱 돋보이는 셜록 홈스... 인간적 면모는 절친 왓슨에게 위임한다.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셜록 홈스가 찾으면 발 벗고 곁을 지키는... 변함없는 우정과 든든한 믿음으로 흥미롭게 사건을 해결하는 둘의 캐미 역시 최고라 말 할 수 있다.

'셜록 홈스'의 탄생으로 세계의 독자를 열광시킨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열린책들 세계문학 <셜록 홈스의 모험>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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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트레이 귀공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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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15

『 밸런트레이 귀공자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휴머니스트







가족이란 이름으로 벗어날 수 없는 무음의 족쇄가 존재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중년의 나이즈음 되니까 인간적 도리로서의 책임감이 자리매김하듯 마음이 원하는 것보다 조금 더 신경써야 하는 사회적 위치에 서 있다고 해야하나?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삶의 무게가 버거울때도 있는 것 같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밸런트레이 귀공자>를 읽으면서 '가족이란 이름의 족쇄와 삶의 무게를 왜 이야기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겠지만 이 책의 종착점은 결국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생각이 짙게 물들여졌기 때문이다. 형제간에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장자로서의 위치와 그 뒤에서 보필해야하는 차남... 관계가 엇갈리면서 벌어지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책임에 대한 짓눌린 무게를 그대로 그려냈다.



듀리스디어 사람들은 성을 잘 내지

창을 너무 많이 들고 말을 달리네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화자는 집사 매컬리로 그가 남긴 문서에 이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1889년 이전엔 개봉할 수 없다는 문서가 열렸고 그 속에는 1745년 솔웨이 해안가, 세인트 브라이즈 근처의 듀리스디어 저택의 가족의 이야기가 시작 된다. 

집사 매컬리는 듀리스디어 가문을 타자를 지배하기 위해 인간적 온정을 팔았으며 형제에게 결여된 자기 성찰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그들에 대한 연민으로 마지만까지 곁을 지켰던 매컬리... 독자인 나로서는 오히려 외로운 자리에 서 있던 집사 매컬리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부패한 영향력에 변질된 아이, 해체된 가정,

주인님의 죽음, 아니면 죽음보다 더 고약한 결말,

처량한 슬픔에 빠진 마님......

어둠 위에 환하게 그려진 이 모든 것을 눈앞에서 보았고,

바람의 비명은 대책이 없는 나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듀리스디어 가문의 일원을 소개하자면, 제임스라는 세례명으로 아버지를 닮아 독서를 좋아했던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진취적이지만 영웅적 기질을 타고난 고집 센 인물이지만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소동에 앞장 선 유별난 남자이기도 했다. 그의 동생 헨리 듀리는 나쁘지도 않고 유능하지도 않은 그저 정직한 남자... 함께 살았던 친척 앨리슨 그레임은 상당한 재산을 상속한 인물로 밸런트레이 귀공자와 혼인을 약속했지만 그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은 후 어쩔 수 없이 헨리와 혼인을 하게 된다. 당시 듀리스디어 가문이 토지가 저당잡힐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는거... 그들의 아버지는 앨리슨을 아들과의 혼인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부친을 국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봉기를 주도한 찰리 공이 헤브리디스제도에 상륙한다. 듀리스디어 가문은 고민 끝에 한 아들은 찰리 경에게 줄을 세우고 다른 아들은 영국의 왕에게 충성을 유지한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 자신의 가문은 멸망하지 않을테니까... 이미 밸런트레이 귀공자와 앨리슨 그레임은 결혼을 약속한 상태 그리고 장자로서 가문을 이어야 하기에 헨리가 찰리 공과 전쟁을 하려했지만, 영웅적 자만심이 발동한 귀공자는 자신이 나가겠다 고집을 부리며 결국 컬로든 전투의 패배로 귀공자의 전사소식을 듣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앨리슨과 헨리는 결혼을 했지만 살았어도 죽었어도 그들의 저택엔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는거... 그리고 프랜시스 버크 대령의 편지는 이 모든 족쇄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살아있으며 자신의 것을 모두 빼앗은 헨리를 압박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책임의 정도라는 것이 가족에겐 무의미한 정의일까? 밸런트레이 귀공자가 해적을 만나 갖은 고생과 역경을 이겨내지만 그것의 원인이 헨리에게 있었던 것이 아닌데 너무나 가혹한 처사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누구 하나 잘못되면 가족이 붕괴하듯 가족이란 이름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족쇄가 아님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삶을 실현한다는 것은 배려이지 의무가 아니니까...

마지막까지 풀 수 없었던 숨겨진 보물... <밸런트레이 귀공자>가 죽음 뒤엔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음을... 저자는 그 얘기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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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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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220

『 배반 』

압둘라자크 구르나 / 문학동네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배반>은 떠났으되 사실은 완전히 떠나지 못한 이들의 초상을 이 책을 통해 연민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고 한다. 저사가 어떤 이유로 반세기나 넘나들어가며 운명적인 인간의 내면을 그렸을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저자의 자전적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저자의 작품을 처음 접해보지만 손끝으로 그려지는 듯한 부드러운 문체때문에 더욱 깊숙히 작품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는거... 감춰야했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 몰입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배반>은 책 속의 화자인 '나'가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모두의 '나'를 대변하고 있다. 어느 공간에 속해 있으며 어떤 환경에서도 사회속에 적응하여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삶,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그 무엇에도 익숙해질 시간이 없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짙은 메세지를 선사하는 <배반>은 일상의 익숙함보다 앞으로 살아내야 할 우리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여전히 알게모르게 인종과 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며 미래에는 또 다른 차별이 생겨날지 모른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 상실이 적지않은 상처를 남겨두지만 이어지는 삶에 대한 무책임한 회피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 길이 험난한 산골짜기의 절벽 끝이라도 인간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살아내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모든 이들이 마치 자신이 존재하는 곳에 이방인과 같은 느낌이 들더라도 내가 선 바로 그 땅의 중심은 바로 나라고... 저자는 부드러운 문체로 나긋나긋하게 낯선 땅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을 얘기하는 듯 했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짙게 전해주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무질서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고 영원히 얽매는가에 관한 것이다.



문명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소도시의 장사꾼 하사날리... 그는 모스크의 예배당에 기도시간을 알리기위해 부지런히 아침을 맞이한다. 그러던 중 잿빛 낯을 하고 쓰러져있는 백인 남자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초라한 집에 데려와 보물을 모시듯 성심을 다해 치료해준다. 

한편 붙임성있고 성실한 영국인 친구 프레더릭 터너는 이 소도시에 발령을 받아 이곳의 실상을 파악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하였는데 매번 농장관리인 버턴과 의견대립이 있었다는거... 한마디로 프레더릭 입장에선 개발되지 못한 이곳은 영국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버턴의 입장에선 그저 유럽인이 이곳을 점령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어쨌든 터너는 백인남자의 소식을 듣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온다.

쓰러진 음중구(=백인을 뜻함)는 마틴 피어스라는 영국인으로 사냥관광 무리에서 빠져나와 소말리아로 향하는 중, 짐승 도륙의 참을 수 없는 파괴행위로 무리에서 벗어났다가 모든 소지품을 빼앗긴 채 버려졌다고 한다. 이후 건강을 되찾은 그는 자신을 구해준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러 찾아갔고 그곳에서 하사날리의 누이 레하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간은 급격하게 지나... 약 반세기 후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다른 이야기라 했지만 과거와 연결지어진, 사실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다.

공부에 소질이 없어 옷을 지었던 파리다, 부모님과 같은 교사의 길을 걸었던 아민,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런던으로 떠났던 라시드... 여기서 아민은 파리다의 고객이었던 자밀라와 만나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바로 자밀라가 마틴과 레하나의 손녀였다는거... 막내 라시드가 유학중에 써내려간 이 이야기는 떠나왔음에도 여전히 그곳의 삶을 이어가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 모든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벗어나지 못한 삶의 굴레였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삶에 대한 연민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잔지바르 출신으로 영국으로 이주해 서로 다른 문화의 충돌로 마치 <배반> 속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차별로 인한 관계의 단절은 배반이 아닌 자신이 존재했던 곳으로의 회향이 아닐까 싶다. 섬세한 아름다움의 문체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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