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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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 명량. 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 여해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앉아

큰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선조25년... 1592년 임진년에 발발한 일본의 침략은 조선의 흥망성쇠를 쥐고 있었다. 당시의 일본 또한 혼란의 시대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 모든 것을 수습하고 전국시대를 통일했던 인물로 조선과 동맹을 맺어 명을 치고자하는 포부를 드러냈으나 그들이 원하는대로 조선이 움직이지 않자 전쟁을 일으켰다. 

충무공 이순신의 가문은 본래 문신의 집안이었지만 소실적부터 드러났던 장수의 기질로 1576년 무과에 급제하였다.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수사에 부임한 이순신... 그곳에 도착한 임진년 첫날에 그는 붓을 들었다. 그 기록이 바로 <난중일기>이며 전장 중에 마주해야했던 자신과의 싸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를 향한 지극한 효심과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 또한 옅볼수 있을 것이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움에 백번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불변의 이론이다.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수사로 부임한 이순신은 왜란에 대비하여 군사훈련과 거북선 제작에 힘썼다. 임진년 1차 침입인 옥포해전을 시작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났으며 그 해 당포해전, 한산도 대첩, 부산 대승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경상우수사 원균으로부터 전쟁 소식을 들었던 이순신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오직 나가서 싸우다 죽을 뿐이요. 감히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자는 참수할 것이다"라고 조선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뿐만아니라 전라여수에서 거제 한산도로 본영을 옮기며 삼도 수군을 통괄했던 이순신은 군량을 비축하며 수영에 무과를 설치해 자급책을 마련하기도 했으니 그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당시 전염병이 창궐해 몸이 쇠약해지기도 했으나 공무와 활쏘기 그리고 군사훈련을 통해 전선을 재정비 하는데 한치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난중일기 속 중간중간에 어머니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걸 보면 효심 또한 지극했던 것이다. 한편 전쟁을 나가라는 왕의 명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던 이순신,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그를 보러 오던 중 정박 중인 배 안에서 사망하고 만다. 백의종군으로 상 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이순신은 비통한 마음이었지만 조선을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다시금 전장에 나갔고 전쟁중에 셋째아들의 전사소식을 듣게 된다.

12척으로 133척을 물리친 명량해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순신의 최후의 전장이었던 노량해전까지 <난중일기> 속에는 칠흑같은 전쟁뿐만 아니라 그의 굳건한 의지와 인간미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얼마전에도 만났지만 이번에 다시 만났던 <난중일기 완역본>에는 현충사에 소장되어 있는 난중일기의 사진자료 뿐만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묘소, 전장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을 각 수영들 그리고 임진왜란의 주요 해전지 등의 자료를 부록으로 첨부하여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낼 수 있었고, 새로이 발굴한 자료를 첨부하여 36일치의 분량을 추가하여 더 많은 일기문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한 어렵게 표기된 한자를 한글로 개편하였다고 하니 조금더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숨 쉬고 존재하는 한, 역사는 쉼없이 이어간다. 그저 우리가 학습으로 접하는 역서 속에서 가장 존경하는 영웅으로서의 충무공 이순신이 아니라 심중의 메세지를 담았던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을... 오래도록 가슴에 새겨질 이순신의 정신 '난중일기'... 민족의 얼을 담아 낸 역사의 기록이며 길이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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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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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 고함과 분노 』

윌리엄 포크너 / 열린책들







운명은 타고 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 나가는 것일까? 최근 아이들이 '금수저'란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부모로서 나는 많은 변명거리를 만들고 있다. 아주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아서... 과거에 나의 삶은 어려웠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성실과 노력만으로 이만큼의 삶을 이루었다고 말이다. 결국 이런 이야기 끝은 '라떼는 말이야'로 결론을 맺고 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삶이 실패한 삶이진 않지만 행복을 위해 나름 노력했고 너희와 함께라서 더욱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는 부드러운 언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어디 그러한가? 모을 수록 나의 그릇은 채워지지 않고 차고 넘침에도 만족이란 것을 모르는 미천한 인간일 뿐이라는거... <고함과 분노>를 만나면서 이 모든게 다 의미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시작과 끝을 봤다니까."

그녀는 탁자 위에 식은 음식을 차렸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을 만나면서 <고함과 분노>처럼 쉽지만 너무나 어렵고 인간적으로 이해는하지만 그 삶이 의미없음을 이렇게나 강렬하게 느낀건 처음인 것 같다. 

명문가의 집안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했던 콤슨 부인... 그리고 콤슨가의 하녀로서 가문의 시작과 끝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딜지를 보자면 끝은 결국 식은 음식 뿐이라는거... 세상에 존재하지만 비극으로 치닫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과 벗어날 수 없는 이기심의 몰락을 보여준다. 퀜틴의 자살 후 과음으로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오래도록 가문의 영광만을 외치며 병환으로 누워지냈던 엄마는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점을 보자면 이들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깊숙히 생각해 보자면 세계문학 <고함과 분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고작 명문가의 몰락이 아니라 삶에 대한 변화를 맞대어 대응하지 않는다면 삶이 무너지는건 순식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삶은 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결국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저 집안 아이 하나는 원래 미쳤고,

또 하나는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다를 하나도 남편에게 내쫓겼으니,

남아 있는 놈 역시 미쳤다고 하지 않겠는가.



미국의 남부지방 명문가 콤슨 가문... 가문의 희망인 장남 퀜틴을 하버드에 보내기위해 목장을 팔았다. 하지만 그곳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어렸을때부터 책임감이란 의무때문에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겹겹이 쌓았다는거... 여동생 캐디가 동정을 잃었을 때 근친상간으로 자신이 범했다고 했고, 외국인이라며 불합리한 처분에 대한 불만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으며 결국 인생의 허무를 느껴 찰스강에 투신 자살을 했다.

콤슨가의 불운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시작은 선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막내 벤지였던 것 같다. 명문가로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 게다가 장녀 캐디는 사생아를 출산하고 그나마 현재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제이슨은 오직 돈에 사롭잡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는 파렴치한이었다는 것이다.



이 집은 운이 다했어



콤슨가의 부인은 자식에게 "네가 내 유일한 희망이란다."라는 말로 흔들리는 아이들을 옥죄었던 것 같다. 장남 퀜틴이 말하듯 산 자가 죽은 자보다 낫긴 하겠지만 자신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그 무엇보다도 나은 삶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능력을 상실한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어 남은 삶은 보상받으려는 어리석음에 목죄어 왔던 것이다. 가슴아팠던 부분이 있다면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벤지는 시각, 청각, 후각적 감각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거... 누나 캐디가 순결을 잃은 날이나 죽음의 냄새 등의 예견을 통해 이들의 비극은 더이상 피할 수 없다는 것도...

<고함과 분노>는 현재를 예견한 모더니즘 문학이다. 죽음으로 몰아가는 시간의 덫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그리고 인간의 모든 경험이 결국 부조리하다는 허무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의식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전개되기때문에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이쯤에서 한번은 만나봐야할 세계 문학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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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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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세계문학 002

『 죄와 벌 : 하 』

표도르 도스토옙스끼 / 열린책들







<죄와 벌 : 하>권에서는 의미심장한 인문학적 견해를 제시한다. 로쟈의 동생 두냐와 그녀를 끊임없이 범하려했던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대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로쟈를 허영심만 가득한 자존심 강한 젊은라 표현하며 나폴레옹의 천재성에 심취해 있다고 했다. 법이 미치지 못하는 권력으로 혁명의 적이라 느꼈던 인물들을 거침없이 처단했다는거... 로쟈 또한 자신의 천재성을 믿고 가난한 자들의 물건을 추악하게 저당잡았던 필요악적이라 느꼈던 존재를 없애버렸지만 오히려 자기 스스로가 굴욕을 느껴 미쳐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면모가 자아를 파괴하는 도구가 되어버렸으니 무너져가는 로쟈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고대하게 되었다.

<죄와 벌>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가지고 있는 목적의식과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진정성있게 보여준다. 주인공 로쟈의 끊임없는 고뇌와 더러운 족속의 <이>와 같은 가치없는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며 멸시와 자괴감을 맛본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던 작품... 바로 <죄와 벌>이었다.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될 수 있으면 숨기지 않아도 무방한 것은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도피 방법이라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



타인에 대한 불신을 쉼없이 되뇌이며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려는 증상을 편집증이라 한다. 특히 <죄와 벌 : 하>권에서 주인공 로쟈가 보여주는 증상의 끝이 두냐와 소냐에게로 향하는데... 두냐의 약혼자 루쥔의 집요한 추악함은 읽는 독자마저 머리끝까지 화가 오르게 만든다. 달콤한 결혼을 위한 조건이 젊고 아름다워야 하며 좋은 가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거... 여기서 더 중요한 조건은 절대적인 가난으로 자신에게 납작 엎드려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 지주였던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추잡한 욕정으로 이여자 저여자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고 로쟈에게 동생 두냐를 물건의 값을 매기듯 흥정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뭐~ 로쟈는 애초에 두 남자의 파렴치함을 알았기에 거부하긴 했지만 잠시 흔들렸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는거... 다행히 동생 두냐에게 둘도 없는 친구 라주미힌을 언급하며 서로의 감정을 조심스레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이젠 자신의 죗값을 치를 차례... 명확한 증거도 없으면서 자백을 강요한 예심판사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그의 집요한 추궁에 넌더리가 났으니 합법적으로 조사할 건 조사하고 체포하라고 엄포를 놓는 로쟈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발작하는데 엉뚱하게도 자신이 전당포 여주인을 죽였다며 자백하는 이가 등장하게 된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결국 로쟈는 끝까지 자신의 죄를 숨기고 인간적 면모의 상실을 보여주려는지...








나는 그때 알게 되었어, 소냐.

권력은 용기를 내서 몸을 굽혀 그것을 줍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오직 하나, 하나만이 필요한 거야.

용기를 내는 일만이 필요한 거야!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은 로쟈... 과연 나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미련한 고민을 하게되는 로쟈의 변모를 기대하게 한다. 세상에 필요악인 존재는 없다고 믿고 싶다. 그저 사는게 너무나 힘들고, 괴롭고, 죽을만큼 아픈 현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겪는 일 일테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겠거니 생각하며 아픈 나를 잠시 쉴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건 어떨는지... <죄와 벌>은 범죄소설같으면서도 인간다움의 거듭남을 보여주는 인문학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러시아문학의 거장, 이렇게 도스토옙스끼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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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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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심리 스릴러

『 엉클 사일러스 』

조셉 셰리던 르 파누 / 고딕서가






거대한 유산을 받은 상속녀...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녀에게 뻗쳐오는 어둠의 그림자는 그녀의 심경을 갉고 핥아먹으며 조금씩 침투해 오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악한 음모와 범죄의 손길을 내밀었고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이러한 스토리를 읽다보니 사람의 본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 돈에 의해 사람의 인성이 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거... 이 모든 사악함은 가난과 빚 때문이라고 말이다. 금전적 여유가 있었다면 애초에 친인척을 상대로 범죄행각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후견인으로써 소녀의 앞날을 밝게 비춰주었을테니까... 그러니 이 모든건 돈때문이다.

<엉클 사일러스>는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초자연적 공포를 보여주지만 급변하는 내면의 다독임을 통해 살아가려는 의지와 공포에 맞선 용기를 보여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800페이지가 넘는 짧지않은 스토리에 수없는 감정의 기복을 맛보게 되는데 무척이나 음침하고 저질스러우며 오묘하기까지 하다. 고딕소설이지만 이 한권으로 다양한 장르를 만날수 있을 듯 싶을정도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든다는거...









그가 만일 악마였다면,

그는 수다스럽지만

동시에 미약한 괴테의 악마보다는 더 숭고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 존재가 우리 인간의 사지와 이목구비를 띠었다.

그 존재는 제 실체를 잘 가리고 있었다.



풍성한 금발에 진한 회색 눈을 지닌 나, 모드 루틴에게 유일한 핏줄인 아버지는 영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을 신봉하는 스베덴교파에 심취해 있다. 소녀는 유서 깊은 가문으로 여러 군데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고 현재 놀(Knowl)에서 지내고 있으며, 무서운 아버지지만 그럼에도 사랑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오스틴이 보이지않는 인물과 대화를 하면서 언젠가 누군가 올 거라며 가끔 알 수 없는 말을 할때는 두려움이 밀려들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인적이 드문 이곳에 사촌 모니카 놀리스와 조카 캡틴 오클리가 방문했는데 생각을 정제하지않고 그대로 드러내던 놀리스는 상속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않고 야하게 치장했다는 지적을하며 아버지 오스틴에게 한마디한다. 또 하나... 모드가 삼촌 사일러스에 대한 언급을 하자, 그녀는 아버지와 삼촌이 단절된 이유를 휘돌려 설명했고 사일러스의 범죄가 사실상 결백하다는 판단으로 소녀는 그를 방탕아이자 영웅 그리고 순교자처럼 느껴져 연민이 생기게 되었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때는 이미 늦었다는거...

중요한 사건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오스틴이 남긴 유서에 모드의 후견인을 사일러스로... 이를 집행할 인물을 닥터 브라이얼리에게 지명했는데, 그는 알수없는 어둠을 몰고다니는 듯 믿기 어려운 비밀스런 인물이었다. 게다가 후견인의 이름을 듣고 기겁을 했던 놀리스... 그녀는 바트램에 가서도 절대로 하녀와 떨어져있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한편... 그 당시 모드의 가정교사인 마담 드 라 루지에르라는 프랑스여자는 마녀나 유령같은 모습으로 소녀의 기운을 빨아먹는 위험한 여자였으니... 치안판사인 아버지의 열쇠를 복제해 무언가를 훔쳐본 이유로 해고되지만 쫓겨나면서 끝까지 지켜볼 거라며 악담을 해대던 그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렸고 예민했으며,

때때로 미칠 것 같이 커지는 고뇌로 괴로웠다.

그런 고뇌는 지금 와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크고 작은 희생을

나 자신에게 강요하도록 만들었다.


아버지가 남긴 유서의 신뢰를 지키고자 바트램으로 향한 모드 루틴... 그곳에서 사일러스의 딸 밀리와 방임된 삶을 살게 되는데 아들 더들리의 등장으로 소녀의 삶은 나락으로 빠지기 시작한다. 상속녀에게 향하는 추악한 갈구와 거침없는 애정표현 그리고 쉼없이 드러나는 그들의 민낯을 보면서 모드는 삶에 대한 강한 욕구와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어떻게 벗어나게 될 것인가?

고딕문학의 정석을 보여주듯 <엉클 사일러스>는 어둠에 휩싸인 성탑의 기괴한 공포를 선사한다. 이성적 판단을 갈취하며 자신이 하라는대로 따르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했고 치졸한 압박으로 그녀를 세뇌했다는 점... 살고자하는 의지로 소녀가 바로 서려 했을 때는 갖은 음모와 감금으로 억압하려했던 점을 미루어보자면 목적있는 계략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는게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성을 가진 인간의 욕구는 옳음을 따르려는 용기가 바로 정의라 말하는 듯!! 그 속에서 벗어나려는 소녀의 용기있는 성장을 마주했으니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억압의 공포스릴러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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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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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 공포, 집, 여성 』

엘리자베스 개스켈 /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 메리 셸리







「지킬 박사와 하이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드라큘라」의 19세기 남성 고딕 작가의 느낌과는 다른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는 여성 고딕 작가!! 확연히 대비되지는 않지만 현실과 맞닿아있는 초자연적 현상의 묘사는 그야말로 최고라 단언할 수 있다. 여성 작가만의 섬세함과 세밀함으로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은 왠지 현재의 사건사고와도 같아서 무심코 지나치기엔 후한이 두렵기도 했다는거... 그만큼 이 책에서 주는 공포는 시대적으로 남성들에게 당한 박해와 침묵이 되풀이되는 지금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 듯 하다.

<공포, 집, 여성>은 엘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가 들려주는 공포로 이성과 감성을 자극하여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책을 통해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여성 그리고 순종이란 관례에 얽매어 있던 여성들의 외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 너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이 일에 대해

말로는 꺼내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달 거야.

질문을 하는 건 날 죽이는 일이나 다름 없단다.




19세기의 네 명의 여성 고딕 작가가 들려주는 초자연적인 공포... 책을 덮은 뒤... 서서히 목 죄어오는 공포는 독자의 몫이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의 수석 수습생 카를... 아버지는 자신의 딸 아나와 그가 결혼하기를 바랐다. 문제는 그가 보이는 과한 관심과 애정에 짜증이 난 아나는 마침 친구의 초대로 카를스루에 가게 되었고, 사교 클럽에서 눈에 띄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품위있고 정중한 무슈 드 나 투렐의 태도에 호감이 갔지만 이면에 드리워진 사악함을 마주하게 된 아나는 사람들의 등에 떠밀려 그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회색여인>은 도망자의 삶을 살았던 여인의 공포를 보여준다.

왠지 노래 제목같기도 한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이중적 면모를 드러낸 팜므파탈적 소설이었다. 부부의 초상화를 그려달라 제안을 받은 화자는 경탄스러울정도로 아름다운 고택을 방문해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데, 절묘한 우아함을 자아내는 오키부인의 나르시스같은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오래전, 그의 가문에 이끌리던 섬뜩한 소문이 있었으니 과거인지 현재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환생의 공포에 휘말리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억압하는 스릴도 맛볼수 있다는거...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는 저자의 이중적 활동을 옅보는 듯 했다. 얼마전에 만났던 '작은 아씨들'은 삶의 극복과 희망적 성장을 보여줬는데 이 작품은 침묵에 대한 불안 그리고 불행을 그려냈다. 트레블린 부부의 대화 중 하인이 건넨 카드를 받아든 리처드는 그를 찾아온 검은 수염의 남자를 만나러 흥분한 표정으로 일어난다. 아내 앨리스는 남편이 무엇인가 숨기는 게 있는듯하여 그들의 대화를 옅들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주저앉고 만다. 충격으로 인해 남편은 생을 마감하지만 마지막까지 곁에 있지 않았던 그녀... 얼마나 지났을까? 대번트리 대령의 편지를 들고 찾아온 소년 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마지막 메리 셸리의 <변신>은 '프랑켄슈타인'과 무척 닮아 있었다. 길들이기 힘든 성정을 타고난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산을 탕진하며 살았다. 어린시절 함께 자랐던 줄리엣을 되찾기 위해 고향을 찾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방탕한 삶을 살고있는 그가 탐탁치 않았으니... 그에게 남은건 오로지 증오와 복수뿐이었다는거... 과연 그는 또 다른 나를 버리고 변화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와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공포, 집, 여성> 속의 작품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지만 이면의 어둠을 되새기자면 무척이나 섬뜩한 느낌이 든다는거... '회색여인'은 사악한 남편으로 인한 도망자의 삶을 살았던 여성의 박해와 아픔이 묻어났고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저질렀던 죄의 대가는 어떻게든 대물림된다는 공포를 선사했다. 또한 '비밀의 열쇠'에선 의미없는 귀족이란 이름의 멍애의 굴레와 존재만으로도 악이었던 '변신'은 어리석은 자만의 호독한 최후를 보여줬다. 고딕소설이 주는 특별함뿐만 아니라 지금을 살고 이 책을 마주하는 독자가 인간의 어떠한 내면을 봐야할지 직시하게 해줬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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