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9)

 

병원 수술대와 영원히 결별할 수 있었는데 하찮은 100만분의 1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 여성적 자아의 보석함을 상상의 메스로 여는 수술대와 결별하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376)

 

병원 수술대와 영원히 결별할 수 있었는데 헛된 100만분의 1의 차이점을 찾기 위해 여성적 자아의 보석함을 상상의 메스로 여는 세상의 수술대와 결별하지 못할 까닭이 있을까?”

 

프랑스어 원문: S’il avait pu prendre à jamais congé de la table d’opération de l’hôpital, pourquoi ne pourrait-il prendre congé de la table d’opération du monde où son scalpel imaginaire ouvrait l’écrin du moi féminin pour y trouver l’illusoire millionième de dissembl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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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닌의 매장지

 

테레자는 정원으로 갔다. 두 그루 사과나무 사이로 난 풀을 보면서 여기에 카레닌을 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발뒤꿈치로 풀밭에 사각형을 그었다. 여기가 무덤 자리가 될 것이다.”(477)

 

테레자는 정원으로 갔다. 두 그루 사과나무 사이로 난 풀을 보면서 여기에 카레닌을 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뒷굽으로 풀밭에 사각형을 그었다. 여기가 무덤 자리가 될 것이다.”

 

토마시는 정원으로 갔다. 그는 며칠 전 테레자가 발꿈치로 표시해 놓은 사각형을 사과나무 사이에서 찾았다. 그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는 정확하게 표신 된 넓이만큼 땅을 팠다.”(489)

 

토마시는 정원으로 갔다. 그는 며칠 전 테레자가 뒷굽으로 표시해 놓은 사각형을 사과나무 사이에서 찾았다. 그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는 정확하게 표신 된 넓이만큼 땅을 팠다.”

 

프랑스어 원문: t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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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판의 의미

 

파리의 사비나.

 

토마시와 테레자의 사망 소식.

 

몽파르나스 묘지 산책.

 

그녀의 시선이 구덩이 곁 한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바위에 멈췄다. 이 돌은 그녀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 바위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로 그 바위가 그토록 두려웠던가?

그녀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무덤이 이 바위로 폐쇄된다면, 죽은 자는 더 이상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어찌 되었던 무덤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진흙 밑이거나 바위 아래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니다, 마찬가지가 아니다. 무덤을 바위로 덮는 것은 죽은 자가 되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거운 돌이 거기 그대로 있어!’라고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비나는 그녀 아버지의 무덤을 떠올렸다. [...] 아버지가 석판으로 덮였다면, 그녀는 결코 아버지가 죽은 뒤에 그에게 말을 걸거나, 그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를 [...]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

[...] 왜냐하면 여기에서 죽으면 그녀는 바위 아래에 갇힐 것이며, 멈출 줄 모르는 여자에게 있어 뜀박질 도중에 영원히 멈추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204-205, 부분삭제 인용)

 

그녀의 시선이 구덩이 곁 한구석에서 기다리고 있는 석판에 멈췄다. 이 돌은 그녀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녀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하루 종일 그 석판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이유로 그 석판 그토록 두려웠던가?

그녀는 이렇게 답을 내렸다. 무덤이 이 석판으로 폐쇄된다면, 죽은 자는 더 이상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어찌 되었던 무덤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진흙 밑이거나 석판 아래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니다, 마찬가지가 아니다. 무덤을 석판으로 덮는 것은 죽은 자가 되돌아오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거운 돌이 거기 그대로 있어!’라고 죽은 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비나는 그녀 아버지의 무덤을 떠올렸다. [...] 아버지가 석판으로 덮였다면, 그녀는 결코 아버지가 죽은 뒤에 그에게 말을 걸거나, 그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는 목소리를 [...]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

[...] 왜냐하면 여기에서 죽으면 그녀는 석판 아래에 갇힐 것이며, 멈출 줄 모르는 여자에게 있어 뜀박질 도중에 영원히 멈추는 것은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pi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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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구조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의 불꽃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감격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변태를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11)

 

얼마 전 나는 기막힌 감정에 사로잡혔다. 나는 히틀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사진 몇 장을 보곤 울컥했다.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 가족 중 몇몇은 나치 수용소에서 죽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되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줬던 히틀러의 사진에 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히틀러와의 화해는 영원한 회귀란 없다는 데에 근거한 세계에 존재하는 고유하고 심각한 도덕적 도착(倒錯)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원문: Il n’y a pas longtemps, je me suis surpris dans une sensation incroyable : en feuilletant un livre sur Hitler, j’étais ému devant certaines de ses photos ; [...]

Cette réconciliation avec Hitler trahit la profonde perversion morale inhérente à un monde fondé essentiellement sur l’inexistence du retour, car dans ce monde-là tout est d’avance pardonné et tout y est donc cyniquement per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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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책 읽어주는 남자, 김재혁 옮김, 시공사, 2014(4).

 

Frau Schmitz

 

이 책에 26번 가량 나오는 표현으로, 모두 슈미츠 부인으로 번역되었다.

 

한데, 우리말의 부인부인(婦人), 부인(夫人)은 모두 결혼한 여자를 의미한다.

 

반면에, 독일어 ‘Frau’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성인 여자를 지칭할 때 모두 쓰인다.

 

따라서 독일어로 Frau Schmitz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말로 Frau Schmitz결혼한 적이 없는를 슈미츠 부인으로 번역하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참고로, 영어 번역본은 Frau Schmitz, 프랑스어 번역본은 Madame Schmitz로 번역했다.)

 

이 단어Frau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프라우 슈미츠라 번역하고, 독일어 Frau의 쓰임새를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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