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하면 책을 산다. 왜 울적한지 낱낱이 말할 수 없다. 그냥 울적하다. 11월이라서 그럴까. 아니, 책 사고 싶은 울적함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책을 샀다. 그게 전부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내 울적함을 아는지 연이어 책을 출간하고 있다. 김혜진, 이주혜, 조해진, 이주란, 최진영. 조해진과 이주란의 장편은 사지 않았다. 사지 못했다가 정확할지도. 나름 양심이 있어 중고로 나온 이주란의 단편집을 먼저 샀다.


11월에 읽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11월에 읽으면 좋을 것이다. 11월의 울적함을 훔쳐 갈 책들. 11월의 중반이 지나고 있으니 울적함도 절반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김혜진의 단편집 『축복을 비는 마음』, 이주혜의 장편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제목이 좋다. 최진영의 『단 한 사람』, 이주란의 『별일은 없고요?』까지 모두 여성 작가가 쓴 소설들이다. 단편집 2권, 장편소설 2권. 짝꿍처럼 그렇게 샀다.





언제부턴가 나는 여성 작가의 책을 남성 작가의 책보다 많이 읽는다. 즐겨 읽는 한국 소설은 여성 작가의 비중이 꽤 크다.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선택을 하고 보면 언제나 같은 작가들이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시선이 비슷하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다른 시선을 볼 수 있는 책도 읽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걸, 맘껏 좋아하자고, 그러기로 마음먹는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일, 그게 제일 좋지 않은가.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그렇게 좋아하기로 한다. 남은 11월은 좋아하는 것들로 즐겁게 지내고 싶다.


더 이상 11월의 책 구매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어림없는 바람이다. 그래도 이렇게 쓰면 양심이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조금 천천히 책을 내주면 좋으련만. 전부 읽고 싶어 서두르는 마음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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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11-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은 절로 울적해지는 달인 것 같아요. 그래도 자목련님이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을 많이 내주어 다행입니다. 이 책들 천천히 읽으시며 마음에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자목련 2023-11-16 09:04   좋아요 0 | URL
절로 울적해지는 달이 말해주시니 울적함이 달아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들이 책을 많이 내주어 반가운데,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ㅎㅎ
블랑카 님, 따뜻하고 다정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23-11-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란의 책표지는 참 예쁘네요. 근데 싸지는 않아요. ㅋ

자목련 2023-11-16 09:04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선뜻 구매가 어렵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3-11-1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좋은 작가들의 책들이어서 뭐 부터 읽어야 할지... 책들 보니 가을 맞네요.
곧 겨울인가요^^

자목련 2023-11-16 09:06   좋아요 0 | URL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알아맞춰보세요 ㅎㅎ
입동, 수능, 김장의 시간이니 겨울이겠지 싶어요. 내일은 눈 소식도 보이더라고요.
그레이스 님, 건강한 날들 이어가세요^^

잠자냥 2023-11-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어림없는 바람이다......... 근데 제 양심은 기억 못 하더라고요. ㅋㅋㅋ

자목련 2023-11-16 09:07   좋아요 1 | URL
알라딘과 멀어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ㅋㅋ
신간과 기대평 알림이 계속 오고~~~

다락방 2023-11-1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혜 작가의 신간이 나와서 저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훗.

잠자냥 2023-11-15 10:33   좋아요 0 | URL
제발 관심에서 멈춰….

다락방 2023-11-15 11:32   좋아요 0 | URL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11-16 09:07   좋아요 1 | URL
왜요? 관심에서 멈추지 말아요~~

독서괭 2023-11-1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들이 자목련님의 울적함을 달래주기를.. 저도 최근 살짝 우울했는데(잘 안 그러는 편) 11월이라 그런 걸까요??

잠자냥 2023-11-15 13:25   좋아요 1 | URL
ㅇㅇ

자목련 2023-11-16 09:08   좋아요 1 | URL
11월의 울적함을 책으로 달래보아요!!
독서괭 님의 울적함은 사라질지어다. (통할까요?)

초란공 2023-11-15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은 책들이 조금 천천히 나와주었으면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신차리고보니 11월이네요 ㅜㅜ

자목련 2023-11-16 09:09   좋아요 1 | URL
11월, 절반이 지났어요. ㅎ
기다렸던 작가의 신작은 언제나 반갑지요^^

책읽는나무 2023-11-1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보다 책을 많이 사셨네요?
이 책들이 자목련 님의 울적함을 달래줄 수 있길..^^

자목련 2023-11-16 09:11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책을 내주어서...
읽는 즐거움으로 변하는 중입니다!!

은오 2023-11-1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적한 저도 좋아하는 책을 사고! 자목련님을 맘껏 좋아하고! 그래야겠어요. 책들아~ 자목련님 울적함 좀 덜어줘라!!

잠자냥 2023-11-15 20:02   좋아요 1 | URL
왜 울적하죠? (밥 안 먹어서…)

은오 2023-11-15 21:12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이 결혼을 안해주셔서... 추우니까 더 슬프네요ㅠ(뭔일은 없음)

잠자냥 2023-11-15 21:20   좋아요 0 | URL
전기장판 씨와 결혼하세요~

은오 2023-11-15 23:02   좋아요 1 | URL
흥!!!!!!!!

자목련 2023-11-16 09:12   좋아요 1 | URL
은오 님의 울적함은 잠자냥 님 때문에~~
저는 핫팩만 생각했는데 자냥 님은 전기장판 ㅋㅋ

레삭매냐 2023-11-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이 사고 싶은데...

살 책이 없어서 고민이네요.

존 밴빌의 <케플러> 펀딩한다던데
그거나 할까 싶기도 하구요.

자목련 2023-11-20 11:27   좋아요 0 | URL
조만간 매냐 님의 서재에서 <케플러> 리뷰를 볼 것 같은데요!
 

매일 책을 읽고 매일 리뷰를 쓰던 날도 있었다. 분명 있었다. 그때는 어떤 힘으로 그렇게 읽고 쓸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읽고 쓰는 일이 불가능하거나 그때와 다르게 뭔가 환경이 바뀌었거나 변화가 있는 데 아닌데 읽는 일도 쓰는 일도 시원찮은 요즘이다. 매일 읽는 건 가능하다. 분량이 적어서 그렇지 읽기는 계속하니까. 그렇다면 내 안의 무언가가 허물어지거나 구멍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게 무엇일까?


한 달에 몇 권이라는 정확한 목표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읽는 즐거움과 쓰는 즐거움 대신 다른 무언가의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까. 아, 모르겠다. 그냥 가을이라 그런가. 그게 제일 좋은 이유 같기도 하고. 널브러진 마음을 다시 모아서 집중을 하려 한다. 모은다고 모아질 마을일까 싶지만 그래도.


소설 읽는 시간을 위해, 소설을 샀다. 이 얼마나 당당한 구매인가. 문진영 작가의 단편집 『최소한의 최선』, 김승옥문학상 수상으로 반갑게 돌아온 문진영 작가의 단편집, 좋아하는 정용준 소설가의 추천이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아릿한 슬픔을 마주할 것도 같지만 마냥 깊은 슬픔의 늪은 아닐 것 같다. 지난여름에 단편집으로 만난 윌리엄 트레버의 『운명의 꼭두각시』, 이번엔 장편이다.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트레버의 책은 표지부터 소설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한결같다. 한정현의 장편『마고』까지 예쁜 세 권이다.







어제는 예배를 드리고 왔다. 정말 오랜만에 예배에 참석한 거라서 조금 민망했다. 날씨가 좋아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집이 아닌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물론 떠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고 예약해둔 세탁기, 청소기와 시간을 보냈다. 가을을 느끼기 좋은 날들이다. 맘껏 가을을 즐겨도 좋을 날들이다. 잠깐 딴 생각을 하다 돌아보면 사라질 가을이다.


아침과 저녁의 쌀쌀함이 조금씩 한낮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래도 짧은 가을 뒤에 찾아올 겨울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가을이니까. 낙엽이 뒹구는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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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3-10-30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책 못 읽고, 몇 자라도 끄적이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니까,
이제 읽는 것도 뭔가 쓰는 것도 어렵고, 불편하고, 어색하네요. ^^
다른 게 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지, 책은 저기 멀리로 가버린 듯해요.
자목련님 말씀처럼, 가을이어서 그래야 하는 이유라도 있어야 하는데, 저에게 그건 아닌 것 같고요. ^^
괜히 마음이 바쁜 날들에, 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게 사실인 것 같네요.

그래도....
책 사고 싶어요. ㅎㅎㅎㅎ

자목련 2023-10-31 16:30   좋아요 0 | URL
구단씨 님은 자격증 공부하느라 그런 거 아닐까요? (페이퍼에서 본 것 같아서요)
나중에라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꾸 미루는 것 같아요.
같은 이유로 계속 사고요 ㅎㅎ

yamoo 2023-10-3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있는 책 중에서 6권이 있어요!ㅎㅎㅎ
아주 반가워요!!ㅎㅎㅎ

자목련 2023-10-31 16:28   좋아요 0 | URL
읽지 못한 책을 뒤로 책을 사는...
6권, 어떤 책일까 궁금하네요^^

새파랑 2023-10-3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하얀 마음, 초조한 마음, 운명의 꼭두각시 까지~! 세편 모두 100점 주고 싶은 책들입니다 ㅋ

자목련 2023-11-01 16:56   좋아요 1 | URL
댓글에서도 세 권을 향한 새파랑 님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위가 한풀 꺾길 거라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낮의 뜨거운 열기는 밤에도 쉬이 식지 않는다. 그래도 밤에 잠들 때 침대를 내려오는 일은 없다. 대신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이미 다 본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다. 3~4년에 방영된 드라마, 여름에 걸맞은 스릴러 쪽인데 분명 봤는데 줄거리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아 처음 본처럼 집중해서 보느라 새벽까지 시청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넷플릭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다른 채널을 구독하지 않은 걸 나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알림은 받지 않기, 이게 중요하다. 배달 앱도 자꾸 쿠폰을 준다는 알림에 그 쿠폰이 아까워서 자꾸 뭔가 배달시킨 음식을 찾게 된다. 이러려고 앱을 설치한 게 아닌데. 지금도 어느 앱에서 알림이 왔다. 이 기회에 알람 설정 정리를 해야겠다. 알림을 받아야 할 것과 받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하기. 언제나 좋아하는 것들에서 주저한다. 온라인 서점의 알림이다. 알림을 받지 않으니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도 놓치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모두 구매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책이 나왔는지 알아야 그 책에 대해서 살펴보고 내가 읽고 싶은지, 아닌지 판단한다.


알림과 상관없이 그냥 산 책들은 이렇다. 정은 작가의 에세이 『커피와 담배』는 중고로 샀다. 중고 알림을 설정한 덕분에 구매한 것이므로 알림 받기를 유지해야 하는 쪽으로 기운다. 아, 이런. 알림을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아, 이런 생각은 멈춰야 한다. M 과의 통화에 생각난 박시하의 시집은 무려 제목이 『8월의 빛』이다. 표제와 같은 제목의 시는 아버지의 기일에 관한 것으로 공교롭게 오늘은 큰언니의 기일이다.





마지막 그냥 산 책은 김화진의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경로』다. 신춘문예 등단작이었던 「나주에 대하여」가 좋았다. 편집자로 소설을 쓰는 작가, 등단 이후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 책을 구매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 문장 때문이다. “사람은 주머니 같다. 나는 그 안이 궁금해.” 아직 소설을 읽기 전이라 어떤 문장인지 알 수 없다. 편집자, 마케팅 담당자, 누군가 이 문장을 선택했고 그 문장에 나 같은 독자는 소설을 선택했다.


그냥 책을 사고 그냥 살고 있다. 그냥 사는 게 이상한가. 그냥 사는 게 좋다. 요즘은 그런 날들이다. 그냥 사는 날들,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도 여름이 지나면 더 이상 더위를 핑계 삼을 수 없으 조금 더 이어졌으면 하는 이상한 마음이다. 그냥 산 책을 그냥 읽어야 하고 그냥 사는 날도 이렇게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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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17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지요.저는 넷플릭스 끊고 왓챠를 구독하는데 넷플릭스에 비해 볼 게 별로 없어 시간이 좀 절약되더라고요.
날씨가 너무 더워요.
그래도 자목련님의 책읽기는 끝이 없으시네요~~

자목련 2023-08-18 13:32   좋아요 1 | URL
<더 글로리>때문에 가입했는데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오늘도 고현정 드라마 오픈한다고 알림이 ㅋㅋ
막바지 더위의 날들, 시원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blanca 2023-08-1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언니의 기일이었군요. 얼마나 그리우실지...그냥 사는 게 좋다,는 말씀이 그냥 좋네요. 저도 요새 스마트폰, 유튜브 중독이라 걱정이에요.

자목련 2023-08-18 13:31   좋아요 0 | URL
작은언니가 있지만, 큰언니라 부를 일이 없다는 게 가끔 슬퍼요. 작은언니에게는 언니가 없다는 것도.
여름은 그래서 좀 복잡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해요. 저는 유튜브 중독은 아니라 다행이네요 ㅎ

독서괭 2023-08-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산 책이 그냥 좋기를!^^ 자목련님, 언니분 기일이군요.. 8월의 빛 시가 위로가 되셨기를요!

자목련 2023-08-18 13:29   좋아요 1 | URL
그냥 좋은 책, 그냥 좋은 날!
독서괭 님께도 그러하기를 바라요~

그레이스 2023-08-18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사는 것만으로 족한 때가 있죠.
이유 없이 힘든 시간들도 있구요. 근데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시원한 계절이 와서 밖으로 걸어다녔으면 좋겠습니다.

자목련 2023-08-18 13:29   좋아요 0 | URL
맞아요,돌아보고 살펴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지요.
곧 시원한 계절이 우리를 감싸고 이 여름이 그립기도 하겠지요^^
 

태풍 ‘카눈’이 오고 있다. 아주 느리게 강력한 힘을 고스란히 지켜내며 오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뜨거운 열기가 태풍에게 힘을 더해줄 거라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아직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지만 밤부터는 다를 것이다.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위를 사라질까, 그런 기대보다는 이 태풍이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태풍이 오기 전에 책을 주문했다. 태풍 핑계로 냉큼 주문한 게 맞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아구아 비바』는 서재나 이웃이 올려주는 문장이 좋아서 궁금했다. 실은 표지가 예뻐서, 책 만듦새가 예쁜 이유도 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작품을 읽은 게 없어서 이 작품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줄까 기대한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은 신간 알림을 받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극히 낮으신』은 13세기의 성인 아시시의 프란체스코의 삶을 그려낸 책으로 2008년에 마음산책에서 나온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읽은 이라면 새로운 신간이 아니다. 나 같은 독자만이 새로운 신간이 되겠다. 물론 나는 아직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지 않았다. 마지막 한 권은 정용준의 산문집 『소설 만세』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블랑카 님이 좋다고 하시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 아닐까 싶다.






더위에 지쳐서 아주 천천히 책을 읽고 있어서 조만간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누그러지면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맘대로 살짝 소개하자면 이렇다. 대답의 책처럼 펼쳐서 나온 구절이다. 『아구아 비바』의 이런 구절, 이 소설 대체 뭘까.


고백할 게 있다. 나는 조금 겁이 난다. 자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 자체는 독단적이지 않으며 제멋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 엮여 있지 않다. (『아구아 비바』 중에서)


그녀는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움 이상이다. 그녀는 더없이 부드러운 새벽빛을 띤 생명 자체다. 우리는 그녀를 알지 못한다. 그녀의 초상화 한 점도 본 적이 없다. (『지극히 낮으신』 중에서) 크리스티앙 보뱅의 문장이다. 그녀는 누구일까. 가톨릭 신자라면 이 책이 더 아름답게 다가올까.


소설을 쓰기 위해 혹은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음과 욕망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 아니다. 가만히 두면 언젠가는 사라지는 평범한 불꽃이다. (『소설 만세』중에서)


정용준의 조언처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잘 키우고 싶다. 달아나지 않도록 잘 붙잡고 싶다. 책에 대한 마음도 읽는 마음도 쓰고 기록하는 마음도 달아나지 않도록 말이다. 태풍이 가까이 왔고 곧 실체를 확인하겠지만 우선은 아름다운 하늘이 좋다. 아이스크림 같은 구름이 정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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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8-0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어제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구름도 예쁘더군요.
이게 실은 폭풍전야겠지만.
아마 태풍 지나고나면 하늘이 높아질 겁니다.

자목련 2023-08-10 08:48   좋아요 2 | URL
파랗고 맑은 하늘이 비로 가득합니다.
말씀처럼 조만간 더 놀라운 하늘과 마주하겠지 싶어요.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라고요^^

망고 2023-08-0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비스듬하게도 아니고 한반도 전체로 바로 직진하는 예상 경로 사진을 살면서 처음 본 거 같아요 제발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근데 사실 저도 어제 하늘 보면서 파란 배경에 하얀 뭉개구름 넘 예쁘다고 생각했어요^^자목련님 태풍에 날아갈라 책 읽고 쓰는 마음 단디 붙잡으셔요😄

자목련 2023-08-10 08:49   좋아요 0 | URL
뉴스를 주목하고 있는데 제가 사는 곳은 아직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지만 무서울 정도는 아니에요.
망고 님도 피해 없으시길, 마당의 꽃들도 넘어지지 않기를~~

coolcat329 2023-08-09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용준의 <소설 만세> 저도 재미나게 읽은 책이에요. ‘소설만세‘라는 제목이 좋아서 샀답니다. 중간에 살짝 웃기기도 하구요. 자목련님처럼 우아한 책들 사셨어요~^^

자목련 2023-08-10 08:50   좋아요 0 | URL
정용준의 소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쿨캣 님도 즐겁게 만나셨다니 기대 상승!
우아한 자목련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ㅎ

독서괭 2023-08-0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폭염에 힘들었지만 하늘은 참 예뻤지요^^
소설 속 문장들이 좋네요. 보뱅 책 더 읽고 싶은데 이번 신간은 종교얘기라 해서 손이 안 갔네요~

자목련 2023-08-10 08:51   좋아요 1 | URL
낮의 하늘도 노을 가득한 하늘도 정말 예뻐요!
종교는 모르겠고 보뱅의 문장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구매했어요. ㅎ
태풍 피해 없기를 바라며, 좋은 하루 이어가세요^^

서니데이 2023-08-09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풍이 가까이 오고 있어서 오늘은 계속 태풍 소식인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불안합니다.
날씨가 계속 폭염이예요.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23-08-10 08:52   좋아요 2 | URL
얼마나 많은 비기 내릴까 걱정하고 있어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하고 안전한 하루 보내세요^^

은오 2023-08-09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고 싶다는 마음이 젤 중요한거 맞는거같아요. 🤧 제 안의 쓰고싶은 마음은 달아난걸까요....? 어디갔니.....

잠자냥 2023-08-09 22:09   좋아요 2 | URL
저기 누워있네.

은오 2023-08-09 22:11   좋아요 1 | URL
그 주인에 그 마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8-09 22:19   좋아요 1 | URL
눕쓰대 하나 사줘요…..

자목련 2023-08-10 08:53   좋아요 2 | URL
잠자냥 님 말씀처럼 달아난 건 아니고 누워 있는 듯.
이제 일어나서 움직이라고 말해주세요, 마음이 냉큼 일어나게!!

책읽는나무 2023-08-09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만세>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읽지도 못한채 그대로 반납했던 책이어서 오늘 갔었던 서점에서 눈에 띄어 사려다 또 포기했던 책입니다. 살 걸 그랬나? 지금 조금 후회가 되네요. 보뱅의 책도 아까 만지다가 다시 제자리에 꽂았었구요...저 책도 살 걸 그랬나? 또 후회를...ㅋㅋ
암튼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3-08-10 08:55   좋아요 1 | URL
소설 만세를 만날 좋은 때가 아직 오지 않았나 봐요. 책은 달아나지 않으니 언제라도 책나무 님 곁으로 올 수 있지요.
남부 지방은, 태풍과 인접했을 것 같은데, 피해 없기를 바라요.
만복이네 학교도 휴교일까 싶은데...

책읽는나무 2023-08-10 09:02   좋아요 0 | URL
쌍둥이네 둘 다 가정에서 하는 원격수업 중입니다.
늦잠 자다 일어나 부리나케 노트북 켜서 출석체크하고..전 이제 밥 안치고..한숨 돌리는데... 예전에 살던 이웃집 언니들이 그 아파트 앞에 있는 하천에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산책로랑 농구장 축구장이 다 잠긴 상황을 사진 찍어 올렸더군요.
제가 있는 곳은 사방팔방 도롯가만 보여서 상황이 그런 줄 몰랐던지라...헐!!! 그러고 있네요.ㅜㅜ
빨리 태풍이 지나갔음 싶네요.
 

장마가 시작되었다. 여름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 여름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여름과 친해지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장맛비의 피해가 없이 지나가는 여름은 없는 것 같다. 이제 막 시작된 장마로 피해 소식이 들린다. 모두에게 똑같은 여름은 없다는 걸 이 여름은 또 상기시킨다.


날씨를 검색하는 시간이 잦아진다. 시간대별로 날씨를 살핀다. 언제부터 날씨가 우리 일상을 이렇게 지배했던가. 준이 없이 소나기를 맞던 날은 기억에만 존재한다. 예보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자연의 일을 인간이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AI 시대에는 당연한 걸까.


여름엔 수국, 여름엔 장마, 여름엔 더위, 여름엔 휴가, 여름엔 이런 책들. 바로 김연수의 단편집 『너무나 많은 여름이』를 말하고 싶은 거다. 작년 가을에 나온 단편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이어 반가운 소식이다. 어쩌면 여름을 위한 기획일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 기획을 칭찬한다. 표지는 또 얼마나 황홀하게 빛나는가.











한 권은 아쉬우니 한 권 더. 책장에 있는 나쓰메 소세키 읽기를 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말하길 『마음』이 좋다고 하니 책장에 없으니 마지막으로 구매. 아름답지 않은 변명이다. 어쨌든 너무나 많은 여름이 마음을 움직인다. 7월엔 마음을 읽게 될까.






이번엔 수국 사진도 한 번 더! 분홍 수국은 분홍 수국만의 자태가 있다. 사실, 나는 분홍 수국보다는 청보라 수국에 마음이 기우는데 막상 분홍 수국을 마주하고 나니 내년 수국 주문을 걱정한다. 내년엔 분홍이랑 청보라 두 송이를 주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엔 내년의 수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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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6-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새로 나온 김연수 작가님 책이군요! 표지를 어쩜 이리 잘 뽑아냈는지요^^ 수국 사진까지 참 아름답습니다.
남부는 피해가 있는 모양이더군요ㅠㅠ 모쪼록 앞으로 남은 여름 큰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목련 2023-06-30 10:48   좋아요 0 | URL
출판사 마케팅의 승리입니다. 피해 소식을 들을 때마다 한반도가 참 넓구나 싶어요. 주말엔 폭염이라는데, 얼마나 더울까 싶고요. 모두가 건강한 여름이면 좋겠어요.

blanca 2023-06-3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가 깜짝 책을 내주어 얼마나 기뻤는지요. 기대만큼 역시나 좋았답니다. 수국 참 이쁘네요!

자목련 2023-07-03 09:5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너무 좋았어요^^

은오 2023-06-3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은 왠지 여름 좋아하실 것 같았는데 안친하시다니.... 어떤 계절 좋아하세요?! 전 여름보단 겨울이 좋긴 합니다 ㅋㅋㅋ
책 표지랑 꽃 너무 예뻐요!! 저렇게 생긴게 수국이구나... 이제 저렇게 생긴 꽃 보면 저도 수국이다! 할 수 있겠어요!

자목련 2023-07-03 09:55   좋아요 1 | URL
더위에 약해서 여름은 힘들어요. 땀으로 삐질삐질~~
은오 님의 수국과 반갑고 즐겁게 인사하길 바라요!

망고 2023-06-3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랑 책표지 너무 예뻐요! 근데 김연수 작가님 이번책도 단편집이네요 장편을 바랬는데😂 그래도 책이 예뻐서 탐나긴 해요ㅎㅎㅎㅎ

자목련 2023-07-03 09:45   좋아요 0 | URL
망고 님의 바람처럼 장편은 열심히(?)쓰고 계시지 않을까요? ㅎ
예뻐서 탐나는 마음, 제 마음이었습니다 ㅋ

서니데이 2023-06-3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이 참 예쁘네요. 이번에 나온 김연수 작가의 책 표지도 다지인이 좋은 것 같아요.
자목련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7월 되세요.^^

자목련 2023-07-03 09:44   좋아요 1 | URL
김연수 작가의 책은 선물 같아요 ㅎ
오늘도 많이 더울 것 같아요.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7-0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을 보며 책을 보실 듯하네요 여름에 저 책이 딱 나와서 반갑겠습니다


희선

자목련 2023-07-03 09: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딱 나와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