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알림을 설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온 걸 몰랐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다.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를 클릭하려는 순간, 나는 주저했다. 구매를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배송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신간 무료 배송이나 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정책이 바뀐 것이다. 나는 종종 책을 한 권씩 사며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누렸다. 책이 도착하면 빨리 읽어야지, 그 책을 읽고 또 다른 책도 주문해야지 하는 그런 마음을 쌓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배송료 인상은 예상된 일이었다. 먼 거리 음식 배달에 추가 배달료가 생긴지 오래고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 모르는 사이 배송료가 인상되었음을 발견하곤 했다. 그래서 무료배송을 조건으로 월 가입비를 받는 쇼핑몰로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구매하는 쇼핑몰은 단연 서점이다. 신간이 아닌 중고로 책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조금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책을 사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서글프다. 그래서 지금 책을 사야 할까, 고민한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서점 가운데 하나(예스24)는 오늘부로 배송료가 인상되었고 알라딘은 16일부터 인상된다. 이제는 고객센터 공지글도 살펴봐야 한다. 오늘 구매하려고 한 책은 무료 배송 정책에 포함되는 가격이 아니었고 무료 배송을 받자면 한 권 더 구매해야 하고 그러면 가격은 더 늘어난다. 눈 딱 감고 이번만 배송료를 결제해야 하나.


서점의 마케팅은 더 놀랍고 용의주도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적립금이나 포인트를 지급하고 사용기간을 설정한다. 어떤 날은 너무 반갑고 고마운 포인트지만 어떤 날은 그 적립금(겨우 1000원)이 아까워 사고 싶었던 책이라는 이유로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없었던 적립금이라고 생각하면 쉽지만 계정에 들어와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 숫자는 참으로 유혹적이다.


이제는 산 책이 아니라 사고 싶은 책 목록이 늘어나겠구나. 책탑 사진과 책 읽는 소녀의 등장도 뜸할 것이다. 사고 싶은 책들은 이렇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 『흰 옷을 입은 여인』, 아무튼 시리즈 중 홍한별의 『아무튼, 사전』, 김경미 시인의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시집 한 권씩 가볍게 기분 좋게 사는 일이 어려울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계획 소비를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현명한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한 권의 책이 주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건 슬프다. 이 슬픔을 달래려 알라딘에서 책을 한 권 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다 오른다. 촘촘한 생활을 요구하고 아끼는 일상으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렵고 아끼는 일상은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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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14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것처럼 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소비를 하게 되더라고요.
적립금 천 원, 편집장의 퀴즈로 받은 500원 아까워서 결국 몇 만 원 더 쓰는;;; -_-

자목련 2023-02-15 08:5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오늘은 내내 고민할지도 모르겠어요. 한 권이라도 사야 하나 하고요. ㅠ.ㅠ

은오 2023-02-14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적립금 6만원 받고 15만원어치 구입한자 뜨끔하고 갑니다.... 배송료도 배송료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요 ㅠㅠ 하 두세권 담으면 5만원이 훌쩍. 저는 한권씩 받는 것보다 여러 권 담긴 박스를 받을 때 더 쾌감(?)을 느껴서, 오히려 사고싶은 책이 한권씩 생기면 기다렸다가 여러 권씩 한 번에 주문하는 것 같아요. 이 점은 자목련님이랑 다르네요 ㅎㅎㅎ

잠자냥 2023-02-14 12:17   좋아요 3 | URL
그래서 책탑은 언제 올려요?
-저도 한번에 왕창 산 박스 뜯는 게 더 좋아요. 꼼꼼한 알라딘 박스 뜯기 귀찮은 인간.....-

은오 2023-02-14 12:27   좋아요 2 | URL
책탑 올리기 귀찮은데.... 오늘 다 오긴 합니다만 올릴지도 패스할지도 ㅋㅋㅋ
근데 우리 결혼하면 되겠네요 잠자냥님!! 박스 취향도 맞아!! 🤭

잠자냥 2023-02-14 14:13   좋아요 3 | URL
맞아요. 그거 엄청 귀찮죠. 귀찮으니까 하지마요.

독서괭 2023-02-14 21:15   좋아요 3 | URL
무엇이 귀찮은지 생략함으로써 은오님의 박스뜯기 귀찮음에 공감하는 동시에 청혼을 거절하는 잠자냥님의 지능적 대댓…

은오 2023-02-14 21:22   좋아요 1 | URL
정말 너무하지 않나요 ㅠㅠ 저 댓글 읽고 하루종일 울고있습니다 흑흑

독서괭 2023-02-14 21:37   좋아요 1 | URL
아 은오님의 귀찮음은 박스뜯기가 아니라 책탑올리기군요 ㅋㅋ 은오님 맨날 차이는 은오님…

자목련 2023-02-15 08:5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책값이 너무 비쌉니다. 중고를 매의 눈으로 지켜볼 수도 없고.
은오 님의 책탑이 궁금하지만 올리기 귀찮으시니,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자목련 2023-02-15 09:07   좋아요 2 | URL
우리 은오 님, 넘 귀여워요!
근데 책 주문 성향이 맞다고 결혼하는 건 이상하잖아요. ㅎ
그러지 말고 냥이를 키우는 집사가 되면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것도 아닐까요?

은오 2023-02-15 15:5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자목련님 팩폭 😫 잠자냥님 이미 육고집사라 냥이 키운다고 결혼 안해줄거같아요 ㅜㅜ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 후....

잠자냥 2023-02-15 16:24   좋아요 0 | URL
냥이를 키우는 집사가 되면 공쟝쟝이 결혼해줍니다.
홉스를 한번 같이 키워보아요~

거리의화가 2023-02-14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얼마 전 무료배송 금액이 인상된다는 글을 보기는 했었는데^^; 시집을 한 권 담기에는 배송료 때문에 사기에는 애매해지겠습니다. 저는 한 권씩 사진 않고 장바구니에 너무 많이 담겨져 보기 싫을 때 한꺼번에 사는지라 어차피 의미는 없습니다만...ㅠㅠ
적립금의 유혹은 저도 공감합니다. 다만 500원, 1000원이라도 그게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자목련 2023-02-15 08:55   좋아요 1 | URL
신간 무료 배송 정책이 사라지는 게 무척 아쉬워요. 적립금 사용 기한도. 당분간은 책장 읽기를 이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될까 모르겠습니다. ㅎ

물감 2023-02-14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1만원 이하의 책 한 권을 무료배송으로 구매했는데요, 어떤 책들은 배송비가 붙더라고요.
이게 책마다 다른건지 정책이 다른건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배송비 아까워, 오프라인에서 중고로만 사고 있습니다.

자목련 2023-02-15 08:56   좋아요 1 | URL
물감이 구매하신 책은 신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까운 곳에 중고매장이 있다면 이용할 것 같은데 제가 사는 이곳은 작은 읍이라서..

레삭매냐 2023-02-14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 그랬단 말입니까 -
책 배송료가 붙는 걸 몰랐네요.

전 오늘 만료되는 적립금이
무려 5,500원이나 돼서 결국
조지 오웰 시리즈 하나 질렀
습니다.

앞으로 더 책을 사라는 건가
요... 점점 더 각박해지네요.
우주매장에서 중고책을 더 사
게 될 것 같아요.

자목련 2023-02-15 08:57   좋아요 1 | URL
무려 5,500원!
조지 오웰 시리즈, 리뷰로 기대할게요^^
책을 살 때 진짜 신중해질 것 같습니다 ㅠ.ㅠ

북깨비 2023-02-14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좀 전에 배송료 때문에 고민하다가 다른 분이 사셔서 중고책 놓쳤어요 😭 아직은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면서 셀프위로중입니다.

자목련 2023-02-15 08:57   좋아요 0 | URL
그럴 땐 진짜 속상하죠. 읽을 때가 아니다, 저도 그런 마음 키워보겠습니다. ㅎ

blanca 2023-02-14 1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몰랐어요. 충격이네요.

자목련 2023-02-15 08:58   좋아요 1 | URL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 왜 서운한 마음이 드는 지 모르겠어요.

blanca 2023-02-15 09:00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그건 이런 것 같아요. 예컨대 김연수 작가가 신간을 냈어요. 나는 설레며 김연수 작가의 책 한 권을 바로 주문하고 그걸 기다리는 설렘을 이젠 경험할 수가 없는거죠. 반드시 다른 사고 싶은 책들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자목련 2023-02-15 09:05   좋아요 0 | URL
당장에 읽지 않더라도 그 책을 옆에 두고 바라보는 일도 정말 좋은데. 책값 맞추려고 가격 맞는 책을 고를지도 모르겠어요.

독서괭 2023-02-14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배송료 오르는군요. 몰랐어요 ㅠㅠ 소소한 즐거움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말씀이 공감가네요.

자목련 2023-02-15 08:59   좋아요 1 | URL
우울할 때, 기분 전환으로 책 한 권씩 지르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ㅎ

희선 2023-02-1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알라딘은 신간은 한권도 무료라고 나오는데... 다른 곳은 만원 넘어야 무료고... 그런 게 없어지고 배송료가 올랐군요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 일하시는 분들 힘들겠지요 고맙기는 해요 그런 분들이 있어서 편하게 사는군요


희선

자목련 2023-02-15 09:00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택배기사님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지 싶어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ㅎ

yamoo 2023-02-1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 권만 거의 구매하지 않아요. 한 권을 구매하려면 여러권 구매합니다. 만일 신간알림이 떠서 존 르 카레 미출간 작품이 뜨면 평소 찜해뒀던 책과 같이 구매합니다. 근데 신간은 좀처럼 구매하지 않고 중고서점가서 가끔 충동구매합니다. 어제는 괜히 예스 목동점 갔다가 카잔차키스 전집 나온거 보고 걍 바로 결재를...ㅜㅜ

자목련 2023-02-16 09:26   좋아요 0 | URL
충동 구매의 유혹 피하기 어려워요. 지금이 아니면 못 살 것 같은 이상한 마음도 들고요.
 

지난주 중반부터 심드렁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심드렁하다는 말에 기대고 있는 게 맞다. 의욕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저 아래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따지고 보면 계기가 있다. 다만 그것을 모른척할 뿐이다. 이러다 말겠지 싶은 거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어 하는 마음 말이다. 읽고 있는 책들이라 제목을 달았지만 이제 정신 차리고 읽어야 하는 책 들이라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몇 주째 예배 참석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나의 흩어진 마음이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 어제는 참석을 할 수도 있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어영부영 시간을 끌다가 결국 집 소파에 안착하고 말았다. 아무튼 요즘 내가 좀 그렇다.






그래도 책들을 읽으려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기 위해 포스팅을 한다. 기자의 일상에 대해 들려주는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는 거의 다 읽어가고 있고, 겨울과 잘 어울리는 『눈』은 지금 읽어야 제 맛일 것 같은데. 리뷰대회 참여도 하고, 읽을 수 있을까? 『어른 이후의 어른』이란 제목이 끌리는데 살짝 넘겨보니 저자가 글을 쓰는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려서 살짝 고개를, 그러다 어른 이후의 어른을 찾거나 만나는 건 각자 다르니 미리 편견을 갖는 거구나 싶고. 














그러나 오래전 어떤 언니와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당시 나는 어려운 상황에 있었고 그때 내 형편을 살피고 도와준 언니였는데 우리 큰언니와 나이가 같았다. 그런데 당시 도움을 주었던 언니는 결혼을 했고 딸아이가 둘이 있었는데, 그 언니와 같은 나이의 큰언니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큰언니를 언급할 때마다 아가씨 언니라는 말을 했었다. 이제는 연락이 끊겼고 도움을 받았던 그 언니는 나를 잊었겠지만 나는 여전히 고맙고 감사하다. 아마도 어른이라는 말 때문에 그때가 생각난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는 큰언니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한다. 내게 어른은 큰 언니였던 것일까. 심드렁한 나에게 큰언니는 뭐라고 할까. 정신 차리라고 할까,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둘까. 


큰언니 생각이 나는 건 명절이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잊어버리지 말고 큰언니 사진 액자의 먼지를 닦아야겠다. 알라딘 새로운 플랫폼 개설을 했다. 아직은 기존의 글을 옮기는 수준이다. 뭔가 새로운 걸 쓸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까?

 https://tobe.aladin.co.kr/t/lilymagno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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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01-16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참 심드렁했어요. 지금도 다시 에너지가 올라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그냥 사는 게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에너지 많던 과거의 내 모습이 타인처럼 느껴져요. 자목련님의 읽고 쓰는 일에 다시 생기가 더해지기를 바라봅니다.

자목련 2023-01-17 09:16   좋아요 0 | URL
단순한 즐거움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말씀처럼 이게 다 뭐라고 싶은 마음도 들고. 생각이 많아서, 혹은 생각이 아예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좀 서글퍼요. 그래서 이런 글까지 쓰고 말았나 싶으면서도 블랑카 님의 댓글을 받으니 고맙고 감사하고요!

레삭매냐 2023-01-16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에는 책읽기에 좀
소홀하고 심드렁했던 것 같습
니다...

어제부터 다시 ㅋㅋㅋ 읽고
있습니다.

일단 이사벨 아옌데의 <바다의
긴 꽃잎>부터 마저 다 읽은 다
음에 새로 나온 살만 루슈디의
<무어의 마지막 한숨> 읽을 계
획입니다.

자목련 2023-01-17 09:17   좋아요 1 | URL
다시, 이게 중요합니다. 다시 읽고 다시 즐거움을 찾는 일!
심드렁은 던져버리고 책을 잡아야겠지요?

은오 2023-01-16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속 쓰고 지우고 하고있네요. 아, 그럴때 너무 힘들죠. 차라리 의욕은 넘치는데 시간이 없어서 괴로운 시기가 나을 정도로요. 계기가 있으시다니... 기운 내시라고 하기도 뭐해서 얼른 그 시기가 자목련님을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자목련 2023-01-17 09:19   좋아요 1 | URL
은오 님, 감사해요. 이런 시기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지요. 곧 다시 만나더라도 말이에요. 이 댓글로 말씀드리기는 이상하지만, 어제 <누울 수 없으면 실외다> 글, 참 좋았어요!
 

안과를 가야 하는데,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안 했다는 게 맞겠다. 치과는 예약을 하면서 안과는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눈이 많이 나빠졌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들을 게 뻔하다. 안경을 새로 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안경 말고 평상시에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안경.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거나 눈을 찌푸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도 안과 진료는 미뤄진다. 우선은 예약된 치과부터 다녀온 후에 결정하자고. 


그저 12월일 뿐인데 여러 개의 마음이 충돌한다. 정리 차원에서 뭐든 버리고 싶은 마음과 나를 위해 뭔가 들이고 싶은 마음. 올해가 가기 전에 가까이 지내는 이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핑계로 긴 수다를 나누고 싶은 마음과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으니 별일 없다고 그냥 짧은 문자 정도로 끝내야 한다는 마음들. 


가족을 위한 맨투맨 티셔츠를 구매하다 같은 걸로 나도 하나 살까 하다 관두고 책을 샀다. 티셔츠보다 책이 더 비쌌다. 조만간 티셔츠를 구매할지도 모르지만 나의 12월을 위한 선물은 책이다. 에세이 한 권과 단편집 한 권과 장편소설. 대단하거나 근사한 선물이 아니지만 연말의 나를 가득 채워줄 이야기들이니 충분하다. 나는 충분히 충만해질 수 있을 것이다.





황시운의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읽기도 전에 괜히 마음이 뜨겁다. 황시운이라는 작가의 이름 때문이다. 작가의 등단작을 프린트했던 내가 생각났고 사고 소식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의 근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는 몰랐고 이후에 발표한 소설이 무척 반가웠다. 그는 나 같은 독자가 있다는 걸 모르겠지만 말이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은 절판을 만날 수 없었던 단편과 국내 초역작이 담긴 책이라고 한다. 단편 읽는 즐거움을 안겨줄 소설집, 읽기도 전에 기대가 앞선다. 짧은 이야기에 강하고 진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단편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삶을 살아가다 어느 순간 전율을 느끼는 것처럼. 좋은 소설을 읽고 그에 합당한 좋은 리뷰를 쓰고 싶다. 


김혜진의 소설은 첫 장편인 『중앙역』으로 만났다. 그 소설은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그리고 나는 곧 그녀의 소설을 기다렸고 읽었다. 발표하는 작품과 출간되는 소설집과 장편들이 하나같이 다 좋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느낄 수 있는 어떤 아쉬움이나 반복적인 느낌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소설을 언제나 기다리고 기대한다. 이번 장편소설 『경청』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의 브이로그를 통해 조금 더 기대가 상승했다. 


소설을 읽은 일은 내가 몰랐던 마음을 알아가는 일이다. 소설을 읽는 일은 내가 보지 못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일부를 만나 그곳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일이다. 소설에서 만난 삶은 결코 나와는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일이 아니기에 소설을 통해 다른 삶을 생각한다.


어제보다 훨씬 더 추운 날이다. 눈보라는 치지 않지만 눈이 내리고 쌓인다. 쌓였던 눈이 녹는 모습과 단단하게 얼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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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2-14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ㅋㅋ 이번 책장샷은 왼쪽 제 소설 책장인 줄 🤣🥹

자목련 2022-12-15 09:25   좋아요 1 | URL
아, 정말요? 반갑고 신기해라~

새파랑 2022-12-1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려면 눈건강이 필수이신데 ㅜㅜ
진료받으시고 나아지시길 바라겠습니다~!!

자목련 2022-12-15 09:26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 감사해요!
읽기에 어려움이 깊어지기 전에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ㅎ

미미 2022-12-14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개해 주신 책들도 궁금하고 저 북앤드 볼때마다 탐납니다. ㅎㅎ
어제 눈보라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두려웠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처럼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의 방향들..

자목련 2022-12-15 09:27   좋아요 2 | URL
제가 북앤드를 좀 좋아합니다. ㅎㅎ
이곳은 연일 눈이 내립니다. 지금도 소복소복 쌓이는 중이에요.
이 맘때 마음이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인생을 아는 나이가 오긴 할까. 그런 기대를 갖고 살아도 괜찮을까. 일정 나이가 되면 모든 걸 다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불가능한 믿음 같은 걸 품고 사는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숨기고 사는 일이 상대에게는 괜찮은 걸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 숨겨왔던 나의 상처와 조금씩 대면할 수 있는 것, 이곳으로 오기 위해 떠나왔던 그곳을 그리워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 인생은 정말 알 수 없고 쉬운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읽는 건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오, 윌리엄!』은 앞에 언급한 그런 것들로 채워진 소설이다. 인생을 채우는 것들이 무엇인지, 버려야만 했던 것들이 무언인지.


루시가 자신의 첫 번째 남편 윌리엄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고 시작하는 이 소설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퍼즐의 조각으로 지난 삶을 반추한다. 어떻게 만나 사랑하고 살아왔는지 왜 서로를 떠나 이별했고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 담담하게 들려준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만남이 단지 두 사람만의 만남이 아니라는 걸 안다.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일이다. 루시와 윌리엄도 그랬다. 세계는 하나로 합쳐질 수 있고 충돌할 수 있다. 그리하여 루시와 윌리엄은 이혼했다. 루시와 오랫동안 살았던 두 번째 남편 데이비드는 죽고 없다. 윌리엄에게는 세 번째 아내가 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한계가 있고 상처가 회복된 건 아니지만 각자의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좋은 관계를 지속했다. 이상하게도 루시에게 윌리엄은 유일한 집이었고 윌리엄에게 루시는 자신의 공포와 두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였다. 


노년의 나이에 이보다 더 좋은 친구가 있을까 싶은 정도로 소설 속 루시와 윌리엄은 서로를 염려하고 걱정한다. 그러니 윌리엄의 세 번째 아내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을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은 루시도 그랬으니까. 아무리 나이를 먹고 살 만큼 살았다 해도 치유될 수 없는 상실과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의 실체를 꺼내 보일 수 있는 이는 얼마 없다. 그저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이다. 상처를 꺼내 실체와 마주하는 일은 지우고 싶었던 과거, 도망치고 싶었던 자신의 일부와 대면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게 삶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윌리엄이 돌아가신 어머니 캐서린에 대해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루시가 떠나온 고향(특히 어머니)의 모든 것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은 우리를 과거의 한 지점으로 불러 모은다. 저마다의 상처, 혹은 환희의 순간이다. 소설에선 윌리엄이 세 번째 아내에게 받은 ‘조상찾기’가 그 매개체다. 자신에게 이부누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루시와 동행하는 그 여정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는 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알게 된다. 꽁꽁 숨기려 감추었던 내면 한구석에 자리 잡은 슬픔의 덩어리들. 철저하게 차단하고 선을 긋고 싶은 지점,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인간의 처절한 간절함에 대해. 


우아하고 완벽하게 보였던 캐서린이 나고 자란 그곳은 루시가 떠나온 곳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 루시에게 보였던 그 모든 행동이 조금씩 이해됐다. 과거로부터 도망쳐야 했던 사람, 어린 딸마저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간절히 바랐던 사람. 자신의 어깨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죄책감과 함께 평생을 살아왔던 캐서린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엄마에게 위로받았던 루시는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윌리엄에게는 두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아주 먼 존재였던 것이다. 어쩌면 이런 깨달음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윌리엄과 캐서린과 루시의 관계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그때는 몰랐던 것들의 대부분을 지금에야 알게 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너무 늦을 때까지 모른다는 것.” (257쪽)란 문장처럼.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내게 없는 것들을 가진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며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전부를 알 것 같은 이들에게 마음을 연다. 루시가 윌리엄에게 귄위를 느꼈고 데이비드를 통해 위로를 받은 것처럼. 인생은 결핍과 상처로 시작해 그것을 채우고 위로받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생은 얼마나 많은 결핍과 상처로 가득할까. 숱한 경험과 상처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있을까. 저마다의 상처와 슬픔은 고유하고 차별적인 것이니까.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298쪽)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소설을 통해 조금이나마 배우고 알게 된다. 인생이 뭔지 여전히 모르지만 그래서 그 비밀을 알아가기 위해 살아간다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용서하고 성장하며 상대를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애쓴다는걸. 그게 인생이라는 걸 말이다.‘루시’가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조금 더 많이 읽고 싶다. 자신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소설들. 우리는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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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출발해 주말에 도착한 친구와 보낸 시간은 짧게 지나갔다. 왜 이리 좋은 사람과의 시간은 아쉽고도 아쉬울까. 11월의 선물처럼 다녀간 친구는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 시각 치킨과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마시지 않는 친구가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는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는 서로에게 취해 서로를 이야기했다. 우리가 취한 모든 것들이 좋은 건만은 아니었다. 친구에게 당도한 어려움은 나무늘보의 속도보다 더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나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나가고 있다는 것, 미세한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는 것, 퇴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가는 주말의 도로 사정도 그러했다. 아주 천천히 느리게 이동했다고. 막히는 차들과 피곤한 몸으로 졸음이 몰려와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야 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도 그 시간과 공간을 지나왔고 통과했다. 


주말 밤에 내린 비로 저만치 겨울이 빠르게 걸어오는 게 보이는 것 같다. 서울의 도로처럼 낙엽으로 어려움을 겪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밤에 빗소리와 바람 소리는 약간의 공포를 조성했다. 그 밤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엔 따뜻한 것들을 찾게 된다. 끓여놓은 보리 차를 한 번 더 데워 마시거나 커피가 빨리 식을까 봐 손에 꼭 쥐고 온기를 느낀다. 친구와 맥주에 취했던 시간은 책으로 바뀌었다. 무언가에 취하는 날들, 깊어가는 가을에 취하기 좋은 건 이런 장편소설은 아닐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소설 『오, 윌리엄!』과 한은형의 『서핑하는 정신』은 두 권 모두 흠뻑 취하고 싶은 소설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와 처음 만난 『올리브 키터리지』는 무척 좋았던 기억이 있다. 실은 그 뒤로 그녀의 소설을 몇 권 더 읽었다. 아니, 읽으려고 시도했다. 이상하게 집중하기 못했다. 그래서 중도에 덮은 책도 있다. 그리고 『다시, 올리브』를 읽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졌다. 리뷰를 쓰려고 이런 글을 임시저장하기도 했으니 결국 리뷰는 쓰지 못했다. 언제 다시 읽고 리뷰를 쓸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오, 윌리엄!』은 리뷰에도 취하는 날들로 이어져야 한다. 


어떤 소설은 소설이 아닌 지척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시, 올리브』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한 동네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행복을 생각한다. 좋은 소설이다. (임시저장의 일부)


문학동네와 한겨레 출판사로 화려하게 등단한 한은형은 장편소설 『거짓말』가 단편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모두가 좋았다. 그녀의 상상력이 좋았고 당돌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이 좋았다. 그런데 그 뒤로는 이상하게 읽은 글이 없다. 소설, 산문 모두 그러했다. 이번 『서핑하는 정신』을 읽고 한은형을 향한 나의 마음도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다. 


짧게 내려앉은 햇살에 취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 햇살이 곧 사라질 거라는 걸 알기에 빨리 취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좋은 글에 취하고 전부를 내던지는 몸짓의 붉은 단풍에 취하고,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에 취한다. 무언가에 취하는 날들, 무심하지만 다정한 당신의 마음에 취하는 중이라는 건 비밀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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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2-11-1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 계속 따라 읽고 있어요. 나이 들어가는 작가가 노년의 이야기로 진화하는 과정이 좋아요. 나도 이 정도 나이면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이런 상상이 가능해져서요. 오랜만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늦가을에 어울리는 만남입니다.

자목련 2022-11-15 16:49   좋아요 0 | URL
작가와 함께 나이를 든다고 할까요. 김연수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어떤 것들을 소설을 통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어쩌면 한 해가 기우는 계절이라 그럴지도 모르고요!

책읽는나무 2022-11-15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트라우트 소설은 ‘다시 올리브‘ 까지 너무 좋아서, 정말 아껴 읽고 싶어 전 소설을 구매해 두었습니다. 근데 아직 다른 소설은 집중하지 못하고 있네요. 그런데도 읽기만 한다면 올리브 책들처럼 취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요즘 ‘오 윌리엄‘ 책 제목 종종 눈에 띄어 이 책도 조만간 선 구매부터 해야겠어요^^
친구분과의 만남도 왠지 스트라우트 소설 속 장면 같습니다^^

자목련 2022-11-15 16:51   좋아요 1 | URL
너무 좋아서! 그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전 소설을 다 구매한 나무 님이 있다는 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된 친구와의 만남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좋은 책에 흠뻑 취하는 나무 님의 시간을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