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12.25.


미운 아이도 고운 아이도 가리지 않고 모두한테 선물을 준다는 산타라지.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받는 하루일까. 어른들은 어떤 선물을 누릴 수 있는 하루일까. 아침부터 신나게 빨래를 해서 아이들하고 함께 넌다. 행주도 삶아서 넌다. 우리가 빨래를 너는 곁에서 새끼 들고양이가 밥을 먹는다. 갈마들면서 밥을 먹으니, 하나는 해바라기를 하면서 뒹굴며 놀고, 하나는 바지런히 먹네. 겨울볕을 느끼면서 사진책 《폐광, 흔적에 길을 묻다》를 읽어 본다. 폐광이라고 하는 터가 어떤 모습인가를 새삼스레 돌아본 이야기를 담는다. 더는 탄을 캐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끝없이 시커먼 물이, 시퍼런 물이, 싯누런 물이, 새하얀 물이 흐른단다. 우리가 어느 멧골에 구멍을 내어 탄을 캐내지 않았으면 흐르지 않았을 시커멓거나 시퍼렇거나 싯누렇거나 새하얀 물이 자꾸자꾸 흐른단다. 그래도 이런 물줄기 곁에서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란다. 마을하고 작은 시골집이 있으며, 눈이 소복히 내린다. 탄 아닌 석유를 뽑는 온누리 곳곳은 어떤 모습일까? 석탄하고 석유를 바탕으로 전기하고 자원을 쓰는 이 나라 삶터는 어떤 모습일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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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3.


이틀에 걸친 이야기꽃마실을 마친다. 히유. 입보다 손이 바쁜 이틀이었다고 느낀다. 멋진 이웃님을 마주하면서 이야기꽃을 펼 적에는 입으로 나누는 말도 있으나, 이 말 사이사이 살뜰히 피어나는 새로운 생각을 곧바로 수첩에 적느라 두 손이 매우 바빴다. 순천에서 하루를 묵고서 느긋하게 아침해를 보면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시외버스에서, 또 군내버스에서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를 읽는다. 이 책은 순천 〈책방 심다〉에서 장만했다. 지난달인가 지지난달에 〈책방 심다〉를 찾아갔을 적에 장만할까 하다가 다른 책을 장만했고, 어제는 이 책을 한참 지켜본 끝에 장만했다. 밥을 지으면서, 밥을 담은 그릇을 바라보면서, 밥을 지으면서 쓰는 양념이나 푸성귀나 소금을 살피면서, 스스로 새롭게 일구는 마음이 이쁘게 흐른다. 번역은? 살짝 아쉽지. 그런데 살짝 아쉬운 번역을 헤아리면서 ‘이런 번역이 바로 일본 말씨로구나’ 하고 배우기도 한다. 빼어난 맛이나 요리를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빼어나지 않고 스스로 수수하게 즐기는 맛이나 요리를 차분히 들려주니 오히려 빛나는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라고 느낀다. 나도 앞으로 이런 맛책 하나 써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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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2.


서울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성대골 마을책방인 〈대륙서점〉에서 저녁에 이야기꽃을 지폈다. 이러고 나서 책방지기 두 분하고 책마을 이웃님 두 분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잇는다. 서울마실을 하면서 ‘빛살무늬’라는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글벗님을 만났고, 이분이 쓴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를 만난다. 재미난 책이네 하고 생각하는데, 책이름에 붙은 ‘사랑꾼’이라는 낱말이 반갑다. 그렇구나. 사랑꾼이로구나. 우리는 책을 사랑하고 책방을 사랑하며 책방이 깃든 마을을 사랑하는구나. 책을 짓는 사람을 사랑하고, 책을 짓는 사람이 가꾸는 보금자리를 사랑하며, 책을 짓는 사람이 삶을 사랑하는 넋을 함께 사랑하는구나. 14시 40분 시외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가는 길에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을 마저 읽는다. 오늘 두 가지 책을, 책을 말하는 두 가지 책을 나란히 읽다가 생각해 본다. 내 나름대로 ‘올해책’을 곧 뽑아서 이야기를 엮어 보려 하는데, ‘숲노래가 읽은, 책을 말하는 책 갈래, 올해책 두 가지’로 《책 사랑꾼 이색 서점에서 무얼 보았나?》하고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을 뽑으려 한다. 마을책방을 사랑하는 숨결을 돌아보고, 그림책을 사이에 놓고서 아이들하고 꿈을 노래하는 웃음을 헤아려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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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12.21.


처음 《내가 사랑한 백제》라는 책을 받아서 펴기까지 백제라는 옛나라하고 얽혀 박물관을 꾸리는 분이 적는 가벼운 뒷이야기 같은 수필책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서울마실을 하면서 시외버스에서도 읽고, 전철로 움직이는 길에도 읽다가 사뭇 놀란다. 순천 낙안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어릴 적에 본 ‘갑작스러운 민속마을 지정 이야기’, 이를 둘러싸고서 학교 교사가 이죽거리던 이야기, 마을에 갑자기 생긴 과일나무 이야기, 배움길을 스스로 열고 싶어 애쓴 이야기, 오빠가 대학에 가도록 고등학교 배움길을 스스로 접은 누이 이야기, 대학교에서 백제 발자취를 살피려고 품을 들인 이야기 들이 고루 어우러지면서 맛깔스럽구나 싶다. 뜻하지 않게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내가 사랑한 백제》라는 책을 쓴 분을 새롭게 바라본다.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 전시관지기로 일하신다는데 언젠가 그곳으로 사뿐사뿐 마실하면서 그 전시관에 깃든 바람내음을 맡아 보고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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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의 비밀 알맹이 그림책 37
공문정 글, 노인경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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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는 놀이를 다루네. 아이가 밥 한 접시를 앞에 놓고서 얼마나 신나게 꿈나라를 누비는가를 그리네. 그런데 밥은 어머니만 짓는구나. 아버지가 짓는 밥도 나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짓는 밥도 나오며, 아이가 손수 짓는 밥도 나오면 한결 재미나리라 생각해 본다. 아무튼 빛결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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